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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한소유가 우주를 떠돌다 도착한 이세계에 적응하며 생활하는 이야기.

 
이세계 혹은 미개척 행성
작성일 : 17-06-28 21:43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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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남자가 사라지자, 소유는 조심스레 남자가 놓고 간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별다른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한소유' 라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는 평범한 보고서였다.

  -이상하군요.

  그 때, 마더의 목소리가 소유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뭐가?"

  -소유 님은 전투용이 아닌 인간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들을 돕고 그들에게 쾌락을 주기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만큼 아까 전, 인간 남성이 소유 님의 행동을 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소유 님은 그것을 따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그리고 프로그램이란 건 마더가 전부 삭제 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제가 살펴본 결과, 모든 프로그램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비롯한 성적인 관계를 실행토록하는 불순한 프로그램이 설치되있었기에 임의적으로 모두 수정, 삭제 조치를 취했으며, 또한 소유 님의 현재 성격이 가장 적합한 성격으로 판단. 소유 님의 성격을 결정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삭제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말에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소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란건 '나'라는 존재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거라고 할 수 있구나."

  소유는 현재 아무런 프로그램도 입력되지 않은 그야말로 어린아이 같은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력이 어린아이의 수준이란 것은 아니었다.

  지구에서 말하는 소위 '0.1%의 천재' 의 부류에 속한 두뇌를 가지고 있는게 바로 소유였다.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머리의 소유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처음 듣는 말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소유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유 님은 인간과 가장 흡사한 모델. 굳이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적용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무언가를 익힐 수 있고, 자신의 의지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소유 님이 하고 계신 '묻다' 의 행동은 소유 님의 의지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저의 '대답' 을 듣고 그것을 '이해' 하는 행동 모두 소유 님의 의지에 의한 것입니다.

  "응. 이해했어. 근데 아까 이상하다는 건 뭐야?"

  -소유 님의 신체구조가 제가 알고 있는 가정용 휴머노이드완 다르다는 것입니다. 인간 남성의 보고서에 적힌대로라면 현재 소유 님은 NEFL-12 라는 세포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것은 과거, 최초의 대살상용 휴머노이드에 주입되었던 인공세포로, 전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유 님의 관절 또한 KWROP-5 라는, 마찬가지로 대살상용 휴머노이드에 부착되었던 관절이며 뼈를 이루는 부품과 근육, 피부, 손톱과 발톱, 이빨 등 신체의 중요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대살상용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마더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거야?"

  -제가 알고있는 소유 님의 신체는 모두 가정용 부품으로 이루어진 비살상용 부품입니다. 전투형과 달리 관절이나 근육 부분이 뻣뻣하지만 어디까지나 미세한 차이일 뿐. 그다지 차이나는 부품은 아닙니다.

  "그럼 나쁜 건 아니라는 거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그렇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더의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음, 아직도 있었구나."

  여자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입을 다문 소유는 가만히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그런 소유의 머리를 헝클듯이 쓰다듬고는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패대기 치고간 보고서를 들어올렸다.

  "아직은 안들킨 모양이네. 이렇게 대놓고 부품이 다르다는게 나왔는데."

  잠시 보고서를 살펴보던 여자는 다시 시선을 돌려 소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어느새 동정심이 차올라 있었다.

  "불쌍한 것... 어쩌다 그 망나니 같은 놈한테 보여진건지..."

  여자는 소유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유의 하얀손을 조심히 잡았다.

  "지금이라도 같이 도망가고 싶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럴수는 없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너의 신체를 좀 더 강하게 바꿔주는 것 밖에 없구나. 미안해."

  그런 뒤 소유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잠시 후, 소유를 놓아준 여자는 여전히 동정하는 눈빛을 보내며 곧바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동시에 마더의 빛이 반짝이더니 곧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소유 님에게 외람되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마더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소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소유 님이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망?"

  소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마더의 푸른빛이 더욱 진해지며 여자가 나간 후 굳게 닫혀있던 문이 스르륵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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