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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리코 - 4
작성일 : 17-02-07 18:31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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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는 무언가 자르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가 있는 곳은 차가운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가운데 있는 의자에 그녀와 자신이 각각 묶여있었다. 리코는 본능적으로 이곳이 차마 내려오지 못했던 바로 그 지하실이란 걸 깨달았다.

 

 “어째서 날 배신하려 한 것이냐.”

 

 프레이가 등불을 들고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기까지 했다. 그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착한 아이였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마.”

 

 그는 손에 든 칼로 리코를 묶고 있던 줄을 잘랐다. 그러면서 리코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고양이집을 잊지 마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프레이가 뒤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볼 수 있었다. 가슴 높이의 큰 탁자 위에 토막 난 시체들이 잔뜩 있었다. 옆에는 그들이 입었던 옷가지가 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을 잡은 그 사람들 같았다.

 

 프레이는 리코 옆에 섰다. 두 사람은 같은 걸 보고 있었다.

 

 “너를 다치게 한 그 녀석들이다. 나는 분명 무사히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내 말을 어겼지.”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리코의 머릿속으로 더 깊이 박혔다.

 

 “이제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겠느냐? 그렇지 않았다면 넌 진작에 저 덩어리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을 거야.”

 

 그러면서 프레이는 리코의 손에 칼을 쥐어주었다.

 

 “하지만 내가 아끼는 건 오직 너만이야. 날 배신한 다른 녀석은 죽어야지.”

 

 그는 왼손으로 아직 사람이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저 년을 죽여.”

 

 리코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기절했는지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딱 한번만 칼을 그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리코는 한참 동안 망설였다. 프레이는 재촉하지 않고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지금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 묻고 싶습니다.”

 

 “말해보렴.”

 

 “폐인이 된 피에트로를 죽인 건 당신입니까?”

 

 대답은 없었다. 리코는 칼을 꼭 쥐고 뒤로 돌았다. 그 순간 프레이가 숨겨두었던 칼로 리코의 배를 찔렀다.

 

 “이 더러운 배신자 녀석이…….”

 

 하지만 리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오른손에 든 칼을 프레이의 목에 꽂았다. 프레이는 전혀 예상도 못한 눈치였다.

 

 “한 번도 스스로 싸워보질 않았으니 어딜 찔러야 하는 지도 모르지, 멍청한 놈아.”

 

 리코는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는 프레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곧 움직임을 멈췄다. 리코는 배에 꽂힌 칼 주위를 손으로 눌렀다. 이럴 땐 함부로 뽑지 말고 바로 이발사에게 가야 했다.

 

 리코는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이미 죽어있었다. 죽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지, 시신이 차가웠다. 리코는 가까스로 지하실을 걸어 나와 밖으로 나왔다. 집 앞에 마차가 있었다. 프레이는 혼자 별장에 올 때는 직접 마차를 몰았다. 리코는 거기에 올라타고는 정신을 잃었다.

 

 기억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 마지막에 리코는 고양이집 뒷골목에 있었다. 왜 하필 여기였을까. 어쩌면 이게 자신의 짊어진 순환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말로만 들은 주마등인 것 같았지만, 지금 보이는 얼굴은 기억 속의 어머니의 모습과 달랐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리코는 많이 보았던 방 안에 있었다. 어린 시절 그가 차마 들어오지 못했던 어머니 방이었다. 옆에는 못 본 사이 조금 늙은 어머니가 그를 간호하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더구나. 칼날이 내장 사이로 들어갔대.”

 

 그러면서 어머니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파서 힘든 건 알지만 일단 일어나야겠다.”

 

 그녀는 한손으로는 짐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아들을 부축해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 깨어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어머니가 한 번씩 쏘아보자 그들은 모두 시선을 돌렸다.

 

 “마담! 안 자는 거 아니까 일어나!”

 

 그녀는 카운터 뒤의 문을 두드렸다. 거기서 고양이 마담을 닮은 늙고 뚱뚱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진짜 가는 거야?”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색만 빼면 영락없이 리코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햇살과 같은 리코의 금발과 다르게 그녀의 머리는 어두운 갈색이었다.

 

 “맘대로 해.”

 

 그러면서 마담은 다시 방에 들어가며 문을 쾅 닫았다. 문지기인 듯한 청년이 그걸 보며 안절부절 했다.

 

 “마담 말 들었잖아? 저리 꺼져.”

 

 어머니의 말에 그는 문 옆에서 도망쳤다. 리코는 그걸 보면서 피식했다.

 

 “무슨 돈으로 여기서 나가는 거예요?”

 

 “내가 모은 거랑 네가 보내준 돈.”

