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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천수검과 수미혼
작성일 : 17-11-08 09:51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9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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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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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속도로 덤벼드는 강시를 마주한 홍의 여인 뒤편에서 급작스럽게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 나왔다.

 

  “잠깐! 멈춰라!”

  -깡, 까강

  그 짧은 순간에 웬 무인이 막아서며 외쳤다.

 

  무인의 손에 들린 검에서 쇠도 두부 자르듯 쉽게 자를 수 있는 검기가 흘렀음에도 검과 손이 서로 맞닿으며 맑은 쇳소리가 울렸다.

 

  검과 검집을 이용해 소궁주의 수하들을 막아선 무인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낭패감이 서린 얼굴을 하고서 상대를 저지할 뿐이었다.

 

  청의를 입은 소궁주의 수하인 강시는 중년무사에게 손이 가로 막히자 재빠르게 발을 들어 상대의 허리 부분을 공격했다.

  이에 중년인도 질세라 오른발로 맞받아 찼다.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서 소리만이 허공을 수놓았다.

 

  -파, 파아앙

  ‘아직은 무공의 이해수준이 우리들보다 낮다고 보지만, 마병기는 마병기다. 거기다 이 둘은 강시 중에서도 제일 강한 수호전대 자혼 강시. 그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대로 나두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중년의 무인은 골이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양손을 놀리느라 머리를 주무르지도 못한다.

 

  “크으음.”

  찰나의 순간 백옥 같은 강시 여인의 손이 기이한 각도로 굽어지며 중년인의 등허리 쪽을 노렸다.

  머뭇거리는 틈에 빠르게 빈틈을 파고드는 여인의 손을 중년인은 팔꿈치로 찍으며 막았다.

 

  -퍼어억

  ‘크윽. 강시는 그 자체로도 무기보다 강한데 거기에다 내력이 실린 일격이라니, 이대로는 내 몸이 열 개라도 안 되겠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강시의 무력에 놀람과 동시에 팔에 저릿함을 느끼며 중년인은 상대하고 있는 무사 뒤에다 대고 빠르게 말을 토해냈다.

 

  “소궁주! 수하들을 물려라. 어서!”

  “저어······, 할아버지세요?”

 

  -파파팍

  소궁주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두 남녀 강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파상적인 맹공을 퍼부었다.

  두 강시도 중년인을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주군인 여린의 명이였기에 멈추지 않았다.

 

  여린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며 눈만 껌벅거리다 할아버지가 수하에게 맞는 것을 확인하자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마안! 뒤로 물러서!”

  -휘리릭

  주군인 여린의 명령에 아무런 동요 없이 둘은 나갈 때만큼이나 재빠르게 양 옆으로 물러섰다. 아무리 뛰어난 강시라지만 격한 대결 이후에 숨이 차지도 않는 표정이었다.

 

  그에 반해 중년인은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것이 조금은 힘에 버거웠던지 상대가 물러나자 그제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이보게 환요(換妖). 소궁주에게 장난이 너무 심했네.”

  “호호홋, 제가 좀 너무 했나요!”

  “이를 말이오. 그대도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잖소.”

  “아아, 천수검님. 제 걱정을 많이 하셨군요. 이리도 기쁠 때가! 이제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농처럼 말을 주고받았지만 실은 그녀도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하긴, 내가 강시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지만, 아군일 때나 든든하지 만약 적일 때는 너무 두려운 존재들이고말고.’

  중년인인 천수검과 환요의 무공 수위는 절대고수를 바라보고 있는 초절정 고수들이었다.

 

  이런 대단한 고수 둘을 상대하는 강시들의 위력은 정말이지 대단한 게 마병기라 불릴 만 했다.

  미안한 마음에 몸을 살짝 꼬며 말하는 홍의 여인을 보고 중년인이 나무랐다.

 

  “크흠, 거 지금 뭐하는 겐가. 소궁주 앞에서 점잖지 못 하게시리.”

  중년인은 홍의 여인을 보며 나무라다 말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여인의 자태는 그의 내심을 흔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지금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한 여린은 홍의 여인을 향한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 조심히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할아버진 줄 몰랐어요.”

