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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임무 완수의 결과
작성일 : 22-03-16 01:12     조회 : 101     추천 : 0     분량 : 7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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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지하 3층 가장 구석 실험실로 다가갔다. 백민관이 갇혀있는 장소였다. 카쟝은 이번 년도 초에 보고 처음 마주하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려나?”

 

 카쟝은 마지막 실험실에 닿자마자 고개를 내밀어 마지막 실험실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카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백민관 씨가 안 보이는데요?”

 “나 찾았어?”

 

 그 순간 카쟝의 등으로 한기가 느껴졌다. 카쟝은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카쟝의 등 뒤에 백민관이 서 있었다.

 

 “어, 어떻게 실험실 밖으로 나온 거야?”

 “타이밍도 딱 잘 맞춰서 왔네. 강일호도 사라졌으니 내가 네 몸을 가지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겠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지지직.

 

 카쟝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바닥에 얼굴을 부딪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전기충격기를 손에 든 우 박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끄윽.”

 

 꿈틀.

 

 카쟝은 정신을 차리려 꿈틀거렸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성능 확실하네.”

 “혹시 몰라서 최대치로 감전시켰거든.”

 

 잠시 후, 카쟝이 눈을 떴을 땐 모든 상황이 바뀌어있었다. 원래 백민관이 갇혀있던 실험실 안에 카쟝이 누워있었다. 실험실은 내부에서 절대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심지어 카쟝의 양팔은 앞으로 모여진 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어? 깼어?”

 

 백민관이 창문 밖에서 카쟝을 쳐다봤다. 민관은 마치 방금 전에 카쟝이 고개를 내밀어 그를 찾던 모습처럼 카쟝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렇게 딱 좋은 타이밍에 제 발로 찾아와 준 거야? 강일호는 흑사가 죽였을 테고, 너와 내가 몸을 바꾸면 다시 내가 백민관 사장으로 돌아갈 수 있어. 수술의 성공으로 젊어진 백민관. 그동안 거짓으로 덮어왔지만 곧 있으면 모든 게 사실이 되지. 내가 작년부터 그려왔던 바로 그 모습이야! 말은 안 했지만, 내가 저번에 정신이 돌아오고 몸이 노인네 그대로라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몰라.”

 

 카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백민관의 옆을 봤다. 그곳엔 우 박사가 있었다. 우 박사는 카쟝의 시선을 애써 회피했다.

 

 “우 박사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저 좀 구해주세요!”

 

 그러나 우 박사는 이전과 다른 차가운 낯빛으로 카쟝과 눈을 마주쳤다.

 

 “왜 내가 널 구해줘야 하지?”

 “네?”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야 하냐고? 너랑 지내는 동안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느라 넌더리가 났어.”

 

 카쟝은 돌변한 우 박사를 보며 대화를 잇지 못했다. 백민관은 그런 우 박사를 보며 입술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래. 우 박사는 연구실에 있어야 우 박사지. 우 박사, 저번에 못했던 수술 당장 진행할 수 있나?”

 “당장은 힘들고. 수술도구부터 다시 준비해야지. 모의수술도 한 번 해봐야 하고. 수술 장비들도 점검하고.”

 “얼른 하고 싶은데 말이야. 언제 쯤 가능하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내일 모레면 바로 가능할 거야. 말이 나온 김에 어서 손 좀 봐야겠어.”

 “오케이. 그럼 나도 같이 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옆에서 거들지.”

 

 두 사람은 지하 4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승강기로 향했다. 우 박사는 뒤쪽을 힐끗 보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 사이에 카쟝 녀석이 도망칠 일은 없겠지?”

 “우 박사, 걱정하지 마. 내가 저기에 한 달 넘게 갇혀 지내본 사람이잖아? 저 실험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못 빠져나와. 우리 둘 중에 누가 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저 녀석은 그냥 동물원 신세야.”

 

 그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카쟝은 곧장 일어나 실험실 창문을 부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주먹을 세게 질러도, 몸통을 힘껏 부딪쳐도 유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 갇혀있을 때가 아니라고!”

 

 이래서는 일호와 리브를 구하기는커녕 그들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카쟝의 연이은 시도에도 쾅쾅거리는 충격음만 계속될 뿐 유리에는 실금 하나 가지 않았다.

 

 “거 참, 그래 봤자 소용없는데. 너무 소란스럽네.”

