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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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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39
작성일 : 23-06-14 04:14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20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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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메밀꽃 - 연인

 

  금요일.

  은근히 의식하게 되고 성가시기도 하다. 우리 둘 빼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제집처럼 사용하다 오늘부터 집 공유를 해야 하니. 가족 손님이 온다고 했다. 주말을 보내러. 이틀 밤이라. 우린 그 가족이 떠난 후에도 하루를 여기서 더 보낼 예정이다. 마지막 밤. 그때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고 결정은 내려야 한다. 내게 무한정 시간이 허락된 게 아니라서.

  “오늘은 바다 보러 갈까? 산은 실컷, 구경했으니까.”

  “그래, 바다 보러 가자.”

  집을 나서는 내 복장을 보고 그가 아주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왜? 뭐라도 묻었어?”

  “아니, 그게,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오버라니? 바닷가에 있음 햇볕을 얼마나 많이 쬐는데. 이 정도 준비는 해줘야지. 자기도 선크림 제대로 발라. 안 그럼 금방 새카맣게 타버린다고.”

  챙이 달린 모자, 짙은 색 선글라스, 긴 팔 상의와 발목까지 덮는 하의. 좀 덥긴 하지만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선 감수해야 한다. 나도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차라리 나을 듯했다. 그가 뭔가 말을 하려다 그대로 입을 다문다. 말조심하는 것도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잘 배워나가고 있네.

  “딱히 장소를 정하지 말고 무작정 달려볼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차가 출발하고 나서 하늘을 보니 꽤 흐리다. 구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모양새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좋았는데 이제 슬슬, 한바탕 퍼부으려고 하나. 시커먼 구름 조각이 여럿 보인다.

  “비가 올까?”

  “흐리긴 하네. 금방 오진 않겠는데 있다가 오후나 내일 중으론 올 수도 있겠어.”

  “너무 멀리 나가지 말지. 비 사이를 운전하려면 힘들잖아.”

  “비 오는 해변가. 그대로 운치 있지 않아?”

  “비 오는 해변가? 비 맞으며 걷는 건 청승맞잖아?”

  “하여튼 무드 없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드와 청승은 한뼘 차이 아닌가. 그걸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이 사람 옆에 있으면 뭘 해도 무드겠지. 지금 당장은.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흐릿해지겠지만.

  “저기 앞이 탁, 트여서 보기 좋네. 멈출까?”

  “으응. 걸어보자.”

  해가 조금씩 비쳤다 구름 사이로 숨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피부 위를 때리듯 매섭게 불어오고 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잡아당겼다. 맨살에 닿는 모래 감촉이 좋다. 조금 뜨겁긴 해도 불쾌할 만큼은 아니다.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내가 그런 어려운 질문 하지 말랬지.”

  프흣.

  “난 예전엔 무조건 바다가 좋았거든. 넓게 펼쳐진 푸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해서 너무 좋았지.”

  “그랬는데?”

  “희한해. 나이가 들수록 산이 좋아져.”

  “아, 예, 참 오래 사셨나 보네요.”

  “그게 그렇다니까. 나이 든 어르신들 하는 말이 살아보니 다 맞더라고. 산은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있어 그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니까.”

  “그래서 이제 바다는 별로야?”

  “아니, 바다도 좋지. 그렇다면 바다는 반대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거잖아. 바로 보면 알 수 있게. 눈이 그대로 황홀해지지.”

  “그만큼 쉽게 질리기도 하겠네.”

  “각자 취향 차이 아니겠어. 첫술에 만족하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오늘은 이왕 바다에 왔으니 바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게 어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나도 바다를 많이 좋아했었다. 이제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거지 바다가 싫어졌다는 건 아니다. 저렇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데 어떻게 바다를 싫어할 수 있겠어. 가까이 다가오는 파도를 피해 물러났다 다시 다가선다. 찰랑, 거리며 발을 적시는 바닷물이 많이 차다. 처음엔 발목 근처를 적시더니 다음엔 종아리 근처까지 올라온다. 물이 들어오는 시각인가. 그는 처음엔 파도를 피해가며 조심스레 움직이더니 어느샌가 흥이 올라 펄쩍펄쩍, 뜀뛰기를 한다. 그 주변 사방으로 물이 튄다. 갑자기 내 근처로 와 짓궂게 물을 튀긴다. 하지 말라고 해도 더 해댄다. 나라고 질 수 없지. 발로 파도 위를 긁어 흩뿌린다. 그가 뒤로 다가와 나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물 위로 팽개칠 듯 위협한다.

  까르륵.

  목에서 터져나오는 숨소리와 뒤따르는 웃음소리.

  미끌.

  그만 균형을 잃고 물 위로 주저앉았다.

  “내가 하지 말랬지. 다 젖었잖아.”

  더 크게 웃어대는 그. 아주 신이 났다. 입고 있던 바지가 흠뻑, 젖었어도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다. 한참을 그를 따라 웃었다. 파도가 밀려와 이제 가슴 언저리까지 젖는다. 그도 거의 전신이 물에 젖었다.

  “시원해서 좋네.”

  “항상 그렇게 긍정적이어서 좋겠어.”

  “부정적일 건 또 뭐 있어. 이왕이면 긍정적인 게 좋지.”

  물에 젖어 달라붙은 그의 머리카락을 위로 넘겨준다. 잠시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얼굴을 옆에 두고 살아갈지 아님 가슴에 묻고 살아갈지.

  “아앗!”

  파도가 밀려와 우리 둘을 한꺼번에 덮친다. 제대로 젖어버렸다.

  “저기 올라가서 말리자고. 금방 마를 건 같긴 한데.”

  해가 구름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 때마다 일부러 그 볕을 쐬러 따라다닌다. 둘이 함께 지내면서 어째 정신연령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꼭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같다. 내가 이런 내 모습을 보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겠다. 나잇살이나 먹어서 다 큰 어른들이 뭐하는 추태냐고. 그게 내가 보기엔 흉한데 내가 하니까 아무렇지 않다. 아니, 더 하게 된다. 이중잣대인가. 남이 하면 꼴사납고 내가 하면 다 이해가 된다는 거지. 어쨌든 좋으면 된 거고. 지금 같아선 누가 뭐래도 상관없다.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가슴에서부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웃음.