  안위를 묻는 소궁주의 질문에 중년인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나는 괜찮다. 그나저나, 그 나이에 주책이라니. 언제 철이 들 건가. 쯧쯧쯧.”

  혀를 차며 주책이라는 말에, 환요라 불린 여인이 새침한 표정을 짓고 다가와서는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한껏 뽐내고 자랑하는 모양새로 여린을 쳐다봤다.

 

  “소궁주. 지금 이 할미의 모습이 보기에 어떠니, 좋아 보이니?”

  “······진짜 할머니 맞으세요?”

  못 믿겠다는 말투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환요의 주위를 슬금슬금 맴돌았다.

  하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십대의 젊은 여인으로 변해 버렸으니 이상하게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호호홋, 이것이 젊었을 때 내 모습이란다. 어떠니? 눈부신 내 미모가!”

  “와아, 할머니. 너무 멋져요!”

  “소궁주. 이럴 때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거란다.”

  “네에, 아름다워요.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너무나 궁금하다고 묻는 깜찍한 소궁주의 물음에 환요는 답을 주려다 고개를 휙 돌렸다.

 

  “으음, 그건 말이지······, 그런데 천수검(闡修劍)께서는 아까부터 뭘 그렇게 침을 흘리며 훔쳐보고 계세요!”

  “아니, 내가 무슨 침을 흘렸다고 그러는가!”

  “흥! 아니면, 말고요.”

  얼굴이 벌게지며 따지는 천수검에게서 장난스런 시선을 돌린 환요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건 말이지. 내가 각고의 노력과 오랜 깨달음 끝에 창안한 수미환신공(粹美還新工) 덕분이란다. 오호호호.”

  “와아, 수미환신공요!”

  여린은 속으로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며 수미환신공의 이름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수미환신공은 무림의 무공 중 하나인 주안술이나 역용술과 맥락을 같이하지만 그보다 한수 위라 평할 수 있는 무공이다.

  주안술등은 외형만 바꾸어 주는 무공인데 비해서 수미환신공은 외형만이 아닌 자연스럽게 목소리까지도 젊게 바뀌는 무공이다.

 

  다만, 무인들의 꿈인 환골탈태와 다른 점은 내력을 계속해서 보태줘야만 유지되며 만일 내공이 사라지면 몸도 원래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내공소모가 적었기에 환요의 주장대로 신공이라 불릴만했다.

 

  환요가 자랑스럽게 웃으며 소궁주에게 무공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을 보며,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저리도 철없어 보일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천수검은 헛웃음을 지었다.

 

  천수검 지율. 그리고 수미혼 환요는 애초에 밀궁의 인물이 아닌 외부인이다.

  천수검은 과거 우연히 중원에 나온 궁주와 만나 비무에서 패한 뒤, 포기하지 않고 재차 비무를 청했기에 그것이 인연이 되어 궁주를 따라 밀궁에 들어오게 됐다.

 

  시간이 흘러 다시 비무를 청하려 했건만, 어찌된 연유인지 궁주의 무공상실로 비무는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천수검은 이에 개의치 않고 궁주의 무공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를 믿었기에 설사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지라도 그와의 비무를 기꺼이 기다릴 심산으로 밀궁에 머물게 된 것이었다. 그 인연이 이제는 그의 후손인 소궁주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궁주의 부탁으로 소궁주의 무공을 가르치게 된 천수검은 처음에는 못다 겨룬 비무를 혹시나 소궁주를 통해서 그 갈증을 풀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허나 그것도 여의치 않자 이젠 그 미련도 다 버렸다. 그건 가족이 없었던 천수검에게 환요가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줬고 또, 소궁주를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서 세월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천수검이 궁주와의 인연 때문이라면 수미혼 환요는 달랐다. 환요는 중원이 아닌 세외 무림인 서역의 유리달라궁 출신이다. 포달랍궁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세력을 가지고 서역의 이인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다.

 

  유리달라궁 궁주는 환요에게 포달랍궁을 넘어서기 위해 중원의 술법이 서역의 주술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환요는 궁주의 명이 아니라도 자신의 능력과 말로만 들었던 중원에 가보고 싶었다.

 

  이때다 싶어 얼른 중원으로 들어간 환요는 중원의 혈마교를 찾아가 강시를 만드는데 있어 주술의 뛰어남을 보여주자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주술을 일부 전해 주었다.

