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결혼비행-1
작성일 : 17-06-22 13:13     조회 : 593     추천 : 15     분량 : 51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월.

 봄이 온 푸른 하늘 아래 눈 부신 햇살이 구름을 뚫고 땅과 만난다.

 햇빛을 먹은 꽃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고, 그 꽃들 위로 날아다니는 노란빛 기사들이 있다.

 

 벌이다.

 

 

 1화

 [현재 기온 17℃]

 장식용 깃털을 목과 어깨에 두르고 갈색 갑옷을 입은 일벌들은 서로서로 질세라 바쁘게 날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그런 일벌들을 벌집 안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덩치 큰 몇몇 벌들이 있다. 수벌들은 일하지 않고 오로지 내일 있을 결혼 비행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드디어 내일인가!”

 한 수벌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번 결혼비행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수벌답게 보통의 수벌보다도 1.5배는 큰 덩치에 긴 다리를 가진 섬번이다.

 “어차피 한번 날고 뒤질 텐데 신이 나냐?”

 “그건 옛날얘기고! 요즘은 배우자로 맞는 경우도 있다고 하잖아?”

 “하, 네가 공주님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

 “내가 아니면 누가 공주님 곁을 지키겠어? 누가 봐도 내가 여기서 제일 멋진걸!”

 “말이나 못 하면…”

 “말이 배우자지, 기둥서방 아니냐? 그거?”

 “빈정댈 시간 있으면 비행연습이나 더 하라구! 하하!”

 섬번은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에이, 야 저기 아기들 낮 놀이하는 거나 구경하자.”

 “그러자, 야 에이피! 너도 갈래?”

 “아…아니 난 비행연습 좀 하려고”

 “아 뭐 그래, 너도 열심히 해봐라, 배우자로 맞아주실 수도 있잖아? 하하, 우린 간다!”

 “응 그래…”

 유난히 밝은 금색에 가까운 솜털을 가진 에이피라는 벌은 날아가는 다른 수벌들을 뒤로하고 하늘로 천천히 날았다. 과거 결혼 비행 후 모든 수벌이 내쫓기던 때와 달리 현재는 한 마리의 수벌은 공주의 호위, 수발, 밤일까지 모두 전담하는 이름은 배우자 역할은 만능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배우자 외 모든 수벌은 비행 교관, 상인 등 몇몇 특출난 능력이 있는 수벌을 제외하곤 과거처럼 내쫓기게 된다.

 그는 높게 치솟아 올랐다. 햇살을 가르며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높이까지. 배우자가 되기 위한 과정의 첫 번째는 비행 실력이다. 공주의 비행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벌들은 배우자는커녕 성안에 남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두 번째는 그렇게 공주와 속도를 맞춰 날며 공주 주위의 호위벌들의 방어를 뚫고 공주를 만나야 한다. 비록 호위벌들이 자신들의 갑옷과 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호위벌들은 최소 한번은 전쟁을 겪으며 전투능력을 인정받은 벌들로 맨몸의 호위벌을 헤쳐 나가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은 결국 공주의 선택이다. 그 과정을 모두 통과한 수벌 중 가장 공주의 마음에 든 수벌만이 배우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생기는 결혼비행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정기만을 공주에게 건네고 대부분의 힘을 잃은 채로 성 밖으로 떠나게 된다. 그런 수벌들은 잘되면 꿀 장사를 해서 어느 정도 유복하게 살지만, 대개는 하루하루 입에 꿀 칠할 정도로 살며 천천히 죽어간다.

  에이피는 다른 수벌들보다 작고 왜소했다. 그가 어렸을 때 유난히 비가 자주 왔고, 일벌들은 제대로 꿀을 구해올 수 없었고. 가장 마지막에 태어난 그는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했다. 그런 에이피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유난히 빠른 날개로 누구보다 빨리 나는 것이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할 즈음 기온이 떨어진 걸 느끼고 에이피는 수벌들의 방으로 돌아왔다. 일벌들의 숙소보다도 낡고 오래된 방은 꿀벌 왕국의 건국일보다 훨씬도 전에 지어졌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곧 부서질 것 같은 숙소다. 자신의 방에 들어간 에이피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배우자로 선택되지 않으면, 내일이면 이 방도 끝이구나…”

 에이피는 비행연습을 하느라 지친 날개를 어루만지며, 지도를 펼쳤다. 넓은 숲 중심지를 모두 차지한 숲의 1/3은 모두 꿀벌 왕국의 영역이다. 북쪽으로는 중장갑부대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풍뎅이 왕국, 동쪽으로는 늘 티격태격하는 기병 대국 여치 왕국과 검사의 나라로 불리는 사마귀 왕국이 위아래로 맞닿아있고, 서쪽엔 비행 기사로 유명한 잠자리 왕국, 남쪽으로는 평야와 숲을 동시에 차지하고있는 개미 제국의 영토다. 대체로 꿀벌 왕국과는 꿀 무역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에 있으나 개미 제국은 그 꿀을 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나마 내쫓겼을 때 갈만한 곳은 잠자리 왕국인가. 같은 비행 종족이기도 하고, 잠자리어는 우리나라 말이랑 비슷하다고도 하니까”

 -부우우웅

 “자자, 다들 고생했고! 빨리 장비 정리하고, 아이 방 온도 관리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바깥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린다. 아마 일벌들이 채취를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복귀하는 걸 보니, 바깥 날씨가 어제보다 빨리 추워진 것 같다.