  “하도 웃었더니 힘드네.”

  웃음에도 부작용이 있다. 웃기 위해서도 힘을 써야 하고 많이 웃다보면 허기가 진다.

  “배도 고프고.”

  “점심 먹으러 갈까?”

  점심 먹을 곳은 미리 정해놓았다. 제주도에 와서 먹어보기로 한 음식 첫 번째가 은갈치였고 두 번째가 흑돼지였다. 마블링 수준이 다르다는 제주도 흑돼지. 내가 지시하는 대로 그가 차를 몰아간다. 이제 우리 두 사람 길 찾아가는 것만큼은 죽이 아주 척, 척, 맞는다.

  “어서 오세요.”

  반갑게 맞아주는 식당 아줌마. 중년 여성분이 푸근한 미소를 보이며 우리를 자리로 안내한다. 주문하자마자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불판이 깔리고 밑반찬이 차례로 놓여진다. 얼마나 일하면 저렇게 손이 능숙하게 움직일까. 내가 나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할 순 없으니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저렇게 능숙한 정도는 아니지 싶다. 저런 수준은 십 자리 년도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쌓이고 쌓여야 능숙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가 되겠지. 그냥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건 없다. 쌓이고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여야 저 높은 위치에 도달하겠지. 대강 쌓았다간 흐드득, 무너져버리기도 할 거고.

  “맛있게 드세요.”

  불판에 놓인 고기를 그가 집게로 집어 뒤집는다.

  “아직 안 익었잖아.”

  “그런가?”

  그가 가위를 들어 고기를 자르려고 하자 내가 말린다.

  “고기가 익고 나서 잘라야지 아님 자르기 힘들어.”

  그가 손에 들었던 가위를 내려놓는다. 앞에 놓인 반찬들을 이리저리 들쑤시지만 입에 넣진 않는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타는 냄새가 코로 올라온다.

  “고기 타잖아.”

  “자꾸 뒤집지 말라고 해서.”

  “타진 않게 해야지.”

  그의 손에 들린 집게를 잡아채서 내가 뒤집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냥 뒀다. 그 입술이 단단히 맞물렸다.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아 보인다. 고기 굽는 걸로 너무 잔소리를 했나?

  “이제 잘라도 돼?”

  “이미 잘랐어야, ……, 아니, 그래, 이제 자르면 돼.”

  성큼성큼, 크게 잘린 고깃덩어리가 불판 위에서 익어간다. 입에 넣기 좋게 작게 자르라고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잔소리는 할 만큼 했다. 그의 기분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다. 고기 굽기는 현무 아빠가 잘하지. 문득, 앞에 놓인 양파절임을 집으려다 손을 멈췄다. 맙소사. 현무 아빠를 떠올리다니. 나 이기적이다. 물놀이 할 땐 정민 씨고 고기 구울 땐 현무 아빠인 거야.

  “고기 타는데. 어서 먹지.”

  그가 다 익은 것들을 내 앞에 놓아준다. 자신 앞으로도 몇 점 가져다더니 상추와 마늘에 곁들여 고기를 싸서 입으로 가져간다. 그가 먹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한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갑자기 현무 아빠가 생각날 수도 있지.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으니까. 하필 고기 굽다가 그가 떠올랐다는 사실이 집요하게 내 가슴 한구석을 후벼 판다. 마치 나란 여자 이 남자 저 남자 필요하다 싶을 때만 이용하는 듯해서. 그게 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미 자연스레 그리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정민 씨가 저렇게 떡, 하니 앞에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할 때마다 현무 아빠가 떠오른다면? 그러면 어쩔 건데?

  “미안. 고기 먹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잔소리가 많네.”

  “구운 고기는 일부러 자제하거든. 헬스 트레이너가 먹는 음식에도 관여를 많이 해서. 그러다 보니 고기 굽는 데 익숙하지가 않네.”

  “그럼 나 때문에 일부러 이거 먹으러 온 거야?”

  “제주도 와서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며. 제주도 또 언제 온다고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텐데.”

  “그래도 말을 하지.”

  “좋은 학생이라고 칭찬을 들었더니 선생님한테 더 잘 보이고 싶어서.”

  이가 보이도록 크게 웃는다. 나도 웃는다. 더 크게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래, 노력하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아 웃음이 걸리적거리긴 해도. 제주도 흑돼지 고기맛은 아주 훌륭했다. 지방이 적당히 둘러싼 육질이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을 정도다. 맛이 이렇게 좋은데 제대로 즐기질 못하겠다. 어떤 일을 하든 먼저 마음이 편한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뜬금없이 날리는 거지.

  “고기 잘 못 구워서 화났어?”

  차에 올라타고 나서 그가 내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사과할 사람은 오히려 나인데 그가 내 눈치를 본다. 현무 아빠가 떠올라서 그렇다는 설명을 할 수는 없다. 이 사람도 엉뚱한 고생을 하고 있다. 갑작스레 나란 사람 뒤따라 이 먼 곳까지 와서.

  “화나긴. 그냥, 음, ……, 고기 먹고 체했나 봐. 속이 편하질 않네.”

  “그래? 소화제 사서 집으로 갈까? 아플 땐 쉬어야지.”

  “미안하네. 여기까지 와서.”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

  사람 마음이 의뭉스럽다. 아프다고 입으로 뱉어내니 어째 진짜 아픈 듯하다. 어쩜 마음이 아파서 속이 아픈 것처럼 느끼는지도. 약국을 찾아 소화제를 사고 숙소로 돌아간다. 처음 보는 회색 가족용 중형차가 주차장에 자리한 게 눈에 들어온다.

  “그 가족 손님 왔나 보네.”

  어떤 사람들일까? 문을 열기도 전에 어린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가 많으려나?”

