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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100개의 다리-5
작성일 : 17-07-11 18:04     조회 : 322     추천 : 6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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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키에에에!!”

 파일러가 괴성을 지르며 에이피에게 바라봤다. 이미 사람의 모습을 잃은 듯한 그의 눈에는 분노만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서서히 몸을 꿈지럭대더니 순간적으로 발사되듯 달려들어 깨물었다.

 -쾅!

 날카로운 이빨들을 창으로 겨우 막아냈지만 묵직한 충격에 창을 쥔 손이 떨렸다. 에이피의 발밑으로 맹독으로 보이는 침이 땅에 떨어지며 돌을 녹여댔다. 억지로 에이피가 창을 휘두르며 파일러를 밀쳐내자 파일러는 시선이 닿는 다음 병사에게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긴 꼬리를 휘두르고 다리들로 찍어누르는 등 덩치를 이용한 무지막지한 공격들이 계속됐다. 이미 전투로 지쳐있던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혼란속에서 마리일은 차분히 자신의 친위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말했다.

 “친위대 여러분, 돌아가죠.”

 “마지막을 확인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확인은 나중에 해요. 파일러가 여러분들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일단 피하죠.”

 파일러가 친위대도 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없는 마리일은 쓰러지는 꿀벌 병사들을 뒤로하고 친위대와 함께 성으로 돌아갔다.

 “끄아악!”

 꿀벌들은 최선을 다해 맞섰지만, 강철 같은 파일러의 다리에 한 병사의 어깨가 꿰뚫렸다. 에이피는 즉시 뛰어가 다리를 끊어내려했지만 단단한 외피에 칼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캬악!”

 파일러는 그대로 벽으로 병사를 집어던지자 이스가 즉시 뛰어들어 병사를 보호하며 벽에 부딪혔다.

 “모두 이쪽으로 모이세요!”

 이스는 큰 소리로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그녀의 외침에 우왕좌왕하던 꿀벌들이 파일러의 얼굴 쪽으로 집결했다. 수십이 넘던 병사들의 수는 열 명 남짓으로 줄어있었다.

 “트레이님, 출구는 어느 쪽이죠?”

 “저쪽 파일러의 뒤쪽인데…”

 트레이의 시선 끝에 무너진 출구가 보였다. 인위적인 흔적으로 천장이 무너져 길이 막혀있었다.

 “아무래도 마리일 공주님이 나가면서 부숴버린거 같습니다.”

 “이 상황에 공주님은 무슨, 그럼 어쩌죠?”

 “일단은…”

 “캬아아!”

 파일러가 모여있는 꿀벌들에게 독니를 내밀며 달려들었다.

 “왔던 길로 도망가죠!”

 “우아아아!”

 “뛰어, 뛰어!”

 꿀벌들은 독니를 피해 빠르게 도망갔다. 들어왔던 길을 거슬러 좁은 길을 달렸다. 파일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엄청난 속도로 벽을 긁으며 쫓아왔다.

 -덜컥

 파일러를 피해 미로 같은 길을 마구 달려가던 그들의 눈에 3구역으로 갈 때는 보이지 않던 문이 벽에서 저절로 열리는 게 보였다.

 “이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문이 벽에 붙어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면 몰랐겠지만 파일러의 격렬한 움직임의 충격으로 저절로 열려버린 것이다.

 “모두, 이쪽으로!”

 이스는 문을 붙잡고 모두를 안쪽으로 인도했다. 안도하는 이스가 뒤돌아 봤을때, 파일러는 벌들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우아아!”

 하나둘 차례대로 안쪽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뛰어오던 에이피가 문을 닫자마자 파일러의 다리가 문짝을 찍었다.

 “안으로! 안으로!”

 날카로운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에이피의 등 쪽을 스쳤다. 조금만 늦었어도 날개가 잘릴뻔했다. 문틈이 너무 좁아 들어오지 못하는 파일러는 괴성을 지르며 문을 부수며 파헤쳐댔다.