 

 백민관은 승강기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지하 3층 중앙에 위치한 제어장치로 걸어갔다. 그는 그곳에 가서 스위치 하나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카쟝의 실험실 천장에서 뿌연 기체가 흘러내렸다. 카쟝의 주위가 점점 희미해지며 카쟝은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면가스.”

 

 실험실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울 때마다 흘려보냈던 그 가스였다. 하지만 카쟝은 몸을 멈추지 않았다.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쿵! 쿵!

 

 카쟝이 계속 탈출을 시도하자 백민관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밸브를 최대로 돌렸다.

 

 “이 정도면 코끼리도 재울 정도거든, 이래도 버틸 수 있을까?”

 

 카쟝의 머리 위에서 폭포가 쏟아지듯 수면가스가 흘러내렸다. 카쟝은 구름 위에 붕 뜬 기분이 들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며 몸은 점점 가벼워졌다. 카쟝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서서히 바닥에 누웠다.

 

 “약빨이 이제야 드나 보네.”

 

 백민관은 카쟝이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제어장치에서 손을 뗐다.

 

 “우 박사, 이제 지하 4층으로 가지.”

 

 두 사람은 다시 승강기로 발길을 돌렸다.

 

 “드디어 젊음을 내 손 안에 얻을 수 있어! 하핫!”

 

 카쟝은 백민관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

 

 

 “이쪽으로 오게.”

 

 오 교수가 흑사에게 다가갔다. 그는 흑사의 바로 옆에 섰다. 어깨동무할 수도 있는 거리였다. 흑사도 그가 접근하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래. 다 지어졌나?”

 “네. 점검까지 전부 마쳤습니다. 이제 이동하기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알겠네.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기를 바라네.”

 "중요한 순간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겁니다."

 

 흑사는 오 교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 교수.”

 “네.”

 “이제부터 우리가 상대할 사람은 도적단 따위가 아니야. 다름 아닌 대통령이야. 이젠 모든 전략을 세울 때 정부를 상대로, 어쩌면 국가 전체를 상대로 세워야 한다는 말이지. 허투루 준비해선 안 돼. 나는 완벽한 상태로 임하고 싶어. 우리가 더 준비해야 할 점은 있나? 경제적인 지원이라든지 말이야.”

 “나중에 돈이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현재로선 재정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돈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명분이죠.”

 “역시 그런가.”

 “마루시민들은 지금 대통령이 무얼 하든지 간에 흑사 님의 편을 들기보단 대통령의 편을 들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을 돌아서게 만들 이유만 있다면 언제든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죠. 물론 그게 쉽진 않지만요.”

 “돌아서게 만들 이유라....”

 “예를 들면 대통령과 정부의 거대한 비리가 밝혀지는 거죠. 그런 상황에선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겠죠.”

 “카쟝이 하던 짓이군.”

 “정확히는 리브 씨가 하던 일이었죠.”

 “그래. 명분을 만들어 대통령과 싸우면 우리를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차 생길 거라는 말이지?”

 “그렇죠. 아직 우리는 달구의 민심도 제대로 돌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일단 달구 사람들을 돌아서도록 만들고 그다음 마루 시민들도 우리와 공감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알겠어. 그건 내가 잘 준비해보지.”

 "그리고 또 하나 감히 조언해도 되겠습니까?"

 "좋네. 오 교수의 조언은 항상 도움이 되니까. 어떤 점에 대한 조언이지?"

 "전투에 대해서입니다."

 

 흑사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오 교수를 쳐다봤다. 평소 전투에 대해서는 일절 조언하지 않았던 오 교수였다. 그는 지식은 많았지만 전투 경험에 있어서는 흑사의 한참 밑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섰기 때문인지 오 교수도 어떻게든 흑사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오 교수가 전투에 대한 조언을 하다니, 신기하군.”

 “별 건 아닙니다. 흑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 흑사단의 주 병력은 흑사단원들입니다. 모두 합친다면 마루 시민들의 총 인원수를 웃도는 막대한 인력이죠. 하지만 마루의 경찰, 더 나아가 군대까지 투입이 된다면 그들의 최신식 무기가 장애물이 될 겁니다. 전투가 장거리전으로 벌어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흑사단이 불리해질 게 당연하고요.”

 

 흑사단은 병력 면에선 충분했지만 그에 맞는 병기는 없었다. 그런 까닭에 좋은 무기를 사용하는 국가의 병력과는 전투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근접전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군.”

 “네. 그래야 승산이 있습니다.”

 “우선 명분을 만들어서 우리의 행동을 시민들이 수긍하도록 만든다. 싸울 때는 근거리에서 싸우는 상황을 만든다. 이게 오 교수의 조언인가?”

