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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꿈속의 남자
작가 : 찌니
작품등록일 : 2017.7.29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m&m쇼핑센터의 직원 이은재. 20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간 빠짐없이 은재의 꿈에 출현한 의문의 남자. 그런데 꿈 속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강 욱이, 30살 어느 가을 홀연히 은재의 눈앞에 나타났다? 꿈속의 남자를 사로잡기로 자신의 친구와 작전까지 짰지만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김 환에게 흔들리는 은재.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선택 할 것인가!

 
<13> 술이 웬수 두 번째
작성일 : 17-08-22 00:28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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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 뭐라고?”

 

 환이 어이없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은재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대신 환의 소주잔에 소주를 계속 부어 채웠다. 찰랑거리는 소주가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흘러내릴 것처럼 출렁였다. 그런 자신의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환이 은재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 은재?”

 

 “음. 주량 대결…?”

 

 자신의 잔에도 넘칠 듯이 투명한 액체를 들이붓던 은재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잔뜩 미간을 찌푸린 환이 또박또박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그러니까 그딴 걸 지금 내가 너랑 왜 이 자리에서 하고 있어야 하냐고.”

 

 “아까 대표님이랑 같이 있던 거 보고 왜 화냈냐구요. 난 그걸 알고 싶거든요. 딱히 김 환씨가 예민해질만한 상황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 자리에서 얼마나 당황하고, 창피했는지 알아요? 그 대답을 해주기 전까진 당신은 이 술집에서 절대 벗어 날 수 없어요. never.”

 

 은재의 단호한 대답에 이번엔 환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아니 자신도 아직까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는데 답을 찾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은재에게 말해 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환의 모습이 은재는 재미있었다. 분명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꼬투리를 잡았을 거라 어림짐작을 하던 은재는 그가 사실대로 실토하고 정중히 사과할 때 까지 술을 왕창 먹여 볼 생각이었다.

 

 ‘이 봐, 김 환씨. 우리 집이 왕년에 주당패밀리로 명성을 좀 날렸었거든∼. 울 아부지, 어머니 다들 한 음주가무 하셨던 분들이라 나도 그 피를 좀 이어받았걸랑. 남정네들도 픽픽 쓰러뜨리는 회식계의 큰 손이야 내가. 기대하시라, 오늘 재수탱이 김 환 널 확실히 꺾어주겠으.’

 

 은재가 자신의 술잔을 조심스레 받쳐 들고 소리쳤다.

 

 “자, 그럼 친목도모 겸 아까 일에 대한 해명의 술잔을 들고 건배―!”

 

 환은 자신에게로 경쾌하게 부딪혀오는 은재의 술잔을 어쩔 수 없이 받아쳤다.

 

 ‘기필코 취해선 안 돼. 난 이 여자에게서 오늘 밤 꼭 탈출한다.’

 

 굳은 의지를 가진 둘이 결연한 얼굴로 단숨에 소주를 털어넣었다.

 

 ‘이 대결, 절대 지지 않아.’

 

 은재와 환이 서로를 보는 눈빛에 불꽃이 튀었다.

 

 

 

 

 한 시간 후.

 

 서로 다른 사명을 가진 환과 은재의 테이블에 영롱한 초록빛의 병들이 아름답게 나뒹굴었다.

 

 

 “싸장님, 싸자앙니임! 여기 쐬주 한 병 더 요. 얼른 얼른 캄 온.”

 

 “아니. 이 여자가? 사장님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아니에요. 요기 요기로 갖다 주세요옹. 아직 멀었어, 이 남자야. 음냐.”

 

 아까전의 호기로운 건배를 뒤로하고 한 시간이 지난 지금, 은재의 발음이 점점 꼬여만 갔다. 업무적으로 만났을 땐 절대 볼 수 없었던 애교 섞인 말투로 그녀는 지금 술집 사장님을 미친 듯이 호출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은재를 말리며, 또 술병을 들고 걸어오는 사장님을 제지하며 환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자신들의 테이블에 널린 소주병은 대략 8병 쯤. 서로 미친 듯이 따라주고 따라 마셨다. 그 결과 은재가 테이블 위에 얼굴을 묻고, 한 손엔 소주잔을 들고 한 손엔 꼬지를 잡고 고꾸라져있었다.

 

 “사장니임, 여기 여기 소주 한 병 더어….”

 

 듣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잠꼬대를 하며, 은재가 간신히 손끝으로 들고 있던 소주잔을 놓쳤다. 데구르르­ 빈 잔이 나무 테이블을 굴러가며 소리를 냈다. 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탁’하고 굴러다니던 소주잔을 잡아 자신의 잔 옆에 바로 세웠다

 

 “이 여자가 진짜……. 후우―. 감당이 불감당이네.”

 

 환이 추하게 널브러져 이제는 쌔액쌔액 하고 잠들어버린 은재의 콧잔등을 통하고 튀겼다. 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느끼는지 은재가 잠시 미간을 좁혔다 폈다. 환은 그런 은재의 머리통을 한 번 더 콕 쥐어박아주려다, 입가에 묻은 양념장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하여간, 칠칠치 못 해. 깽판 친 이유를 말해 달라 그렇게 닦달하더니. 자기가 먼저 취해버릴게 뭐야?”