  정민 씨가 눈 사이를 살짝, 찌푸린다. 아직 애가 없는 그라서 아이들 소란스러운 거에 적응이 힘드려나? 나라고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부모는 어떨까?

  “아, 안녕하세요.”

  나보다 연배가 높아 보이는 여자가 안으로 들어서는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주인분에게 말씀 들었어요. 같이 지내게 될 신혼부부시죠?”

  신혼부부? 주인 여자가 우리를 달리 칭할 말이 뭐가 있겠어.

  “네, 반갑습니다. 저도 말씀 들었어요. 일요일까지 계신다구요?”

  “주말을 이용해서 가족끼리 놀러왔어요. 제주도 처음은 아닌데 올 때마다 좋네요. 얘들아, 어서 와서 인사해야지. 큰 애가 진주에요. 호식아, 너도 얼른 와. 인사드려라. 이호식입니다, 하고 자기소개 해야지.”

  큰 애라는 딸아이는 수줍은지 금방 고개만 끄덕이고는 엄마 뒤로 숨어버린다. 호식이는 누나보다 더 씩씩하게 절을 하더니 자기가 가져온 장난감 공룡을 보여준다. 노란색 블록이 조밀하게 연결되어 공룡 형태를 만들어낸다. 뒤이어 다가오는 그 가족의 아버지. 안경을 걸친 눈 위로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 나보고 그의 직업을 골라보라면 공무원이나 세무사쯤 고르겠다. 정민 씨가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를 나눈다. 이것도 성 고정관념인가. 남자들은 인사할 때 꼭 악수를 나눈다. 여자들은 인사로 악수를 하는 모습이 흔치 않다. 외국 영화를 보면 볼을 마주치기도 하던데. 우리나라에선 신체 접촉이 흔한 편이 아니라서 그저 떨어져서 웃음을 나누지.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주위를 뛰어다니는 진주와 호식이. 아이들 에너지는 정말 끝이 없이 철철, 넘친다. 우리 현무도 조금 더 자라면 저렇겠지. 현무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현무……. 현무 아빠 다음에 이제 현무 차례인가.

  “괜찮아?”

  걱정스런 정민 씨 눈길에 가족손님 부부가 덩달아 나를 살핀다. 그가 설명을 이어간다.

  “이 사람이 점심 때 체한 듯해서요.”

  “아니 저를 어째. 신혼여행 와서 아프면 너무 아쉬운데. 약은 먹었어요? 우리 소화제 준비해온 게 있지 싶은데.”

  “약 먹었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심하진 않거든요.”

  이만 들어가보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번 여행에 딱히 새 친구를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굳이 너무 친해질 필요는 없는 거지.

  “잠시 눈이라도 붙여.”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많이 나쁘지 않다고.”

  “그러다 괜히 무리하면 상태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

  더는 반론을 꺼내지 않고 그가 하라는 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사실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는 듯해 차라리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온갖 상념이 차고 오르지 않을까 그게 더 염려가 된다. 창을 향해 몸을 돌려 눕는다. 누워있는 위치에서 유리를 통해 바깥이 반쯤 보인다. 이제 완연하게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오전만 해도 드문했던 짙은 검은색 구름이 곳곳에 자리한다. 한바탕 터트릴 기세다. 곧.

  “저 가족손님 어떡해? 이제 도착했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하네.”

  그를 향해 등을 보인 채로 누워 말을 건넸다. 답이 없다. 가볍게 숨이 들어갔다 나가는 소리. 뭐야, 나보고 눈이라도 붙이라더니 자기가 먼저 붙였네. 가만히 바깥을 응시한다. 현무, 현무 아빠, 마트는 또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이렇게 멀리 왔는데도 떠나온 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다홈이와 예슬이가 보고 싶다. 함께 대화를 나눈다면 속이 후련할 텐데. 동행한 정민 씨에 대해 불평하는 게 아니다. 남자와 나누는 대화와 여자와 나누는 대화가 다를 뿐이다. 그게 어쩔 수가 없다. 타고난 이치다. 동양인으로 태어나서 동양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정민 씨가 잠결에 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던지 나도 어느새 스스륵,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바깥이 캄캄하다. 규칙적으로 창문을 때리는 소리. 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그 양이 많지는 않다. 옆자리는 비어있다. 내가 잠든 사이 그가 일어났던 듯. 정민 씨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빗소리가 장자가였을까? 고즈넉하다. 빗물이 타고 흘러내리는 창밖 풍경. 조심스레 열리는 방문. 내가 고개를 들자 그가 발걸음을 멈춘다.

  “깼어?”

  “어어. 그만 잠이 들었었네.”

  “미안하게 나 때문에 잠이 깨버렸네.”

  “아니야. 이미 깨어있었어.”

  “저 옆 가족은 비가 오는데도 나갔나봐. 우리밖에 없는지 집이 아주 조용해.”

  “어렵사리 주말에 시간 내서 제주도까지 왔는데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겠지. 그래도 쉬, 그칠 비가 아닌데. 안타깝겠다.”

  “그러게. 우리가 운이 좋았어. 그동안 날씨가 좋았던 게 말야.”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있어.”

  그가 밖으로 나가더니 가슴 앞에 큰 쟁반을 들고 온다. 그걸 내 앞에 내려놓고 불을 켠다.

  “풀 서비스입니다. 원래 이런 식으로 아침을 먹지만 저녁으로 먹어도 나쁘지 않겠지.”

  내 앞에 내려놓은 쟁반에는 다양한 음식이 준비됐다. 과일 접시, 계란 접시, 샐러드 접시, 요거트에 생두부까지.

  “원하면 컵라면도 내올 수 있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니까.”

  “아니, 그건 괜찮아. 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침대 서비스네. 영화에서만 봤어. 좋은데.”

  “먹을 만하겠어? 속도 안 좋다고 하고 저녁은 가볍게 해결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

  “가벼운 정도를 넘어서는데. 만찬이네, 만찬. 고마워. 같이 먹지 그래?”

  “내 건 밖에 있어. 어서 드시지요, 여, 왕, 님.”