 “빨리, 다들 안쪽으로!”

 “어…어… 잠까아안!”

 제일 선두에서 뛰어가던 꿀벌이 눈 앞을 가리는 어둠에 놀라 멈췄지만 뒤에서 쫓아오던 다른 사람들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부딪혔고, 모두 가파른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졌다.

 “으악!”

 “공주님!”

 -쿠당탕

 상당히 가파른 경사에서 빠른 속도로 굴러 떨어진 꿀벌들의 앞에 꽤 큰 방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여긴 어디죠?”

 주위를 둘러보는 이스의 눈에 수많은 철창이 보였다. 오래되고 낡은 철창은 녹이 슬어 벗겨지고, 어디선가 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여긴 감옥인 거 같군요.”

 대답하는 에이피를 앞장세워 꿀벌들은 경계하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거기 누구세요?”

 조그마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스릉

 “누구냐! 모습을 보여라!”

 트레이는 즉시 칼을 뽑아 들어 내밀며 말했다.

 “알았어요! 혼내지 마세요.”

 작은 목소리가 떨리며 점점 다가왔다.

 “너는…”

 어둠에서 한 아이가 걸어왔다. 초록색과 빨간색 보석을 가루내서 피부에 뿌린 것처럼 온몸이 반짝이는 키 작은 아이는 눈동자는 물방울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팔다리엔 상처가 곳곳에 있고 겁을 많이 먹은 듯 목소리가 떨렸다.

 “죄송해요.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아니야, 미안해. 많이 놀랐니? 이름이 뭐야?”

 이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전 슬눈이라고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누구시죠?”

 “우린 센티피드를 해치우러 온 왕국의 병사들이란다. 여기 너밖에 없니?”

 “아니요. 동생들이 많이 있어요.”

 “동생들이 있는 곳으로 우릴 안내해주겠니?”

 “으음…”

 아이는 꿀벌들을 경계하듯 쳐다봤다. 에이피는 슬눈의 시선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아이는 흠칫 놀랄 뿐이었다.

 “걱정마렴, 난 공주고 이분은 이성의 경비대장님이셔, 어… 너희를 구하러 왔단다.”

 “음.”

 시무룩한 표정의 에이피를 무시한 채, 트레이는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아이에게 웃었고, 이스는 온화한 미소로 아이를 안심시켰다.

 “알았어요. 따라오세요.”

 슬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안내했다. 아이의 뒤를 따라 감옥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점점 퍼졌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감옥 안에는 슬눈과 같은 보석 풍뎅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길앞잡이 아이들, 비단족 아이들까지 수십여명은 있었다.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요.”

 “모은 아이들의 종족을 보니 아마…”

 보석 풍뎅이족, 길앞잡이족, 비단족은 공통적으로 피부가 빛나는데, 보석처럼 반짝이는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종족으로 그 아름다움 때문에 납치나 유괴를 통한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너무하군요.”

 “공주님이 이런 일을…”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트레이와 병사들은 특히나 큰 충격을 받은듯했다. 믿고 따르던 주인이 범죄조직의 숨은 대장이라는 당혹감이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았다.

 “그런데 넌 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거지?”

 에이피는 슬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아요. 오래 있기도 했고요. 제가 똑바로 일하면 여기 아이들을 때린다던가 하진 않겠다고 했어요.”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말했다. 말하자면 죄수들의 대장 같은 역할로 뽑아놓고 이용했다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여기였어요. 매일마다 아이들이 이곳으로 계속 잡혀 왔고, 어느 정도 자라면 다들 끌려서 사라졌어요. 동생들이 끌려갈 때 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슬눈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났다. 구슬픈 목소리의 아이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가 구해줄게.”

 아이를 안아주던 이스는 고개를 돌려 에이피를 불러 감옥문을 손짓으로 가르켰다. 에이피는 짧게 대답하곤 문으로 다가가 철문을 위로 들었다. 단순한 구조의 경첩은 녹이 떨어지며 손쉽게 빠졌다.

 “우와!”

