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결혼비행-4
작성일 : 17-06-27 12:34     조회 : 341     추천 : 7     분량 : 49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빨리, 빨리!”

 공주는 에이피를 잡아채듯 숲속으로 날아가더니, 수준급의 비행 실력으로 숲속의 장해물들을 피하고 한 검은 나무의 작은 옹이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공주님, 여긴?”

 “여긴 알아도 못 들어와요.”

 옹이구멍 속은 이상하리만큼 깨끗했다. 깔끔한 나무 향과 균열 없는 바닥에서 누군가 사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왕선! 여기 있죠?”

 “아, 이스 공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주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빨간 색동옷 같은 옷을 곱게 입고 머리에는 양 갈래로 풀어진 흰색 끈이 둘린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걸어왔다. 하늘하늘한 목소리와 그림자에 가려진 어두운 얼굴 틈으로 흰 눈동자가 빛나고 몸 주위로는 검은색 구슬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스르륵

 그녀가 옹이구멍을 향해 손짓하자 나무가 살아 움직이듯 나뭇가지들이 뻗어 나오더니 구멍을 막았다.

 “어어?”

 놀라는 에이피를 보며 씩 웃은 색동옷을 입은 사람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전 풍뎅이 왕국 정보국 무당부대 왕선입니다.”

 “풍뎅이 왕국? 공주님, 왜 이곳에 풍뎅이 왕국 사람이 있는겁니까.”

 “괜찮아요, 저희 편이니까.”

 “예, 저희는 말벌이라는 같은 적을 둔 사이 아니겠습니까.”

 왕선은 방긋 웃으며 어디서 꺼낸 지 모를 음료 두 잔을 내밀었다.

 “꿀과 나무 수액을 섞어 만든 감주입니다.”

 “공주님 일단 제가 먼저 먹…”

 “아 됐어요. 괜찮아.”

 -꿀꺽

 “아앗!”

 공주는 거침없이 감주를 받아먹었고, 에이피는 당황하며 말렸다.

 “안됩니다! 뭐가 들어있을지 알고!”

 “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이 사람은 우릴 죽이려면 벌써 백번도 죽였을 사람이에요.”

 에이피의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공주는 면박을 줬다.

 “그러니까 어… 잠시 이름이 뭐죠?”

 “…에이피입니다.”

 “그래요, 에이피도 그냥 드세요.”

 “네…”

 왕선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배우자는 절대 안 가질 거라고 하시더니, 결혼비행이 꽤 성공적이었나 보군요. 공주님.”

 “뭐?”

 -탕!

 공주는 먹던 감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얼굴이 빨개진 에이피를 한번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내 배우자가 되려면 방금 말벌들 정도는 가뿐히 돌파해줬어야지.”

 에이피는 시무룩해져서는 감주를 홀짝였다.

 “이제 갓 결혼비행을 마친 수벌입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주셔야죠.”

 울적해 하는 에이피의 등을 토닥이며 왕선이 변호해주자 공주도 살짝 마음이 풀린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도망가지 않고 날 구하러 온 점은 훌륭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확실히 비행은 잘하는 거 같고.”

 “감사합니다.”

 금세 기분이 다시 좋아진 듯 에이피는 해맑게 웃으며 공주를 쳐다봤다.

 “아직 멀었어요, 지금은 배우자까진 아니고, 음… 시종? 시종으로는 삼아드릴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이피가 비장한 표정으로 공주를 바라보며 말하자, 공주는 살짝 웃으며 작게 튀어나온 나무에 앉았다.

 “그나저나 왕선, 알고 있었어요?”

 “저희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대부대가 올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어느정도? 지금 저희 성이 저런꼴이 되는걸 알고있었다는겁니까!”

 에이피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을 끊으며 둘에게 물었다.

 “진정하세요 에이피, 정보국에서 예상한 범위는 공주님에 대한 암살 시도 정도였습니다.”

 “그걸 알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까! 공주님! 설명해주세요!”

 “말벌들의 암살시도가 한두 번인 줄 아시나요? 과거에서부터 비행결혼 시 공주 암살 시도는 빈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암살시도 또한 예상하고 있었구요.”

 차분하게 말하는 공주의 뒤를 이어 왕선이 대답했다.

 “이번에도 말벌들의 암살시도를 감지하고, 비행결혼을 하는 공주들의 친위대들에게 비상이 내려져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말벌의 공세는 이전과 다릅니다.”

