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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결혼비행-3
작성일 : 17-06-25 19:26     조회 : 336     추천 : 11     분량 : 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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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떠나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공주가 고민 끝에 말하자, 수벌들도 입을 열었다.

 “공주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기약도 없으니…”

 “하지만 어디로? 어느 길이 안전할지 알 수가 없잖아.”

 꿀벌 왕국은 6개의 성이 육각형의 꼭짓점마다 위치하고, 그런 여러 육각형이 모여있는 형태의 왕국이다. 왕국의 가장 중앙에 있는 육각형 안에는 보통 성들의 20배가 넘는 크기의 왕성이 있고 그 안에는 왕국의 시작이자 끝, 모두의 어머니라 불리는 벌, 여왕이 살고 있다. 지금 에이피가 있는 성의 위치는 여치 왕국과 국경을 접한 육각형 중 왼쪽 아래의 성으로 왕성과의 사이에는 2개의 성을 거쳐야 한다.

 에이피는 근처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들고 바닥을 칠판 삼아 간단하게 지도를 그리며 설명했다.

 “일단 지금 공주님까지 8명, 4조로 나눠서 한 조는 풍뎅이 왕국 쪽 방향으로, 또 한 조는 여치 왕국 쪽 방향으로 크게 돌아서 왕성으로 향하고 나머지 두 조는 원래 왕성으로 가는 길로 가다 양 갈래 길에서 찢어지자.”

 “하지만 여기서 맨몸으로 도망가기엔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을 마친 수벌의 말에 에이피가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곤 고개를 살짝 들어 무너진 벽의 구멍을 가르키며 말했다.

 “지금 우리 위치는 아이방과 식당방 사이야. 평소라면 입구 쪽을 통해 돌아서 가야 우리 방이 나오지만, 지금이라면 저쪽 벽이 무너져서 빠르게 갈 수 있어.”

 “말은 쉽지만…”

 무너진 벽을 통해 난 길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바람에 흔들거리고 정작 수벌들의 방은 천창이 부서져서 말벌들의 눈에 띄는 순간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없어, 곧 다른 말벌들도 돌아올 거고 그땐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라.”

 에이피는 확신에 찬 눈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에이…씨… 알았어, 가면 될 거 아냐.”

 “야 네가 말했으니까, 먼저 앞장서.”

 섬번은 에이피의 어깨를 밀치며 투덜거렸다.

 “알았어, 다들 조심해서 가자.”

 에이피는 발걸음을 옮기기 전 살짝 뒤를 돌아 공주를 보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공주님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꼭 데리러 오겠습니다.”

 “네, 다들 조심하세요.”

 공주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에이피의 머리에 손을 살짝 얹으며 배웅했고, 섬번을 포함한 수벌들은 선수를 쳐버린 에이피의 행동에 벙찐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저놈이”

 “고수였어, 에이피…”

 모두의 눈총 속에 에이피는 씨익 웃으며 다른 수벌들을 바라본 뒤 부서진 벽으로 향했다. 군데군데 무너진 바닥을 수벌들은 일렬로 조심스레 나아갔다. 잔해 너머 곳곳에는 비명이 섞인듯한 혈흔과 주인을 잃은 무기들이 부서져 있고, 머리 위에서는 말벌들의 날갯짓과 대화 소리가 들렸다.

 “대장-- 아직 --오지 않--나?”

 “그-- 생-- 오래 걸--는데.”

 수벌들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수벌방에 도착했다. 결혼비행으로 아무도 없는 것을 안 것인지, 참가벌들의 방은 상대적으로 온전했지만, 이번 비행에 참가하지 않은 수벌들의 방들은 문이 부서지고,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젠장… 이 녀석들도 전부…”

 “크윽”

 “화내는 건 다음에, 빨리 무기를 챙기자. 이러다가 말벌들한테 걸리면 끝이야.”

 수벌들은 분노를 삼키고 각자의 방으로 가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에이피도 자기 방으로 가서 침대 옆에 세워진 창을 들었다. 원래 벌들은 태어나면서 기본적으로 창을 하사 받는다. 평소에는 전쟁을 하지 않는 수벌이나 일벌들도 받는 이 창을 ‘첫 번째 창’ 이라고 하며 기사급의 벌들이 사용하는 두꺼운 원뿔형의 랜스와는 달리, 손잡이 부분이 절반, 짧은 원뿔형의 창촉과 충격을 완화해주는 완충장치가 창촉과 손잡이를 이어주고 있다.