 

 그러면서 그녀는 리코를 마차에 태우고 짐을 실었다. 리코가 몰고 온 그 마차였다.

 

 “그동안 편지 한 통 못 보내서 미안하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너랑 살려면 종이랑 잉크 값도 아껴야 했어.”

 

 그 말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그걸 보며 담담히 말했다.

 

 “쌓인 게 많을 줄은 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걸 풀 시간은 많을 거야.”

 

 그러면서 그녀는 마차를 몰아 성문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부러진 쇄골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마차를 몰았다. 하지만 속도를 마구 낼 수는 없었다.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리코의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추격자가 있을까봐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로 다녔지만, 결국 사흘째에 추격자들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뒤늦게 속도를 올렸지만, 환자를 실은 마차가 기수만 태운 말을 따돌릴 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바퀴 축마저 부러져버렸다.

 

 리코는 상처를 꽁꽁 싸맨 채 칼을 들고 마차에서 내렸다. 추격자는 여섯이었고, 그들 가운데 프레이의 집사인 세실이 있었다.

 

 리코는 그들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추격자들 역시 말에서 내려 칼을 뽑았다.

 

 “뭐 하러 여기까지 일부러 따라온 겁니까, 세실.”

 

 리코는 되도록 위협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머리는 어지럽고, 몸엔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지금 상태론 서 있는 것도 겨우 하는 거였다.

 

 “도망친 쥐새끼 한 마리를 잡으러 왔다.”

 

 세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지만, 다른 추격자들은 천천히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야 하나나 둘. 그 이상은 이길 자신이 없었다.

 

 “여기서 뭣들 하는 거야?”

 

 모두의 시선이 그 말을 한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허름한 차람의 중년 남자였다. 배가 불룩 나오긴 했지만, 커다란 덩치에선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어깨에는 풀로 짠 바구니를 끼운 장대를 걸치고 있었는데, 리코와 추격자들을 보더니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장대를 단단히 쥐었다.

 

 “내 마을에서 멋대로 피 볼 생각은 하지 마라.”

 

 추격자들은 그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들 중 하나가 남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볼 생각이면 어쩔 건데? 이게 얼마짜리 일인 줄 알아? 무려 은화…….”

 

 그는 자기 말을 마치지 못했다. 남자가 휘두른 장대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남자는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추격자들은 자기네 숫자를 믿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남자가 장대를 크게 휘두르자 그들은 순식간에 무기를 놓치고 말았다. 몇몇은 손을 맞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맞은 부위는 이상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더 없으면 꺼져.”

 

 리코는 당황하고 있는 세실에게 다가가 가슴팍에 칼을 찔렀다. 다른 자들은 돈으로 고용된 거라 달아나도 상관없었지만, 세실은 더 큰 화를 불러올 게 뻔했다. 남자는 그걸 보며 크게 화를 냈다.

 

 “내 마을에서 피 볼 생각 하지 말랬지!”

 

 그가 장대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리코는 그를 막을 힘은커녕 더 이상 서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리코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깨어났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풀 더미를 잔뜩 매달아놓은 천장이었다. 침대 옆에 있던 누군가가 눈을 뜬 리코를 보고 말을 걸었다.

 

 “무리하지 말거라. 이제 겨우 낫고 있으니까.”

 

 온화한 여자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손바닥이 리코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 열도 거의 내렸고, 며칠만 더 쉬면 될 거야.”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격자들을 물리쳤던 그 남자였다.

 

 “그놈 깨어났어?”

 

 “쉿! 환자 앞에서는 조용히 하라 했잖아.”

 

 남자는 투덜대다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여기는 어디죠? 어머니는요?”

 

 “어머, 난 사랑의 도피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네. 지금 저쪽에서 곤히 자고 있으니 깨우지 마렴. 며칠 동안 제대로 못 잔 모양이던데…….”

 

 리코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 말대로 어머니는 다른 쪽에 있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간호해 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인상이 좋은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약초 냄새가 물씬 풍겼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 예의가 바른 아이구나. 요즘은 보기 드문데.”

 

 미소를 짓는 그녀의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다.

 

 “저는 리코라고 합니다.”

 

 “나는 제인이라고 한단다. 조금 전에 투덜투덜 하면서 나간 사람은 내 남편인 한스고.”

 

 “여기는 어디죠?”

 

 “이 마을? 사람들은 마른골이라 부르지. 옷차림을 보니 도시에서 온 것 같은데, 워낙 시골이라 잘 모를 거야.”

 

 제인의 말대로 리코는 여기가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좋게 생각하면 더 이상 추격자들이 오긴 힘들 거란 뜻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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