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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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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42
작성일 : 23-06-21 10:38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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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물망초 - 나를 잊지 마세요

 

  머리가 몸을 지배하는 것 같아도 가끔은 몸이 더 똑똑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기억은 갑자기 흐릿해지곤 한다. 그렇게 익숙했던 내 집이라는 곳이 잠시 떠났다 돌아왔다고 낯설게 다가왔다. 그랬는데 몸이 어느 순간 항상 하던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몸이 머리보다 우둔하다고 함부로 결론 내려선 안 된다. 머리가 생각지 못한 걸 몸이 알고 있기도 하니까. 그래서 삶이 더 힘든 걸지도. 머리로 통제가 다 되면 좋으련만 몸이 머리보다 영악한 부분이 있어 그게 통제를 벗어나 버린다. 그러다 보니 죄짓고 살게 되고. 머리로 아무리 뜯어말려도 몸이 영악하게 속이고 감춰서 은근슬쩍, 저질러 버린다. 제대로 상황파악이 되면 이미 늦었다. 그러니 늘 지키고 있어도 속절없이 놓치고 무너진다. 그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아유, 얘는 어떻게 늙지를 않는다. 연예인이니까 관리를 엄청 잘 하겠지.”

  “우리보다 어리기도 하잖아. 그때는 대충 꾸며도 막 빛나 보이지.”

  “어째 너무 늙다리 같은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우리랑 별 차이 안 나. 게다가 그런 소리 어르신들이 들으면 어린 것들이 별 소리 다 한다고 화를 내실걸.”

  현무 아빠가 고맙게도 집을 내게 내어주었다. 혼자 지내며 마음 정리를 해보라고. 자기는 잠시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겠다고. 현무를 데려가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매일 마트에 들러서 현무와 만난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다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구김살없이 화사한 웃음을 보여준다. 그게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아직 얼마 크지도 않은 애가 벌써부터 독립심이 강하다. 잘 지내 보이니 그걸로 된 거지 뭐.

  오늘 다홈이와 같이 가는 목적지는 상암 콘서트장. 가수 윤호가 오랜만에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와서 한동안 칩거하듯 지냈다. 어디 나다니기도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그런 내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다홈이가 직접 윤호 콘서트표 두 장을 구해서 눈앞에 들이밀었다. 망설이는 내게 이것마저 거절하면 화를 낼 거란다. 누구 앞이라고 거절을 하겠어. 고맙다고 말하자 그런 말도 하지 말란다. 자기도 흥분된다고, 가게 되서 너무 좋다고. 윤호는 우리 둘 동시에 좋아했던 가수다. 연하였지만 다홈이는 그래서 더 좋단다. 꿈꿀 땐 아주 제대로 된 꿈을 꿔야 한다며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그에게 이리저리, 붙여본다. 연하에다 뛰어난 운동능력에 섹시한 몸과 명석한 두뇌, 다 받아주는 부드러운 성격에 돈 관리 능력을 타고나 매년 두 배씩 자산이 불어난단다. 그 말을 듣다가 웃음을 터트렸지만 듣고 보니 그것도 괜찮았다. 이왕 내 손이 닿지 않을 왕자님인데 기대치야 높으면 좋겠지. 그렇게 꿈꾸다 그게 허상이었다 해도 손해볼 건 없으니.

  “얼마 전에 앨범 냈다며?”

  “정식 앨범은 아니고 리메이크 앨범이었어. 내 폰에 이미 저장돼 있지.”

  “너 그런 건 엄청 빠르다. 언제 앨범 다운로드까지 받았대.”

  “앨범 자켓이 멋지게 나왔어. 잠깐만 있어봐.”

  다홈이가 다운받은 앨범을 보여주려 폰 저장내역을 훑는다. 콘서트장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준다니 왠지 뿌듯하다. 참, 별 게 다.

  “여기 이거 봐. 잘 나왔지?”

  “그러네. 어른스럽게 찍었네. 성숙했다고 해야 하나. 이제 더 이상 애가 아니야.”

  “너무 좋아. 더욱 완벽해지고 있어.”

  큭큭큭.

