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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1. 기묘한 남자 03
작성일 : 17-06-26 00:16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8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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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리스와 함께 이동하는 리오넬이라는 사내를 보며 그녀에게는 자신의 복수에 조금의 망설임이 생겼다. 저 사내는 그녀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노스가드의 후작이라는 것 말고 나에게 숨겨진 게......조금 있긴 하군.’

 회귀의 검이라는 고대의 검술을 알고 있고 검은 용인이기도 하다. 경매장에서도 분명 그녀의 어께에 새겨진 문양을 보인 듯 했으니 그녀가 검은 용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봐야했다.

 ‘하지만 그럼 그때 본 그건 뭐지?’

 그때 본 그것은 절대 용인이 아니다. 용인이라고 해서 뿔이 날리는 없고 날개의 형태도 마야가 보여주었던 것과 달랐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유난히 마야의 모습을 닮았기에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래서 기회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그를 죽이지 않고 도망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리스가 혼란스럽다면 리오넬은 당황스러운 감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저기......묻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물어봐도 될까?”

 자신의 노예에게 물어보는 것치고는 제법 정중하고 흡사 연인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혹시나 해서 얼굴을 쓰다듬어 봐도 화상을 입은 피부 특유의 기묘한 감촉만 느껴졌다. 그녀도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냥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아......그러니까......원래 메이트라 왕국에서 살았지? 검은 용인이고 말이야”

 “......그렇다.”

 “혹시 지금도 마약을 먹고 있어? 아니 이건 아니야. 우선......네가 이 땅에 온 이유는 뭐야?”

 수상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마치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한......그러면서 그녀의 작위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언가의 편린을 통해 그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저건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만약에 그녀가 이곳에 있다면......

 “혹시 나리아를 알고 있나?”

 “나, 나리아 아......모르는 사람이야”

 “그렇군.”

 리오넬은 화들짝 놀라더니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리스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다니 나리아가 살아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내가 이 땅에 온건 복수를 끝내기 위해서다.”

 “복수?”

 “그래......거래를 하지. 내가 복수를 끝낼 때까지 시간을 준다면 너에게 복종하겠다.”

 물론 복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르지만......그녀의 말을 들은 리오넬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줘야 하지? 넌 이미 내 노예잖아?”

 이리스는 그가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얼음의 칼날을 만들어 단숨에 그의 목덜미에 들이댔다. 금단증상 때문에 그런지 그녀의 예상보다 칼날은 조금 더 길게 내밀어졌고 기어코 목덜미에 작은 상흔을 만들어냈다.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벌써 넌 죽었다.”

 “검을 치워라.”

 리오넬이 아티펙트로 명령을 내렸지만 그녀의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리스도 거기서 더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속임수는 잘 통했다.

 “그 알량한 도구를 믿는 건가?”

 “끄응. 그래 도와줄게. 그 대상이 누군데?”

 그는 항복했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그다지 진지해보이지 않는 태도였지만 이리스는 리오넬을 죽이고 혼자 리누스를 찾기 보다는 조금 가벼워 보여도 실력은 제법 뛰어난 그의 협조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수상한 점도 많고’

 “리누스 발렌타인. 메이트라왕국의 마법공학자이다. 들어본 적 있나?”

 “전혀. 다른 정보는 없어?”

 나리아의 이름을 들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 그는 정말로 리누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자는 마법공학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아이언나이트라는 병기를 만들어서 전쟁을 벌이려고 할 거다.”

 -싸우는 건 지긋지긋해-

 이리스는 들려오는 환청에 한손으로 머리를 감쌌다가 힘겹게 말문을 이었다.

 “......아마 이 땅에서 마법이 가장 발달했다는 아케니아제국으로 갔을 거다.”

 비록 메이트라에서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건 완성형아이언나이트의 제작이 너무 느렸고 그녀가 아이언나이트에 대한 대비책을 어느 정도 생각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초기형 아이언나이트가 전투에서 조금 더 오래 버텼거나 혹은 완성형 아이언나이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쟁을 시작했다면 아마 귀족파의 반란은 성공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아니야.”

 “음?”

 리오넬의 대답은 굉장히 뜻밖의 것이었다.

 “아이언나이트를 만든 마법공학자라면 드리모어제국에 있겠지......아이언나이트로 전쟁을 시작한건 드리모어제국이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아무튼 이쪽에서 구할 건 다 구했고 그쪽도 한번 뒤져봐야 했으니까 알겠어. 네 복수를 도와줄게. 하지만 그전에”

 “무슨 문제가 있나?”