 빠르게 말을 이은 왕선은 감주로 한 모금 목을 적신 후 계속해서 말했다.

 “말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암살시도에도 3~5명 정도 그것도 한두 군데의 성만 노리는 편이죠. 그런데 이번엔 총 14곳의 비행결혼에서 암살시도를 했고, 그와 동시에 이곳의 성을 공격한 데다가, 이스 공주님의 암살조에는 장수급 말벌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장수급이라면…”

 “검은 갑옷을 두르고 황금빛 날개를 가진 다른 말벌들보다 덩치도 큰 말벌들입니다.”

 유모벌의 가슴을 꿰뚫은 그놈이 분명했다. 에이피는 애꿎은 빈 잔만 세게 움켜쥐며 화를 삼켰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유난히 공주님을 노렸다는 점입니다.

 왕선은 방안을 천천히 걸으며 의아해했다.

 “모든 성 중에도 이곳만 무리해서 공격을 감행했죠. 뭔가 추측되는 점이 있으신지요.”

 “나를 왜 노린걸까요? 왕성과는 거리가 멀고, 국경을 수비하는 성의 공주도 아닌데.”

 “그게 저희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셋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왜 우리 성만 공격을 당했는가, 왜 이스공주에게 장수말벌을 보내서라도 데려가려고 했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민해도 알 수가 없군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신가요?”

 “일단 왕성으로 가야겠죠. 음… 시종이 그렇게 든든하지는 않지만.”

 에이피는 이번엔 맡겨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공주를 바라봤고, 공주는 작게 미소 지었다.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으실 것 같군요. 지금 왕국군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 지역의 경계를 높인다고 했지만, 말벌들이 공주님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왕선에게 에이피는 조심스레 말했다.

 “왕성으로 가는 최단경로에 있는 성으로는 퍼캐성과 마리일성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마리일성이 무역으로 활발한 도시인만큼 경계도 더 강화했을 것이고,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리일성. 괜찮은 생각입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왕국의 상인들도 있으니 말벌들도 무작정 공주님을 공격할 순 없겠지요.”

 마리일성은 꿀벌 왕국 손에 꼽히는 무역도시로 여치 왕국, 사마귀 왕국, 풍뎅이 왕국 세 곳이 모두 모여 교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산물인 진딧물을 요리는 멀리 개미제국에서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음, 좋아요. 저도 마리일성은 한 번쯤 가보고 싶었고.”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시죠.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벌써 바깥 기온은 10℃ 근처로 낮아졌다.

 “그렇군요. 날개도 굼떠진 거 같고, 그럼 염치 불고하고 아침까지만 신세 지겠습니다.”

 “편안히 쉬다 가시죠.”

 왕선은 방긋 웃으며 뒤로 걸어가 손짓으로 나무 구멍을 열더니 사라졌다. 그 직후 닫히는 나무 구멍을 멍하니 바라보는 에이피에게 공주가 입을 열었다.

 “자벌레들이에요.”

 “네?”

 “왕선, 저 사람 운용사예요. 동물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들어봤죠?”

 “아 들어는 봤습니다.”

 “자벌레들로 구멍을 막았다, 닫았다 하는 거죠. 저 정도 수를 마음대로 부리는 운용사는 손에 꼽을 거에요.”

 언뜻 봐도 7~8마리의 자벌레들이 아니고서는 안될 크기의 구멍이었다.

 “아! 피곤해. 에이피도 누워요.”

 “네,네?!”

 “무슨 생각하는 거에요. 내일 출발하려면 일찍 자야지.”

 “아, 아닙니다! 전 혹시 모르니 경비를 서겠습니다.”

 “에헤이, 걱정 말고 누워서 자요. 난 먼저 잘게요.”

 공주는 긴 날개를 이불 삼아 덮고 뭉툭한 나무를 베고 잠을 청했다. 당황한 에이피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따라 누웠다.