  소녀처럼 웃는 다홈이. 이럴 땐 우리가 아직 어린 십대 청소년 같다. 나이 든다고 연예인 좋아하지 말란 법은 없는데 그게 자꾸 남들 눈을 의식하게 된다. 내가 좋으면 됐지, 쿨하게 말하는 다홈이가 부럽고, 일부러 다홈이처럼 행동하려고 해본다. 어째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긴 하지만.

  “오리지널 송은 없고 다 옛날 노래를 리메이크 했지만 그것도 듣기 좋더라. 못하는 게 없어, 얘는.”

  다홈이가 내게 보여주는 앨범 자켓 아래로 곡목이 차례로 나열된다. 거의 다 아는 옛날 노래들이다. 아, 저 노래는.

  “오늘 콘서트에서 이 노래 중에서도 몇 곡 불러주겠지. 난 비창 듣고 싶은데.”

  하필 정민 씨가 불러준 노래가 곡목 안에 자리한다. 그 노랠 오늘 콘서트에서 부르려나.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괜히 듣다가 울컥, 할까봐. 다홈이도 옆에 있는데.

  “사람 많네. 역시 우리 윤호야. 인기가 식지를 않아.”

  그 말에 주변을 보니 몰려드는 사람 수가 늘었다. 꽤 많이 붐빌 듯하다. 입구로 향하는 줄 뒤로 따라 붙었다.

  “밥은 잘 챙겨 먹어? 어떻게 신나게 제주도 여행하고 온 애가 얼굴은 갈수록 이 모양이니.”

  아차, 하는 표정이 어리는 다홈이 얼굴. 일부러 제주도 이야기는 피하려고 노력한 듯한데 그게 그만 새어나온다. 그렇지, 몸이 머리보다 똑똑해질 때가 있는 거지.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처럼 피하기가 힘들다. 다홈이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짐짓,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너무 신나게 여행하고 와서 아직 여독이 안 풀려 그렇지 뭐. 제주도 너무 좋더라.”

  잠시 말을 고르고 있다. 이제는 괜찮은데.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데. 난 주위 사람 많이 힘들게 하고 있다. 나 하나 때문에.

  “정말, 좋았어?”

  “으응. 풍경도 무지 예쁘고. 산은 산이라서 좋고 바다는 바다라서 좋고. 안 멋진 곳이 없더라.”

  다홈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찬찬히 날 살핀다.

  “그렇게 좋은 곳에 있으니까 내 정신도 성숙하는 것 같더라니까. 이렇게 삶에 대한 안목도 자라고. 너 소이 알지? 왜 우리 마트에서 일하는 애.”

  “네가 엄청 싫어했잖아.”

  “심지어 걔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니까.”

  “미안해?”

  “지난 일들을 돌아보니까 걔가 그렇게 잘못한 일도 없는데 내가 너무 힘들게 했다 싶은 거야. 괜히 나한테 밉보여 마음고생 심했겠지. 다음에 보면 정식으로 사과라도 하려고.”

  “이야, 한여은. 어른됐네. 제주도가 좋긴 좋구나. 이렇게 미숙한 애 사람 만들어주고.”

  “뭣이라. 미숙하다는 소릴 들을 만큼은 아닌데. 내가 너보단 어른스럽지.”

  “하이고, 정신연령은 날 따라오질 못할 텐데.”

  “누가 할 소릴. 한 번 제대로 따져봐?”

  “표 보여주세요.”

  다홈이와 대거리를 하려다 검표원의 요청에 멈췄다. 안으로 들어서며 다홈이가 어깨를 툭, 친다.

  “언니가 이번엔 양보할게. 그래, 너 정신연령 높다.

  “나 그런 엎드려 절 받기 싫어. 사실로 증명하자고. 네가 얼마나 미숙하게 행동하고 내가 훨씬 어른스럽다는 걸 조목조목, 나열한 자신이 있다고. 이번에 자원봉사까지 하기로 했다니까. 얼마나 성숙하니.”

  “동네 한글교실이라고 했나?”

  “응. 한글을 못 깨우친 어르신부터 아직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도 온다네.”

