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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13회 범죄드라마가 로코가 되기까지
작성일 : 17-10-25 11:34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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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그 ,그 수리비 얼만데요?"

  "이제야 고분고분 대화가 통하겠네.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니?"

 

 웃음을 흘리며 깐족대는 그의 말투가 시아는 너무 너무 얄미웠다.

 

  "니가 알지 모르겠다만 내 차가 외제차고 해서 조금만 흠이 나도 껍데기를 다 갈아야 해. 나는 이때껏 한번도 흠집을 내 적이 없어. 음...그리하여 한 3백에서 4백 예상한다만..."

  "네에? 3, 4만원도 아니고 몇 백이요?"

  "그러니까 니가 겁이 없이 덤볐다는 거야. 얘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벌일 수가 있니? 야, 정말 다시 생각해도 오싹할 일이다. 내 차에 기스라니...타이어도 갈 판이야."

  "헐...그건 좀 오바인 듯. 아까 사진 보니까 보일듯 말 듯 하더만요."

  "너 말고 그럴 사람이 없다니까. 그리고 엊그게까지 완전 깨끗했었다고. 난 피곤한 날은 내가 세수는 못하고 잘 지언정 내 차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체크한단 말이야."

  "완전 차 덕후네."

  "그래, 덕후다, 어쩔래?"

 

 그렇게 하완이 시아를 한창 쪼고 있을 무렵, 등록을 마친 린이 교무실에서 나왔다. 복도 끝 화장실에 있는그들을 보고는 쪼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표정을 하고는 하완을 쳐다봤다.

 

  "어머, 오빠 안녕하세요?"

  "응? 누, 누구..."

  "기억 안 나세요? 전 두 번째 보는데..."

  "아, 그래?"

  "저도 메이크업반이에요. 얘 친구고요."

 

 린이 잔뜩 끼를 부리며 웃다가 시아를 향해 고갯짓했다. 그런 친구의 쿄태를 보고 있자니 아까 먹은 게 도로 올라오는 것 같아 화장실칸으로 다시 돌아서는 시아였다.

 

  "친구라고? 야, 야, 너 어디가?"

 

 하완이 돌아서는 시아를 불렀다.

 

  "아, 증말...그날이란 말이에요!"

  "...어?"

 

 순간 당황스러움에 멈칫하는 하완이었다.

 

  "아니, 뭐 여자애가 저렇게...그런 얘기를 막 남자 앞에서..."

  "그러게요. 제 친구지만 정말 경악스럽네요. 여자애가 교양머리 없게스리...그쵸?"

 

 어느새 바짝 다가와 어깨 밑에서 고양이처럼 자신을 올려보고 있는 린을 보고 하완은 더 놀랐다.

 

  "어우, 깜짝이야. 그, 그래...넌 이름이 뭐냐?"

  "가린이요. 외자. 가냘플 린."

  "헐...그런 한자도 있구나. 어릴 땐 되게...가냘펐나봐?"

  "그럼요, 제 인생 최고로 날씬했을 때인 걸요. 갓 태어났을 때가."

  "풋."

 

 린의 능청스러운 농담에 하완은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러자 한쪽에만 들어가는 보조개가 린의 눈에 들어왔다.

 

  "우와...오빠 보조개도 있네요? 볼펜으로 콕 찍어주고 싶다."

 

 그러자 하완은 급 웃음을 멈추고 정색했다. 보조개도 귀여운데 놀리면 경직되는 얼굴까지도 사랑스러워 린은 이 오빠에게 더 반할 지경이었다.

 

  "오빠 대학생이에요? 어디 다녀요?"

  "서연대."

  "우와! 진짜요? 오빠 되게 공부 잘 했나보다."

  "뭐...좀...했지."

 

 결코 낯선 이에게도 겸손을 모르는 하완이었다.

 

  "그럼 저 과외 좀 해주면 안 되요?"

  "과외? 너 집이 어딘데?"

  "성수동이요."

  "그래? 무슨 과목?"

  "오빠 뭐 잘 가르쳐요?"

  "난 다 잘 가르쳐."

  "그럼 다 배울께요. 국영수사과음미체..."

  "뭐? 야, 니가 부족한 걸 배워야지. 어떻게 나한테 물어보냐?"

  "전 다 부족해요. 오빠한테 비하면 다 부족하죠."

  "뭐 그렇긴 하겠다만...다 배우려면 돈도 꽤 들테고..."

  "돈 걱정 마세요. 우리 엄마는 제가 공부하겠다고만 하면 집도 팔 수 있다고 했으니까."

