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10
작성일 : 17-06-12 11:38     조회 : 62     추천 : 5     분량 : 72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이우는 일찍 눈을 떴다. 오전 5시 10분인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초침을 따라 시선을 흘리며 메시지를 떠올렸다.

 [ 선바위 강남순환 상 6-2 8..12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번엔 어떤 일이 있으려고 이런 메시지가 왔을지, 아무 것도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누군가가 메시지와 관련한 범죄에 노출될 것이다.

 이전에 도착했던 세 번의 메시지 중에 마지막 문제를 풀었었다.

 그 수수께끼를 풀고 난 후에 이우는 메시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되었다.

 세 번째 수수께끼의 최종 장소는 강원도의 장애인 복지시설이었다.

 시간을 세우고 시설과 주변을 살펴보던 이우는 한 컨테이너 박스를 열어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섯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갇혀있었다.

 많아야 열 살도 안 되었을 아이들은 한겨울 맹추위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몸이 얼어 누워 있었다.

 정신없이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야 이우는 메시지가 단순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잘못 온 것으로 여겨 지워버렸던 두 개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흐려진 기억을 더듬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다녀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왜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는지 후회막심이었다.

 이후 메시지의 출처를 여러모로 알아보고 추측해보았지만 누가 어디서 보내는 것인지 짚이는 바 없었고, 두어 달 전 네 번째 메시지를 받았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리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수호가 없던 어제 오전의 선바위역에서도 이우는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오를 넘겨 선암 IC로 출발했지만 가던 중에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었다.

 수호를 또 맞닥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는 것이 주저되었다.

 그 근처에서 수호가 누군가를 쫓고 있다는 짐작이 되었다. 그러니 현장 앞에 나타났던 수상한 남자의 사진까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짐작대로 경찰 비슷한 사람이 분명하다.

 이우는 갑자기 히히 웃었다. 소매치기 아니라며 억울해하던 벌건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내일 만나기로 날짜만 정했을 뿐 어디서 볼지 몇 시에 볼지 정하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 형 저예요. 우리 내일 몇 시에 봐요?

 메시지를 보내고서야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핸드폰을 배 위에 올리고 이우는 물끄러미 천장을 보았다. 수호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자신에 대해 다 알게 된다면 수호는 어떻게 나올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성별을 알아도 지금처럼 살갑게 대해줄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신을 불편해하고 피하게 될까.

 아니면 혹시,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할 수도 있을까.

 짐작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왜 남자로 살고 있는지 캐물을 것이었다.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이우는 남자였다. 자신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차이가 있음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본격적인 의구심을 가지게 된 건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면서였다. 인체와 성에 관한 책들을 수없이 찾아 읽으며 고민하던 끝에 자신의 성별이 왜 바뀌었는지 아버지에게 물었었고 여자로 사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짧은 대답을 들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던 대답이었지만 이우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의도를 어림짐작하게 되었다.

 시간능력을 가진 이유로 겪게 될 위험을 예측했을까. 누군가가 시간능력을 알게 되더라도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을까.

 항상 엄격하고 차갑기만 한 아버지이지만, 자식의 안전을 걱정한 끝에 성별을 바꾸느라 영국을 떠나 이민하게 된 걸까.

 그래서 어릴 때부터 승마며 수영이며 태권도며 검도며, 하기 싫다는 운동을 강압적으로 시켰던 걸까.

 아버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나니 이우는 자신의 능력이 더 싫어졌었다.

 자신이 얼마나 깊이 숨겨져야 하는 존재인지 명확하게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가진 재주를 숨겨야 하는 것도 부족해 성별까지 숨기고 살아야 하는 존재.

 초등학교를 홈스쿨링으로 마쳤던 이우는 남학생으로 중학교에 가게 되면서 가까운 친구 몇에게 시간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뼈저리게 후회했었다.

 이우의 시간능력을 알게 될 만큼 절친했던 친구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극소수였지만, 모두 이우를 등졌다.

 그들의 눈초리는 무서웠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우를 싫어했다. 두려워했다.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다 이우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뭔가가 없어지면 이우가 훔쳤다고 생각했고 이우의 높은 성적은 문제를 유출한 것이 되었다.

 부유한 재산도 모두 훔쳐 만든 것이 되었다. 주변에 크고 작은 범죄가 발생하면 이우의 알리바이부터 물었다.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서 이우는 자신을 닫아걸었다.

 자신의 재주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곁에 있는 게 부담스럽고 무서웠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즈음 재혼한 아버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스스로 원하는 대로만 살라고 조언했을 뿐, 떠나는 이우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우는 아는 사람 없는 이곳이 편했다. 남자로든 여자로든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다.