 

 몇 분간 잠들어버린 은재의 앞에서 중얼거리던 환이 무언가 찝찝한 느낌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액정을 터치하자 부재중이 어마어마하게 찍힌 잠금 화면이 자신을 반겼다.

 

 ‘부재중 18통?’

 

 이 시간에 자신에게 이렇게 전화 할 사람이 도대체 누구……….

 

 “으악. 매니저 형?”

 

 환이 단말마의 비명을 뱉어냈다. 서둘러 패턴을 해제하자 아니나 다를까 망희의 휴대폰 번호가 무시무시하게 찍혀있었다. 3분에서 5분단위로 계속해서 찍혀있는 망희의 번호를 확인한 환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난 이제 죽었다.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했던 망희와의 통화가 이제야 생각난 환이 자신의 속도모르고 태평하게 잠든 은재에게 레이저 빔을 쏘았다.

 

 망할 이 은재. 저 여자의 마수에 넘어간 내가 등신이지. 등신이야.

 

 그 때, 다시금 환의 휴대전화가 진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환이 얼른 발신자를 확인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신자는 봉 망희였다.

 

 “어…, 형.”

 

 “이, 이, 이…! 이 개자식아! 너 지금 어디야? 엉? 어디냐고! 내가 확 잡으러 갈 테니까. 빨리 불어 이 자식아.”

 

 예상대로 화가 잔뜩 난 망희가 휴대폰을 부술 기세로 씩씩 거렸다. 환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변명을 준비했다.

 

 “어, 그러니까 형. 하하하…,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이―.”

 

 “입 닥치고, 어디냐고 했다.”

 

 “휴. 신사역 근처 일본식 선술집이야. 혹시나 말하는데 절대 여기 도착해서 놀라지….”

 

 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망희가 전화를 냅다 끊어버렸다. 환은 5분 안으로 도착 할 망희를 기다리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망희를 기다리던 환이 뾰족한 수를 생각해내기도 전에, 드르륵 문이 열리며 그가 들이닥쳤다.

 

 “이 자식아. 너, 너 진짜! 어휴. 복장 터져 이 새끼야. 어떻게 된 거야?”

 

 단숨에 환을 발견하고 거침없이 달려 온 망희가 다짜고짜 환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 말했다. 환은 그런 망희에게 고스란히 정수리를 내어주곤 앞을 가리 켰다.

 

 “우 씨. 다 이 여자 때문이라고!”

 

 환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망희의 시선이 옮겨져 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한 창 꿈나라 여행 중인 은재가 흘러내리는 침을 씁! 하고 삼키며 엎어져 있었다.

 

 “이, 이, 이 분이 여기 어쩐 일로…?”

 

 당황한 망희가 은재와 환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테이블 위로 나뒹구는 소주병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도 모르겠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형, 나도 이제 슬 취할 것 같아. 계산 좀 부탁해, 그리고 우리 집으로 가자.”

 

 은재를 이기고자했던 의지 하나로 버텨내던 환이 움푹 들어간 눈을 비비며 망희에게 기대왔다. 그런 환과 깊이 잠든 은재를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던 망희가 자신의 이마를 탁하고 치며 한숨을 푸쉬쉬 내쉬었다.

 

 

 

 

 

 * * * *

 

 

 “으으…. 머리 아파. 무, 무울.”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은재가 떠지지 않는 눈으로 머리맡을 더듬거렸다. 시원하게 얼려진 페트병이 손에 닿았다. 은재는 단숨에 뚜껑을 따고 콸콸콸 얼음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 시원해.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500ml짜리 생수병을 1분도 안 되어 다 비워낸 은재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오늘따라 보송보송한 이불의 촉감이 유난히도 좋아 침대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은재가, 갑자기 오싹한 기분에 벌떡 일어났다.

 

 “내 침대는 킹사이즈가 아닌데….”

 

 아직도 졸린 기운이 남아있어 반쯤만 떴던 눈을 손가락을 이용해 억지로 벌린 은재가 자신이 있는 방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화이트 톤의 벽지, 베이지 색 매트리스와 이불…, 대리석 바닥?”

 

 반쯤 열린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살짝 흩날렸다. 은재가 홀린 듯이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깔끔히 가꾸어진 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와’ 하고 감탄을 하던 은재가 다시금 침대위로 돌아왔다.

 

 “아무리 봐도 화정 오피스텔 1202호 우리 집은 아닌데, 내가 왜 여기 와 있는 거지. 마지막은 분명 김 환이랑 술을 마셨었는데……. 그래 김 환씨랑 술을 마셨……, 아아악!”

 

 은재가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필름을 떠올렸다. 쨍­하고 부딪히던 술잔과 자신만만해하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로 더 이상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은재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빼꼼하니 열었다.

 

 때 마침 샤워를 끝내고 나오던 욱과 은재의 눈이 딱 하고 마주쳤다.

 

 “어, 일어나셨어요? 은재 씨.”

 

 은재가 욱의 갑작스런 출현에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그리고 닫힌 방문에 기대어 주르르 미끄러져 앉았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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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블루 17-08-23 22:51
 
제목에 속았어.... 내가 기대한 건 은재의 오해 따위가 아닌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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