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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4. 홀로서기 01
작성일 : 17-06-21 14:40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8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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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자민은 근처에서 새 의상을 구해서 이리스와 나리아를 갈아입혔다.

 “이거 불편해......”

 “참아 나리아”

 나리아는 갈아입은 의상을 이곳저곳 만지며 말했다. 벤자민이 새로 가져온 의상은 그녀가 평소에 입던 드레스보다 뻣뻣하고 거칠었다. 불편하기는 이리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꾹 참았다.

 금색으로 염색시킨 머리와 새 옷을 입히니 감쪽같이 달라졌다. 렉스가 보기에도 수배서에 있던 그녀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의심받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이리스가 입던 인스턴트아머나 회중시계처럼 비싼 물건들은 전부 아공간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상단하고 동행하면서 부터는 신분을 감춰야 합니다. 잘 아시겠습니까?”

 “응......”

 영주성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인지 이리스의 기운이 많이 빠져보였다. 렉스와 벤자민은 두 사람을 데리고 엔코니 상단이 머무르고 있는 다른 여관으로 향했다.

 엔코니상단의 사람들은 여러 개의 마차를 세워두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차 위에는 마수의 가죽이나 뼈를 비롯한 북부의 특산물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이사람들이 일행인가?”

 “예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멜빈님”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는지 상단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벤자민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런 날씨에 여행이라니 봄이 올 때쯤에 돌아다니는 게 나을 텐데 말이야”

 “말씀드렸듯이 남쪽에 있는 이 친구 아버지께서 병세가 악화되셨다는 바람에 급하게......”

 “아 그렇게 말했었지!”

 벤자민은 멜빈과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했다. 마치 노스가드의 사태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자내들은 필요 없겠지만 동생들은 특별히 마차에 태워주겠네 올해는 물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말이야 마차가 조금 남았거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날이 완전히 밝고 조금이나마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자 상단은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엔코니상단의 마차는 수도 칼리덴성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호크아이가문의 영지로 가려면 수도에서 동남쪽으로 가야하지만 수배령이 떨어졌기에 마차로 3일거리에 있는 아르곤 영지에서 엔코니상단과 헤어질 예정이다.

 이동 중에는 퍽 심심한지 멜빈은 이리스와 나리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동생들이 참 예쁘군. 이름이 뭔가?”

 “니케에요 동생은 넬라”

 “예쁜 이름이구나.”

 이리스는 벤자민이 알려준 가명을 말했다. 그 밖에도 ‘이런 지역에서 살면 어떠냐?’든지 ‘왜 아버지랑 살지 않고 이 추운 북부에 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대부분의 질문을 잘 받아넘겼고 멜빈도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밤이 다가오자 상단은 마차를 멈추고 야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단의 짐꾼들은 능숙한 솜씨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네들도 같이 먹겠나?”

 “마차에 태워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음식까지 주시다니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네 동생들을 보니 고향에 두고 온 딸아이가 생각나서 그러네 사양하지 말게”

 멜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듯한 스튜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이리스와 나리아 때문이라도 렉스는 그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스튜를 만들고 있던 사내는 그릇이 넘칠 것처럼 가득 스튜를 담아 네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따뜻해”

 “......”

 이리스와 나리아는 상단에서 제공해주는 음식들을 허겁지겁 집어먹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아~암 갑자기 졸린 것 같아......”

 “나도......”

 엔코니상단과 함께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고 느꼈는지 두 사람은 저녁을 먹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허허 겉보기엔 다 컸어도 아직 어린아이였군. 둘 다 빨리 재우는 게 좋겠어.”

 “둘 다 아직 어린 아이지요”

 여관에 갔을 때도 그랬기에 렉스는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사람을 천막으로 데리고 가서 재웠다. 렉스와 벤자민이 두 사람을 침낭이 누이고 나오자 멜빈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자네들도 같이 자지 왜 다시 나왔나?”

 “이렇게 같이 동행시켜주는 것도 감사한데 저희가 어떻게 그냥 자겠습니까? 불침번을 서겠습니다.”

 “용병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걸세.”

 “이래보여도 저희 둘 다 기사입니다. 방해는 되지 않을 겁니다.”

 “허어 이 친구가 괜히 일 복잡하게 하지 말고 일찍 자게”

 자신들도 제대로 쉰지 조금 되긴 했다. 하긴 남쪽으로 내려가면 사람도 늘어날 테고 현상금사냥꾼이 돌아다닐 테니 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쉬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무얼 그럼 내일 아침에 보세.”

