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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그림자 - 1
작성일 : 17-01-28 19:56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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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테라는 잠깐 바깥을 살펴보았다. 이질적인 두 무리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아르무스의 집에서 회의 준비가 마무리되는 동안, 에드워드군의 후발대가 도착한 것이다.

 

 후발대도 모두 기병이었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지쳐서 갈아 탄 말들까지 데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강행군이었음이 충분히 짐작되었다. 수가 너무 많아서 대부분 마을 밖에서 대기했는데, 보통 사람은 그것만 보고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군세였다.

 

 그들은 일단 가만히 앉아 쉬고 있었지만, 투구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눈빛은 약간의 혼란과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다들 의문은 목구멍 아래에 가둬둔 채 조용히 주군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긴장한 건 수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신한 사람들을 챙기던 전사들이 돌아왔고, 마을 안에 매복해있던 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대신 기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괜히 빈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자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마치 붙었다면 진작 너희들은 내 활에 꼬치가 되었을 거라 말하는 듯 했다.

 

 “좋아.”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르무스였다. 그는 집 안에 다른 부하들을 들이지 않았다. 어차피 여긴 자신의 마을이라는 뜻이었다. 부하들을 물린 건 에드워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에는 중재자인 리코와 통역인 에테라가 앉았다. 다른 일행들은 참관인 겸 증인 명목으로 그 자리에 함께했다.

 

 “원수를 갚으러 왔다고?”

 

 에드워드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이들이 없는 걸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맞소.”

 

 “레돈도로군.”

 

 에드워드가 모르는 눈치이자 아르무스가 설명했다.

 

 “레돈도. 당신네 말로 뭐라 하더라, ‘순환’이라고 하나? 당신의 아버지는 내 형제들을 죽였고, 그래서 내가 당신 아버지를 죽였으며, 이제 그 아들인 당신이 나를 죽이러 온 거지. 계속 돌고 도는 거요, 끝없이. 세상의 모든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지. 우리가 만든 거지만…….”

 

 다들 말이 없었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아르무스의 눈을 잠깐 바라보았다 이윽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댔다.

 

 “혹시라도 내가 독이라도 탔을까 의심했다면…….”

 

 “아니오. 이건 그저 개인적인 습관이니 양해 바라오. 경계 저쪽은 워낙 험한 세상이라서.”

 

 “왕이라고 다 가질 순 없지.”

 

 “맞는 말이오.”

 

 에드워드는 마저 잔을 비웠다. 그러자 아르무스가 직접 그의 잔을 채웠다. 에드워드는 그걸 보고 놀란 눈치였다.

 

 “경계만 넘어도 풍습이 낯설어지는군.”

 

 “여기선 집주인이 직접 손님을 대접하는 게 예의거든.”

 

 “우리도 비슷하오. 다만 주인이 시종을 거느린 것뿐이지.”

 

 타나는 어떻게든 하품을 참으려 했다. 두 사람은 아직까진 잡담만 할 뿐이었다. 긴장감이 풀리자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참아야만 했다.

 

 “그나저나 내 친구를 이렇게 잘 대접해준데 대해 감사해야겠군. 보다시피 그는…… 평범한 인간이거든.”

 

 아르무스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리코가 했던 결투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드워드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열중해서 들었다. 아르무스가 손을 들어준 대목까지 가자 그는 박수를 쳤다.

 

 “대단하네 리코. 언제 그렇게까지 강해진 거야?”

 

 리코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대답했다.

 

 “내가 원래 더 잘했어……가 아니라, 잘 했습니다 전하.”

 

 에드워드는 우리끼리 무슨 격식이냐고 말하려다 여기가 공식적인 회담 장소임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곳은 우두머리의 집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하게 생겼다.

 

 아르무스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빙빙 돌리는 건 성격에 안 맞는군.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그러자 방 안에 있던 모두가 아르무스의 말에 집중했다.

 

 “내 머리를 원하나?”

 

 에드워드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했다. 긴장한 탓인지 그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원한다고 하니 이상하군. 정확히 말하면 필요한 거요.”

 

 “무슨 뜻이지?”

 

 “솔직히 말해 원한 같은 건 없소. 그건 여기 있는 리코가 알 거요.”

 

 아르무스와 눈이 마주치자 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복자가 뭘 알겠소. 거기다 내 어머니는 많은 부인 중 하나였을 뿐인데. 애정 같은 게 있을 리가.”

 

 아르무스는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보다 나중에 꺼내야 했다.