 “일단 네가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흉터에 대한 것이나 마약중독에 대한거 말이야”

 “나한테는 복수가 가장 우선이다. 다른 것에 낭비할 시간은 없어!”

 “복수가 끝나고는 상관없다는 거지? 알겠어.”

 리오넬은 목에 겨눠진 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먼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 몰라?”

 “......”

 그녀도 얼음의 칼날을 치워버리고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정말이지 기묘한 남자였다.

 “원래는 집에 돌아가고 나서 가려고 했지만 빨리 가야겠군. 그래도 오늘은 일단 자자고”

 그렇게 이리스와 리오넬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그는......기묘했다.

 “작년 겨울이면 출발해서 드리모어제국으로 갔을 거라면 아직은 연구초기단계겠지? 그렇다면......”

 혼잣말을 하면서 수첩에 무언가를 적거나

 “청혈초랑 망각의 호수에서 떠온 물로 만든 약인데 마약중독 치료에 큰 효능이 있으니까. 매일 챙겨먹어”

 그녀의 몸을 생각해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귀한 약까지 구매하고

 “자 이 정도 장비면 제법 쓸 만하겠지? 나중에 더 좋은 걸로 바꿔줄게”

 명검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장비는 아니지만 대장간에서 파는 것 중에 가장 비싼 장비로 맞춰주었다.

 거래를 하긴 했지만 그녀에 대한 저 무조건적인 신뢰가 어디서 온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는 적당한 로브까지 챙겨서 그녀의 얼굴을 가려주고 난 다음에 마탑으로 들어갔다.

 “메이트라왕국에서 왔으면 텔레포트게이트는 잘 모르지? 이동마법의 효율을 높여주는 건데 이걸로 드리모어제국의 국경지대 근처까지 갈 거야.”

 “그곳에서 리누스를 찾을 방법은 있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아직 이름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게 걸렸다. 어쩌면 북대륙이 생각보다 넓어서 소문이 늦게 퍼지는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북대륙은 텔레포트게이트라는 특수한 마법진으로 이동이 매우 편리했다.

 이전에는 워프게이트라는 안전성도 뛰어나고 이동거리로 더 긴 마법진도 있었지만 대 제국이 붕괴된 이후로 그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케니아제국 뿐이다.

 그걸 아는 리오넬의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그를 찾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언나이트를 개발하고 있다면 흑철하고 마물의 뼈를 사용하잖아? 아! 마나코어를 만들려면 마나석도 필요하지? 어쨌든지 내가 속한 조직의 정보길드에서 최근 몇 달 사이에 소제들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장소를 찾아보려고”

 “그렇군......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말해!”

 이리스는 갑자기 그의 멱살을 붙잡아서 끌어당겼다.

 “왁! 까, 깜짝 놀랐잖아! 왜 그러는 거야?”

 “본 메탈 그리고 마나코어 아이언나이트의 재료를 어떻게 알고 있냐고!”

 그녀는 그에게 아이언나이트에 대해서 거대한 병기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준 적이 없다.

 그리고 본 메탈과 마나코어의 제작법은 노스가드에서만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성에서 쫓겨난 후에는 그 비법은 메이트라의 마법공학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것들은 여전히 메이트라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리오넬은 그녀의 눈을 피했다.

 “......그래......하긴 지금 와서는 중요한 것도 아니지 미안하군. 잠깐 흥분했다.”

 -귀찮아-

 복수만 끝난다면 그딴 비법 퍼지는 말든 알바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먼저 텔레포트게이트로 들어갔다. 리오넬은 게이트를 관리하는 마법사에서 금화주머니 하나를 통째로 건네주고는 게이트를 작동시켰다.

 

 ‘그는 길잡이야. 먼 길을 여행했지 널 올바른 길로 인도 해줄 거야.’

 ‘물론 넌 길잡이의 도움 없이도 더 쉬운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하아~조용히 해......”

 환청이 들리거나 환각이 보이는 주기는 확실히 줄었지만 저 두 목소리는 여전히 시도 때도 없이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다.”

