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디서 사느냐는 게 한 순간 허무해졌다. 그냥 배만 부르면 되는 것이고 잠만 자면 되는 것이고 여름에는 가리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으면 그만 인 게 옷이지 않은가? 어쩌면 삶이란 생각 보다 간편 할지도 몰랐다. 물론 불편한 점도 많다. 하지만 공원에서 편의 점에서 산 삼각 김밥엔 사발 면으로 배를 채우고 생수 한 병을 들이키니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욕구라는 것은 생각 보다 참 편리한 것이었다. 사정을 보고 이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엄마 밥 먹고 엄마 돈 타서 나와서 시간을 때우던 때 보다 더 어깨가 가벼운 것은 단순히 고픈 배를 채웠기 때문일까? 아침 햇살이 내리쬐어 눈이 부셨다. 그래서 부른 배 때문에 나른 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 이 순간 이 벤치에서 내가 길게 누워 잔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공원 관리인 정도 일까? 공원 관리인이 와서 어이 이 양반 왜 여기서 자 하고 묻는다면 나는 자던 잠을 쪼개서 의식 속에 넣고 목을 긁으면서 다른 곳을 찾으면 그만 인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걱정도 그 순간은 없었다. 그래서 옛날 그 거지 김춘삼은 그리도 행복 했던가? 그래서 그는 거지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 했다. 여 학생들이 등교를 하려 삼삼오오 지나 갈 때 침을 꺅 퇘 하고 뱉었다. 여 학생들이 꺅하고 소리를 쳤다. 나는 으흐흐하고 웃었다. 예전의 나라면 그 예전이 몇 일 전이라 할지라도 그런 나 라면 여 학생 그러니까 낙엽만 굴러도 까르륵거린다는 사춘기의 풋풋한 여학생이 둘 셋만 있어도 그 앞을 못 지나갈 정도로 멋쩍은 인간이다. 그런 내가 까치 집을 지은 머리로도 그래서 내 몰골을 거울로 보고도 장난기가 더 생기는 것은 이 놀이가 꽤 재미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여학생들이 꺅하고 지나가자 비누가 한 말 때문이었다.
그는 나를 향해 말했다.
“잼 있냐?”
“뭐?”
“거지 놀이”
“응?”
나는 그의 말을 알아 듣고 나서 씩하고 웃었다.
그렇다 나는 거지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길에서 자고 보기에 깨끗하지 않다고 해도 행동도 그렇다고 생각 하지 마라. 지금 네가 한 행동은 그 사람들을 욕 보이는 짓이야”
나는 그 말에 숙연 해졌다. 말 그대로 그렇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 하긴 했지만 정작 내가 본 노숙자들은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다. 기껏 하는 행동은 손을 내밀고 있는 행동 정도 그 이상의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해코지 같은 것 내가 한 행동 같은 짓을 하는 노숙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것 역시도 편견의 일종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비누를 보고 머리를 긁었다. 뭔가 잘못하고 그리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누구에게 해야 할 지 몰라 비누를 향해 말했다.
“미안”
비누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하나 물고 나에게 하나 내 밀었다. 나는 비누가 건 내는 담배를 쥐고 잠시 형을 생각 하며 형을 향해 고맙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비누가 말했다.
“기도 하냐?”
“응? 아니 형 생각이 나서”
“그렇지. 고마운 분이지. 그 분이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호사스런 담배를 필 수 있겠냐?”
비누는 곽 속을 들여다 보면서 몇 개 남았는지 셌다. 나는 곁눈으로 봤다. 서너 개 남짓 남았다.
그래서 비누가 준 담배를 정확하게 깊이 음미를 했다. 맛으로 피는 건지 아님 몸으로 피는 건지 담배의 금단 현상은 참으로 질기다. 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음에도 내가 담배를 끊지 못 하는 것은 지독한 우리나라 사람의 담배 인심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도 담배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갑자기 이창성이 생각이 나서 비누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왜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가? 집이 있으면 집에 가서 자면 되잖아.”
“그 형님 마누라가 그 시간에 일하러 간데”
“왜? 마누라랑 사이가 안 좋아?”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 뭐 어떻든 돈 안 벌어오는 남편에 대해서 마누라들은 생각은 다들 같지 않을까?”
“그렇기도 하네. 우리 엄마도 내가 돈 안 벌어오고 손만 탁탁 벌리는 게 못 마땅하니까”
초여름의 하늘은 높고 맑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고 그냥 바람만 느껴졌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늘을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 같은 공제로 에게도 불어 주니 말이다.
“형 뭐할까요?”
“글쎄?”
비누가 말했다. 언제나 같은 대답이다.
할 것은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운동이라도 할까?”
비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다. 나도 그를 따라 뛰었다.
주머니에선 동전들도 동전과 부딪쳐 핸드폰도 같이 뛰었다. 동전이 주머니에서 나올까 봐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뛰었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 때문에 조심스럽게 뛰었다.
저 만치 앞에서 비누가 나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빨리 뛰어 그래야 운동이 되지”
나는 속도를 내었다.
심장도 뛰었다. 주머니에 잃어 버려도 상관없을 것들도 같이 뛰어 신경 쓰지 않고 뛸 수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심장 터지게 뛰어 봤던 적이 있었던가? 고등학교 때 체력장 이후로 처음이었다.
숨이 턱밑에 차 올라도 비누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기세로는 호수로 뛰어들 듯 해서 비누를 보자니 조마조마 했다. 하지만 호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유유히 호수 위의 오리는 떠 있었고 제 딴에는 물 밑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겠지만 그저 보기엔 한가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