  허나 그들의 수준이 낮아 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거기다 모종의 협박과 위협에 더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환요는 감시의 눈을 피해 어렵게 혈마교를 빠져 나왔다.

 

  환요는 서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중원유람을 하다 우연찮게 살아있는 활강시의 소문을 듣게 되었고, 어렵게 그녀가 소문의 그곳을 찾아간 곳은 바로 밀궁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발을 들여 놓기가 정말 어려웠다.

 

  먼저 번 혈마교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될까 우려하던 그녀가 선택한 것은 아예 첨부터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밀궁에선 술법에 숙련된 자가 부족했기에 충성의 서약을 받고 환요를 받아 들였다.

 

  ‘그래. 유리달라궁에는 언제든 가면 그만이지.’

  그런 작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차피 궁주의 명령에는 언제까지 오라는 명이 따로 없었기에, 환요는 그 점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명을 받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술법에 관한 자신의 왕성한 욕구를 채울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술법원에서 일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한참 강시를 제조하는 일에 빠져있을 때였다.

  술법사인 마하수사의 심부름으로 궁주의 거처로 가는 길에 천수검 지율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 대체 얼굴에서 빛이 나는 저분은 누구시지?’

  천수검을 보고 한눈에 맛이 간 환요는 연정을 품게 되었고, 이때부터 운명적인 그녀의 애달프고 힘든 사랑은 시작되었다.

 

  이후로 그녀는 천수검을 향한 마음에 그를 좀 더 보기를 갈망 했으나 밀궁에 기거 한다 해도 일의 특성상 둘이 마주치기는 원체 어려웠다. 그렇게 지내기를 일년 쯤 지났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밀궁에는 강시전대가 있었는데, 수호전대를 뺀 나머지 중에서 우수한 자혼 강시들로 이루어진 제일전대가 있었고, 그보다 급이 떨어지는 자혼 강시들을 추려 제이전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하기도 하면서 연구용으로 쓰이는 사강시 들로 구성된 제삼전대. 마지막으로 궁주와 소궁주를 지키는 수호전대로 이렇게 총 네 개의 전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환요는 수호전대 자혼 강시들의 무공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일에 배정 받았다.

  그녀가 원하기도 했지만, 술법원에서 마하수사의 제자들이 환요가 더 이상 자기들의 자리를 넘보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쌍수를 들어 천거하였다.

 

  그녀는 후에 강시를 교육하며 가끔 천수검을 볼 때면 가슴이 뛰며 좋았지만, 틈틈이 그에게 마음을 전해도 무공에 정신이 팔려 있어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는 무뚝뚝한 그가 야속할 뿐이었다.

 

  “천수검님, 왜 제 마음을 몰라주시나요.”

  “나는 정혼 자가 있는 몸이오.”

  하루는 그런 그에게 따지듯이 묻자 오래전 혼인을 약속한 정인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은 한마디로 거절이었다.

 

  환요는 몇날 며칠을 괴로워서 술도 마셔 보았으나 외로움은 더해갔고 미친 듯이 일에 몰두를 해보아도 허사였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강시의 얼굴이 천수검으로 보일 때가 다 있으니 더 이상 말해 뭣하겠는가.

 

  그러다 우연히 궁모에게서 천수검은 평생 동안 무공증진을 위해서 여색을 멀리하며 오직 수련에만 매진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다 죽어가던 그녀는 그 얘기를 듣고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목석같은 지율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꽃이 피고, 지고, 눈이 내려 얼음이 얼고, 해가 바뀌어도 식을 줄 몰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녀가 죽자고 매달리니 고목나무에 꽃이 피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그의 마음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에 새 생명이 싹을 틔우듯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비록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의 마음을 얻게 된 환요이건만 실망하지 않았다. 지율을 사모하는 환요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천수검은 환요의 수다가 오래가자 주위를 환기 시키고는 소궁주의 무공수련을 지도했다.

 

  소궁주는 우선 천수검의 지도로 내공심법 수련을 시작했고, 환요는 조금 떨어진 다른 연무장에서 자혼 강시들을 교육시켰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강시를 째려보았다.

 

  “설화야. 조금 전 극도로 기분이 더럽고 화가 치미는 그런 감정을 느꼈느냐?”

