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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100개의 다리-4
작성일 : 17-07-07 20:13     조회 : 294     추천 : 6     분량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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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공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트레이가 놀라며 말했다.

 “이스 공주님, 여왕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트레이의 말을 무시하고 마리일이 말했다.

 “…”

 “여왕의 힘은 오로지 여왕님께서 직접 낳으신 딸들만이 가지는 힘입니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스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그럼 저 같은 평범한 공주들은 여왕 선발식 때 이스 공주님 같은 분들이 계시면 어떻게 될까요? ”

 마리일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공주님께서 생각하셔도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딴 미친 짓을 한 거야?”

 주변에 쓰러진 병사들의 모습을 본 이스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마리일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파일러에게 꽂힌 창에 손을 얹었다.

 “아, 파일러…”

 “공주님 센티피드의 정체가 뭡니까. 왜 이런 짓을 하신 겁니까.”

 “좋은 질문이에요. 트레이.”

 마리일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돌았다.

 “이렇게 큰 상업 도시를 만들려면 많은 일이 생기지요. 성의 부유함을 탐내는 외국 사신들, 탐욕에 찌든 상인들, 제 성에만 물건을 공급하지 않으려는 상단들, 이런 방해가 가득한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비 내리는 성벽 아래 망한 주점 지붕 아래로 한 지네 한 명이 의자에 앉아 누더기를 입고 비를 피하고 있다. 온몸에 폭력의 흔적이 가득해보였다.

 “당신이 파일러?”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살짝 쳐다본 파일러의 뒤에는 그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꿀벌, 마리일이 있었다.

 “성의 공주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엔 어쩐 일이신가?”

 “우후후, 제대로 찾아온 거 같군요.”

 마리일은 웃으며 앞자리에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당신, 센티피드 소속이죠?”

 “오호, 센티피드도 알고 계신가?”

 “저를 도와주셔야겠어요.”

 황당한 공주의 말에 파일러는 눈썹을 까딱하고는 손을 휘저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공주님은 궁전에서 꿀물이나 드셔, 난 보다시피 조직에서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

 “현재 수장 센티피드의 두 아이 중 둘째, 첫째 형이 조직을 이어받기로 한 뒤, 아버지에겐 의절 당하고 큰형에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맞나요?”

 “뭐야 너,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파일러는 고개를 찡그리며 말했다.

 “전 그런 당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거에요.”

 “기회?”

 “형과 아버지를 죽이고, 센티피드의 수장이 될 기회를요.”

 “대체 지금 뭐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며 멱살을 잡으려던 파일러의 목 주변에 검들이 겨눠졌다. 어느새 검은 두건을 두른 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진정하세요.”

 싱긋 웃는 마리일을 보며 칼날에 눌리듯 파일러는 손을 거두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목적이 뭐야.”

 “전 이 도시를 최고로 만들거 에요.”

 “최고의 도시에 센티피드 같은 도적단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최고의 도시에는 필요 없죠. 하지만 최고로 만드는 동안에는 필요합니다.”

 황당한 표정의 파일러에게 마리일이 말했다.

 “당신은 제 명령에 따라 센티피드의 수장이 되고, 제 명령에 따라 센티피드를 움직인 뒤, 제 명령에 따라 죽어주셔야겠어요.”

 “그딴 미친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당신은 들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내가 왜?”

 “지금 당신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저뿐이니까요.”

 “…뭐?”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하나뿐인 형은 동생을 죽이려 하고,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안 계신 당신이 갈 곳이 있을까요?”

 “…”

 아무 말 하지 못하고 파일러는 애꿎은 주먹만 움켜쥐었다.

 “이대로 있어 봐야 당신이 뭘 할 수 있나요. 매일 아침 형이 보내는 부하들의 칼날을 경계해야 하고, 매일 저녁 가장 위험한 임무를 누구보다 많이 수행하며, 매일 밤 내일 아침을 걱정하며 잠드는 삶을 살 뿐입니다.”