 “내일 비행 때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다음날 12℃]

 결혼비행의 아침이 밝았다. 아직은 살짝 이른 온도지만 오늘은 모두가 평소보다 일찍 몸을 움직이며 준비를 시작했다. 일벌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아직 비행훈련을 마치지 않은 아기 벌들은 처음으로 공주를 볼 생각에 들떠 성안을 마구 날아다녔다. 곳곳에서 긴장한 모습의 수벌들이 날개를 만지거나 몸을 꾸미며 긴장을 털어내려 하고 있었다.

 에이피도 살며시 몸을 일으켜 단장을 시작했다. 날개를 깨끗이 점검하고, 솜털 사이사이에 낀 먼지는 없는지 정갈하게 다듬었다.

 “잘할 수 있어, 비행연습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오늘 날개 상태도 좋고!”

 날개를 바르르 떨며 긴장을 누른 그는 수벌들이 모여있는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많은 요리를 뒤로하고 수벌들은 결혼비행에 대한 얘기로 정신이 없다. 살짝 그들 사이에 끼려던 에이피는 이내 구석 자리에 앉아 꿀 경단을 조금씩 씹었다.

 “공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러게, 결혼비행 전까지는 바깥구경도 못한다며?”

 “비행 전에도 호위벌들이 완전 경호해서 잘 보지도 못한다던데.”

 “그럼 진짜 배우자 후보 정도는 되야 얼굴 한번 보겠는데…”

 -웅성웅성

 “이제 식사를 마치시고 결혼 비행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기온이 17℃쯤 되었을 때 짧은 날개의 회색 솜털의 시녀벌들이 수벌들을 치장실로 데려갔다. 수벌들의 얼굴에 꽃물로 수를 놓고, 다양한 색의 꽃가루를 꿀에 개어 온몸에 발라 꾸몄다. 에이피의 검은 팔다리도 붉게 물들고, 금빛의 솜털은 꽃가루가 더해져 환한 황금빛이 되었다. 이날을 위해 한껏 가꾼 빛나는 날개도 아름다움을 더했다. 치장이 떨어질세라 조심스레 치장실 밖으로 나온 에이피의 앞에 마찬가지로 치장을 끝낸 섬번이 있었다.

 검은색으로 꾸며진 솜털과 누구보다 큰 신장, 얼굴 한가운데로 그어진 붉은 세로선이 나타내는 위압감은 그가 이번 비행 최고의 배우자 후보라는 것을 알리는듯 했다.

 “뭐야 에이피 너 결혼 비행 진짜로 할 거야?”

 “응 나도 참가하려고.”

 “넌 그 시간에 차라리 외국어나 무역학을 공부하지 그랬냐, 그러면 이번 비행에 참가 안 해도 성에 남을 수 있었을 텐데.”

 “나도 날 수 있어.”

 “벌이라면 누구든지 날수는 있지. 얼마나 빠르게, 어디까지 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넌 비행 따라오기도 힘들 거 같은데”

 “야 그만해라 애 울겠다!”

 에이피와 섬번이 이야기하는 중에 섬번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치장을 끝내고 그의 옆으로 왔다. 그 중 단 한 벌도 에이피보다 작은 벌은 없었다.

 “뭐 네가 열심히 비행 연습을 하는 건 알겠는데, 아무래도 태생적으로 달라 너랑 우린”

 “그래도..”

 “일단 참가하기로 한 거 열심히 해봐, 그 체력으로 어디 나가서 살 곳을 찾아보는 게 낫겠지만”

 “그만하고 가자, 어차피 따라오지도 못할건데. 공주님 나오실 온도 다 돼간다.

 -덥석

 “지지 않아!”

 에이피는 뒤돌아 가려던 섬번의 멱살을 잡았다.

 “…뭐하냐 지금?”

 “결혼비행, 난 무조건 공주님 옆에서 날거야.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빠르게 날아서 배우자가 될 거라고!”

 “하…”

 -덥석

 섬번은 한숨을 내쉬곤 에이피의 팔을 잡아 내동댕이 치곤 머리를 밟았다.

 “어떻게 할건데 네가, 어? 결혼 비행중에 우리끼리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는건 알지?”

 -퍼억!

 섬번의 발이 에이피의 배를 강타했다.

  “그냥 곱게 말할 때 좀 들어. 어차피 넌 따라오지도 못한다니까?”

 “이익!”

 에이피가 섬번의 멱살을 다시 잡는 순간 공주 방의 문이 열렸다.