 들어와서 한동안은 시간을 멈추는 일을 아예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섞여 살고 싶었다. 어색하게 여성복도 입어보았지만 곧 포기했다.

 엉성하게나마 차려입은 여자라고 힐끗거리는 남자들의 시선이 불쾌하고 부담스러웠다. 남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여자를 훑어보는지 예전 친구들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메시지가 오고 시간을 쓰게 되자 다시 이전과 같은 완전한 남장으로 자신을 가렸다. 시간능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사람들과 격리시켰다.

 천장 위로 멍한 생각을 흘리던 이우는 낮은 한숨을 흘렸다.

 죽은 듯 숨어 살고 있던 자신의 앞에 불쑥 나타나 다짜고짜 입을 맞추고 이름과 연락처를 묻던 사람.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메시지를 주고받게 된 사람.

 정신을 차릴 겨를 없이 가까워 오는 수호를 저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단지 외로웠을까, 가까운 친구를 만들고 싶은 걸까. 아니면, 수호에게 다른 관심이 있는 걸까. 수호를 이성으로 보고 있는 걸까.

 생각 끝에 이우는 우울해졌다.

 수호에게는 더욱 들키고 싶지 않아졌다.

 아버지조차 피하고 외면하는 존재. 수호 역시 두려워하고 의심하다가 멀어질 게 분명하다. 자신을 피하는 수호를 보고 싶지 않다.

 이우는 손가락이 간질이던 손바닥을 눈앞에 펼쳤다.

 물끄러미 손바닥을 쳐다보다가 불현듯 멍해졌다. 벌떡 일어나 앉아 손가락 메모를 되짚었다. [ 6-3 ]

 6-3. 유월 삼일. 6-2는 날짜일까.

 날짜라면, 유월 이일. 오늘.

 

 *

 영업실 네 팀이 총동원되었다. 여덟 명은 각자 정해진 구역으로 숨어들었다.

 수호는 포커스 둘을 마지막으로 놓쳤던 자재 더미 근처에 두 시간째 은닉 중이었다.

 -쫄랑아.-

 기웅이 또 무전으로 잡담을 시작했다. 수호는 쪼그리고 있던 몸을 조용히 일으켰다.

 -쫄랑아, 형 어지럽다. 해 너무 뜨겁지?-

 -강 대리. 너 인마 긴장 좀 안 할래?-

 -저 정말 빈혈로 쓰러질 거 같아요. 한 시간만 쉴게요 실장님.-

 -포커스 못 맞추면 들어와서 쓰러질 줄 알아라.-

 -지금 쓰러지는 거보단 나을 거 같습니다.-

 수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형 진짜 왜 그래? 갑자기 소리 지를까 봐 무서워서 못 들어주겠어.”

 -여긴 왜 그늘도 없냐.-

 “쉴 거면 혼자 슬쩍 가서 쉬지, 왜 광고를 하고 그래?”

 -너 고생하는데 형이 어떻게 그러냐. 한 몸인데 같이 쉬어야지.-

 “한 몸 같은 소리 한다.”

 -포커스 일 번 추정. 일 번 추정.-

 기웅의 낮춰진 목소리가 인이어와 핸드폰에서 동시에 들렸다. 수호가 어리둥절 하는 사이 핸드폰 통화가 끊어졌다.

 -가스시설 앞, 주암교 방면 도보 중.-

 -이 팀입니다. 주암교에서 마주 보겠습니다. 위치 맵 요청-

 2팀 보연의 무전에 수호는 자리를 조금 벗어나 길로 나왔다.

 -아직 시간 있으니까 일단 밟기만 해.-

 김 실장의 지시를 들으며 수호는 조용한 주변으로 시선을 둘렀다. 이제 맞추는 일만 남았을까, 긴장인지 흥분인지 모를 이유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일요일의 도로공사현장은 고요했다. 이우는 혹시 수호와 마주칠까 걱정되어 길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현장 안으로만 돌고 있었다.

 광범위한 현장을 찬찬히 살피고 다니며 누구인지 짐작조차 안 되는 메시지 발신자를 떠올렸다. 자신이 만일 발신자라면, 누군가를 불러낼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장소와 일시를 적지 않을까.

 일시. 6-2가 날짜라면 숫자 8은 시간일까. 그러면 오늘 8시. ..12는 뭘까. 시간의 분을 뜻하는 것일지. 정해진 시각이 정확히 8시 12분일 수도 있을까. 십 분도 아닌 굳이 십이 분일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시간의 의미가 아닌 걸까.

 확신이 서지 않는 짐작을 이으며 이우는 계속 걸었다. 지난번 보았던 수많은 컨테이너 박스들만 즐비했다.

 잠긴 문도 있고 쪽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우는 컨테이너들을 일일이 살피며 천천히 이동했다. 문을 열 때마다 지난겨울의 컨테이너가 떠올라 손이 떨렸다.

