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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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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3. 조우 (4)
작성일 : 17-07-23 14:08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5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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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우 (4)

 

 에스더를 따라 들어간 성당은 아름다웠다. 수많은 촛불이 실내를 밝히고 있다.

 불빛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실내를 비춘다. 영롱한 색채가 뭉쳐진다. 하늘이 붉어진 이후 이렇게 아름답고 밝은 빛을 본 적이 없다. 성당에 들어오기까지 수없이 많았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빛에 홀린 연규가 성당 중앙으로 움직였다.

 "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에스더가 그 기분을 아는지 동조해왔다.

 "이쁘죠? 제가 이곳을 거점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해요."

 연규는 에스더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부터 드는 많은 의문 중 하나를 풀어놨다.

 "네가 정했다고? 이들의 리더가 본인이란 말이야?"

 이들에게 느껴지는 위화감. 이곳에서 소녀를 제외한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무언가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에스더가 빙긋 웃고는 장의자 한곳을 가리켰다.

 "여기 앉으세요. 다리 먼저 봐요."

 말을 끝으로 내벽에 붙어 있는 서랍장으로 향한다. 연규는 에스더가 가리킨 장의자에 앉았다. 엘런이 연규의 머리 위를 벗어나 무릎 위에서 몸을 말아 웅크린다. 묵직했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소녀를 기다리는 동안 실내를 둘러봤다. 내부는 기존에 연규가 그리던 성당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 안쪽에 제단이 있는 것까지는 그대로였다.

 줄지어 있어야 할 장의자는 어디로 갔는지 몇 개 보이지 않았다. 몇 개 없는 장의자도 입구에 바리케이드 형식으로 쌓여 있다. 훤해진 중앙에 화톳불이 피워져 있고, 구석구석 양초들이 가득하다.

 화톳불 주변으로 간이침대 4개가 있다. 말 없는 남자가 어디선가 간이침대 하나를 들고 와 설치한다. 그가 설치하는 간이침대가 앞으로 자신이 잘 곳이라 짐작했다. 말 없는 여성과 카터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말 없는 남성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 농아인들과 소녀 한 명으로 구성된 곳인가. 그렇다면 자리 잡기 좋은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녀 한 명이 정보를 안다면 얼마나 알까. 물론 카터의 전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긴 하다. 괴물 같은 변이체가 판치는 세상에서 높은 전투 능력은 최고의 가치니까. 그리고 귀여운 소녀가 있다는 것도.

 연규가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에스더가 구급상자를 들고 온다.

 에스더가 연규의 왼발을 작은 나무 상자에 올린다. 피가 흥건한 거즈를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너덜너덜한 왼발이 어느 정도 아물어 있다. 하늘이 붉어진 이후 이유 없이 곧잘 낫는 몸뚱이다. 자고 일어나면 순식간에 아물어 있던 몸인데 이번엔 회복이 더디다.

 소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영구! 능력자예요? 아니, 그보다 스칼렛쿼츠 가지고 있어요?"

 연규는 에스더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소리야. 나 사람을 처음 만나봐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눈치챈 거 아니었어? 아까 이벤트 호라이즌이라고 했나? 그것 먼저 말해봐."

 연규가 재촉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괴물 캥거루, 붉은 유리 조각, 알 수 없는 회복력, 순간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세상, 붉은 하늘… 이 세상은 연규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로 변했다.

 에스더가 과산화수소수로 상처를 소독하며 말했다.

 "이벤트 호라이즌이라… 사전적인 의미가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니잖아요? 생존자들은 이벤트 호라이즌의 사상적인 의미를 가져다 쓰고 있어요. 블랙홀이 빛조차 빨아드려 아무도 알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지금 지구가 그래요. 갑작스럽게 운석이 떨어진 날. 그 날 이후 모든 게 변했어요. 사람이 변이체로 변하고, 이성을 가진 몇몇 사람은 물리법칙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식의 능력을 사용하고. 그래서, 운석이 떨어진 그 날을 이벤트 호라이즌이라 불러요. 얍!"