 

 “하지만 아까 말 한 대로 그게 필요했소. 다른 형제들이 자멸한 덕분에 왕이 되었지만, 아직도 야심 많은 친척들이 잔뜩 있으니까. 내 세력을 키우는데 선대의 원수를 갚았다는 사실만큼 좋은 게 또 어디 있겠소?”

 

 아르무스는 침묵했다. 그는 한참이나 골똘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까지 피를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군.”

 

 에테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뜻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목을 가져가시오. 대신 다른 이들은 해치지 말고.”

 

 그런 말을 하고도 아르무스는 초연했다. 에테라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레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리코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속으론 동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타나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마치 리코와 이라스토의 대련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삶을 초월해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 그건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서나 볼 수 있는 자세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죽으면 아린은 얼마나 슬퍼할까. 그제야 영웅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들의 위대한 업적과 희생 뒤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이 있었다. 아마 영웅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노래를 들으면 기쁨이 아닌 슬픔을 느끼리라.

 

 “네드?”

 

 리코의 말에 사람들은 정신이 들었다. 모두들 에드워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아르무스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왕의 그릇입니다.”

 

 다시 들어 올린 그의 두 눈은 존경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의 힘은 제 스스로 키우겠습니다. 그러니 아까의 말씀을 거두시지요.”

 

 모두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 순간, 밖에서 누군가 뛰어 들어와 아르무스를 껴안았다.

 

 “아버지!”

 

 아린이었다. 그녀는 울면서 아르무스에게 매달렸다. 아마 밖에서 몰래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일행은 슬며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에드워드도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협상은 무사히 끝났다. 모두 식사를 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겠다!”

 

 마을 안을 감싸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 들어와 있던 병사들까지 모두 밖으로 나가 식사를 준비했고, 수인 측은 몇몇 전사들이 피난 간 사람들을 데리러 떠났다.

 

 에드워드는 무의식적으로 부하들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가다가, 뒤돌아서 아르무스가 마련한 자리에 앉았다. 아르무스는 그걸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통치자로서는 몰라도 군인으로서는 존경받을 거야. 무서운 사내로군.”

 

 리코는 옆에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아르무스를 보며 고개만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수인들의 음식은 거칠고 소박했지만 에드워드는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는 보급용 포도주를 내놓았고, 식사를 마치고 짧게 이야기 할 시간이 생겼다.

 

 “그나저나 이 타이밍에 우리가 와서 다행이네.”

 

 타나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긍정했다.

 

 “마침 리코가 있어서 싸움도 안 일어났고, 계곡에서 괴물도 미리 물리쳤고.”

 

 그 말에 에드워드가 관심을 보였다.

 

 “괴물이라고?”

 

 “아아, 소금사막 건너편에 계곡이 있는데 거기에 괴물이 있었어. 우리가 거의 쓰러트리고 수인들이 마무리 했지.”

 

 에드워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걸 보고 리코가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래?”

 

 “만약 너희가 없었다면 다들 괴물과 싸우느라 우리를 막지 못했겠지? 양쪽 다 운이 나빴다면 괴물의 존재를 몰라서 서로 싸우는 동안 그것들이 여기를 습격했을 수도 있어.”

 

 가만히 듣고 있던 레아가 입을 열었다.

 

 “그 괴물에게는 동맹의 인장이 찍혀 있었죠.”

 

 “주술사들이 이 모든 일 뒤에 있었다고? 말도 안 돼. 괴물이면 몰라도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을 움직여?”

 

 아르무스가 반박했지만, 레아는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아르무스를 공격하려 한 건 당신 생각이었나요?”

 

 그녀의 말에 에드워드는 확답할 수 없었다. 레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재차 물었다.

 

 “왜 하필 지금이죠? 그건 당신 생각이었나요?”

 

 “아니…… 그건 아마 발루드 공의 의견으로…….”

 

 “발루드? 이번 원정에 그가 병사를 주었나요?”

 

 “병사는 말고 보급만…… 설마?”

 

 에드워드는 경악했다. 그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리코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인들이었다.

 

 “항상 발밑을 조심하세요. 위를 보는 것도 잊지 말고.”

 

 그건 현자들이 통치자에게 흔히들 하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들으니 그 무게가 달랐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르무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마을 밖으로 나왔을 때, 리코가 그를 배웅했다.

 

 “여행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에드워드의 말에 리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와 포옹했다.

 

 에드워드는 병사들을 이끌고 저 멀리로 사라져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흙먼지만 짙게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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