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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식탐-2
작성일 : 17-07-22 12:56     조회 : 296     추천 : 5     분량 : 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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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들 오십시오.”

 큰 연회장 같은 장소의 문을 열자 호제와 왕실의 병사들이 긴 테이블에 앉아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무색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여왕의 병사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술은 거부한 채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의 유혹에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안내해드리거라.”

 집사는 문 근처에 서 있던 하인들에게 작고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고, 하인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세 사람을 안내했다.

 “차린 건 별거 없지만 저희 궁정 요리사가 솜씨를 한껏 발휘한 음식이니 천천히 맛보시기 바랍니다.”

 호제는 자신의 좌우 자리에 이스와 에이피를 각각 앉히고 음식을 권했다. 슬눈은 어쩔 수 없이 둘과 떨어져 테이블의 끝에 자리를 잡고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배가 꽤 부른 두 사람이었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어 조금씩 음식을 먹었다. 성주의 식탁답게 음식은 최고급 재료로 만든 게 분명한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고, 술도 훌륭하게 숙성되어 달콤함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내일이면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아쉽군요. 미식하면 호제! 호제하면 미식! 아직 대접해드리고 싶은 음식이 많은데요.”

 “저희도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은근히 더 머물기를 바라는 호제의 말을 이스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거절했다.

 ‘확실히 공주님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거 같은데.’

 에이피는 직감적으로 숨은 의도를 느꼈다. 하지만 호제는 여왕 선발식이나, 이스의 행보 같은 것은 전혀 묻지 않고 그저 음식과 자신의 도시 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제가 이 성의 상인들에게 말했죠, 식재료의 품질로 사기를 치는 놈들은 내 성에 공 벌레 더듬이 하나 못 넘어올 줄 알아라! 그러자마자 악덕 상인 놈들의 갑질이 딱 없어졌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식적으로 웃는 이스의 표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호제는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앉아서 기다리던 병사들도 지치고 슬눈은 아예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며 조는 상황까지 이르러서야 호제는 주위를 살피고는 말을 마무리했다.

 “아, 제가 말이 너무 많았군요. 하하. 오랜만의 손님분들이라 제가 신이 나서 그만.”

 “괜찮습니다. 워낙 멋진 성이니 자랑하실 만 하지요.”

 “과찬이십니다. 허허, 어이구 어린아이에겐 너무 피곤한 밤이었나 보군요”

 슬눈은 졸다 못해 아예 머리를 식탁에 박고 자고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지라 이런 늦은 밤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봐라, 저 숙녀분을 방으로 모시거라”

 “예.”

 “풉.”

 당연히 슬눈을 여자아이로 생각하고 대하는 호제의 행동에 에이피는 그만 실소를 참지 못했고, 호제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잠시 쳐다봤다. 집사는 잠든 슬눈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럼, 모두 잠자리로 가시죠. 짐들은 방으로 다 옮겨놨습니다.”

 호제의 말에 모두가 일어나 뒤를 따랐다.

 “딱히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군요.”

 “네. 정말 순수하게 호의를 표현한건지… 의도를 드러내지 않은건지…”

 두 사람은 집사를 따라 긴 복도를 걸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했다.

 “순수한… 호의라.”

 에이피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말하듯 천천히 입에서 말을 되새김질했다. 둘은 바로 옆이지만 각자 다른 객실로 안내됐다.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에이피도요.”

 문을 열어주는 하인들에 따라 이스와 에이피는 방으로 들어갔다. 에이피는 무거운 갑옷을 벗고 창을 침대 바로 옆에 세워둔 뒤 침대에 몸을 실었다. 날도 어두워진 지 꽤 지났고 술도 어느 정도 들어간 상태라 그런지 잠이 빠르게 그를 덮쳤다.

 

 

 

 모두가 잠든 새벽 아까의 연회 방에서 호제가 진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그의 옆에는 집사가 포도주 통을 두 손으로 들고 그의 잔이 빌 때마다 계속 채워주고 있다. 식탁에는 알 수 없는 고기로 만든 경단 같은 것을 여러 개 그릇에 얹어 안주로 먹고 있는 듯 하다.

 “손님분들은 다 주무시러 가셨느냐.”

 “예. 모두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음, 이스 공주님께서도 주무시는가?”

 “아마 이제쯤 곤히 주무실 것 같습니다.”

 “우후후… 좋아, 좋아. 공주님 일행은 편안하게 주무시도록 특별히 신경 쓰도록.”

 “알겠습니다.”

 집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호제는 두꺼운 손으로 경단 하나를 집어 들더니 군침을 삼키며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경단을 질끈 물어뜯으며 와인을 목으로 넘기는 호제의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다음날]

 봄 햇살이 따뜻하게 성을 달구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잠기운을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제의 술자리 때문인지 잠에서 깨어나는 에이피의 표정이 잔뜩 찡그려져 있다.

 “아우우… 머리야.”

 원래의 성에서도 성인식 이후로는 제대로 먹을 일이 없었고, 어제처럼 많이, 오래 먹은 날도 없다보니 숙취가 심한 것 같았다.

 “…아!”

 뭔가 불길한 예감에 머리맡에 두고 잔 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의 적막감에 오싹해진 에이피는 옆방의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공주님! 안에 계십니까!”