  설화라고 불린 강시는 아직 앳된 얼굴이 남아 있었고, 그 이름처럼 눈같이 하얀 피부에 미간을 살짝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강시라고 보기에는 너무 인간적이고 뛰어난 미색에 청순하기까지 했다.

 

  ‘음, 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설화는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응. 그래 맞아 아주 기분이 더러워.”

  “흑표. 너는 지금 기분이 어떠하냐?”

  옆에 서있는 건장한 사내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대답을 못하고 꾸물거리자 재촉했다.

 

  “흑표야, 되지도 않는 잔머리 굴리느라고 애쓰지 말고 어서 후딱 말해봐라.”

  환요의 재촉에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크으. 나도 화가 많이 난다.”

  “얘들아 말들 참 짧게 한다. 끄응······, 앞으로 인성교육을 강화 시키든지 해야지 나 참 더럽고 치사해서.”

  누구를 닮았는지 가지가지 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시들에게 이 이상 바라는 건 무리였다.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적응 안 되는 건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교육 을 시키는 자신의 영향도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환요였다.

  강시로 다시 태어났을 때는 인지력이 갓 태어난 아이와 다를 게 없었기에 인성교육도 필요했다.

 

  사파의 특성상 인성교육은 무시한 채 무력에만 중점을 두는 게 다반사였지만, 밀궁은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무력만이 아닌 인성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그렇게 하면 일부였지만 강시도 진화하여 무력이 향상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강시를 만드는 최대목적은 그 무력에 있었다.

  막말로 만들기가 더럽게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만들면 그만큼 든든한 마병기도 없었다. 강시가 가지는 강한무력에 크게 고무되어 사파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같은 사파인 천마교에서는 마교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필요에 의해서 연구 조사를 할 뿐 오히려 강시를 멀리하였으나, 최근에는 무력증강을 위해 강시를 일부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파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강시를 보유한 문파는 당연 혈마교로서 강시는 모두 죽은 시체로 만든 사혈강시가 전부였다. 항간에는 혈마교에서도 비록 저급이나마 활강시를 보유하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실제로 강시교육에 있어서 말투나 행동은 술법사와 주인의 습성을 거의 닮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설화와 흑표를 가르치는 자신과 주군인 소궁주가 강시에게 존대를 할리 없으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환요는 무성의한 답을 하는 눈앞의 강시들을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나마 다른 전대의 자혼 강시들 보다는 수호전대의 자혼 강시가 더 나은 편이니, 시간을 두고 좀 더 가르치다 보면 차차 나아지겠지. 한 가지 다행인건 소궁주와 완전히 동화 된듯하니 이에 만족해야지.’

  자혼 강시는 제조를 한다고 해서 다 똑같을 수는 없었다. 만들 당시 영약과 재료가 되는 사람의 자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강시의 완성도는 강시와 주인의 친화력이 뛰어나 얼마만큼 동화가 잘 되느냐에 달렸다. 적과의 대결에서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궁주는 강시들과 무공수련도 같이하며 최대한대로 교감을 끌어내고 있었다.

 

  환요는 대법에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강시와 강시를 부리는 주인과의 영원불멸의 관계를 이어주는 호환망혼(互環忘魂) 대법은 시간이 오래 될수록 완전해진다.

 

  완벽하게 대법이 시행되었다고 해도 과거에 대법이 깨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이 깨진 강시는 자아를 상실하고 본능적으로 행동하였고, 적아를 구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거기에다 통제력을 잃은 상태라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상당히 위험했고, 그 위험을 잘 아는 환요는 확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인성교육을 끝낸 환요는 박투술의 일종인 대나종수인(對拏終手因)을 강시들에게 전수하였다.

  유리달라궁의 비전절기중 하나인 대나종수인은 근접전에 있어서 개방의 절기인 박투술 보다 한수 위의 무공이라 할 수 있다. 몸뚱이 자체가 무기인 강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더없이 좋은 무공이여서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지율과 환요가 가르치는 수호전대 강시들은 이들의 진심어린 노력 덕분인지 그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다른 강시들보다 확연히 높은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소궁주에게 천인지검 초식의 무리를 가르치고 있는 천수검은 아직 어린 소궁주가 기특하게도 힘든 수련을 참고 열심히 하자 흐뭇했다.