 에이피는 자신의 창과 서랍의 식량, 약간의 돈이 든 풀잎 주머니를 챙기곤 훈련용 갑옷을 빠르게 착용한 후 방을 떠났다. 다른 수벌들도 속속 물건을 들고 수벌방 중앙으로 모였다. 에이피보다 먼저 짐을 싸서 준비하고 있던 섬번이 어깨에 창을 걸쳐 들고 에이피에게 다가갔다.

 “야”

 “왜?”

 “폼은 네가 다잡았을지 몰라도, 공주님은 내가 모셔간다.”

 섬번의 주위로 섬번의 친구들이 다가섰다. 에이피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듯 그 둘은 창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 꽂았다.

 “…”

 에이피는 말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알았냐고, 왜 대답이 없어.”

 “싫어.”

 “진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말벌들 상대로 제일 가능성 있는 게 누군데?”

 완전 무장한 섬번은 확실히 이곳에 있는 어떤 수벌보다 크고 강했다. 지금 어떤 수벌도 섬번과 결투로는 이길수 없을 것이다.

 “이건 결투가 아니라 호위야.”

 “무슨 말이야?”

 “말벌과 일대일로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네가 공주님을 보호하는 것이 맞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공주님을 왕성까지 안전하게 호위하는 것. 그건 확실히 너보단 내가 뛰어나.”

 “뭐라는 거야 이게!”

 섬번은 에이피의 갑옷을 잡고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공주님 눈에 한번 드니까 네가 눈에 뵈는 게 없지? 한번 여기서 죽어볼래?”

 “야 조용히 해 말벌들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섬번은 자신을 말리는 수벌들의 재촉에도 팔을 풀지 않았다. 그런 섬번의 눈에 에이피의 눈동자가 들어왔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눈빛, 평정심을 잃지 않은 표정이 그의 기분을 또 긁었다.

 “내가 더 빨라.”

 “뭐?”

 “섬번 너보다, 내가 더 빨라.”

 에이피의 말에 섬번은 주먹으로 그를 때렸다.

 -퍽!

 “이런 씨…”

 “야야, 그만!”

 -부우우우웅!

 “꿀벌놈들이다!”

 “모조리 죽여라!”

 부서진 수벌방의 천장 틈으로 말벌들이 날아왔다. 아까부터 성을 배회하던 두 마리의 말벌이 소리를 듣고 날아온 것이다.

 “으아아아! 말벌이다!”

 “도...도망가자!”

 “섬번! 빨리!”

 수벌들은 공포에 질려 제멋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섬번은 에이피를 집어던지고는 친구들과 함께 날아올랐다.

 “그래 한번 그 공주님, 한번 지켜봐라. 살 수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섬번과 수벌들은 좁은 구멍을 통해 하나둘씩 도망갔고, 말벌들은 동료를 부르는 듯 턱으로 큰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작은 수벌의 방이 방해가 되어 당장 덮치진 못하고 있지만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말벌 부대를 만날 것은 자명했다.

 “후우…”

 에이피는 크게 숨을 쉰 뒤 공주가 있던 잔해더미로 향하는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야야 쟤 진짜 돌아갔는데?”

 “여기서 공주를 데리고 도망을 치겠다고?”

 섬번은 패거리들의 말에 살짝 뒤를 쳐다보려다, 괜히 화를 냈다.

 “아 무슨 상관이야! 빨리 나가, 빨리!”

 

 

 

 

 무너지는 통로를 통해 돌아온 에이피의 시야에 공주는 아무 일도 없던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님 떠나시죠, 준비를 마쳤습니다.”

 공주는 눈을 뜨고는 에이피를 따라 일어섰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둘에게 잔해들 사이로 어림잡아도 10명은 되어 보이는 말벌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말벌들의 신호를 듣고 날아온 모양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철컥

 에이피는 갑옷을 벗었다. 공주는 놀라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당황한 공주의 머리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십시오.”

 공주의 머리에 에이피의 투구가 씌워지고, 이어 갑옷도 입혀졌다. 그리곤 주변에 부서진 나무들을 등과 양쪽 팔에 강하게 묶었다.

 “한번 더 실례하겠습니다.”

 -번쩍

 “앗…”

 에이피는 떨리는 팔로 공주를 안아들고 나무 방패와 자신의 몸으로 빈틈없이 감쌌다.

 -부들부들

 “어... 무거우신가요.”

 “아… 아닙니다!”

 “…”

 “…”

 -와르르!