 방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에이피는 날개가 파르르 떨리려는 걸 억지로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쿵쿵!

 “이스 공주님!”

 또다시 아무런 응답이 없자 에이피는 문을 억지로 부수기 위해 창을 가지러 돌아가려 뒤를 돈 순간. 음식을 손에 든 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공주님?”

 “뭐해요? 에이피? 날개를 그렇게나 떨어대면서?”

 “아? 어?”

 당황한 에이피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이스는 그를 피해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다.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길래…”

 “식사 가지고 왔어요. 식당에서 먹어도 된다고는 하는데 거기엔 호제님도 식사를 하고 계셔서.”

 이스의 말에 말 안 해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피였다. 에이피는 이스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는 자신도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아 참, 에이피 가는 길에 슬눈도 데리고 가서 뭐 좀 먹이세요.”

 “네, 알겠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이스를 확인한 에이피는 슬눈의 방앞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슬눈. 아직 자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에이피는 다시 문을 두드리려다 뭔지 모를 기분에 문을 열어봤다.

 -스륵

 문은 가볍게 열렸다. 에이피는 고개만 살짝 방안으로 넣었다.

 “슬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안함이 에이피를 다시 휘감았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불길한 흔적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열린 창문, 흐트러진 침대, 잠금이 풀려있는 문까지 이 흔적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이피는 식당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덜컹!

 식당 문을 강하게 밀어젖히고 날아 들어온 에이피는 식당 안의 사람들을 확인했다.

 “허허,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봅니다 에이피님.”

 큰소리에 놀라 포크와 나이프를 놓칠뻔한 호제가 웃으며 에이피에게 말했다. 에이피는 대답 없이 호제의 눈앞까지 바짝 다가가 말했다.

 “슬눈. 보신 적 있으십니까.”

 “슬눈이요? 슬눈이 누구… 아 혹시 그 보석 풍뎅이 족 아가씨 말씀이십니까?”

 “예.”

 호제는 완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에이피에게 말했다.

 “아니요. 식당엔 오지 않으셨습니다.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탕!

 에이피는 식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그럼,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

 호제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예?! 사라져요?”

 호제의 말에 주변에 있던 하인들이 수군거리고 식사를 하던 금군과 병사들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말, 전 모릅니다. 제가 그분을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그 말에 에이피가 흥분하여 달려들려고 한 순간 두 사람의 사이로 집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진정하시지요.”

 집사의 냉정한 표정에 에이피도 뭐라 말하려다 말을 참고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아니요. 아닙니다. 마리일성에서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그러실만도 하지요.”

 호제는 또다시 사람 좋은 미소로 웃으며 에이피의 팔을 쓰다듬었다.

 “성을 구경하시다 길을 잃으셨을 수도 있으니 하인들을 시켜 찾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식사라도 하시죠. 따뜻한 화분 수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호제의 손짓에 집사와 하인들이 일제히 성 곳곳으로 움직였다. 에이피는 한 시종이 가져다준 수프를 받아 들고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하아, 그래 괜히 과민반응일 거야. 괜찮을 거야.’

 에이피는 반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에 빠져 괜히 식탁만 손으로 두드렸다. 잠시 후 집사와 하인들이 식당으로 돌아왔다. 집사는 여전히 표정 없는 모습으로 걸어와 호제에게 귓속말을 했다.

 “음, 그래. 고생했…”

 집사의 말을 들은 호제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모든 장소를 찾아본 게야? 정원까지?”

 “예.”

 “어떻게 된 겁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에이피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어… 음 그것이.”

 호제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말을 더듬었다.

 “허허. 이것 참… 아무래도 성 밖으로 나가 버리신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황당해하는 에이피에게 집사가 호제의 말을 이었다.

 “문지기가 말하길 한밤중에 혼자서 날아가셨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아이는 나는 법을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전 그가 본 것을 전했을 뿐입니다.”

 에이피는 크게 소리쳤지만 집사는 담담하게 그의 말을 받으며 형식적인 대답만 할 뿐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그 문지기를 불러 주십시오! 제가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집사는 에이피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인을 바라봤다. 호제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짓했다.

 “빨리 만나게 해드려라, 그래야 의심도 빨리 거두시지 않겠느냐. 내 병사들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지.”

 호제의 말에 집사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앞장서서 식당을 나섰다. 복도를 지나는 두 사람의 앞에 그릇을 도로 가져다 놓으려던 이스가 나타났다.

 “응? 에이피 어디 가요?”

 “슬눈이 사라졌습니다.”

 “슬눈이요!?”

 놀라는 이스에게 에이피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이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문지기를 만나는 행렬에 따라붙었다.

 “그 날지도 못하는 애가 뭐? 날아가요?”

 이스의 노기 서린 질문에도 집사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두 사람을 문지기의 숙소로 안내했다.

 “여기입니다.”

 집사는 성문 근처의 오두막 같은 나무집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끼익

 문을 살짝 두드리자 원래 열려있었는지 문이 스르르 열렸다.

 “로젤, 안에 있습니까.”

 집사는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방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꺄악!”

 의자에 앉은 로젤이라는 문지기는 온몸이 푸르게 변해 죽어있었다. 마시던 술잔은 바닥을 뒹굴고 입에는 거품이 끓어올라있었다. 독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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