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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XII 난 애가 아니야
작성일 : 17-11-17 15:3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8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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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12화 난 애가 아니야

 

 

 "끄아!~ 드디어 금요일이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서 잠자고 있던 금요일의 세포가 되살아났다.

 앞으로 3교시만 더 견디면 그 이후로는 나의 날이라는 행복한 생각들이 돌고 돌았다.

 "금요일이어 봤자 넌 하는 것도 없잖아."

 방금 전까지 숙면을 취하고 있던 호타루가 점심 때는 귀신 같이 알아채서 기상하고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어찌 됐든 이번 한 주는 어느 때보다도 피곤했다고.. 항마력이 딸리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마구잡이로 몰려왔어…"

 정부 통지가 도착한 이래로 부터 기막힌 일들이 수다하게 일어났다.

 하루를 마다하고 겹쳐서 달려 들어오는 사건들로 인해서 내 몸과 정신은 너덜너덜해졌다.

 이대로 계속 질질 끌려 다니면서 살다간 몸이 견디지 못할 거야…

 늘어진 몸이 책상과 한 몸이 돼 녹아버린 액체 괴물처럼 흐물흐물하게 되었다.

 

 책상 위로 널브러져서 호타루한테 털 고르기를 받고 있던 내 등을 누군가가 「쩌억」소리 나게 때리는 바람에 아연실색하며 외마디 비명이 입 밖으로 뛰쳐나왔다.

 "커허억ㅡ"

 "또 나를 빼고 무슨 재밌는 얘기를 하고들 계셨는가!"

 주둥이에서「하하하!」근엄한 웃음소리가 나오는 자세로 허리 주춤을 잡고 힘차게 서있는 코코가 오늘도 우리 무리에 합류하였다.

 

 "넌 또 왜 온 거야?"

 "오건 안 오건 그건 내 맘이지~"

 귀찮은 녀석을 쫓아내려는 녀석과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내려는 녀석의 만남...

 이게 요즘 흔히들 말하는 데자뷰인가?

 

 나 참.. 얘네는 볼 때마다 서로를 못 물어 뜯어서 안달이야.

 그래도 그게 이 녀석들만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내 주변엔 정상이 없는 것 같다.

 

 "자 자.. 그 쯤들 하고 점심이나 먹는 게 어때?"

 "그럼 신이치가 늘 먹던 곳에서..!"

 "중앙 광장에서 먹자?"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코코를 타일렀다.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거냐 이 녀석은.

 너희 둘 싸움에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어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

 

 "아 알았어. 부탁이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지 말아줘… 무서워 신이치 군.."

 "그건 나도 동감이야."

 이 둘은 전부터 내가 웃으면서 얘기만 하면 기겁을 한다.

 이러다 나중에는 정말 행복해서 웃는 데도 무서워 하지 않을까싶다.

 

 … …

 

 

 흐지부지 학교 생활중의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차례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몸에 힘이 불끈 솟았다.

 쪼르르 교문 밖으로 나선 뒤, 같은 길을 가던 호타루와 먼저 헤어지고 홀로 상점가로 빠지고나서 자주 가는 서점에 들려 가판대 앞에서 이번달 마지막 새로운 호의 잡지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호오..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부드러운 계란찜 만들기라.. 음음."

 

 보통 학교가 끝나면 방과 후에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서점 가게 앞 가판대에서 속히들 말하는 '신간 잡지 눈팅'을 하다 돌아간다.

 내 보잘 것 없는 삶에 가장 유익하고 의미 있는 최소한의 취미 생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은 요리의 지식을 토대로 집에서 무작정 만들어 보고 히마리를 상대로 시식실험을 해왔다.

 

 간혹 몇 번씩 괴생물체를 만들어버릴 때가 있어서 요즘은 히마리가 살금살금 도망치거나 질색하고 기피하는 분위기라 나의 요리 훈련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집중해서 조리법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 읽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갑자기 내 어깨를 손으로 툭툭 건들였다.