  “인정할게, 인정한다고. 어찌나 어른스러우신지. 갑자기 한글교실은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거야?”

  있는 대로 말한다, 아님 그냥 얼버무린다? 얼버무리자.

  “내가 주변에서 받은 게 많다는걸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지. 나도 갚아야지 싶더라고. 이렇게 조숙하다니까 그러네.”

  “그래도 내가 너보다 훨, 조숙한 부분도 있을 텐데.”

  “예를 들어?”

  이것이 말은 않고 입을 가리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뭐냐? 그 보기 야릇한 웃음은?”

  “나잇살 먹을 대로 먹어서 택수랑 나랑 만나서 뭐하고 놀 거 같냐?”

  “하, 웃기시네. 현무는 그냥 세상에 태어난 줄 아나 보지?”

  “내가 현무 아빠를 몰라? 그 정숙한 서당집 양반 같은 사람을.”

  이번엔 내가 실소를 흘렸다.

  “너야말로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어서.”

  “정민 씨, ……, 아, 미안.”

  “아니, 미안하긴. 사실 잘 맞췄네.”

  “진짜? 뭘 떠올린 거야?”

  “그게, 말야, ……. 말하긴 좀 쑥스럽긴 한데.”

  “이미 다 나왔으니 얼른 말하시지.”

  “그 사람 손을 깨물었어.”

  “손?”

  “주말에 놀러 온 가족이랑 같이 숙소를 나눠쓰게 됐거든. 애도 둘이나 있었는데 함부로 소리를 낼 수가 없는 거야. 입에서 소리가 새어나오는 걸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 되는 대로 눈앞에 보이는 그 사람 손을 깨물었지. 나중에 보니까 물린 자국이 진하게 남았더라. 약간이지만 핏자국 같은 것도 보이고.”

  다홈이 눈이 동그래진다.

  “허, 이것이 이제 보니 아주 제대로네. 피가 날 만큼 물어? 호박씨를 많이도 깠다. 어디 가서 그런 건 열심히 배워와서. 훌륭해, 한여은. 청출어람이다. 훌륭한 학생이야.”

  훌륭한 학생은 정민 씨였는데. 부부학교 장학생이었지.

  “오늘 오신 여러분,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안내방송이 콘서트장 전체를 쩌렁, 하게 울린다. 아직 단상 위엔 아무도 없다. 저 뒤편에서 열심히 장비를 나르고 조정하는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는 스탠딩 구역에 있다. 좌석이 정해지지 않고 공연 내내 서서 관람한다. 이미 구역 전체가 가득 찼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은. 물씬, 풍기는 체취. 샴푸 냄새, 향수 냄새, 땀 냄새, 살 냄새 등이 가득 섞였다. 이미 열기는 오를 대로 올랐다.

  우와아아.

  처음엔 윤호가 무대로 올라오는 줄 알았다. 그가 공연을 하기 전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밴드가 무대로 올라와 사전공연을 한다. 실망하는 소리에 이어 그래도 그들을 반겨주는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두 곡의 노래가 끝나고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 뒤이어 엄청 큰 함성이 들린다. 거의 비명소리다. 그 소리를 따라 윤호가 등장한다. 첫 등장에선 화사하게 핑크색 정장으로 위아래를 꾸몄다. 아, 지금 봐도 잘생겼다. 그러니 나와 다홈이가 그리 환장을 하지. 인사에 이어 바로 첫 노래가 흐른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노래도 잘해.

  “여은아. 나 윤호를 위해선 택수를 포기할 수 있을 듯해.”

  “아서라. 윤호가 너를 포기하겠지.”