 “이놈들이 다 도망갔다! 대장한테 혼난다!”

 “멍청아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막으라고 했잖아!”

 “나 그런 거 모른다!”

 “어휴…”

 어색한 분위기가 잠깐 흘렀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말벌들의 목소리가 정신을 들게 했다. 아마 다른 수벌들은 잘 도망친 듯했다.

 “저희도 이제 도망가죠. 성벽의 부서진 구멍으로 나가서 조금만 날면 몸을 숨길만한 숲이 있습니다.”

 “네, 가시죠.”

 에이피와 공주는 조용히 성벽 쪽 구멍으로 움직였다.

 -샤샤샥

 “꿀벌 냄새가 난다!”

 “그것도 엄청 진한 냄새… 이건 공주 벌의 냄새다!”

 수벌들을 잡지 못해 마구 물건을 부수던 말벌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 나무 수상하다!”

 “야 가서 확인해봐”

 말벌 중 한 명이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성의 잔해들을 마구잡이로 밟으며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킁킁! 이 나무 밑이다! 꿀벌 냄새 난다!”

 말벌은 창을 높이 들었다.

 “공주님.”

 “네?”

 “꽉 잡으세요.”

 에이피는 공주를 꽉 끌어안고는 나무판자를 말벌에게 집어던졌다.

 “캐행!”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말벌이 버둥거리는 사이 에이피는 쏜살같이 성벽의 틈으로 빠져나갔다.

 “방금 저놈이 안고 있던 벌의 날개... 저건 공주벌이다! 모든 말벌들 저놈을 잡아라!”

 -삐이이익!!

 지켜보던 다른 말벌의 신호가 큰소리로 울려 퍼지자 멀리서 날아오던 말벌들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저놈들을 잡아라!”

 10명이 넘는 말벌들이 에이피를 쫓았다. 에이피는 빠르게 날개를 흔들며 달아났지만 서서히 거리는 좁혀졌다. 몇몇 말벌은 창을 던져 에이피가 들쳐 메고 있던 나무를 부수기도 했다.

 “크윽…”

 “이놈들은 내 거닷!”

 갑옷을 다 벗어던지고 빠른 속도로 날아온 한 말벌이 그들을 앞지르고 창을 내질렀다.

 -파앙!

 큰 소리와 함께 에이피는 남은 하나의 나무판으로 어렵사리 그 창을 막아내고 하늘 위로 튕겨나갔다.

 “커헉!”

 순간적으로 튕겨지며 정신이 날아갈듯한 에이피의 눈에 달려드는 말벌들과, 떨며 자신에게 안겨있는 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끝인가…’

 섬번의 말이 떠올랐다. 에이피는 공주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던, 자신만이 공주를 지킬 수 있다고하던 섬번의 말이. 비참한 심정의 에이피에게 고개를 살짝 든 공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를 놓고 도망가세요.”

 머리를 울린 듯 정신이 들었다. 에이피의 마음에 분노가 느껴졌다. 스스로 공주를 지키겠다고 말했으면서 포기하려 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들었다.

 “제가…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파앙

 에이피는 섬광같이 날개를 움직였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말벌의 턱을 피하고 옆에서 던져진 투창을 메고 있던 창으로 아슬아슬하게 튕겨낸 뒤 주머니에서 식량으로 챙겼던 꿀경단에 침을 뱉아 비벼서 다가오는 말벌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캬아악! 저놈이!”

 몇 번의 날갯짓만 더 하면 숲이다. 에이피는 전속력으로 숲을 향해 날았다. 숲 근처에 온 에이피가 살짝 마음을 놓은 그때, 머리 위에서 독기 서린 눈빛의 말벌이 덮쳐 들었다.

 “공주 냄새나는 꿀벌! 내가 잡았다!”

 ‘이건 못 피하…’

 직감적으로 에이피는 느껴졌다. 직선으로 최고속도로 날아가는 상황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공주님이라도!’

 에이피는 공주라도 살리기 위해 공주를 던지려는 순간,

 “하아…”

 공주는 한숨을 쉬며 에이피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에이피의 머리 위로 날았다.

 “공주님!”

 -빠악

 “키해앵!”

 공주는 한 바퀴돌며 날아가 말벌의 턱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전투교관이 봤다면 최고의 병사라며 박수를 쳤을 깔끔한 발차기였다.

 “공주…님?”

 “뭐해요! 빨리! 숲으로!”

 공주는 경악에 날갯짓을 멈춘 에이피를 잡아당겨 숲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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