 벌써 주인 아저씨가 「그만 읽고 책 살 거 아니면 돌아가거라」라며 나를 쫓아내려고 불러 세우시려는 건가 싶어 심장도 쪼그라들고 간도 푸석푸석해졌다.

 

 "아! 역시 신이치 씨 군요!"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묵직하고 텁텁한 주인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닌 웬 젊은 여성의 발랄한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서 마주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마 전에 우리집에 방문했던 후생노동성 직원이었다.

 

 "엇.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하나무라 코.."

 "'카와무라 신지'에요.^^"

 정장 안주머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다시 한번 건네주며 이번엔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시켜 놓으라는 어투로 찔렀다.

 "죄송합니다.."

 "사람이 헷갈릴 수도 있죠 뭐~ 그래도 저는 신이치 씨의 전담이니까 앞으로도 쭈욱 자주 뵙게 될테니 제대로 기억해 두시는 게 좋을 거에요."

 첫만남부터 자기 퇴근 시간 늦어질까봐 대충 서류 뚝딱 쥐어주고 간 게 누군데..

 그 행동거지 만큼은 톡톡히 기억하고 있습니다요.

 

 "근데 사와무라..가 아니라 카와무라 씨께서 저희 동네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

 "혹시 잊고 계셨나요? 오늘 가택방문 하겠다고 전해 드렸을텐데?"

 

 아…

 금요일이 됐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오늘이 후생노동성에서 찾아오는 날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큰일이다. 준비도 제대로 안 해놨는데 심지어 길에서 마주쳐버렸잖아!

 

 "아아… 그럼 지금 저희 집으로 가는 길이셨던 건가요?"

 "아니요! 사실은 신이치 씨 전담 직원이 저 말고 한명 더 있는데… 오늘 그 사람이 방문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잠깐 전화 받고 있는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뭐에요.."

 "그래서 그 다른 직원 분을 찾으러 여기서 돌아다니고 계신 거였군요."

 다 큰 어른이 직무수행 중 무단 이탈이라…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일지 참 궁금해졌다.

 

 "이런, 벌써 시간이?! 죄송하지만 먼저 가 보겠습니다. 초여름 한정판 케이크 예약판매가 시작돼서.. 아무튼 그 녀석이 알아서 찾아갈지도 모르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해지더니 뭔 이상한 목적을 들먹이며 상점가 백화점을 향해 뛰어갔다.

 인생 저렇게 하이텐션 활기차게 살면 피곤하지 않을련지 모르겠네.

 국가 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게 맞는가 싶다..

 

 

 카와무라 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가 혹시 모를 손님맞이 준비나 할까 해서 나 역시 읽던 잡지를 되돌려 놓고 자리를 떴다.

 상점가를 벗어나서 주택가로 들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터 앞을 지나다 요상환 광경을 목격했다.

 

 「후우우……」

 공터 한가운데서 사람이 지나다니든 말든 불편한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서 발 옆에는 다 비우고 밟아 찌그러진 맥주 캔을 두고 대놓고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남자아이…

 

 아니.. 애인가?

 

 고작 해봤자 히마리랑 비슷하거나 좀 더 작을 법한 150cm 후반에서 160cm 초반의 상당히 작은 키

 날렵하면서도 차가운 느낌마저 주는 왁스를 발라 넘긴 포마드 헤어 스타일

 전방 수십-수백 미터의 멀고 먼 거리를 꿰차고 정확하게 사냥감을 포착하는 독수리나 매와 같은 생존의 법칙 앞에 자비 없는 포식자의 눈매를 가진 남성.

 

 그야말로 어른에 대한 로망을 온몸으로 흉내내는 심히 대담한 (어른 같아 보이는) 꼬맹이의 이미지였다.

 

 뭐야 저 녀석..

 그렇다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튄다고 해야되나.

 그리고 무엇보다 비싸 보이는 검은 정장을 쫙 빼입고 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공터에 있는 나무 위의 새 둥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시선을 의식하고 나를 정조준으로 저격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키가 크고 떡대가 오지는 평범한 내 친구한테도 절대 굴하지 않는 나였건만.