 마리일은 책상 위로 검 하나를 내밀었다.

 “저만이 당신을 필요로해요.”

 파일러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가 내민 검을 움켜쥐었다. 마리일는 웃으며 검을 잡은 손을 잡았다.

 “내일부터 당신은 달라질 거에요.”

 마리일은 파일러를 홀로 남겨두고 두건을 쓴 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파일러는 그들이 밤이 다 지나도록 그곳에 앉아있었다.

 다음날, 파일러의 형이 병사들의 토벌 작전에 사형당했다. 파일러를 향한 알 수 없는 따돌림과 살해 위협들이 사라졌다.

 다음날, 후계자로 어느 센티피드 간부가 선정됐다. 그 날 저녁 그는 암살당했다.

 다음날, 아버지가 다른 성으로 도주하려다 잡혀 투옥됐다.

 다음날, 센티피드 간부들이 서로 싸우다 분열됐다. 의문의 세력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음날, 군사를 지원받은 파일러가 센티피드를 장악했다. 아버지가 사형당했다.

 마리일을 만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파일러는 센티피드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 뒤, 파일러는 마리일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일을 했다. 천 명이 넘는 사람의 돈을 뺏고,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을 뺏고, 열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

 어느 달이 곱게 뜬 밤 공주의 방에 파일러가 창가에 서 있다.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문을 잠근 공주도 창가 쪽으로 걸어왔다.

 “이번엔 뭐지.”

 “최고의 도시란 뭘까요.”

 “글쎄, 네가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리 이 도시를 발전시키고, 돈을 모은다고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이 왕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기는 힘들겠죠.”

 “어째서?”

 “이곳은 수도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올해는 달라요.”

 모르겠다는 표정의 파일러에게 다가가며 공주는 말했다.

 “곧 여왕 선발식이 있을 거예요.”

 “호오… 그래서?”

 “그래서라뇨? 전 당당히 선발식에서 여왕이 되어 제 성을 수도로 만들 거에요.”

 “음… 힘내.”

 “힘내가 아니죠.”

 마리일은 바짝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이 야망으로 빛났다.

 “당신은 제가 피 한 방울까지 써먹을 테니까요.”

 “웃기는군.”

 며칠이 흐르고 이스 공주가 성으로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품을 수 있다면 품어야겠죠?”

 “그럼, 이스 공주를 납치해달라는 임무는 어떻게 하지?”

 “의뢰인은요?”

 “말벌.”

 “그냥 수락하세요. 그렇게 납치될 사람이라면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네요.”

 다음날 밤. 마리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스 공주가 여왕의 딸이라니.”

 “중요한 건가?”

 “그 힘을 못 봤어요? 지금은 제대로 사용할 수 없지만, 언젠가 그 힘이 발현된다면…”

 마리일은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리며 고민했다. 긴 시간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입을 열었다.

 “파일러, 동원 가능한 인원을 모두 모아주세요.”

 “음? 어떻게 하려고?”

 “그녀를 죽이겠습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

 “아니요. 은밀하게, 센티피드들과 제가 지하수로에서 목숨을 빼앗아야겠죠.”

 파일러는 마리일의 말을듣고 창밖을 보더니 고심 끝에 말했다.

 “공주, 난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어.”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이스를 우리 센티피드가 죽여봐야 의미가 없어, 오히려 다른 공주까지 죽이는 위험한 놈들이 사는 도시라는 소문만 더 퍼지겠지. 그건 지금까지 들리던 도둑조직 정도의 소문을 훨씬 넘게 될 거야.”

 파일러는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죽으면 다음 우리 조직원들은 흩어져 사고를 치든 뭘 하든 이 도시에 피해만 끼치게 되겠지.”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에요?”

 “이번 기회에 센티피드를 없애는게 좋겠어. 날 포함해서.”