  한 곡, 한 곡,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그의 노래를 음미한다. 초반엔 발라드 위주로 시작해서 중반으로 향하며 박자 빠른 노래가 섞인다. 뒤로 갈수록 댄스곡도 부르는데 열심히 춤을 추고 나서 힘에 부친 표정이 역력하다. 인사를 건네고 무대 뒤로 내려갔다 세 번째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관객과 소소한 일상에 관한 대화를 나누더니 얼마 전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에 대해서 말을 꺼낸다.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이 좋아했던 노래들을 제 식대로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그 노래를 부를까, 아닐까. 속으로 단단히 이른다. 그 노래가 나오더라도 그저 담담히 듣자, 담담히.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어. 다 보내버리자. 그저 흘려보내는 거야. 이어지는 그 앨범에 담긴 노래들. 다홈이가 듣길 원했던 비창을 부르기 시작하자 다홈이는 소리를 질러댄다. 조숙한 거 좋아하네. 미성숙의 최고봉이다.

  “오늘의 마지막 곡이 되겠습니다.”

  아쉬워 탄식하는 소리가 넘쳐난다. 쿵, 쿵, 쿵. 울리는 드럼소리. 잔잔한 노래는 아니다. 그럼 그 노래는 아니겠네. 괜히 긴장했어. 상의 재킷을 벗어 머리 위로 던지자 함성이 곳곳에서 빗발친다.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데다 춤도 잘 춘다. 아직 십 년은 더 전성기를 맞이해도 되겠다. 이렇게 덕질이란 건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지. 이리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데. 노래가 끝이 나도 관객의 그를 향한 함성은 멈추질 않는다. 마치 공연이 끝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저항하듯이.

  “완전 좋았어. 너무 고마워, 다홈아. 윤호 오늘 공연 감동이야. 이제 나갈까?”

  “얘가 공연 즐길 줄을 모르네. 앙코르 없는 콘서트가 어딨냐?”

  “아, 앙코르. 아직 다 끝난 게 아닌가?”

  다시 그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어느새 또 옷을 갈아입었다. 단정한 갈색 세미 정장. 정민 씨가 저거랑 비슷한 정장을 항상 입고 다녔었지. 오직 한 브랜드. 그래, 됐다. 이제는 스스럼없이 떠올려도 될 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오늘 와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제 두 곡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느린 곡 하나 빠른 곡 하나 하겠습니다. 돌아갈 때 조심해서 돌아가주세요. 다음 콘서트에서 꼭, 다시 뵙겠습니다.”

  먼저 느린 곡 부르고 마지막으로 빠른 댄스곡으로 완전하게 결론을 내리겠지. 잔잔하게 건반 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에 맞춰 기타 소리가 그 위에 얹힌다. 편곡을 달리 해서 초반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노래다. 괜찮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제는 스스럼이 없어. 숨을 흩트리지 않으려 반복적으로 들이쉬었다 내쉰다. 앞부분, 중반, 그리고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정민 씨와 달리 윤호는 음정과 박자가 아주 안정적이다. 귀가 황홀하도록 부드럽게 고음을 치고 올라간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아, 좋다. 이건 정민 씨 때문이 아니야. 윤호가 노래를 너무 잘 불러.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가슴이 울렁거린다.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어쩜 저리 노래를 잘하지. 숨이 가빠진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지만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잘 절제하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이절은 중반부를 건너뛰고 바로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그 부분을 반복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가장 고음으로 마지막을 길게 늘어뜨려서 마친다. 그 가사가 그랬지. 세월이 가면 마음이 잊어도 기억해달라고. 나 같으면 반대로 부탁하겠다. 기억이 잊어도 마음이 간직하게 해달라고. 때론 몸이 머리보다 더 잘 간직하니까. 잊었다 싶어도 어딘가에서 찾아내서 불쑥, 끄집어 올리니까. 세월이 가면, 잊혀지겠지. 그것만은 막을 수 없다. 한 자리에 머물러 평생을 보내진 못할 테니까.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그렇지만 잔상은 남아서 몸을 비벼대겠지. 문득문득, 떠올리게 만들겠지. 세월이 가도, 가슴이 터질 만큼은 아니라도 조금은 울리도록 하겠지. 그 울림이 무엇 때문인지 잊었더라도 그 울림 덕분에 살아가기도 할 거다. 그래, 그 울림에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도, 세월을 보낼 수 있게. 그 세월을 살아가도록. 잊어도 잊지 않은 것처럼. 어딘가에 남은 울림 덕분에.

 
작가의 말
 

 경계의 마지막 장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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