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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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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3. 조우
작성일 : 17-07-10 21:33     조회 : 61     추천 : 1     분량 : 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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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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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우

 

 영화관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연규의 얼굴에 그림자가 가득했다.

 햄 통조림 5개. 이것이 5층을 모두 뒤져서 찾아낸 전부였다. 하나의 통조림을 까 로비 의자에 앉았다. 통조림 뚜껑으로 스푼을 만들어 퍼먹는다. 입안에 짠맛이 맴돈다. 미쳐버린 세상이 무릉도원인 마냥 행복하다.

 행복의 여운을 몇 초 느끼기도 전에 4개밖에 안 남은 통조림이 보인다. 더플백 속에 잔뜩 들어있는 맛없는 버섯은 말할 것도 없다.

 "하아…."

 사람을 만나지 못한지 어언 한 달. 요즘 들어 습관적으로 터져 나오는 한숨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영문 모를 상황에 갇혀 빠져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입가에 남은 짠맛을 혀로 훔치고 일어섰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살아날 구멍을 찾아봐야 한다. 그때 연규의 눈에 프라이펜이 들어왔다. 음식 생각에 눈이 멀어 들어오지 않았던 프라이펜.

 문득 괴물 캥거루를 언제 또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연규는 무기로 쓸만한 것이 있는지 주방을 돌아봤다.

 연규의 마음에 쏙 드는 칼은 금방 찾았다. 무식하게 큰 클리버 나이프다. 직사각형의 손도끼를 닮은 칼로, 주로 요리 재료의 뼈를 자를 때 사용한다. 연규가 클리버 나이프를 쥐어본다. 손에 쫙 감기는 느낌에 안정감을 준다.

 도마에 올려진 썩은 고깃덩이 하나를 내리쳐 봤다.

 -쿵.

 아무리 썩은 고깃덩이라지만 가볍게 휘두른 손짓에 두 동강 난다. 클리버 나이프의 주인이 얼마나 아끼던 물건이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날이 날카로운 만큼 보관하기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조심해서 다룬다면 충분히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클리버 나이프를 오른손에 꽉 쥐고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쇼핑몰 1층에 나타난 연규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를 시원하게 잘라내서 그런지 인물이 훤해 보인다. 1층에 있던 미용실에서 미용가위를 찾아 잘라낸 것이다. 서툰 실력으로 혼자 머리를 자르다 보니 손가락에 반창고가 가득하다.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통조림을 잔뜩 구한 소득도 있었다.

 거기다 더플백에 매달린 클리버 나이프는 든든해 보인다. 역시 마트에서 구한 케이블타이를 엮어 매달기 편하게 만들어 놨다.

 "아자! 아자!!"

 쇼핑몰 입구에 선 연규가 기합을 넣는다. 더플백이 무거워졌어도 연규의 걸음은 거침없다. 가득한 먹거리와 생존에 도움 될만한 물건들로 표정이 밝았다.

 연규는 바지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에서 우측으로 110도 정도 꺾는다. 동남동쪽을 바라보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대로 가다 보면 블랙타운, 파라마타 그리고 시드니가 나올 것이다.

 펜리스 보다 더 큰 도시라면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이곳은 거대한 운석에 생존자가 없다고 처도 다른 도시는 이렇게 거대한 운석에 피해를 봤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괴물 캥거루도 캥거루지만, 첫날 보았던 두 사내는 연규에게 생존자는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연규는 한참 동안 거닐었다. 서두를 건 없다. 식량은 많았고, 방향을 동남동쪽으로 잡은 이상 도시가 쭉 이어진다. 그렇게 고요한 폐허 도시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곧 해가 질 시간이 다가와 늘어진 빈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는데 생소한 모습이 보인다.

 연규가 황급히 담벼락에 몸을 숨겼다.

 "뭐지? 사람?"

 담벼락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그것을 본다.

 그것은 사람이라고 부르기에 뭔가 불안정해 보였다.

 멀찍이서 봐도 확연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토록 찾아다닌 생존자가 눈앞에 있어 반가울 법도 한데 위화감이 먼저 든다. 그는 혼자였다. 아무리 봄이 찾아왔다고 하지만, 저녁 날씨는 가혹할 정도로 춥다. 그런데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어슬렁거린다.