  천천히 물부터 마신다. 입 안이 많이 말랐던지 버석, 거린다. 요거트와 두부는 넘기기 편했지만 샐러드와 계란은 쉽지 않다. 과일 중 귤을 골라 여러 번 씹는다. 달달한 즙이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좋다. 인정해야겠다. 정민 씨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 어쩔 땐 안쓰러울 정도로. 나 때문에 이렇게 여기 붙잡혀서. 그가 내 어두운 구렁텅이에 함께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이건 그저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구렁텅이일 뿐이다.

  “저기, 정민 씨.”

  자기, 라는 호칭이 아니라 그의 이름을 부른 게 생경했는지 그가 또렷한 눈길로 나를 본다. 이미 금요일이다. 토요일과 일요일만이 남았는데 그 사이 뭐가 달라질까.

  으아아아.

  아이들 함성과 함께 문이 열린다. 젖은 머리를 한 진주와 호식이가 후다닥, 안으로 들어선다.

  “이런, 다 젖으셨네요. 밖에 비 많이 오나요?”

  정민 씨가 건네는 말에 갈수록 빗줄기가 세진다, 고 가족 아버지가 답한다. 가족 어머니는 날 향해 이제 좀 괜찮냐, 며 안부를 묻는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 우리랑 함께 저녁 먹어도 좋을 텐데, 라는 제안에 정민 씨가 우린 괘념치 말라며 사양하는 말을 건넨다. 방문이 닫히고 정민 씨를 가까이 불렀다.

  “자기, 아직 식사 안 했잖아. 괜찮으면 저 가족이랑 저녁식사 함께 하던가.”

  “나 처음 보는 사람들과 편하게 못 지내는 거 알잖아. 괜찮지가 않지.”

  그가 밖으로 나가서 자기 몫으로 준비한 음식을 가져온다.

  “이것도 그대로 운치 있는데.”

  “밖에 비도 오고.”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가끔씩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이들 재잘거리는 대화는 끊이질 않는다.

  “신혼부부래.”

  “누가 봐도 우리가 신혼부부처럼 보이겠지.”

  “어색한 티가 나지 않나?”

  “신혼부부니까 어색한 게 당연하잖아?”

  “그 말도 맞네.”

  내리는 비 때문에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꼴이다. 우리도 저기 가족손님도. 식사를 마치고 정민 씨가 설거지를 하고 그가 준비해온 차를 마셨다. 방 안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나 오늘 호강하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아프다는 핑계는 한 번만이야. 또 그러기만 해봐.”

  “나는 괜찮다는데 자기가 더 유난 떨었잖아.”

  “지나고 나서 병간호도 제대로 못해줬다는 말은 안 들어야지.”

  “단기간에 이것저것, 많이 배우네. 그러다 결혼생활 전문가 되겠어.”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목소리가 커진다. 애들 어머니가 제주도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그게 귀에 들려오는 걸 막을 길이 없다. 우습게도 둘이서 그 설명을 가지고 논평을 한다.

  “그건 아닌 듯한데.”

  “보기에 따라서. 완전 틀린 말은 아닌데.”

  이번엔 아버지가 부연을 한다. 또다시 이어지는 우리 둘 사이 논쟁.

  “나는 동의하는데.”

  “아니지. 그게 어떻게 그래?”

  이게 그럭저럭, 재미있다. 한참 그런 대화를 이어간다. 밖에서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밤새 내릴지도 모른다. 내일도 하루 종일 내린다면 어쩌지. 일분 일초가 아쉬운데. 비 맞을 각오로 나선다? 차마 꺼내려던 말은 꺼내지 못했다. 무슨 말을 꺼내려던 건지도 가물하다. 정민 씨 생각을 물어보려 했던가? 아님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했을까?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거실에서는 하염없이 가족 대화가 이어진다. 갑자기 조용하던 곳에 소리가 침입했다. 나는 외려 그게 반갑다. 복잡하게 엉키던 머릿속 실타래가 조금은 풀린다. 그게 별 것 아닌 잡음 때문이라 해도. 가끔은 잡음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나친 고요는 지나친 소란만큼 사람을 지치게 한다. 빗방울이 더욱 굵어진다. 내일은 얼마나, 언제까지 비가 오려나. 비가 그치기는 하려나. 비가, 온다. 밤새도록.

 

  토요일.

  토요일이다. 주말의 첫날이다. 사람들이 보통 일요일보다 더 좋아하는 토요일. 일요일은 황금 같은 주말의 마지막 날이라 다들 아쉬워하는 마음을 갖는다. 토요일은 아직 일요일이 뒤에 남아있어 한결 마음이 가볍고 부담이 덜하지.

  내겐 특별한 일주일. 스스로에게 허락한 제주도에서 보내는 일주일. 이제 오늘과 내일, 이틀이 남았다. 월요일은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고. 그러니 행복해야 할 토요일에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마음이 무겁고 부담이 더해진다. 조금만 방심을 하면 가슴속으로 불안이 파고들어 손이 제멋대로 놀고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바쁜 일도 없는 이른 아침부터 컵을 떨어뜨려 깨버렸다. 조짐이 좋지 않은 하루의 시작.

  “손 다치지 않았어? 조심해, 유리 밟지 않게.”

  그가 조심스레 발밑을 치운다. 유리 조각을 하나라도 남기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건 뭐, 원체 애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네. 언제 또 사고 칠지 불안해서.”

  “애 키워보지도 않은 사람이 그런 건 어떻게 안다고.”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원래는 사과를 하려다 멋쩍어져 오히려 역정을 내고 만다. 잘못해놓고 성 낸다더니.

  “어떻게 할까?”

  그를 따라 밖을 살핀다.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비. 언제쯤 그칠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집 안에만 있고 싶진 않은데.

  “바다 또 갈까?”

  “다시 바다 보러 가고 싶어?”

  “이런 빗속에서 달리 할 만한 일도 없고.”