 “말도 안 돼요!”

 그는 놀라는 마리일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진심이야.”

 “아뇨, 저는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그만해,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건 너도 알 텐데.”

 “그렇지만…”

 정말로 파일러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첫 만남 때부터 꽤 나이를 먹었던 그는 이제 팔의 힘이 빠져 옛날부터 사용해온 검을 버리고 더 가벼운 검으로 무기를 바꿨고, 조직에서도 최연장자다.

 “결국은 범죄조직, 떳떳하게 들고 다닐 수 없는 불을 계속 숨기고 다니다간 언젠가 옮겨붙고 말 거다.”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둘은 달빛 아래에 서있었다. 두 사람은 센티피드 토벌부대를 만들어 이스공주를 그 안에 포함시키고 두 부대가 부딪혀 사라지게 하려는 작전을 세웠다.

 “완벽하군, 센티피드를 괴멸시키면서, 이스공주도 치우고, 넌 그녀의 의지를 이어받는 것처럼 하면 될 거야.”

 “하아… 알겠어요. 토벌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죠.”

 “음… 그리고 마리일.”

 “네?”

 “날 죽이는 건 너였으면 해.”

 “왜 그래야 하는데요?”

 “만약, 내 힘으로 이스를 없애지 못한다면, 그때 날 죽여.”

 “그 소리는…!”

 마리일은 자신이 파일러를 죽이면 그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고독(蠱毒)’, 강하고 나이가 많은 지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 고독이 된다. 정신은 죽었지만, 몸은 살아 움직이며 주변에 있는 적들을 몸이 부서질 때까지 공격하고 정말 원한이 깊은 경우 몸의 형태까지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파일러는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일은 한숨을 쉬고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당신이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죽겠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마리일은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겠지.”

 씁쓸한 공기가 둘 사이를 맴돌았다.

 

 

 

 마리일 공주는 쓰러진 파일러의 모습을 봤다. 온몸엔 상처가 가득하고 바닥엔 피가 흩뿌려져 있다.

 “센티피드는 그런 저에게 좋은 도우미였죠.”

 “어린아이들까지 납치해서 이용하는 게 공주님의 방식입니까?”

 웃으며 말하는 마리일의 모습에 분노한 에이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있는 병사들도 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것이 제 도시를 위한 일이라면요.”

 마리일은 무덤덤하게 말하며 파일러의 몸에 꽂혀있는 창을 뽑아냈다. 그녀는 피에 젖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파일러의 시체에 작게 속삭였다.

 “파일러, 일어나요.”

 -꿈틀

 마리일의 속삭임에 파일러의 몸이 눈에 띄게 움직였다. 잠시 후 몸이 한 번 더 움직였다.

 -움찔

 점점 몸의 움직임이 기괴하게 바뀌더니 이내 몸이 아치처럼 굽으며 뒤틀렸다.

 -투둑

 몸이 뒤틀리며 살갗이 찢어지고 갑옷을 입은 지렁이처럼 길어졌다. 독이 떨어지던 입은 뾰족한 두 독니로 변해 여전히 맹독을 내뿜고 눈은 수정처럼 반짝이며 단단해져서는 붉은빛을 비춰댔다.

 “저…저게 뭐야…”

 “괴물이다!”

 -드드득

 길어진 몸의 마디마다 송곳 같은 팔이 돋아나고 몸의 길이는 꿀벌 하나 정도는 우습게 감싸버릴 정도가 되었다. 무시무시한 모습에 병사들이 덜덜 떨며 뒤로 넘어지거나 무기를 떨어뜨렸다.

 이스의 머릿속에 유모벌이 말해준 지네족의 전설이 생각났다. 지네족에게 원한을 가지게 한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지네는 죽어서도 복수를 할 것이다.

 “이게…고독(蠱毒)…”

 파일러는 고개를 천장으로 향하며 독을 내뱉으며 울부짖었다.

 “키에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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