 슬눈은 단숨에 문 열린 방으로 뛰어가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일어나! 기사님들이 오셨어!”

 “으응?”

 기절한 듯 쓰러져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병사들을 바라봤다. 이 아이들도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어어… 진짜네!”

 “살았다!”

 그런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환호성 속에 한 병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트레이에게 말했다.

 “괜찮을까요?”

 “힘들긴 하겠지만, 여기에 내버려 둘 순 없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만…”

 트레이의 생각에도 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파일러의 공격을 피하면서 모두를 지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구한다.”

 트레이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피도 옆에서 아이들을 세어보며 말했다.

 “30명은 되겠군요.”

 “입구는 파일러놈이 지키고 있을테고, 이 많은 애들을 어떻게 데리고 나간다…”

 이스는 에이피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했다.

 “나가는 길은 알아요.”

 슬눈이 고민하는 이스에게 말했다.

 “나가는 길이 있어?

 “네, 다른 구역으로 가는 땅굴이 파여있어요.”

 “정말?”

 “근데 좀 좁아요. 저희만 지나다녔거든요.”

 슬눈이 안내한 땅굴은 확실히 아이들이 지나갈 정도의 크기였지만 애초에 풍뎅이족 아이들의 덩치가 다른 종족보다 빨리 커져 큰 편이다 보니 꿀벌들도 기어서 움직이면 충분히 지나갈 만해 보였다.

 “괜찮을까?”

 “기어서 가면 저희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굴 어디로 통해있는 거야?”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모든 구역으로 이어져 있거든요.”

 “호오…”

 슬눈의 말로는 땅굴이 촘촘하게 모든 구역과 연결되어있어 센티피드가 원할 때 어디든 불러낸다고 했다. 아마 2구역에서의 습격도 그런 식으로 실행된 것이리라.

 “좋아, 그럼 북쪽 1구역으로 가면 빠르게 도망갈 수 있을 거 같군요. 마리일 공주가 나간 방향이랑도 정반대고”

 “네, 그곳에 병사를 배치했을 경우도 생각해야겠지만, 지금은 매복 같은걸 고려할 상황도 아니니.”

 “대장님!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음?”

 한쪽 구석에서 한 병사가 트레이를 급하게 불렀다. 트레이가 걸어가 살펴본 곳에는 알 수 없는 풀이 타고난 재가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이건…”

 트레이는 땅에 떨어진 재를 주워 살폈다. 머리가 띵해지는 냄새, 두통이 날듯했다. 살짝 가루를 맛본 트레이는 입을 열었다.

 “이거 마약이군요.”

 이스가 옆에 서서 말했다.

 “예, 판매만 한 게 아니라 조직원들이 직접 사용하기도 한 모양입니다.”

 “거기에 허가되지 않은 불의 사용까지.”

 방 곳곳에는 일반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불을 켜는 물건들과 불타고 난 재들이 흩날려있고, 선반에는 다양한 마약과 직접 제조한듯한 맹독들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트레이의 표정에 분노가 느껴졌다.

 “공주님,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 파일러가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이익, 알았어요. 트레이님, 가시죠.”

 마약 처리를 고민하던 이스와 트레이는 에이피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물건들을 뒤에 남겨두고 땅굴로 향했다. 땅굴 앞엔 아이들과 병사들이 모여있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게 처음인지 신나서 떠들고 있고, 병사들은 지친 와중에도 그 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다.

 “자, 다들 주목! 우리는 땅굴을 통해 북쪽 1구역으로 빠져나간다. 두고 가는 물건 없게 확실히 채비하도록.”

 트레이의 말에 병사들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고 아이들은 기쁨과 어리둥절함이 섞인 표정이었지만, 일단 밖으로 나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슬눈아, 길 안내 잘 부탁해.”

 “네, 걱정 마세요.”

 이스의 말에 슬눈도 해맑게 웃었다. 그들은 아이들을 선두로 병사들, 이스, 트레이, 에이피의 순서로 땅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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