  그도 머리를 굴려보지만 딱히 고를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춥지 않게 긴 팔 옷 두 벌을 겹쳐 있었다. 밖으로 나서며 옆방 가족에게 인사를 건넨다. 비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어 그런지 두 아이 모두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도를 살피는 아버지와 아이스박스 안 음식재료를 챙기는 어머니. 한 폭의 전형적인 그림이다. 그게 일반적이라서 얼마나 평온해 보이고 얼마나 식상해 보이는지. 그걸 좋게 말할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할 수도 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지금 내겐 둘 다 해당된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그래도 이왕이면 안 가본 곳이 낫겠지? 어차피 섬이니까 어디에서든 바다를 볼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도에서 바다 찾기가 어려울 리 없지. 차량 앞유리 와이퍼가 빠르게 닦아내도 세차게 내리는 비는 바로 그 자리를 메꾼다.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대했지만 지금 당장은 그 확률이 낮다. 어쩔 수 없지. 어쩜 바닷가에 도착해도 차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안에 머물러야 할지도.

  “어쩜 많이도 내린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네. 이런 상태에선 어디서도 다 똑같아 보이지 않겠어? 운전하기도 힘들 텐데 그냥 근처에 차 대지?”

  “그럴까? 지나가다 적당한 데 주차할게.”

  지난 번 들렀던 곳보다 훨씬 길게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날씨만 좋았다면 걸어보기 근사한 장소다. 하염없이 창밖을 때리는 빗줄기. 톡, 톡, 손가락으로 차 핸들을 두드리던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어쩌겠어, 날씨가 이런데. 일단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면서 편하게 있자고.”

  좌석을 뒤로 밀더니 상체를 눕히기 위해 아래로 제낀다. 이 좁은 차 안에서도 저런 자세가 나오네. 속으로 감탄했다. 아마 차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그 공간 안에서 편안해지는 법을 터득했겠지. 뭐든 그렇잖아. 익숙해질수록 더 나은 방향으로 모색하게 되고. 나와 그도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더 익숙해지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텐데. 익숙해지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아님, 좋고 나쁘고, 의 문제가 아닌 건가. 좋고 싫고, 의 문제라는 거지. 말로 내뱉기엔 작은 차이지만 그게 나쁘다, 가 아니라 싫다, 가 된다면…….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이 빗속에? 내리는 줄기가 잦아들면 나가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잦아들기는 할런지 확신할 수도 없잖아. 비 맞고 걸어볼래. 나보고 무드 없다고 했었지. 이참에 그 무드 한 번 배워보지 뭐.”

  뒤로 드러누운 채로 날 보는 그의 눈에 황당한 빛이 떠오른다. 그의 입장에선 충분히 황당하겠지만 나는 그가 아니고 나라서 그 황당한 행동이 최선이다. 차 문을 열고 나서자 젖어드는 머리카락에 고개가 움츠러들었다. 금방 후회가 들고 다시 돌아갈까 망설였지만 옷이 젖어갈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미 이렇게 젖어버렸는데 덜 걸으나 더 걸으나 똑같을 처지다. 물에 젖은 신발과 양말이 무겁게 느껴져 벗어서 모래 위에 두었다. 되돌아오는 길에 챙길 요량으로 뒤에 놔두고 맨발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물에 젖어 달라붙으니 바람이 불어도 머리카락이 날리질 않는다. 눈앞을 가리지 않게 한쪽으로 쓸어넘기며 물기를 털어냈다.

  휴우우.

  내뱉는 숨결을 따라 물방울이 튄다. 처음엔 피부를 때리듯 하던 비가 익숙해지자 마치 마사지를 해주는 손길 같다. 한 뼘씩 피부를 눌러준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 감촉은 눅눅하다.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를 털어내려 힘을 주며 오므린다. 쥐어짜낸 모래가 다음 발걸음에 다시 들이찬다. 물기를 머금어 자꾸 뭉친다. 입고 있던 옷이 완전히 젖어서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뒤에서 달려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감기 들어!”

  정민 씨가 머리 위로 옷을 들어올린 채 달려온다. 그래봤자 젖는 건 막지 못할 텐데.

  “왜 날 따라 여기까지 왔어?”

  그가 얼마간 거리를 두고 멈춘다.

  “제주도까지 왔으니 마음에 둔 게 있었겠지. 아니야?”

  비에 시야가 가려 그의 표정이 또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나한테 바라는 건 없어? 아님 그저 내가 불쌍해 보여서 동행해준 거야?”

  얼굴 위로 맺히는 물기를 털어냈다. 어차피 털어내고 털어내봤자 이 빗속에선 소용이 없는데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차로 가자. 기껏 여기 와서 병이라도 얻어 돌아갈 생각이야?”

  “일말의 책임감은 들 거 아냐? 내가 여기 오자고 했지만 이 모든 시작은 당신이 했잖아. 당신 때문이잖아. 어쩔 건데!”

  비가 오는 게 억울하다. 당당하게 그 얼굴을 마주하고 벌주듯 행동하고 싶은데 눈이 젖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내가 쏘아대는 눈길 때문에, 질러대는 비난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길 원하지만 한치 앞도 분간을 못하겠다. 결국 내가 멍청이다. 이런 날짜를 골랐고, 이런 장소를 골랐다. 누굴 탓하겠어. 다 내 잘못이지.

  “부부생활 배우러 왔잖아! 마누라한테 변명하듯 해보라고! 부부싸움도 배워야 할 거 아니야!”

  소리를 질러대도 대답이 없다. 감정적으로 행동해봤자 답이 없다는 올바른 논리겠지. 아님 싸울 가치조차 없다는 건지도. 그를 지나쳐갔다. 내 발길에 물에 젖은 모래가 푹, 파였다 튀어오른다. 그마저도 물에 젖어 멀리 가지 않는다. 차 근처까지 다다르자 숨을 몰아쉴 만큼 힘이 빠졌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한기에 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한다. 이런, 그가 말한 것처럼 감기라도 들려나. 어리석긴, 바보 같긴, 진짜 멍청이다. 가슴속을 들쳐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는데.

  “으흐흑.”