 누워있는 에이피의 머릿속에서 오늘의 일들이 떠올랐다. 다른 수벌들은 잘 도망갔을지, 교관님들과 대장님들은 어떻게 됐을지, 불안한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그 검은 갑옷의 장수말벌의 눈빛, 그 눈빛에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돋았다. 그 뒤로 분노가 느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모두가 수벌들에게 인사를 하던 아기벌들, 자신을 꾸며주던 시녀벌들, 아이를 지키던 일벌들, 모두가 죽었다. 아직 바깥 바람을 느껴보지도 못한 어린 아기들까지. 그리고 그런 녀석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반드시.. 복수를!’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에이피의 옆으로 공주의 떨림이 느껴졌다. 계속 괜찮은 척했지만, 자신의 모든 백성을 잃은 공주의 가슴은 찢어지다 못해 산산조각이 날 지경이었다.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유모벌의 눈빛과 학살당한 성의 주민들의 모습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모든 게 나 때문이라면? 그들이 나 때문에 죽은 거라면…’

 머릿속에서 그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공주는 옆으로 몸을 완전히 웅크리고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런 공주의 등에 에이피의 손이 닿았다.

 “괜찮으십니까.”

 “…”

 공주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꼭, 복수하겠습니다.”

 “…네…”

 그날 밤 에이피는 밤새 공주의 곁을 지켰다.

 

 

 

 [현재 기온 11℃]

 “우음…”

 공주는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떴다. 밤새 그녀를 지키다 잠든 듯 에이피는 구멍 쪽에 기대어 앉아있다 기척에 반응해 일어났다.

 “아, 공주님 일어나셨습니까.”

 공주의 기척에 잠에서 깬 에이피는 창을 등에 메고 공주에게 다가갔다.

 “뭐예요, 그냥 자라니까.”

 “잠깐 깼다가 잠이 오질 않아 그랬습니다.”

 “하아, 정말.”

 “출발 전에 이걸로 요기라도 하시겠습니까.”

 에이피는 성에서 챙겨 온 꽃잎편을 내밀었다. 꿀을 잔뜩 바른 꽃잎 여러 장에 꽃가루를 뿌려 강한 햇빛에 말린 것으로 병사들의 전투식량 겸 보존식으로 주로 먹는 음식이다.

 -질겅질겅

 “음… 평소 먹던 건 아니지만, 나름 별미네요.”

 “입에 맞으시니 다행입니다.”

 -스르륵

 자벌레들이 몸을 움직이자 햇살과 함께 등에 보따리 같은걸 메고 있는 왕선의 모습이 보였다.

 “아 식사 중이셨군요.”

 “왕선, 어젯밤은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저도 음식을 좀 가져왔는데 같이 드시죠.”

 하룻밤만에 재회한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안부를 물으며 아침을 먹었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왕선이 둘에게 중요한 사항이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제가 살펴본 결과 말벌들은 모두 후퇴한 것 같습니다만, 왕국군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굼뜹니다. 피해지역 재건파와 말벌 진압파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그런 일은 안중에도 없을 만큼 중대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죠.”

 “중대한 일이요?”

 “평소라면 여왕님께서 이런 중대사는 양쪽 의견을 듣고 빠르게 결정하셨겠지만, 지금 여왕님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왕선은 눈을 반짝이며 공주에게 말했다.

 “예, 여왕 선발식이 시작될 겁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화폐단위 2017 / 6 / 28 500 1 -
20 식탐-마지막 2017 / 7 / 30 310 2 5923   
19 식탐-6 2017 / 7 / 30 295 2 5311   
18 식탐-5 2017 / 7 / 27 297 2 5092   
17 식탐-4 2017 / 7 / 25 282 2 5183   
16 식탐-3 2017 / 7 / 25 285 2 5077   
15 식탐-2 2017 / 7 / 22 297 5 5229   
14 식탐-1 2017 / 7 / 21 295 6 5073   
13 휴식-2 2017 / 7 / 19 275 6 4371   
12 100개의 다리-마지막 2017 / 7 / 17 286 6 5376   
11 100개의 다리-6 (2) 2017 / 7 / 13 305 6 4982   
10 100개의 다리-5 2017 / 7 / 11 319 6 5084   
9 100개의 다리-4 2017 / 7 / 7 295 6 5063   
8 100개의 다리-3 2017 / 7 / 4 313 6 5417   
7 100개의 다리-2 2017 / 7 / 1 321 6 5875   
6 100개의 다리-1 2017 / 6 / 29 342 6 5308   
5 휴식-1 2017 / 6 / 28 315 7 4391   
4 결혼비행-4 2017 / 6 / 27 342 7 4906   
3 결혼비행-3 2017 / 6 / 25 334 11 5275   
2 결혼비행-2 (4) 2017 / 6 / 23 367 10 4908   
1 결혼비행-1 (4) 2017 / 6 / 22 595 15 519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