 

  천인지검은 밀궁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익히는 기본적인 검식으로 모두 일곱 가지 검식으로 이루어졌고, 각 검식마다 칠 초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천인지검의 일식부터 삼식까지 모두 한차례 초식을 끝낸 여린의 작은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힘에 부치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후아, 후아······.”

  목검을 허리에 차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슥 닦으며 바닥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소궁주에게 천수검이 다가가 따뜻한 말로 다독였다.

 

  “소궁주는 독문 검법인 천변무가 있지만, 밀궁에 대대로 전해지는 천인지검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검법이야. 무공을 익히는데 있어 기본적이고, 모범이 되는 검법이지. 무릇 모든 무공은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천인지검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검법이야. 이 검법을 꾸준히 수련하면 천변무검을 대성하리라고 본다. 그러니 소궁주도 게을리 하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면 그 성과를 볼 수 있을 거다.”

  “예. 할아버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천수검의 자상한 설명에 알았다고 여린은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소궁주가 가부좌를 하고 간단하게 운기조식을 한 뒤, 천변무의 검식 수련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천수검은 강시들의 무공수련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강시들의 인성교육과 박투술인 대나종수인을 마치고 통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있던 환요는 검술수련을 위해 걸어오는 천수검을 보고서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빙그레 환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선홍색의 무복이 그녀의 몸매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었고, 머리 한쪽에 윤기가 나는 검은 머릿결과 어울리는 하얀 꽃장식이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였다.

 

  -휘리릭

  날듯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천수검과 눈을 맞추는 환요의 두 눈에는 무한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천수검 또한, 그녀의 행동이 싫지 않은지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헛헛, 그래 강시들과의 수련은 잘했소?”

  “그럼요. 연랑. 잘했습니다.”

  슬며시 한 팔을 감싸며 부드럽게 쳐다봤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모습을 하고 있을 참이요!”

  “왜요. 제 모습이 보기 싫으신가요?”

  순간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하자 천수검은 말끝을 흐렸다.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힘이 들까 해서······.”

  무안해하는 그에게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다 생각했는지 바로 얼굴표정을 바꿨다.

 

  “호호호, 저라고 내공이 무한정 샘솟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만이예요.”

  수미환신공을 펼치는 중이라 해도 많은 내공소모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그렇다 해도 무림에서는 언제 어느 곳에서 위급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음에 그런 상황에서 귀중한 내공을 함부로 낭비해서 위험을 초래 할 수는 없었다.

 

  환요는 알았다는 얼굴로 웃으며 천수검이 강시들에게 무공을 가르칠 수 있게 뒤로 물러났다.

  자혼 강시인 설화와 흑표는 천인지검의 검식을 시전하려는 천수검을 따라 검을 잡고 앞에 섰다.

 

  검식을 따라할 수 있을지언정 일반적으로 범인이 아닌 강시가 천인지검에 녹아있는 검의 오의를 깨닫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그나마 설화와 흑표는 자혼 강시로 다시 태어났을 때 그동안 살아오며 몸에 쌓인 불순물이 남김없이 모두 빠졌고, 최적의 상태로 바뀐 것이 신체뿐이 아니라 두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덕분에 검의 오의는 깨닫기 어려웠지만 대신 이해는 빠른 편이였다.

  천수검은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천인추혼!”

  “천인추혼!”

  천수검이 펼치는 천인추혼의 초식들을 따라하는 설화와 흑표의 얼굴에는 자못 진지함이 묻어 나왔다.

 

  “천인의기!”

  “천인의기!”

  각 검식의 초식을 펼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조금은 부족하나 열심히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익히는 검법인 천인지검은 모두 일곱 가지 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검식 천인추혼.

  제이검식 천인의기.

  제삼검식 천인광풍.

  제사검식 천인비기.

  제오검식 천인경천.

  제육검식 천인일해.

  제칠검식 천인지로.

 

  설화와 흑표는 진화하며 천인지검을 칠성까지 깨우치고 있었다. 천수검은 조금씩 잘 따라와 주는 설화와 흑표를 보며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그건 강시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들의 위험성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 다만, 소궁주를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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