 또 다시 그와 겹쳐보였다. 주황색 눈과 뿔을 가진 괴물이

 

 ‘그건 너의 추락, 구원 받을 수 없게 된 너야’

 ‘밑 빠진 통은 아무리 물을 부어도 채울 수는 없지’

 ‘끝없는 갈망 아니 이루어질 수 없는 작디작은 소망’

 ‘추락하고 추락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마지막 구원을 기다리는 죄인’

 저 괴물이......나라고? 아니! 저런 헛소리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 가장 확고한 목적이 아직 남아있는 한 내가 멈출 일은 없으니까.

 또 다시 흑마법사들과 혹은 해적무리와 조우하는 일 없이 두 사람은 드리모어 제국까지 잠입 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정보가 조금 필요한데”

 “말씀하십시오. 리오넬님”

 드리모어제국에 진입한 후에 리오넬은 이리스를 여관에서 쉬게 하고 혼자 자신의 속한 비밀조직을 찾아갔다.

 조직원은 매우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리오넬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요구했다.

 “최근 드리모어 제국의 상황하고 제국 내에서 물자에 관한 자료가 필요해. 흑철하고, 마물의 뼈 또 마나석 이 세 개의 소비량이 갑자기 늘어난 장소를 확인해줘”

 “꽤나 구체적이군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 미안 깜빡했네.”

 그가 속한 조직 ‘사일런트 아케인’에서도 그의 단독행동은 항상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아스티아의 방문과 드리모어제국으로의 이동도 조직에서는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었다.

 “드리모어 제국에서 신형 병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어. 지금 그 실체를 파악하려고”

 “신형 병기 말입니까?”

 “아직 정확한건 아니야”

 “아......그리고 얼마 전에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뭔데?”

 “곧 폐하의 탄신일이라고 리오넬님을 보면 꼭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4월이니까 한참 남았잖아. 그때쯤에는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아직 2월이니 한참 남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믿기질 않는다는 눈으로 리오넬을 보았고 결국 먼저 두 손을 든 건 리오넬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때는 꼭 갈 거니까 달라는 거나 줘”

 “여기 있습니다. 확실히 최근 조금 수상한 곳이 있군요.”

 지도에 작게 원을 그린 장소를 보니 멜팅포지라고 적혀 있었다.

 “원래부터 광물의 소비가 큰 지역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마물의 뼈와 식량 소비량이 조금 늘긴 했습니다.”

 “멜팅포지라......알겠어. 수고해”

 “기다리십시오. 조직원들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예상보다 더 위험한 곳 일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내 실력은 알고 있을 텐데?”

 리오넬은 다섯 개의 깃털이 오각형을 그리고 있는 문장을 슬쩍 내비쳤다. 눈앞의 사내가 가진 문장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가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위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조금 뛰어난 용병을 고용해서 말이야. 걱정하지 말라고”

 그가 ‘기억하는 그녀’와는 조금 달랐지만 그녀는 그가 알고 있는 최고의 검사다.

 “그러면 물자를 조금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리오넬님의 마법은 자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리오넬에게 마법스크롤과 보석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그 스크롤은 마법사의 폐허로 이동하는 텔레포트 스크롤입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뭐 안 그래도 재고가 아슬아슬하긴 했어. 스크롤도 잘 쓸게”

 그는 사일런트 아케인의 비밀기지를 벗어났다.

 

 아케니아와 드리모어, 셀도란은 나머지 두 나라와 달리 이 대륙을 지배했던 셀도란제국의 지배층들이 세운 국가이다. 물론 서로 갈라선 지는 한참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각 나라간 표면적으로 갈등이 드러나거나 전쟁이 벌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그랬기에 갑자기 벌어진 ’전쟁‘에 훨씬 취약하긴 했었지’

 “이곳에 있는 게 확실하겠지”

 리오넬은 이리스가 말을 걸어오자 상념을 끊고 말했다.

 “제일 수상한건 이곳이야. 이제 자세히 정보를 모아봐야겠지”

 멜팅포지는 드리모어제국에서도 서쪽 깊은 곳에 있는 도시다.

 

 자체적으로 근처에 큰 광산을 여럿 끼고 있고 숙련된 장인이 많아서 이전부터도 유명한 장소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도시 안으로 진입하고부터는 뜨거운 열기가 피부로 전해졌다.

 “이제 어쩔 거지?”

 “이리스는 최근에 지어진 새 건물이나 규모가 큰 폐광 쪽을 찾아봐 나는 광물이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 볼께”

 비밀연구소라고 해도 아이언나이트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시설의 규모도 어느 정도 커야 하고 식량과 물자의 이동을 그렇게 쉽게 감출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따로 행동하자는 말이군. 알겠다.”