  좌석 위에 앉아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얼굴이고 손이고 모두 젖어 빗물인지 눈물인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시간이 흘러야 했다. 어깨 흔들림이 잦아들 때까지.

  하아아.

  탄식이 흘러나온다. 주체할 수 없게. 참 못났다. 슬며시 얼굴을 드니 그가 어느새 옆자리에 있다. 누운 채로.

  “얼마나 거기 있었어?”

  “꽤 오랫동안.”

  입 안이 쓰다. 목을 축이려 어떻게든 침을 삼킨다.

  “저기, ……,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봐. 비가 와서 그런가, 무드 찾다 너무 무드가 넘쳐버렸네.”

  그가 머리 위로 팔을 들어올려 뒷목 아래에 괸다.

  “괜찮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해서 내가 더 미안하네. 그건 낙제한 듯해.”

  작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게 제일 어려운 과목 중 하나거든. 다음엔 더 잘하겠지.”

  “어디 들러서 따뜻한 거라도 마실래?”

  “음, 그러자. 솔직히 많이 추워.”

  그가 좌석을 원래대로 되돌리더니 히터를 켠다.

  “그러니까 와이프, 정말 말 안 들어.”

  후후.

  멋쩍은 웃음. 쑥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짓는다. 찻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 맨발인 걸 깨닫는다.

  “이를 어째. 양말이랑 신발이랑 다 두고 왔어.”

  “그래? 다시 갈래?”

  “아니, 지금은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잦아들면 가자.”

  단출하게 단층으로 지어진 건물 한쪽 귀퉁이에 자리한 찻집이다. 아담한 모양새에 장식도 수수하다. 하얀 벽에 딱, 두 가지 장식품이 걸렸다. 하나는 둥그런 벽시계, 다른 하나는 깃털과 쇠고리가 연결된 드림캐쳐. 저건 나도 사고 싶었던 건데.

  “뭐 마실래?”

  보통 메뉴가 서양차면 서양차만 팔고 아니면 동양차만 파는데, 여긴 메뉴 절반이 서양차고 나머지가 동양차다. 오늘은 동양차가 끌린다. 오미자차를 골랐다.

  “그럴 거라 예상했어.”

  “그럴 거라니?”

  “입맛이 조숙하잖아.”

  “조숙이라니. 전통차 좋아하면 다 조숙이야.”

  “사고도 행동도 젊은 티가 안 나.”

  “아니거든. 내가 얼마나 최신식인데.”

  그러면서 그도 유자차를 고른다.

  “유자차나 오미자차나.”

  “오미자가 덜 흔해.”

  “요즘엔 흔한 게 대접을 더 못 받아. 독특하고 특별해야 눈길을 끌지.”

  “그래서 와이프가 내게 끌렸나?”

  그 말은 못 들은 척, 화장실로 향했다. 몰골이 얼마나 흉할지 안 봐도 뻔하다. 맨발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점원이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저 여자 뭐냐고.

  “맙소사.”

  마음의 각오는 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다. 젖은 옷은 제대로 마르려면 한참이 걸릴 거라 일찌감치 포기했고, 머리 모양은 이렇게도 넘겨보고 저렇게도 넘겨보고 노력했지만 건드릴수록 더욱 엉망이 된다. 이미 이렇게 됐으니 당분간은 맨발로 정신 나간 여자가 되어야겠다. 심통부리다 벌 받는다고 생각해야지. 으휴, 한심해, 한여은.

  “차 나왔어. 따뜻할 때 마셔.”

  “으응.”

  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상태에서 따뜻한 것이 목을 타고 넘어가니 그리 좋을 수 없다. 몸 전체로 따뜻한 기운이 퍼진다. 누가 자리를 깔아준다면 이대로 대자로 퍼져버리겠다.

  “안 추워?”

  “좀 으슬으슬하긴 해.”

  “당연하지. 그 퍼붓는 빗속에 그러고 있었으니. 가끔 보면 안 그런 듯해도 엉뚱한 면이 있어.”

  “너무 각 잡고 살아서 그런지 몰라. 이제 조금씩 가둬둔 게 터져나오는지도.”

  “아, 그러셔?”

  그가 입에 올리는 잔에서 향긋한 유자 냄새가 퍼져나온다. 내 잔에서 피어나는 오미자 향도 은은하니 좋다. 내 우울한 몰골만 아니라면 지금 아주 보기 좋은 풍경일 텐데.

  “비가 잦아드긴 하네.”

  그 말을 듣고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다. 곧 멈출 것도 같다. 마치 다 터트려줘서 더 이상 비도 내보낼 게 없다는 것처럼. 그 가족, 나들이 나가도 되겠네. 다행이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데.

  “미안해. 내 신발이랑 양말 가지러 돌아가야겠네.”

  “그러지 말고, 제주도 온 기념으로 새로 장만하게 해줄게.”

  “새로?”

  “양말과 신발은 오랫동안 몸에 걸치고 다니는 거잖아. 내가 기념으로 사주고 싶어. 신을 때마다 내 생각나게.”

  거절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제주도 와서 양말과 신발을 구입할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조금씩 잦아드는 빗속에서 상점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게 제주도는 멋진 관광명소보다 생필품 파는 곳을 찾는 데 어째 더 시간이 걸린다. 결국 찾다찾다, 신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한꺼번에 파는 큰 상점에 들어섰다.

  “천천히 골라 봐. 이번엔 참을성 있게 와이프가 쇼핑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남편 역할을 배우도록 할 테니까. 그것도 아주 난이도 높은 과목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

  “그럴걸. 그걸 몹시 힘들어하는 남자들이 많더라고.”

  아니나 다를까 내가 양말과 신발을 고르는 동안 그는 남자용품을 둘러보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빈 자리에 벌렁,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있다, 일어나서 운동하듯 매장을 성큼성큼, 걸어다닌다. 초반엔 진지하게 내가 골라낸 것들을 품평해주더니, 갈수록 그 반응이 시큰둥하다. 나중엔 그저 좋다는 말만 반복한다. 어서 사서 나가자는 듯이. 그렇게 분홍색 양말에 편해 보이는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샌들로 정했다.