 멀리서 봐서 그런지 정확한 모습이 식별되지 않았다. 연규는 무너진 담벼락을 통해 조금씩 다가갔다.

 그것과의 거리는 100m 남짓. 이제는 확연히 보인다. 놀라운 건 상대는 여성이었다. 멀리서 봤던 데로 다 찢어진 옷을 걸치고 있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둥근 곡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함. 아랫도리가 묵직해진다. 여인이 찢어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훔쳐본다. 배덕감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위화감에 선뜻 다가가질 못했다.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저리 휘청거리는 걸까? 뽀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잔뜩 충혈된 새빨간 안구. 침을 질질 흘리며 위태롭게 움직이지만 넘어지지 않는다.

 저것을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장 눈앞에 출렁이는 속살만 보고 묵직해졌던 아랫도리가 금세 식어버렸다.

 좀비. 침을 흘리고 휘청거리며 제자리를 서성이는 모습. 그런데 영화에서 보던 좀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새하얀 피부, 손상이 없는 신체. 멀리서 언뜻 봐서는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

 정말 좀비일까? 생소한 좀비의 모습에 넋 놓고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좀비와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걸 깨달았다. 위태롭게 휘청거리며 조금씩 연규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어 보인다. 조심스레 뒷걸음쳤다.

 -콰직.

 "으헉!!"

 오른발이 쑥 들어간다. 평지를 걷다 계단을 잘 못 디뎌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나온다. 나무판자에 가려진 작은 구덩이에 발이 빠진 것이다. 그리고 담벼락 너머에 좀비의 시선이 느껴진다.

 "키에에엑!!"

 흉내 내기도 힘든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저것이 정녕 사람의 입으로 낼 수 있는 소리란 말인가. 아무리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술 취한 사람처럼 달려들면 두렵다. 담벼락 너머 좀비의 상체가 춤을 춘다.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좀비의 아름다운 미모가 감탄스럽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실제로 펼쳐졌다. 공포가 다가온다.

 마음이 급해지니 쉽게 빠질 발이 빠지지 않는다. 어느새 지척에 다다른 좀비가 연규를 덮쳤다. 연규가 급히 몸을 숙였다. 매고 있던 더플백이 들썩인다. 좀비가 더플백에 돌진한 것이다. 충돌로 몸이 휘청인다. 덕분에 구덩이에서 발이 빠져나오긴 했지만 욱신거렸다.

 연규는 더플백에 달린 클리버 나이프를 빼 들고 더플백을 내던졌다. 현재 상황에 무거운 더플백은 짐이다. 더플백에 튕기고도 조금 더 나아가던 좀비가 뒤돌아 소리친다.

 "캬아악!!"

 좀비의 이쁘장한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쩜 이렇게 영화에서 보던 것과 같은 패턴인지. 보는 연규가 다 속상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맞닥뜨리는 좀비의 포스는 강렬했다. 좀비가 달려온다. 긴장감이 느껴진다. 문득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술 취한 사람마냥 상체를 비틀거리면서도 잘도 달린다.

 당혹스러운 건 상체를 비틀거리니 어디까지 몸을 틀어야 공격에서 벗어 날 수 있는가였다. 살며시 자세를 낮추어 몸을 날릴 준비를 했다. 좀비가 지척에 다가들자 움츠린 몸을 펼쳐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점프하는 순간 욱신거리는 오른발에 힘이 풀려 제대로 된 점프를 할 수 없었다.

 왼쪽 넙다리에 거센 손아귀가 느껴진다. 발이 뽑히는 것만 같다. 가냘픈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력. 연규가 버둥거린다.

 "으악! 꺼져!! 꺼지라고!!!"

 욱신거리는 오른발로 좀비를 내리친다. 강철을 차는 것 같다. 뒤꿈치로 내리쳐도 꿈쩍을 안 한다. 좀비는 붙잡은 연규를 놓치지 않았다. 한 손으로만 넙다리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오른발의 공격을 막아낸다. 아니, 그것은 막아낸다고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남은 팔로 거슬리는 연규의 오른발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니까.