 “저녁에 여관에서 보자고”

 리오넬과 헤어지고 나서 이리스는 거리를 돌아다녔다.

 ‘규모가 큰 시설이라......’

 마야가 처음 아이언나이트를 연구 할 때는 부품을 성 밖으로 가져가서 조립하는 형식이었다. 리누스 발렌타인이 만들었던, 노스가드성에 남아있는 아이언나이트연구소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군사시설을 제외한 내성의 나머지 시설을 전부 뜯어내고 그 자리에 세웠다.

 그녀는 도시 내에서 그 정도 규모의 시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퇴역용병처럼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연구소가 있을 만한 시설을 몇 개 찾아냈다.

 “그래서 이리스는 어디라고 생각해?”

 “가장 유력한건 묘지폐광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묘지폐광은 멜팅포지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였었다. 폐광이라는 이름답게 아무런 광물이 나오지 않지만 먼 옛날에는 드워프들이 광산내부에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보물 하나 없는 폐광이고 드워프들이 세워둔 묘비만 있다고 해서 묘지폐광이라고 불린다.

 “즉 연구시설을 지을 공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두 달 전부터 갱도가 붕괴된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경비도 세워두었다는군.”

 “내 생각도 같아. 최근 상단에서 대량의 식량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묘지폐광 쪽을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이리스가 노스가드성을 공격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다섯 달 전이고 물자의 경우 아공간주머니를 이용했을 수도 있으니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럼 바로 가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묘지폐광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두 명의 기사가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정면으로 통과하기는 힘들겠는데?"

 “두 명 정도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리스와 리오넬은 수풀에 숨어서 묘지폐광의 입구 쪽을 엿보고 있었다. 가끔씩 몇 명의 인원이 입구를 통과했지만 통과할 때 무언가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벌써부터 정면돌파는 아니라고 생각해. 드워프의 도시가 있었다면 분명 다른 출구도 있을 거야”

 “찾을 방법은 있나.”

 이리스는 없다고 하면 바로 입구로 뛰어들 기세였다.

 “잠깐만 기다려. 확인해 볼게. 원드체이서”

 리오넬의 반지 중 에메랄드가 박힌 녹색 반지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그를 중심으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리오넬이 가만히 있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가 탐색마법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만히 기다렸다.

 “확실히 맞게 찾아온 것 같네. 통로는 이쪽이야”

 리오넬은 광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하수로를 찾았다. 지하수로는 근처의 강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자라난 수풀로 덮여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알아차리기 힘들어 보였다.

 “이쪽으로 가면 바로 묘지폐광의 최하층으로 접근할 수 있어 다만 길의 상태가 조금 나쁘니까 조심해”

 이리스는 수풀을 잘라서 길을 열었다.

 “확실히 최근에 쓰인 통로는 아닌 것 같군.”

 지하수로에는 작은 벌레들이 돌아다니고 이끼나 이름 모를 식물들이 조금씩 피어나 있었지만 다행이도 수로의 보수를 위해서인지 빛을 발하는 작은 보석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었기에 시야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그래 이 안에 있어’

 이 안에 리누스 발렌타인이 있을 거다. 그자만 죽인다면......죽인다면......

 -그 후에는?-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지금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자...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막혀있던 둑이 무너지고 강물이 흘러넘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복수하고 싶어?-

 -아아 리누스 발렌타인 그자가 느껴진다.-

 -복수, 죽음을 원한다!-

 “이리스?”

 -이쪽이다.-

 -이곳에 리누스 발렌타인 그자가 있다.-

 그녀의 몸속에 저장된 원혼들도 리누스 발렌타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복수심에 동조해서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원혼들의 목소리는 그녀를 리누스 발렌타인에게로 인도했다.

 “그래......이쪽이군.”

 

 ‘망자의 인도는 망자가 되는 길’

 ‘하지만 길잡이가 있는 한 아직 기회는 있다.’

 -내가 찾던 게 눈앞에 있어.-

 평소라면 시끄러워서 귀라도 막고 싶은 소리지만 그녀가 절대로 거역할 수없는...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리스 멈춰!”

 리오넬은 노예각인을 이용해서라도 그녀를 멈추려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것처럼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아 제길”

 리오넬도 그녀를 따라 묘지폐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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