 

 스케이트보드를 밀던 기웅이 속도를 늦췄다. 주암교 근방에 다다라 걸음을 멈춘 1번 추정자는 담뱃불을 붙였다.

 기웅은 다시 보드의 속도를 높였다. 가속이 붙은 보드와 함께 껑충 뛰어올라 알리 점프를 하며 포커스의 시선을 붙잡았다. 묘기를 구경한 포커스를 거만하게 쳐다보고 보드를 다시 밀었다. 왔던 길을 거슬러 이동하며 마이크를 눌렀다.

 “삼 팀, 일 번 확인. 백 퍼센트. 이 팀 잠행 요망”

 -이 팀 유 팀장입니다. 확인.-

 기웅은 수호가 숨어든 방향으로 슬슬 보드를 굴렸다.

 

 -이 팀입니다. 일 번 차량 탑승. 회색 소나타, 육칠삼팔, 육칠삼팔. 선암교 방면 출발.-

 “아 씨, 차량.”

 수호는 짜증을 중얼거리며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삼 팀 김 대립니다. 선암교로 차 대겠습니다. 위치 맵 요청.”

 -쫄랑아, 형 합승.-

 수호는 차를 세워둔 방향으로 달렸다. 이번 포커스는 어지간히 속 썩인다는 생각에 짜증이 치밀었다.

 

 구석진 곳을 골라 주저앉은 이우는 지친 다리를 펼쳤다.

 컨테이너에 간간이 찍혀 있는 숫자들을 훑고 다니던 참이었다. 지난번에 어느 정도 둘러보았었고 눈에 띄는 것이 없었음에도 숫자에 대한 미련이 떨쳐지지 않았다.

 종아리를 주무르던 이우는 찍어 두었던 핸드폰 사진을 열었다. 한 장씩 넘기며 숫자들을 다시 읽었다.

 한동안 사진을 보던 이우는 문득 의아했다. 현장이 며칠 전과 조금 달라져있었다.

 일어서서 주변을 다시 살폈다. 근방을 찍었던 사진을 찾아 화면을 넘겼다. 사진 속에 나란히 붙어있는 네 개의 컨테이너가 지금은 여섯 개로 늘어있었다.

 새로 생긴 컨테이너 두 개를 쳐다보다가 입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밖에서 잠긴 컨테이너였다. 창이 없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컨테이너야 얼마든지 옮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치자 기운이 빠졌다. 하루 종일 뜨거운 현장에 숨어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오늘도 헛수고일까. 아니면 너무 늦어진 걸까. 벌어질 일이 이미 벌어졌을까.

 이우는 손바닥을 펼쳤다. 수호가 써준 날짜는 단지 우연일까.

 메시지와 관계가 없는 사람인 것 같긴 했다. 아무리 봐도 알고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우는 손바닥에 새겨진 날짜가 신경 쓰였다. 핸드폰 사진들을 다시 넘기며 달라진 컨테이너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이우는 컨테이너 더미 앞에 멈춰 섰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쿵쿵 귀를 때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출입구에 적힌 붉은 스프레이 글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12]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의 사진을 넘겼다. 지난번에는 분명히 없던 컨테이너 더미였다.

 집채만 한 컨테이너 네 채가 블록처럼 붙어 있었다. 너무 커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마치 집이나 산처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 존재감.

 환풍구에서 돌아가고 있는 배기팬 날개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우는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컨테이너 옆으로 돌았다. 벽면에 귀를 대보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7시 52분.

 여덟 시 십이 분까지 기다려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12가 이 컨테이너를 가리키는 거라면 시간은 8일까. 그렇다면 여덟 시.

 시간의 의미가 아예 아니라면, 지금 바로 시간을 세우고 들어가 봐야 할까.

 

 -확실히 선암교 방면으로 갔습니다. 중간에 샐 길 없습니다.-

 2팀 보연의 억울한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렸다.

 -샐 길이 없으면 땅으로 꺼졌냐? 빨리 다시 찾아!-

 수호와 기웅이 잠복 중인 선암교 사거리로 포커스의 차는 지나치지 않고 있었다.

 주암교에서 선암교까지의 곡선 도로는 샛길이 없었다. 한쪽은 도로 방음벽, 한쪽은 공사현장.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없었다.

 포커스의 차가 지나가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던 수호는 공사현장이 신경 쓰였다.

 그 구간에서 숨을 곳은 눈을 씻고 봐도 공사현장뿐이었다. 방대한 공간에 수많은 컨테이너 박스. 을씨년스럽게 늘어서있는 세우다 만 교각들. 황량한 공간이 주는 느낌이 불길했다.