  "뭐? 음...그래. 그럼 일단 니네 엄마하고 통화부터 하고 결정하는게..."

  "당장 내일부터, 아니 오늘 학원끝나고 집에 같이 가실래요? 아, 저 이 학원 다니는 건 우리 엄마가 모르니까 오빠는 그냥...친구 오빠라고 얘기해둘게요."

  "오, 오늘? 아, 오늘은 내가 다른 집 과외가 있어서 안 되겠고 시간 좀 조정해보자."

  "네, 알겠어요. 전 주말 아침도 좋아요."

  "어, 어..."

 

 하완은 부담스럽게 들이대는 린을 피하고 싶어 주춤주춤 발을 뗐다. 그리고 그가 교실로 간 사이, 린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시아는 문 사이로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린을 보자마자 시아는 그녀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야, 너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 줄 알고 과외를 부탁해?"

  "서연대 학생이잖아? 안 그래도 우리 엄마가 고3 되기 전에 선행 좀 제대로 하자고 과외 붙일 거라고 했거든. 1석2조 아니겠니? 공부도 하고 사랑도 잡고!"

  "야, 저 사람 내가 보기엔 사기꾼이야!"

  "엥? 그건 또 뭔 소리?"

  "서연대라는 것도 뻥일 거라고. 내가 분명 지 차에 분명 돌을 떨어뜨렸지만 난 분명히 아무 흠도 못 냈단 말이야. 너, 내 시력 알지? 나, 2.0, 2.0인 거."

  "그래, 니가 밤에는 책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하고 잠만 자잖니. 눈이 나쁠래야 나쁠 수가..."

  "아, 농담 말고...암튼 그런데 지가 손상 내놓고 와서는, 그것도 얼토당토 않은 타이어에다가 말이야. 어떻게 자갈로 타이어를 찢어? 나보고 몇 백만원을 보상하라는 거야. 심지어 나 담배 피는 거 도촬까지 했다니까. 완전 치밀하지? 어떻게 그런 걸 예상하지 않고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냔 말이야?"

  "몇 백? 도촬?"

  "티비에서 안 봤냐? 막 일부러 차에 뛰어들고 하는 보험사기꾼 같은 거...나 지금 그런 덫에 걸렸단 말이야."

  "고등학생한테? 고딩이 무슨 돈이 있다구?"

  "그러니까 완전 지능범이지. 부모님 돈 뜯으려는 거 아니야? 나보도 세상 물정 모른다고...성인보다 더 쉽지 않겠어? 그 말대로 세상 물정 모르는 고딩이니까."

  "에이, 설마..."

  "야, 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학생이 어떻게 문 한 짝에 몇백이나 하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그런 차를 모는 사람이 왜 미용을 배우냐고? 아, 전에 하는 말도 좀 이상했어. 막 지가 의사인 척 했다니까? 또 전화하는 거 들었는데 피 보는 거 싫다는 둥...아, 혹시 막, 청부살인하고 그런 사람 아닐까? 엄마한테 피 보는 거 싫다고 하는 거 같던데...엄마는 그 조직에 있는 대빵을 말하는 은어 같은 거고...막 이제 그런 일 손 떼고 착하게 살려고 미용 배우는 거 아닐까? 저런 성격이 착해질지 모르겠다만...헥, 혹시 전과자 같은 거 아냐? 원래 지능범들이 되게 비싼 옷 입고 다니고 더 말끔하다잖아? 차도 일부러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여자 꼬셔서 생매장하고...윽."

  "...야...야"

 

 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시아를 바라봤다.

 

  "에휴...유시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너 이제 또 청불 보고 왔지?"

  "...어."

  "이래서 청소년관람불가는 청소년이 보지 말라고 하는 거야. 너 같은 어린애가 현실과 영화를 아직 구별을 못 하니까."

  "뭐?"

  "앞으로 이 영화는 범죄드라마가 아니라 로맨틱코메디라는 걸 내가 보여주겠어."

  "헐..."

  "해피엔딩 기대하셩!"

 

 그렇게 웃으며 린은 주머니에서 립글로즈를 꺼내 입술에 끈적하게 발랐다. 그리고 입술을 몇 번 쪽쪽 거리더니 홀연히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시아가 보기엔 그건 그저 삼겹살 배불리 먹고 나온 입술일 뿐이었다.

 

  "야, 공포영화에서 제일 먼저 죽는 애는, 너 처럼 초반에 제일 나대는 인물이거든! 아냐?"

 

 그녀의 고독한 외침만이 화장실 타일 벽에 사방으로 부딪혀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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