 렉스와 벤자민도 천막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날 밤

 이리스와 일행들이 잠들어 있는 천막의 문이 살짝 열렸다. 찬바람에 두 소녀가 몸을 움찔거리자 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눈은 살짝 동요하는 것처럼 재빨리 틈을 좁혔다. 그 눈은 한참동안 네 사람이 확실히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천막의 문을 닫은 사내는 곧바로 멜빈에게 돌아갔다.

 “멜빈님 네 사람 다 잠들었습니다.”

 “방심하지마라 두 사람은 후작영애의 호위기사가 분명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후작 영애가 확실합니까?”

 “날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난 그년의 성인식에 가서 직접 얼굴을 본적이 있지 아마 머리는 염색한 것 같은데 얼굴만 봐도 평민들과는 다르지 않은가? 게다가 호위가 허술하더군.”

 엔코니 상단은 북부와 오랜 기간 거래한 상단답게 각 가문의 문장은 빠삭하게 외워뒀다. 두 소녀만 신경쓰다보니 그들은 자신의 검집에 새겨져 있던 문양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노스가드후작가를 뜻하는 문양은 얼어붙은 방패지만 북부의 가문 중에 하늘빛 늑대의 문양을 쓰는 건 노스가드의 정예병 서리늑대 뿐이지. 원정에 가지 않고 성에 남아있던 서리늑대면 호위기사 말고는 없겠지. 어쨌든 내 예상대로 호크아이 가문으로 내려가는 군.”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자고 있을 때 호위를 전부 제거할까요?”

 “아니 지부에 연락을 보내두었으니 지원이 올 때 까지 기다릴 거다. 그날 성에서 두 사람을 데리고 도망쳐나올 정도면 오러를 다루는 놈들이 분명한데 함부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

 마차보다 빠르게 아르곤지부에 사람을 보내놨으니 근처까지 가면 지점장이 용병들을 데려올 것이다.

 “이제 나도 지점장이 될 수 있겠군. 그때가 되면 자네도 한몫 떼어주지”

 “흐흐 감사합니다.”

 아까 전과는 달리 멜빈은 탐욕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부스럭

 “음?”

 “왜 그러십니까?”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제가 가서 보고 오지요”

 사내는 멜빈이 가리킨 방향으로 갔지만 그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내가 둘러보던 장소 그가 고개를 올려 나무 위를 살폈다면 숨을 죽이고 있던 벤자민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던 벤자민은 천막의 문이 열렸을 때 잠에서 깨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 사내를 은밀하게 따라왔다. 설마 이런 작당모의를 듣게 될 줄이야.

 ‘엔코니상단도 틀렸군. 이제 어쩐다......’

 험상궂은 사내놈이 천막 안을 들여다볼 때는 혹시나 했는데 자신들을 찾고 있었을 줄이야. 하긴 3대 가문을 제거하는데 아무런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북부원정시기를 때려 맞출 리는 없고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노스가드의 가신가문 중에는 배신자가 나올 리 없으니 그들이 정보를 구하려면 노스가드에서 보급품을 구입하는 상단을 이용했으리라

 멜빈이 지점장 자리에 대한 말까지 했으니 엔코니상단에서 내부적으로 보상을 걸었다는 건데 그럼 상단까지 한통속이라는 이야기. 사방이 적,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아무래도 수상해 혹시 모르니까 천막을 다시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사내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상단주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다시 이리스가 잠들어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귀찮게 되었군. 별 수 없지’

 그래도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갈 때 까지는 모르는 척 하고 같이 갈까? 했는데 지금 천막으로 돌아가면 끝이다.

 벤자민은 유연한 동작으로 나무에서 내려와 천막으로 향하는 사내의 뒤를 쫒았다. 사내가 천막의 문을 열려는 찰나!

 “미안하게 됐어”

 “허업...”

 벤자민은 사내의 뒤에서 그의 입을 막고 목덜미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암살자처럼 아주 능숙한 솜씨였다.

 

 사내를 근처 덤불로 치워두고 그는 재빨리 세 사람을 깨웠다.

 “렉스, 어이 렉스 빨리 일어나 긴급 상황이다.”

 “벤자민?”

 “상단주가 우릴 알고 있어 여기서 튀어야해”

 아마 사내가 오질 않는걸 보면 그자는 다시 사람을 보낼 것이다. 숨겨놓기는 했지만 시체가 들키지 않을 리도 없고 이제 와서 모른 척을 할 수도 없으니 빨리 도망쳐야했다. 렉스는 벤자민이 말하는 것을 알아듣고는 잠들어 있는 이리스를 업었다. 아쉽게도 야영장비까지 챙기기엔 시간이 부족하리라

 “렉스?”

 “조용히 하십시오.”

 두 사람은 잠이 덜 깬 이리스와 나리아를 업고 야영지를 벗어났다.