 그렇지만 공사현장은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다시 오전에 서너 시간을 걸쳐 이 잡듯 뒤졌었고 수상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 팀입니다. 이 번 추정자 송동 노인정 출현. 위치 맵 요망-

 동식의 무전에 수호는 어리둥절해졌다.

 “노인정? 거기 이제 범위 밖인데?”

 “아, 진짜 이 쥐새끼들.”

 기웅이 짜증을 구시렁거리며 주변 도로를 훑어보았다.

 수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느낌이 좋지 않다. 기한이 다가올수록 선암교 근방으로 모여들던 포커스들인데.

 -사 팀입니다. 삼 번 확인. 열시설 앞. 도보 중.-

 -밟다가 놓칠 거 같으면 작업해.-

 -네. 우면초 방면 이동 중. 위치 맵 요청-

 “우면초?”

 수호는 몸을 똑바로 고쳐 앉았다. 처음 포커스가 출몰했던 지역. 오늘 갑자기 주암교로, 노인정으로, 우면초로, 각자 흩어지며 범위를 벌리고 있다. 이게 뭘까.

 “어!”

 기웅이 다급하게 몸을 세워 앉았다. 오른쪽 도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은 회색 소나타가 눈앞으로 질주하며 왼쪽으로 사라졌다.

 수호는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두어 대의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수호를 피해 급정차를 했다.

 핸들을 바짝 꺾으며 수호는 빠르게 교차로를 벗어났다. 용의차량을 노려보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넣었다.

 수호는 문득 기분이 이상해졌다.

 멀어지고 있다, 선암교로부터. 거의 좁혔다고 생각했던 장소인데, 오늘 갑자기 범위가 흐려졌다.

 포커스 셋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한 팀씩 포커스를 쫓고 있다. 최종 포인트에서 점점 멀어진다. 하필 마감일인 오늘. 유월 이일.

 불현듯 헤드유닛의 시계가 수호의 눈길을 붙잡았다. 08:11가 08:12로 막 바뀐 순간이었다. 8:12.

 6-2 8..12 선바위 강남순환 상.

 브레이크가 콱 밟혔다. 요란한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기웅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악 깜짝, 왜?”

 수호는 멍해졌다.

 그 퀴즈는, 뭘까. 이우는 왜, 공사현장을 헤매고 있던 걸까.

 “뭔데?”

 기웅의 물음에 수호는 대답대신 이를 꽉 물었다. 다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이우가 숨기고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포커스는 지금 우리를 속이고 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은피 17-06-12 22:30
 
으악 또 추천이 안 되네요 ㅠㅠ
끔찍한 사건을 본 후라 이우가 저렇게 열심히 찾아다녔군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빵야빵야 17-06-18 18:40
 
또다시 한주의 쉬는 일요일에 몰아보기 시작입니다~
이우의 포저능력, 그리고 그 이유를 지켜줄 수 있는 수호의 신체능력(그래서 수호인건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며 추천 찍고 갑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7 (2) 2017 / 6 / 19 74 5 5289   
21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6 (2) 2017 / 6 / 18 63 5 5739   
20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5 (1) 2017 / 6 / 17 61 5 6111   
19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4 (1) 2017 / 6 / 16 56 5 5572   
18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3 (1) 2017 / 6 / 16 65 5 5584   
17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2 (2) 2017 / 6 / 14 67 5 5869   
16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1 (3) 2017 / 6 / 13 81 5 6766   
15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11(완… (3) 2017 / 6 / 12 74 5 5636   
14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10 (2) 2017 / 6 / 12 63 5 7205   
13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9 (2) 2017 / 6 / 11 62 5 6082   
12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8 (1) 2017 / 6 / 10 67 5 6564   
11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7 (1) 2017 / 6 / 9 73 5 8360   
10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6 (1) 2017 / 6 / 8 71 6 6354   
9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5 (1) 2017 / 6 / 7 68 6 6505   
8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4 2017 / 6 / 7 62 6 9407   
7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3 (2) 2017 / 6 / 6 71 5 6199   
6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2 (2) 2017 / 6 / 5 77 6 5909   
5 { 더 포저 시즌 Ⅰ} 선바위 비밀거래 ... 1 (1) 2017 / 6 / 4 91 6 4962   
4 { 더포저 에피소드 Ⅰ} 스토커의 최후 ... 3 / … (3) 2017 / 6 / 3 113 6 6569   
3 { 더포저 에피소드 Ⅰ} 스토커의 최후 ... 2 (2) 2017 / 6 / 2 110 7 5330   
2 { 더 포저 에피소드 Ⅰ } 스토커의 최후 ... 1 (4) 2017 / 6 / 2 224 6 4631   
1 더 포저(The Pauser) _ INTRO. (5) 2017 / 6 / 1 677 7 3063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