 울컥 눈물이 난다. 왜 영화에서 좀비를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다.

 왼발에 압력이 느껴진다. 좀비가 물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질긴 워커가 좀비의 구강운동을 잠시 막아주고 있지만, 금세 너덜너덜해지는 게 불안하다.

 부랴부랴 손에 든 클리버 나이프를 내리찍었다. 사람의 형태를 지녔다고 해도 이 이상은 위험하다. 이미 살인의 경험도 있다. 이쁘장한 좀비를 죽인다는 게 약간 맘에 들진 않았지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하지만, 연규의 수고는 오른발을 견제하는 좀비의 손에 막혔다. 분명 막힌 것이다. 좀비의 손바닥을 반쯤 파고들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무엇이든 썰어 버릴 것 같던 클리버 나이프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아아…."

 넋 놓고 좀비의 내구성에 감탄한다. 믿었던 클리버 나이프가 제힘을 못 쓰자 몸에 힘이 빠진다. 이제 좀비에게 물려 감염되는 걸까? 붙잡힌 왼발에 통증이 느껴진다. 넓적다리에 좀비의 손가락이 파고든다.

 "크아아악!!"

 근섬유 하나하나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퍼억.

 좀비의 머리통이 꺾인다.

 어느새 나타난 사내가 쇠지레로 좀비 여인의 머리통을 으깬다. 좀비의 머리가 함몰되어 더이상 움직이지 못할 법도 한데 하염없이 내리친다. 강철같던 좀비의 살점이 튀어 오른다. 육편 하나가 연규의 얼굴에 튀었다.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던 연규는 얼굴에 묻은 고깃덩어리를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내는 좀비의 머리통을 완전히 곤죽을 만들어 놓고 나서야 쇠지레를 휘두르던 손길을 멈췄다. 좀비가 움직이지 못하는 걸 확인하고서야 연규를 돌아본다.

 쇠지레에 끈적한 피가 덩어리져 떨어진다. 무표정한 사내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잔인함에 몸서리가 친다. 눈앞에서 사람의 형태를 띠는 것을 으깨 놓는 자다. 언제 자신에게 쇠지레를 휘두를지 몰랐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구덩이에 빠지며 욱신거리는 오른발. 좀비가 만들어낸 상처로 가득한 왼발.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연규가 질린 기색으로 사내의 처분을 기다렸다.

 사내의 시선이 연규의 하체로 향한다. 서서히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왼발을 만진다. 통증 때문인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 사내가 좀비가 맛본 너덜너덜한 워커를 벗겼다.

 "크아악!!"

 까무러칠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늑하다. 비명을 있는 힘껏 내지르며 발을 봤다. 피떡이 되어있다. 그제야 걱정이 앞선다. 좀비에게 물려 상처가 생겼으니. 감염은 빠르지 않은지 아직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느낌은 없다.

 무표정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좀비에게 물렸으니 이제 자신도 죽이려나. 기껏 만난 사람이 좀비와 살인마라니.

 사내가 메고 있던 작은 배낭을 내려놓고 뒤적거린다. 다 잡은 사냥감을 어떤 장비로 요리할지 고르는 건가. 사람이 공포에 질려 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심장이 조여온다.

 연규의 예상과 다르게 사내가 배낭에서 꺼낸 것은 구급상자였다. 사내는 구급상자에서 과산화수소수를 꺼내 너덜너덜한 발에 들이부었다. 보글보글. 피떡이 된 왼발에 거품이 끓어오른다. 의외의 행동에 당황도 잠시. 따끔한 통증이 느껴진다.

 "크으…."

 통증에 힘겨워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무표정으로 묵묵히 자신을 치료하는 사내. 이 사람은 누구길래 자신을 도와준 것일까? 보통 좀비에게 물리면 되돌아갈 방법이 없지 않나?

 사내가 붉은색 아이오딘 용액을 붓고 거즈를 감았다. 위험에서 도와주고 치료까지 해준 사람. 연규가 감사를 전했다.

 "고… 맙습니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목소리가 떨린다.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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