 “거기 누구야?”

 어둠속에서 두 아이를 업고 도망치는 렉스와 벤자민을 본 용병들은 그들이 납치범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벤자작령에서 합류한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경계를 풀었다.

 “밤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 아니면 설마 마차에서 물건을 훔친 건 아니겠지?”

 “수상한데......”

 “렉스 가자!”

 벤자민은 나리아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칼집을 휘둘러 가로막은 용병을 후려치고는 앞으로 달려갔다.

 “저, 저놈들을 잡아 저놈들은 수배범이다.”

 멀리서 고용주가 하는 말이 들려오자 용병들은 눈에 불을 키고 그들을 쫒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과 용병들의 사이는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곧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추적해!”

 멜빈이 용병들을 보며 역정을 지르자 용병이 귀찮다는 시늉을 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원래 계약은 상단의 호위고 저놈들을 쫓아가면 짐은 어떻게 하려고?”

 “저놈들이 데리고 있던 두 여자가 노스가드의 여식이다. 둘만 잡으면 이까짓 물건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수배서에 기록된 이리스와 나리아의 현상금은 둘이 합쳐서 6만골드 잡기만 하면 더 이상 용병일은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거금이다. 물론 죽이기 말고 생포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계약은 취소다.”

 “뭐, 뭐라고?”

 용병대장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 도망치는 저년만 잡으면 위약금을 주고도 더 이상 용병질을 안 해도 될 만큼 충분히 벌 것 같군.”

 “그게 무, 무슨 여기서 계약을 어기겠다는 거냐!”

 “말 그대로 저년은 우리가 잡고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하지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먼저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숨겨둔 건 당신이니까”

 아니 위약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저년들만 잡으면 싹 다 접고 은퇴하면 되니까

 “아, 안 돼!”

 “응?”

 두 사람을 자신이 잡지 못하면 상단주가 약속한 지점장 자리는 얻지 못한다! 멜빈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들어난 체로 용병대장에게 말했다.

 “그래 현상금은 다 넘겨줄 테니 두 사람만 잡아오게”

 “흐음......왜지?”

 “그, 그건......”

 “누가 따로 약속한 게 있나보군. 하긴 아직 철도 안 되었는데. 북쪽으로 가는 상단이 많더라고 오천골드, 위약금 없이 오천골드를 얹어주면 생각해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노스가드의 두 여식은 자신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멜빈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알겠다. 빨리 추적해”

 “그전에 먼저 계약서를 작성해줘야겠는데”

 “저놈들이나 잡아와!”

 “괜찮아 이미 부하를 보냈으니까 이런 설산에서 흔적도 안남기고 도망치는 건 힘드니까 그보다 우리 이야기나 빨리 마치자고”

 용병대장은 품에서 백지 한 장을 꺼냈다.

 

 매서운 추위와 몰아치는 칼바람 때문에 이리스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렉스 어떻게 된 거야?”

 “엔코니 상단도 성을 습격한 무리들과 한패인 것 같습니다.”

 “무, 무슨 말이야? 상단은 안전할거라고 했잖아”

 “......지금은 도망치는 것만 생각 하십시오.”

 불안감에 떠는 이리스를 보자니 문득 불경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버리고 여기서 도망친다면 자신은 안전하지 않을까?

 “어이 렉스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빨리 가자고”

 “미안”

 벤자민이 옆에서 재촉해오자 렉스는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래 자신의 노스가드의 전사,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이런 생각을......

 “제길 추적자다! 달려”

 저 멀리서 붉게 타오르는 횃불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오러를 이용해서 거리를 제법 벌렸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사람을 업고 있었기에 그렇게 거리를 많이 벌리지 못한 듯싶다.

 “저쪽으로 가자!”

 두 사람은 추적자들을 피해서 눈 덮인 산으로 향했다. 드문드문 눈 사이로 암석지대가 보이는 게 바위산인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이 두껍게 덮여있기에 발자국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쪽이다!”

 용병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족히 오십 여명은 되어 보이는 게 추적을 따돌리기는 힘들 것 같았다.

 “싸울까?”

 “아가씨들은 어떻게 하려고”

 “그것도 그렇군.”

 저들을 하나하나 죽이기 전에 이리스나 나리아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것보다 저 다리를 이용하자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줄을 잘라버리면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거야”

 렉스는 저 멀리 절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다리를 가리켰다. 반대편 산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밤이라 그런지 반대편이 잘 보이질 않았다.

 “지금은 그것밖에 없어 보이는군.”

 두 사람이 다리 근처까지 갔을 때 용병들도 많이 가까워져서 횃불을 들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이거 건널 수 있는 거야?”