 “그렇습니다.”

 “하긴 시민들까지 우리의 편으로 만들면 전투 상황에서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야. 그 반대의 경우라면 골치 아파지고.”

 

 오 교수는 자신의 조언을 곱씹는 흑사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겠네. 이만 들어가 보게.”

 “네. 알겠습니다.”

 

 오 교수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복도에서 걸어오던 미네민이 보였다. 미네민은 고개를 숙여 오 교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 교수님."

 “흑사님의 호출인가?”

 “네. 그렇습니다.”

 

 오 교수는 문에서 비켜서 미네민에게 입구를 열어주었다.

 

 “들어가지.”

 “오 교수님도 들어가시나요?”

 “아니. 난 용건 끝났어.”

 

 오 교수는 그제야 복도로 발을 뗐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그러지.”

 

 멀어지는 오 교수를 확인한 미네민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당연하게도 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미네민은 자연스럽게 흑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네민은 흑사를 향해 걸어가다가 그를 네 걸음 정도 앞에 두고 다리를 멈췄다. 더 가까이 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인사를 받은 흑사는 갑자기 미네민에게 손짓했다.

 

 “더 가까이 와.”

 

 이전까지 흑사에게 접근한 것은 철저히 미네민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흑사가 자신의 입으로 다가오라고 지시했다. 미네민은 흑사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코앞에 보이는 흑사는 커다란 문짝 같았다.

 

 “수고했어. 미네민.”

 “감사합니다.”

 “그래서, 백민관은 어떻게 했나?”

 “죽였습니다.”

 “뭐?”

 

 미네민은 흑사의 반응이 살짝 이상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니면 목소리가 작았나?’

 

 흑사의 입에서 당연히 칭찬이 나올 줄 알았으나, 실제로 흑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백민관을 죽였습니다.”

 

 흑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주었다.

 

 “죽였을 줄이야.”

 

 흑사는 동공을 확대시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의아한 사람은 미네민이었다.

 

 “제가... 잘못한 겁니까?”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네.”

 “우려...요?”

 “난 감시만 하라고 시켰던 것 같은데. 뭐 아무튼 그랬다니 하는 수 없지. 내 앞으로 와. 어찌됐든 너와 나는 진짜 식구니까.”

 

 흑사의 한마디에 미네민은 그를 바라봤다. 흑사도 그녀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선 믿음이 흘러나왔다. 미네민이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드디어 흑사에게서 신뢰를 얻었어!'

 

 흑사단으로 입단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부터 그녀가 마음 속에 그리던 그 상황이었다. 그녀는 걸음을 뗐다.

 

 ‘이제 흑사와의 거리 1m.'

 

 흑사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기회는 지금 뿐이야!’

 

 미네민은 흑사가 공격 범위에 들자 망설임 없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녀의 손으로 단도의 서늘함이 느껴졌다.

 

 ‘진짜 죽어야 하는 사람은 너야, 흑사!’

 

 미네민은 민첩하게 팔을 앞으로 뻗었다.

 

 “헙!”

 

 순간 미네민의 움직임이 멈췄다.

 

 날카로운 고통이 신경을 타고 뇌로 전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흑사의 칼이 미네민의 가슴을 뚫었다. 예리한 칼끝이 정확히 심장을 찔렀다. 반면 미네민의 공격은 흑사의 왼손에 의해 막혔다. 미네민은 입술을 깨물며 흑사를 올려다봤다.

 

 “어... 어떻게....”

 "가소롭군."

 

 흑사는 그녀의 오른팔을 꺾어 부러뜨렸다.

 

 으드득.

 

 “으악!”

 

 흑사에게 완벽히 제압 당한 미네민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녀의 상의가 피로 물들어갔다. 흑사는 미네민을 노려봤다.

 

 “네가 죽인 사람은 리브의 옛 동료야. 알아?”

 “리브의... 옛 동료?”

 

 리브의 옛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카...쟝?”

 

 미네민은 카쟝이 실제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때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런 말은 애초에,”

 

 퍽.

 

 흑사는 쓰러진 미네민의 가슴을 발로 찼다. 미네민은 힘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그때 그녀의 시야에 회의실 입구가 들어왔다. 그곳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리브.”

 

 흑사는 큰소리로 말했다.

 

 “리브, 봤어? 네 친구를 죽인 살인자야.”

 “아....”

 

 미네민은 흐려지는 눈동자로 리브를 바라봤다. 리브는 싸늘한 눈빛으로 미네민을 내려다보았다.