 “정숙하시오!”

 드레스처럼 긴 날개와 흰색으로 꾸민 솜털을 가진 공주의 유모벌이었다. 앞장선 유모벌의 뒤로 아홉의 호위벌이 모습을 보였다. 이 성의 전투 교관, 비행 교관을 비롯한 강자들로 구성된 그들은 평소라면 무장 뒤로 가려졌을 전쟁의 흉터들이 온 몸 위로 드러나 있고 수벌들처럼 치장을 했지만 그 색은 모두 흰색이었다. 그 10명의 벌은 마치 흰색 베일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흰색 베일 사이로 천천히 방에서 나오는 한 벌이 있었다.

 “저 분이…”

 “공주님…”

 모든 일벌은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조금 전까지 신이나 떠들던 수벌들과 마구 뛰어놀던 아기벌들까지 모두가 그 모습에 말을 하지 못하고 인사를 올렸다. 고개 숙인 벌들의 사이로 공주는 베일을 두르고 비행을 위해 움직였다. 성의 비행장 앞에서 유모벌는 기온사를 불렀다.

 “현재 기온은?”

 “지금 막 20℃가 되었습니다.

 유모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돌아 입을 열었다.

 “결혼 비행에 참가하는 모든 수벌은 정렬 후 내 말을 들으라! 이 결혼 비행의 규칙은 단 두 가지, 첫번째! 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 특히 ‘창’의 사용은 엄격히 금한다. 두 번째! 참가벌 외의 조력자가 개입하는 것! 결혼 비행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해야 한다. 이상 질문 있는가!”

 성을 가득 채우듯 묵직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든 벌이 긴장감에 쌓였다.

 “그럼… 공주님 출발하시죠”

 공주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날개를 펼쳤다.

 “오오!”

 “아름다워!”

 펼쳐진 날개에 그려진 붉은 원은 밝은 햇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빛을 반사했고 모두의 눈엔 눈부신 공주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주와 열명의 벌들은 우아하게 그 자리에서 위로 떠올랐다. 어느 정도 떠오르자 공주가 짧게 말했다.

 “따라오라”

 -부우웅!

 말을 마치자마자 11명의 벌들은 하나처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어?”

 “야 출발 출발!”

 “시작한다!”

 “힘내라!”

 잠시 당황한 수벌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공주를 쫓았다. 섬번패거리의 견제에 제일 뒤에있던 에이피도 날아오르려 하는 순간이었다.

 -퍼억!

 “야 꼬맹아 바람에 날려가지 마라! 하하!”

 섬번패거리 중 한 명이 에이피에게 부딪힌 뒤 날아갔다. 에이피는 욱신거리는 배의 감각을 참으며 마지막으로 출발했다.

 

 

 

 

 

 

 결혼 비행이 막 시작한 숲 속의 한 나무 그늘, 4~5명의 형체가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시작했군.”

 “저기 날개에 붉은 원이 그려진 게 공주다.”

 “경비가 생각보다 삼엄하군요

 “그래 봐야 꿀벌., 모두 준비하라”

 “예”

 “목표는 공주의 목,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죽여도 좋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06-22 16:35
 
이색적인 소재네요. 재미있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왕병아리 17-06-23 17:15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재밌는 글 써보겠습니당.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Birds 17-06-22 23:59
 
잘 보고 갑니다. 소재가 특이해서 좋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왕병아리 17-06-23 17:16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보러와주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화폐단위 2017 / 6 / 28 499 1 -
20 식탐-마지막 2017 / 7 / 30 309 2 5923   
19 식탐-6 2017 / 7 / 30 294 2 5311   
18 식탐-5 2017 / 7 / 27 296 2 5092   
17 식탐-4 2017 / 7 / 25 282 2 5183   
16 식탐-3 2017 / 7 / 25 284 2 5077   
15 식탐-2 2017 / 7 / 22 296 5 5229   
14 식탐-1 2017 / 7 / 21 294 6 5073   
13 휴식-2 2017 / 7 / 19 274 6 4371   
12 100개의 다리-마지막 2017 / 7 / 17 285 6 5376   
11 100개의 다리-6 (2) 2017 / 7 / 13 304 6 4982   
10 100개의 다리-5 2017 / 7 / 11 318 6 5084   
9 100개의 다리-4 2017 / 7 / 7 294 6 5063   
8 100개의 다리-3 2017 / 7 / 4 312 6 5417   
7 100개의 다리-2 2017 / 7 / 1 320 6 5875   
6 100개의 다리-1 2017 / 6 / 29 341 6 5308   
5 휴식-1 2017 / 6 / 28 314 7 4391   
4 결혼비행-4 2017 / 6 / 27 341 7 4906   
3 결혼비행-3 2017 / 6 / 25 333 11 5275   
2 결혼비행-2 (4) 2017 / 6 / 23 366 10 4908   
1 결혼비행-1 (4) 2017 / 6 / 22 594 15 519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