 “이젠 건널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다리의 상태는 훨씬 나빠 보였다. 줄은 거의 검은색에 가깝게 변색되어있었고 바닥을 이루고 있는 나무판은 군데군데 벌레 먹은 것처럼 구멍이 뚫려있었지만 반대편에는 울창한 침엽수립이 보였다.

 이리스가 먼저 발을 디디자 삐이걱 하고 불길한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 번에 다 건너기는 힘들 것 같네. 이리스아가씨랑 먼저 건너가”

 “알겠어.”

 렉스는 이리스의 손을 잡고 천천히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검을 빼어들었다. 그의 곁에는 나리아가 남아있었다.

 “아가씨는 두 사람이 다 건너는지 확인을 해주십시오. 두 사람이 다 건너면 출발하겠습니다.”

 “응”

 “놈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빨리 쫒아가!”

 용병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올 만큼 가까워졌다. 벤자민이 쓱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리스와 렉스는 아직 삼분지 이정도 밖에 건너지 못한 상태였고 하지만 시간을 더 끌면 용병들 때문에 다리를 건너는 게 불가능 할 것이다.

 “쳇”

 벤자민은 가장 앞서 달려오는 사내에게 단검을 집어던지고는 다리로 달려갔다. 그가 성큼성큼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나무판자는 삐걱삐걱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빨리 저년 하나에 3만 골드다!”

 “줄을 끊어버려”

 용병 하나가 소리치자 다리 근처에 있던 용병은 가지고 있던 칼로 한쪽 줄을 잘랐다. 줄이 하나 끊어지자 다리는 크게 요동치며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나리아!”

 벤자민은 용케도 나리아를 붙잡은 상태로 나무판자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끼이익

 “어?”

 벤자민이 잡고 있던 나무판이 부셔져 내렸다.

 “나리아!”

 “......”

 두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렉스는 이어져있던 줄을 모두 잘라냈다. 이걸로 한동안 저들이 자신들을 쫒아오지는 못하리라

 “갑시다.”

 “렉스 하지만 나리아가......”

 렉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절벽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리스를 끌고 침엽수림을 향했다.

 

 “이거 놔 나리아가 떨어졌다고”

 “일단 북부로 돌아가지요 가신가문의 충성심이 여전하니 안전한 지역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운이 좋으면 호크아이가문이나 로드러너가문 까지 갈 방법이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빨리 나리아를 찾으러...”

 짝

 렉스는 처음으로 이리스의 뺨을 후려쳤다.

 “아......”

 “정신 차려 넌 더 이상 철부지 공주님이여서는 안 돼! 넌 이제 노스가드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다.”

 “이제......나 혼자? 시, 싫어 이런 거! 다 꿈이야 그래 이건 그냥 나쁜 꿈...”

 짝

 “부정하지 마!”

 이리스는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동생인 나리아까지 그녀의 곁을 떠나자 더 이상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없어 보였다.

 머릿속에 열기가 가득 찼다. 렉스는 더 이상 그녀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이대로 도망치기만 할 거냐? 다른 가문으로 간다고 해서 안전할 것 같아?”

 “렉스 갑자기 왜 그래 무, 무서워”

 “내 앞에서 징징거리지 마!”

 렉스는 이리스의 멱살을 잡아서 눈높이까지 끌어 올리고는 눈 위로 내팽겨 쳤다. 푹신한 눈 덕택에 육체적 충격은 없었지만 언제나 친절했던 렉스의 돌변은 그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넌 이미 성인이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 사람 몫의 전사라고 후작님께 때를 썼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평범한 아가씨하고 다를 바 없잖아! 네가 단련해온 검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지? 말해라 이리스 노스가드”

 “그, 그건 북부를 지키기 위해...”

 “이젠 아니야 복수를 위해, 가문을 추락시키고 가족을 죽인 모든 이들에게 복수해라”

 “복수......”

 “억울하지 않나? 죄지은 것도 없는데 반역자로 몰리고 가족을 살해당하고!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서 가문을 몰락시킨 모든 것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라!”

 이대로는 안 된다. 평범한 소녀처럼 주저앉아서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표를 정해주자 그녀가 다시 삶에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목표를 자신이 길을 정해주자 그녀도 눈물을 멈추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눈물을 지운 이리스는 작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그녀의 떨림이, 약함이 눈에 보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저게 최선일 것이다.

 “복수할게......가문의 복수를, 내 모든 것을 가져간 이들에게 복수를”

 “그럼 지금은 살아남아라! 살아남아서 강해져라”

 “응”

 이리스는 다리 건너편에서 흩어지기 시작하는 용병무리를 지켜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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