  “결국 이걸로 할걸 그리 오랫동안 고르셨어?”

  “아니 그만큼 골랐으니 마음에 드는 걸 샀지. 안 그랬음 사고 나서 많이 후회할 수도 있고, 바꾸러 오자고 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바꾸러 오자고 할 가능성, 을 듣더니 그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잡히기 전에 나가려고, 얼른. 내가 그런 그의 뒤를 향해 핀잔을 던진다.

  “여행은 서두르는 거 아니라며.”

  “쇼핑은 예외. 나 이 과목은 낙제해도 괜찮아.”

  “학생이 그러면 쓰나. 전 과목에 최선을 다해야지.”

  “그럼 전공을 바꾸겠어.”

  “그렇게 싫어?”

  “최악.”

  비가 그쳤는데 오히려 하늘은 어두워진다.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렇게 토요일이 진다.

  “힘들어 보이는 얼굴인데. 숙소로 갈까?”

  “아직 사놓은 찬거리 많이 남아있지?”

  “응. 살 때 넉넉하게 산다고 왕창, 샀더니 다 먹지도 못하고 돌아갈 판국이야.”

  “그럼, 그냥 가자. 있는 걸로 해결하지. 돌아갈 때 싸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이제 우리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돌아간다는 말, 끝이 가까워진다는 신호, 답답해지는 가슴, 혼란스러워지는 머리. 질문은 쌓이는데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 풀지 못한 채 잔뜩, 내버려두고 떠나야 할 지경에 이른다면. 그걸로 결론이 나는 걸까.

  “그 가족 나갔네.”

  “애들이 나가자고 엄마, 아빠를 얼마나 졸랐겠어.”

  입구를 지나 들어서니 안이 어둑하다. 방안 곳곳을 밝히려 전원을 켠다. 욕실 불도.

  “어서 샤워해. 젖은 옷도 갈아입고.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네.”

  “이래봬도 튼튼한 강골이라고. 잔병치레는 잘 하지 않아. 가끔 심하게 드러누울 때가 있어서 그렇지.”

  “설마 이번이 그 차례는 아니겠지?”

  “이건 날 걱정해주는 거야, 아님 본인이 날 간호해야 할까 걱정하는 거야?”

  “당연히 와이프 걱정해주는 거지.”

  역시나 의뭉스러워, 저 얼굴. 따뜻한 기운을 뿜으며 쏟아져 내리는 물 아래 서 있으니 이대로 바로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렇지만 잠을 자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요리도 내가 해야지 저 어눌한 학생에게 맡겨둘 의향은 전혀 없고.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게.”

  나와 교대해서 그가 욕실로 향한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야채를 다듬고 냉동만두를 꺼내서 녹이기 위해 싱크대 안에 둔다. 감동스럽게도 찜 용기까지 마련돼 있다. 그걸로 만두를 찌고 야채와 오징어를 함께 끓여 전골을 만들 계획이다. 살 땐 오징어를 삶아 초장에 찍어먹을까 했지만 비도 오고 국물요리로 해도 좋을 듯하다.

  “냄새 좋은데.”

  “곧 완성돼. 잠시만 참으세요. 밥 먹기 전에 주전부리는 말고.”

  그가 과자봉지를 향해 내미던 손을 멈춘다.

  “하여튼 남자들, 나이 들어서도 애라니까, 애.”

  “물은 마셔도 되지?”

  “그냥 맹물. 음료수 금지.”

  “아, 부부생활 힘들다.”

  “그게 열심히 요리하는 와이프 앞에서 할 소리야?”

  “힘들다는 말도 못해?”

  “힘들면 누가 더 힘들겠어?”

  “네, 네, 네. 제가 배운 걸 또 잊었네요. 절대로 말대꾸 않는다.”

  “정답.”

  음식이 목을 타고 넘어갈수록 피곤함이 짙어진다. 시간이 아까워서 조바심을 낼수록 그 긴장감이 피곤함에 더덕더덕, 달라붙어 그 무게를 더한다. 이전에 감정을 폭발시킨 게 미안해서라도 더 밝게 웃으며 식사하는 분위기를 즐겁게 고조시키고 싶었는데, 더욱 미안하게도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도록 대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게 드물고, 그는 가끔씩 내 안색만 살핀다. 그도 불편하겠지. 아마 나보다 더.

  “설거지는 내가 할게.”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릇이 부딪혀 달그락, 거리고 쓱싹쓱싹, 손이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그가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만이라도 참으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나 잠시만 누워있을게.”

  “그래.”

  몸이 천근만근, 너무 무겁다. 눈썹도 따라 무거워진다. 스륵, 의식이 몽롱해진다.

  으음.

  익숙지 않은 무게감에 눈이 떠졌다. 몸이 이미 엄청 무거웠지만 이 무게감은 낯설다. 아, 정민 씨 손이 내 어깨 위로 올려졌다. 내 옆에서 그도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다. 맞아, 나보다 더 피곤했을 수도 있어. 정신 나간 여자 옆에서 거들어주려니 쉽지 않았겠지. 그렇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조금씩 머리가 맑아진다. 아직도 몸이 많이 힘들었지만 자기 전보단 몸상태가 개운했다. 다행히 감기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그가 한 말처럼 여기까지 와서 병 얻어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누운 채로 등만 약간 방향을 바꿨다. 밖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아, 저 가족 돌아왔구나. 지금 몇 시지? 밖이 어두운 걸 보니 저녁이 된 건 알겠는데. 아직 초저녁일까, 아님 많이 늦었나? 식사만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는데. 내리던 비는 그친 것 같지만 다시 밖으로 나가긴 힘들 거다.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겠지. 그래, 초조해하지 말자. 이대로 숙소에서만 지내다 돌아간다 해도 아쉽지 않게 많이 둘러봤다. 아둥바둥해봤자 얼마나 더 머릿속에 넣는다고.

  하아암.