 이런 키 작고 어린 애 같은 녀석의 첫인상과 기선제압에 쫄려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실례 했습니다."

 

 호되게 짓궃음을 당하고나서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 집 앞까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별 희한한 애가 다 있네…

 사회 이치에 어긋난 행동을 잘못 배우고 실제로 하고 있는 어린 애한테 잘못됨을 다그치지는 못할 망정 그 포스에 쫄려서 도망치다니.

 요즘 세상 참 무서워졌다..

 

 그나저나 올지 안 올지도 모르겠다지만 역시 올 수도 있으니 준비는 해둬야 될 것 같고

 과일이라도 씻어서 대접 해드려야 되나

 저번 카와무라 씨 처럼 현관문 앞에서만 얘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고...

 히마리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집에서 홀로 손님을 기다리던 나는 우왕좌왕 돌아다니며 집안에 흐트러진 물건은 없는지 체크했다.

 

 한 20분 정도 집 구석구석을 방황하면서 뽀득뽀득해질 정도로 바닥 청소를 하고 있던 찰나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며 손님이든 상품을 팔러 온 보부상이든 누군가가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네. 나가요."

 서둘러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 발과 다리는 신발 벗어 놓는 곳을 넘지 않고서 팔만 쭈욱 뻗고 문을 열었다.

 

 「덜컥ㅡ」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감정 표현이라던가 표정 변화가 다채롭지 않은 나라도 손님 앞에서는 제 격식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손님의 정체를 확인하자 아무쪼록 상대와 마주보고 있다만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덜컥…」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문을 재빨리 닫아버렸다.

 설마 진짜인가…

 인연에 있어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정도로 호사와 악재가 반복되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다시 조심스레 문을 열어 보니 바로 그 자리에 서서 마당 쪽을 바라보며 집 환경을 구경하는 키 작은 남자가 있었다.

 보통은 문을 열면 눈높이가 맞는 게 정상인데..

 처음에 내 눈높이에 맞춰서 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잠깐 당황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없는 게 아니라 키가 작은 탓에 시선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못 본 것이었다.

 

 설마하던 아까 공터에서 낮술 마시고 담배 피운 그 어린 애같은 남자가 맞았다.

 이 사람이 왜 우리 집에 찾아 온 거지, 담배 피는 것 좀 꼬라봤다고 내 뒤를 쫓은 건가 싶었지만 곧 그가 베일에 감춰져 있던 그 후생노동성 탈주닌자임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댁은 평안하신지요. 에… 저는 후생노동성에서 파견되어 당신을 전담하게 되어버린 우치야나기 요루코라고 합니다."

 그 말투, 꽤나 자신의 직장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한 말투네...

 적대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

 

 "카와무라 씨께 얘기 들었습니다. 그… 혹시 학생이십니까?"

 "아뇨. 헷갈리게 해서 죄송하게 됐지만 성인입니다. 신분증 보여 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엄청 동안..이셔서 실례를 했네요."

 동안은 무슨

 명절에 찾아와서 뭔가 하나 부러뜨리고 망가뜨려야 만족할 완전 염치가 없는 나이 어린 사촌 동생 뻘처럼 보이는구만.

 

 "이- 일단은 들어와 앉아서 얘기 나누시죠. 편히 있어 주세요."

 "네. 물론 그래야죠. 잠깐 실례 하겠습니다."

 그건 전혀 실례를 하고 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고..

 쓴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처 참으며 야나기 씨를 데리고 거실로 이동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녹차랑 홍차, 커피 중에 어느 거로."

 "그냥 물로 주세요."

 들고 다니던 서류 가방과 검은 정장을 벗어 쇼파 옆에 올려두며 말했다.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저 정장이랑 옷들은 어디서 구할까나?

 어린이•청소년 매장에서 사는 걸지도 몰라.

 

 "여기요."

 컵잔에 물을 따라 얼음 하나를 동동 띄운 뒤 야나기 씨 앞 탁자 위에 올려 두고 반대편 땅바닥에 앉았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가요?"