 어느새 소독을 마친 에스더가 깨끗한 거즈로 왼발을 감싸고 꾹 조였다. 악! 예민한 상처에 압력이 느껴져 얕은 비명이 나왔다.

 에스더가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맞은편 장의자에 앉는다.

 "상처 소독은 다 끝났어요. 다른 건요?"

 상처의 통증 때문인지, 이해가 안 돼서인지 연규는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운석이 떨어지는 걸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NASA는 뭐 하고 있었는데?"

 "그걸 저에게 묻는다고 제가 알 방법이 없잖아요. 그들도 죽어서 이미 시체도 없을 텐데. 그저 붉은 하늘이라도 보며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아무리 시험 기간이라 공부 말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해도 말이 안 된다. 운석이라는 게 갑자기 나타나서 지구를 덮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소녀가 이어 말했다.

 "수천만 개의 운석이 대기권에 연소하지 않고 떨어지면서 모든 일이 시작됐어요. 혹시 휴대폰 가지고 있어요?"

 "아니. 내가 있던 집은 운석에 노출돼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어."

 소녀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오! 용케 살았네요?"

 죽길 바랐다는 말투에 짜증이 끓어올랐지만, 정보가 아쉬운 건 연규다. 표정이 일그러지자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농담이에요. 휴대폰이 없다니 조금 아쉽네요. 뭐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고물이 되었을 게 뻔하지만."

 "고물이 되다니 무슨 소리야?"

 "음… 간단한 질문 하나 해볼까요? 지금 이곳.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주, 리버풀에는 운석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어요. 동의하시나요?"

 이곳에서 봤던 도시 풍경을 그렸다.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자잘한 크기의 크레이터만 보였다. 그런데도 폐허 도시임은 다를 게 없지만.

 연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양초만 가득할까요?"

 "글쎄… 운석 때문에 전기가 끊겨서?"

 "비슷해요. 운석이 떨어지고 모든 전기가 차단됐어요. 정확히는 운석이 내뿜는 자기장이 전파를 분해한다고 해요. 이제는 전기가 없던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하면 편하죠."

 연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자기기를 못 쓰는데 그렇게 생각한다고 편해질까.

 에스더의 말 따라 이벤트 호라이즌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지만, 수긍했다. 혼자 움직였어도 그동안 봐 왔던 걸 조합해보면 그런가 싶기도 하다. 밤만 되면 달빛 별빛 말고는 빛을 찾을 수 없었다. 초승달이나 그믐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아예 움직일 수가 없다. 완벽한 어둠은 위험하다. 공간 감각을 상실시키기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다 이어지는 에스더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잔뜩 긴장하며 듣고 있는데 눈앞에 시커먼 물체가 불쑥 나타났다.

 "으아아악!!!"

 연규가 기겁하며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기다란 장의자가 통째로 넘어간다. 웅크리던 엘런이 깜짝 놀라 날아오른다. 그대로 바닥에 뒤통수를 찧는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별이 나타났다.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불쑥 나타난 물체를 봤다. 유리잔이다. 검은색 액체와 작은 기포가 섞여 있다. 유리잔을 들고 있는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리니 어느새 나타난 장신의 카터가 보인다.

 "아… 카터!! 놀랐잖아요!"

 연규가 소리치자 무안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뒤통수를 문대며 일어선 연규가 넘어진 장의자를 일으켜 세워 앉았다. 그리고 카터의 손에 든 검은색 액체를 빼앗듯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미지근한 탄산이 느껴진다.

 콜라다. 미지근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탄산이라 그런지 달았다. 눈을 감고 탄산의 여운을 감미했다. 사소한 행복은 금방 표정에 드러났다. 늘어난 입꼬리를 눈치채고 멋쩍게 에스더를 봤다.

 소녀는 연규가 웃겼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크게 들썩인다. 그 모습에 심술 난 연규가 말했다.

 "어이, 그만 웃고 마저 말해봐."

 얼마나 웃음을 참은 건지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있다. 에스더는 헛기침을 몇 차례 하더니 말을 이었다.