 

 "오해야...."

 

 미네민은 리브를 향해 말하고 싶었지만 고통이 극심한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흑사의 칼이 생각보다 깊이 들어간 듯했다. 결국 미네민은 양팔로 바닥을 기어 리브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팔을 내밀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 통증이 폭발했다. 그러나 그녀는 리브를 향해 한 뼘씩 접근했다.

 

 “쳇. 끝까지 성가시게 하네.”

 

 흑사는 그녀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그는 미네민의 왼 다리를 꽉 밟았다. 그 압력으로 다리가 봉인된 미네민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흡!”

 

 그녀는 고통을 참고 리브를 바라봤다. 그녀는 피가 흘러나오는 입을 열어 리브에게 뭔가 말하려 했다.

 

 “리브, 제발 살려줘. 저건 다 오해, 헙!”

 

 흑사는 미네민의 머리를 집어 올려 그녀의 말을 끊었다.

 

 “미네민. 네가 왜 그런 돌발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TV, 신문에 미네민 네가 행한 짓이 다 나왔어. 때마침 리브와 대화를 하다가 네가 직접 백민관을 죽였다고 하니까 리브가 너의 정체를 밝히더라고.”

 

 리브는 백민관의 실종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뒤이어 나오는 소식에서는 백민관의 죽음을 암시하는 증거들이 속속히 나왔다. 그 사건이 전부 미네민의 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리브는 그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리브....”

 

 흑사가 그녀를 놓자 그녀는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이제 미네민은 말할 힘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리브를 올려다봤지만 리브는 이제 그녀를 외면했다. 그때 흑사가 몸을 낮춰 미네민의 귀에 속삭였다.

 

 “고마워. 네 덕분에 리브가 완전히 우리 일당이 됐어.”

 

 카쟝을 잃고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는 리브였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흑사단에 잔류하는 것 뿐이었다. 흑사는 파란 입술로 미네민에게 속삭였다.

 

 “너희 아빠도 내 부하로 들어온다고 빌었으면 살려줬을 텐데 말이야.”

 “으...으...”

 

 미네민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흑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이제 자외단 부녀가 곧 상봉하겠어?”

 

 그 순간 미네민은 자신의 가슴에 꽂혀있던 칼을 단숨에 뽑았다.

 

 “크흡!”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흑사에게 칼을 휘둘렀다.

 

 “끄악!”

 

 쉭-

 

 흑사는 자신의 입을 부여잡았다. 미네민의 공격으로 흑사의 입술이 대각선으로 잘렸다.

 

 “이 년이!”

 

 흑사는 미네민의 가슴을 발로 차고 재빨리 의사를 불렀다.

 

 “닥터 하!”

 

 흑사의 얼굴에서 피가 쏟아졌다.

 

 “이런 미친년을 봤나!”

 

 흑사는 분을 못참고 미네민의 얼굴을 강하게 밟았다.

 

 “흐억.”

 

 미네민은 반항을 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의 움직임 때문에 그녀의 출혈도 심해졌다. 바닥에 피가 흥건해질수록 그녀의 정신도 멍해져 갔다.

 

 '죽음이 찾아온 건가.'

 

 미네민은 자신의 최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결국... 여기까지구나...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는구나....’

 

 미네민은 마지막으로 리브를 올려다봤다. 리브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브의 무표정은 아까보다 차가웠지만 그의 눈동자는 어딘가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들, 미안.’

 

 미네민은 눈을 감았다.

 

 

 ***

 

 

 쿵! 쿵! 쿵!

 

 카쟝은 잠에서 깨자마자 2시간이 넘도록 유리에 몸통을 부딪쳤다. 너무 몸을 던진 탓에 분장은 전부 벗겨졌고 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이게 뭐야."

 

 카쟝은 목에 달라 붙어있던 실리콘 덩어리를 전부 떼어냈다. 현재 상황에서 분장은 대수가 아니었다. 갇혀있는 신세에서 벗어나야 했다. 양팔에 묶인 수갑도 어찌나 짱짱하게 채웠는지 팔목이 조금만 부어도 꽉 끼었다.

 

 “하아... 하아...”

 

 밖이 몇 시인지는 물론이거니와 밤인지 낮인지도 분간할 길이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지상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상황이 좋았다. 흑사단의 본거지를 알아냈고 리브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게다가 일호의 생사도 달린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아주 귀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그 상황은 명장제약 지하로 내려오면서 역전되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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