 "그리 중요한 용건이 있는 건 아니구요. 정부청사에서 주최하는 설명회가 열릴테니 참석 여부를 확인하러 온 겁니다.

 뭐 어차피 참석에 대한 여부는 암만 해도 강제적이니까 안가고 싶어도 안갈 수는 없겠죠."

 최소 20 이상은 산 남자 성인이라 해도 믿지 못할만큼 꼭 여자 손같이 작고 고운 손으로 컵잔을 들고 쪼로롭 물을 홀짝거리며 말했다.

 

 강제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치카사라더니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할 게 없어서 고작 설명회 하는데 강제성을 부여하겠다고?

 도저히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제도다.

 아직까지는 정부가 비밀리에 힘을 휘둘러 치카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혔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어디선가는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풀어 강제로 협박하거나 더한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꼭 가야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라면 가야죠 뭐… 요즘 할 것도 별로 없고, 좋네요."

 "혼자가 아니라 정부상대 분이랑 둘이 오시는 겁니다. 일종의 부부동반 캠페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서류 가방을 들춰 뒤적거리더니 가방 속에서 종이쪼가리 몇 장을 꺼내 건네받았다.

 딱히 꼭 와야 된다는 문구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주최 장소와 날짜 및 시간, 준비물 몇가지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2주 뒤에 나같은 치카사 사람들이 후생노동성 본 청사에 설치된 공간에 모여서 각종 중요한 설명을 받고 무슨 따로 준비 되어진 커플 게임 같은 것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정부상대 분과의 관계는 많이 발전했습니까?"

 "네 뭐… 그냥 그럭저럭 잘 되고 있는 거 같아요."

 "음.. 이거 안했어요? 이거?"

 내 말을 듣고 의아해 하던 요루코 씨가 한 손은 엄지와 검지로 O모양을 만들고 다른 한 손의 검지를 그 사이로 통과시키는 모션을 취하며 물었다.

 동그라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게 뭐길래 저렇게 집요하게 물어보는 거지?

 

 그냥 손가락을……?

 설마…

 

 갑자기 머릿속에서 에로한 생각들이 밤하늘에 유성군이 빗발쳐 떨어지는 것 마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내렸다.

 "히익ㅡ! 안 그랬어요! 안 했다고요!"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홍당무같이 벌겋게 달아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초면에 저런 걸 물어 볼 수가 있는 거지?

 양손으로 뜨거워진 얼굴을 박박 문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흠 신기하네요. 웬만한 사람들은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도 함께 잠자리를…"

 "그만 그만!! 제발 좀 제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 말아주세요…"

 만약 이 자리에 선배가 같이 있었더라면 난 정말 그대로 2층에서 떨어져 내렸을 것이다.

 맙소사… 지금껏 한 번도 카나미 선배를 상대로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이상한 사람 때문에 생각의 문이 열려버렸잖아..

 앞으로 선배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울렁거렸다.

 

 "이런. 남자 분이 너무 쑥맥이네."

 크윽… 정곡을 찔렀다.

 "그럼 어디까지 진도를 빼셨는지."

 "다- 당신이 알게 뭐에요!"

 한참 흥분이 가시지 않아 격양된 흔들리는 목소리로 작게.. 소리 쳤다.

 

 "우리들은 담당하고 있는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서 생활 수준을 체크하고 때때로는 조금의 충고를 해드릴 의무가 있어요.

 근데 그건 상부에서 내려온 기본 메뉴얼일 뿐이고 사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재밌잖아요."

 무척 솔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 비호감이 될 것만 같았다.

 

 "아- 알았어요… 그.. 밥 먹여주기랑 포옹한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포옹까지 했으면서 아직 손도 제대로 안 잡아본 겁니까?"

 이젠 완전히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식으로 대놓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게ㅡ 이런-저런 그러한 사정이 좀 있었네요.. 허허"

 정말 생각해 보니까 포옹도 했는데 정녕 손은 못 잡아봤다.

 손 못 잡아본 게 이렇게 치욕스러울 일인가..

