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 잘 자요.”
안심이 되는 것은 왜 일까?
엄마가 방을 들어오며 물었다.
“여자냐?”
나는 엄마를 노려봤다.
“이 새끼 여자 생겼냐 이 미친놈의 새끼야 네가 지금 여자나 만나러 다닐 때냐? 아이구 미친놈”
엄마의 상상에 세상이 꺼지는 것 같았다.
화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라고 말도 하기 싫었다. 아 씨발
방 밖에서 출근 준비를 하던 잘난 형이 말했다.
“어이구 엄마 오줌 뒤집어 쓰고 오는 놈을 어느 미친년이 좋아라 하냐?”
그 말에 엄마는 설득을 당했는지
“그렇네”
하고 말했다.
실은 엄마의 그 반응이 더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것에도 반응할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답답함이 가슴을 누르고 억울함이 눈물 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끔직한 꿈을 꾸고야 말았다.
나는 꿈에서 엉엉 울었다.
비누가 대머리에 리본을 날고 발레리나들이 입는 발레 복을 입고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엄마와 형이 축하를 해줬다. 그리고 드디어 네가 해냈구나 축하한다 아들아 하고 말했다. 가슴을 내리 짓누르는 답답함 꿈에서 내내 죽자 죽자 내가 살아서 뭐 하냐 하고 다짐하며 울었다.
우리 형의 이름은 공일영이다. 그러나 나는 공제로이다. 이 통일감 없는 연대는 무엇인가? 나는 도대체 우리 집 양반의 의식 세계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아침에 국을 뜨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에이씨 난 왜 제로 인 거야? 형은 일영인데 이영이나 뭐 근사까진 아니지만 사람 같은 이름은 지어 줬어야지”
그냥 뱉은 말이었는데 말 끝에는 화가 났다. 그래서 숟가락을 탁하고 놓았다.
엄마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너도 참 독하다. 나도 모르겠다고 네 아버지의 머리 속은 너는 참 질리지도 않냐? 언제까지 할텨 그 이름 타령은?”
앞에서 시금치를 야금야금 씹던 형은 밉살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넌 아버지를 닮았어. 나도 네 머리 속은 도통 알 수가 없다니까”
“우씨 어디가 아빠를 닮았어 난 엄마 닮았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 줄 알아? 아버지 닮았다는 거”
“끈질긴 거 하나는 끝내 준다. 나도 네 입에서 언제 이름 타령이 없어지나 그게 궁금해.”
“우씨 너는 몰라. 내가 이름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내가 안 풀리는 건 다 이름 탓이야.”
“과연 그게 이름 탓일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맞다 정말 이름 탓 만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비누와 나의 공통점을 떠 올리며 꼭 그래서 이름 탓 만은 아니다 라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언제나 이름 타령은 이렇게 끝이 난다.
나는 엄마에게 밥그릇을 내 밀며 더 줘 하는 걸로 마치 이름에 대한 원망을 밥으로 위로 받으려는 듯 말이다. 그럼 엄마는 돈도 못 버는 게 돼지 같이 쳐 먹긴 잘 허네 하며 밥을 떠서 내 앞에 둔다. 자식 입으로 밥이 들어가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던데 우리 엄마는 아닌가 보다.
“다른 엄마들은 자식이 잘 먹으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던데 엄마는 엄마 맞아?”
“그럼 엄마 아닌가 보지. 난 말이다. 내 입으로 밥이 들어가야 배부르고 돈도 못 버는 비리비리 한 자식 보면 영 저 놈은 내가 낳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내가 잘 못 된 건지 네가 잘 못 된 건지는 영 모르쇠 다” 그렇게 말하며 쩝쩝거리며 푸성귀를 씹었다. 내가 뱀이나 풀만 먹게?
밥상을 보고도 투정 한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