  그가 하품을 한다. 그의 몸이 돌아가고 내 위로 올렸던 손이 내려간다. 그 틈에 내가 자세를 바꾸자 그 기척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든다.

  “잘 잤어?”

  “언제 곯아떨어졌는지 모르게.”

  “몸 상태는 어때?”

  “괜찮아. 감기 증세는 없는 듯해.”

  “다행이네. 옆방 사람들 들어오셨어.”

  “지금 몇 시쯤 됐을까?”

  그가 손목에 찬 스마트시계를 확인한다. 열시 반.

  “생각보다 많이 잤네.”

  “나도 이렇게나 흘렀을 거라곤 생각 못했음. 한 일고여덟시쯤 됐으려나 했는데.”

  “시간 빨리 흐른다, 그치?”

  “원래 재미나게 놀 땐 시간이 더 잘 흐르지.”

  나랑 재미있어, 라고 묻고 싶긴 했지만 다른 말을 꺼냈다.

  “열시 반이면 애들은 자야 할 시간 넘었지 않나?”

  “놀러온 김에 봐주나 보지. 아님 원래 자유방임주의 부모신가?”

  밖에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은근히 마음에 쓰인다. 아무렇지 않게 나가보기엔 괜히 조심스럽다.

  “나눠쓰게 되서 불편해?”

  “우리 둘만 있을 때처럼 편하진 않지.”

  “내가 편하게 해줄게.”

  또 엉뚱한 소리. 그래도 그 짓궂은 허튼 소리와 철없는 행동이 싫지 않다. 신혼부부 사이에서 느껴질 설익은 설레임이 우리 사이에도 아직 남아있는 건가.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작했다. 잡아주고 눌러주고 부드럽게 문지른다. 팔목을 타고 올라와 팔꿈치를 지나쳐 어깨 아래까지 올랐다 내려간다.

  “난 자기가 팔 안쪽 건드려주는 게 좋더라.”

  “원하시는 대로 원하는 만큼.”

  손이 먼저 올랐다 내려가더니 다음엔 입술이 올랐다 내려간다.

  흐으응.

  그 입술이 감겨오는 촉감이 좋다.

  “아, 잠깐, 잠깐만.”

  “왜에?”

  미소짓는 날 보며 그가 웃는다.

  “너무 감촉이 진해서.”

  “너무 진해? 좋다고 할 땐 언제고?”

  “감당할 정도는 돼야지.”

  “그거 알아?”

  “뭐?”

  “배우는 학생들은 하지 말라면 더 하게 되는 심보가 있지.”

  “아하하, 그만해!”

  너무 내 목소리가 큰 듯해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행히 밖에선 못 들었는지 계속해서 대화가 이어진다. 그의 등을 때리며 나무라자 과장되게 아픈 표정을 짓는다.

  “어휴, 밖에 사람 있잖아. 게다가 어린애들도 함께. 적당히 해.”

  “하지 말라면 더 한다니까.”

  그가 말릴 새도 없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속옷 안으로 밀고 들어와 입술로 여기저기, 방점을 찍어댄다. 웃음도 그렇고 숨쉬기도 그렇고, 옆에 동행이 있으면 신기하게도 따라하게 된다. 옆사람이 웃으면 따라서 웃음이 터지고, 숨을 빨리 쉬면 그에 맞춰 내 숨쉬기도 속도를 탄다. 그가 호흡이 거칠어지자 나도 그처럼 호흡에 가속도가 붙는다. 내 몸 안 열기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머리 한쪽 구석에선 계속 자중하라며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팔과 다리가 습관처럼 상대방을 맞춰주기 위해 따라 움직인다.

  하아아아.

  이번엔 소리가 컸다. 바깥에서 들려오던 대화 소리가 멈춘다. 부끄러운 감정이 부풀어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오른다.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여왕님, 주변을 의식해서 참고 싶으신가요?”

  아무리 주위 시선에 급급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하지만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라고. 게다가 어린 애들까지 있는데. 그는 아주 불량한 학생이다. 하지 말라고 하니 더욱 열을 내서 달려든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건 나 같은 사람에겐 어림없다. 다홈이라면 모를까. 아니다. 그런 다홈이도 택수 눈치를 본다. 어떻게 나만을 오롯이 생각하며 살라는 거냐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없다고. 나 같은 사람은, 나는, 불가능하잖아. 나만 보며 사는 건. 그렇잖아?

  흐으으으.

  일부러 내 손이 아닌 그의 손을 깨물었다. 그도 당해보라고.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그 손을 물었다. 그가 놀란 눈을 만들어 보였다, 게슴츠레, 반쯤 감더니 하던 일에 더욱 집중한다. 아픈 건 상관없다는 듯이, 아니 그걸 즐기듯이. 그저 터져나오려는 걸 어떻게든 막아내려 누르고 내리 눌렀다. 몸이 차츰 경직된다. 그는 어느새 내 위에서 일정한 리듬으로 동작을 반복한다. 몸이 원하는 방향과 대치해서 막아내기가 어찌나 힘든지. 차오르는 걸 내리 누르다 진저리가 쳐져 눈가에 눈물이 맺힐 만큼 힘들었다. 가끔씩 손을 물고 있던 입이 벌어져 신음소리가 새어나갔다. 들었어, 다 들었을 거라고. 턱, 숨이 막혔다, 훅, 모든 신경이 잡아당겨지더니, 지르릉, 전기가 흘렀다. 그 한순간이 지나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 놓아버렸다. 의식이 가물해진다. 턱에서도 힘이 빠져 물고 있던 걸 놓았는데 뺨을 타고 뭔가가 흘러내린다. 그게 내 침인지, 눈물인지, 아님 정민 씨 피였는지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겪는 게 무엇인지조차도. 답을 찾으러 왔는데 왜 이렇게 모르는 것만 많아지는지도. 결국 질문만 쌓다가 끝나는 걸까. 답은 찾지도 못한 채. 그가 아니다. 나야말로 불량한 학생이다. 공부를 지독하게 못하는 어리석은 학생.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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