 "험. 험. 제가 어디까지 말했었죠?"

 "제일 중요한 거?"

 "아! 인류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죠. 사실상 떨어진 운석에 맞아 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방사능. 운석이 내뿜는 방사능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피폭이라고 하나요? 그리고 그 방사능에 적응해 살아남은 사람이 저희죠."

 연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확실한 정보야? 보통 피폭은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적응했다고 느껴지지도 않고."

 "이건 저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걸요? 확실해요. 그리고 영구는 꿈을 꾼 것 같은데, 이벤트 호라이즌 당일 기절하지 않았나요?"

 에스더의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했다. 체육관 지하창고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을 잃었으니 기절한 거겠지.

 "어… 응. 어떻게 알았어?"

 "능력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운석이 내뿜는 방사능에 노출되면 기절하거든요. 적응기라는 거죠. 연규는 적응기에 하룻밤만 잤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말문이 막혔다. 얼마나 기절해 있던지 알지 못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고, 계절이 바뀌진 않았으니 그리 오래된 거 같진 않다. 깨어났을 때 엄청나게 허기졌다는 것 말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는데… 에스더는 어떻게 그런 걸 안 거야?"

 "이걸 설명하려면 제 능력을 말해야 하네요. 아! 저야 영구가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라 터놓는다만 다른 능력자들이 모든 진실을 말할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소녀가 한쪽 눈을 깜빡인다.

 "뭐, 뭐야? 그거 진심이었어?"

 에스더는 아리송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을 피했다.

 "저는 시체에서 드물게 만들어지는 스칼렛쿼츠로 능력을 써요. 시체의 기억을 공유받고, 살려내죠. 그렇게 살아난 사람들의 기억을 종합해 보니 능력자는 모두 이벤트 호라이즌 당일 기절한 거로 판단 돼요. 저 역시 기절했고요."

 에스더의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머리에서 지끈거림이 느껴진다.

 "자… 잠깐. 사람을 살려낸다고?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걸 나 보러 믿으라고?"

 멍하니 앉아있다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연규가 재미있는지 묘한 웃음을 흘린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게 제 능력이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실 수 있겠죠. 꿈꾸신 적 있죠? 꿈은 능력을 알려줘요."

 "꿈? 계속 꿈 타령하는데, 내 앞에서 그 개 같은 꿈 얘기 좀 하지 마! 엿 같은 악몽이니까. 그리고 내 꿈에 능력 같은 건 없었어!"

 악몽을 들춰내는 에스더에게 짜증이 났다. 소녀는 그런 연규에게 되레 소리쳤다.

 "어쩔 수 없어요! 능력을 말하려면 꿈을 말해야 해요. 제가 당신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죠. 확실한 건 능력자들은 모두 지옥 같은 악몽을 꾸고, 능력이 바탕 돼 꿈에 나타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일반인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거죠!"

 "뭐!?"

 자신만 꾼 악몽이 아니란 말인가?

 미안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미 넘치는 배려를 받고 있는데 거기다 감정을 못 이겨 성을 내고 말았으니.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뉘우친다.

 "그리고 능력에 쓸모 있고 없고는 없어요. 능력자는 소수고, 생존자들이 강력한 변이체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쓸모없는 능력이라도 개발해야 하니까!"

 순간 머리를 쪼갤 듯 지끈거림이 느껴졌다. 믿기 힘든 말을 갑작스럽게 많이 들어서일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오늘은 이만하죠. 내일 다시 얘기해요. 저기 두 번째 간이침대를 사용하시면 돼요."

 에스더가 새로 설치된 간이침대를 가리킨다. 연규는 아직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화톳불로 향한 에스더를 보고 맘을 접었다. 두통이 심해졌기도 하고.

 어느새 간이침대에 누워 침낭을 뒤집어쓴 에스더가 말했다.

 "영구, 어서 자요. 내일도 알려줄 게 많아요."

 연규가 간이침대로 향하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내 이름은 연규라고…."

 "리버풀에서 편안한 첫날 밤이 되길 바라요. 잘 자요, 영구."

 말을 끝으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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