 

 "뭐… 그닥 한 건 없지만 대충은 전해드릴 말도 다 한 것 같고, 두 분 사이에서도 딱히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이는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냥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에 늦게 돌아가면 와이프가 뭐라 할테니 늦기 전에 동료들과 한잔 하려구요."

 그런 것까지 나한테 일일히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요.

 컵 안에 남은 물을 원샷 때리고서 가방과 정장 외투를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려는 야나기 씨를 배웅하기 위해 현관문 앞까지 따라 나왔다.

 

 달랑 고개만 스윽하고 숙인 뒤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려던 남자가 뒤로 돌아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상대방이랑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알려드려요?"

 "필.. 필요 없걸랑요."

 죽은 생선 눈을 하고 씨익 웃는 남자의 모습에 정말 자존심 팍 구겨져서 괜한 빈말로 되받아졌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너무 한심하게 굴길래 영 답답해서 팁 좀 알려줄라켔더니."

 이제는 아예 자기보다 어리다고 자연스럽게 말까지 놓고 훈수질을 늘어놓는다.

 이 정도까지 들었으면 아무리 나라도 꽤나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오히려 나조차 이런 나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참인지라 결국 그의 떡밥을 물 수밖에 없었다.

 "정 그렇다면 알려주시던지요.."

 "네 네. 주문 톡톡히 받았습니다. 한번만 말할 거니까 똑바로 들으세요."

 

 "너무 멍청했던 과거의 실수를 뉘우칠 날이 오기 전에 제대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겁니다.

 몇 마디 밖에 안 나눠 봤는데도 신이치 씨가 얼마나 답답한 사람인지 확실히 짐작이 가더군요.

 물론 갑작스럽게 이어져버린 인연이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셨겠지만.. 벌써 수일이 지났는데, 설마 여전히 그걸 두려워하고 계시는 건 아니시겠죠?

 당신이 먼저 용기내서 다가가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되요. 언제까지 상대방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까.

 자신을 굽히고, 시선을 맞추고,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모든 시간을 그 사람에게 할애하세요.

 그럼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을테니…"

 

 … …

 

 막돼먹었지만 나름 똑부러진 후생노동성 직원이 돌아가고 히마리가 곧바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해야했다.

 식사를 마치고 욕탕에 들어가 5일동안 내 몸에 쌓인 피로를 풀면서 느긋-한 금요일 밤의 개인 시간을 보냈다.

 뜨신 물이 담긴 욕조 안에 앉아 있으면서 방금 전에 그가 했던 말들을 곱씹어 생각했다.

 선배가 선뜻 다가올 때마다 매번 무언가의 두려움 때문에 약간의 거리를 두려 하기도 했었지만 그마저도 선배의 포근한 행동들에 못 이겨 게이트 오픈 당했었지.

 그런 저돌적이고 활력 넘치는 선배가 나중엔 너무 혼자만 노력하다 지쳐서 지금만도 못 하게 되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확실히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할 차례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목욕을 끝내고 방으로 올라온 나는 책상 위에 올려뒀던 내 스마트폰 화면에 「내일 만나기로 약속했던 거 갑자기 가족행사가 잡힌 바람에 못 만날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다음주 토요일로 변경할 순 없을까요?」라는 선배의 곤란함이 느껴지는 메일이 도착해 있어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다음주에는 꼭 만나요라는 답장을 보낸 후에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야나기 씨가 다녀간 뒤로 부터 자꾸 카나미씨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1주일이란 시간이 원래 같았으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쉽게 기다리지는 못 하게 될 것 같았다.

 

 

 
작가의 말
 

 수능이 지연된 덕분에 집중해서 쓸 수 있었네요.. 빠르게 담 편을 써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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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IV 여동생의 밤 2017 / 11 / 2 359 0 9404   
4 III 너와 내 마음의 준비 2017 / 11 / 1 311 0 5885   
3 Ⅱ 충고와 갑작스런 준비 2017 / 10 / 30 335 0 4406   
2 Ⅰ 아침부터 이러기냐 2017 / 10 / 21 380 0 3469   
1 프롤로그 2017 / 10 / 20 574 0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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