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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스파이
작성일 : 22-03-10 21:00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7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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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시죠. 나오실 때 문만 제대로 닫아주시면 됩니다."

 

 환기는 잠시 실례한다며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장실 내부는 불이 꺼져있었다. 그는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켰다.

 

 "정말 안 계시네."

 

 언제나 10시까지 사장실을 지키던 사람이 지금은 빈 의자만 놔둔 채 사라져있었다. 환기는 뒤를 돌아봤다. 그를 바라보던 경호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리로 돌아간 듯했다.

 

 "여기엔 나뿐인 건가."

 

 홧김에 사장실을 들른다는 것이 빈 사장실에 홀로 있게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왕 사장실에 들어온 김에 한 번 둘러보고나 갈까?"

 

 환기는 가장 먼저 책상으로 다가갔다.

 

 "흐음...."

 

 역시 이상했다. 백민관의 책상은 언제나 보고서들이 사방에 깔려 너저분했는데 지금 환기 앞의 책상은 너무 깔끔했다. 문서는 가지런히 쌓여있고 펜은 한 쪽에 모여서 수직으로 꽂혀있었다. 환기는 다시 한 번 사장실 밖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를 감시하는 눈은 없었다. 환기는 허리를 숙여 책상 서랍을 조심스레 당겼다.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건데."

 

 환기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밑 서랍을 열자 사장이 따로 보관해놓은 보고서들이 나타났다. 환기는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고는 제자리에 놓았다.

 

 "별다를 게 없는 보고서야. 몇 가지 체크한 흔적만 있고 특별한 건 없어."

 

 첫 조사를 마치고 환기는 그 다음, 가운데 서랍을 열었다. 그 곳엔 노트북 하나와 자동차 열쇠가 들어있었다. 환기는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이거, 사장님 열쇠는 아닌 거 같은데?”

 

 열쇠고리가 황금으로 되어있었다. 게다가 천하대학교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열쇠고리인데....”

 

 불현듯 그 열쇠고리를 가지고 다니던 사람이 떠올랐다.

 

 “강 팀장?”

 

 환기는 열쇠를 내려놨다.

 

 “설마. 우연이겠지.”

 

 백민관 사장과 강일호 팀장이 가까운 사이였기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강 팀장이 열쇠고리를 선물로 드렸을 수도 있고.”

 

 그래도 사장실 서랍에 보관되어 있다는 게 말은 안 되지만, 일단 그렇게라도 이해를 해보기로 했다. 그는 가운데 서랍을 닫고 마지막으로 가장 위 서랍을 열었다.

 

 “이건 또 뭐야? 사장님이 렌즈를 끼셨나?”

 

 역시나 의외의 물건이 나왔다. 서랍에 렌즈보관함이 있었다. 환기는 렌즈통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렌즈통을 잡는 순간 옆에 있는 무언가가 그의 손에 닿았다. 동시에 환기의 손이 멈췄다.

 

 “이게 왜?”

 

 그의 손에 닿은 건 항응고제였다. 환기는 바로 그 약의 주인을 직감했다.

 

 “강일호가 먹는 약이랑 똑같아.”

 

 환기는 지금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강일호가 퇴사한 시기랑 사장님이 젊어진 시기가 겹쳐."

 

 우연에 우연이 겹치자, 더 이상 우연 같지 않았다. 환기는 서둘러 사장실에 있는 문이란 문은 전부 열어봤다. 서랍, 책장, 그리고 의료 보관장까지. 마지막으로 그가 구석에 있는 허름한 가방을 열어서 뒤집었을 때였다.

 

 툭.

 

 가방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졌다. 그 검은 물체가 바닥과 부딪혀 활짝 열렸다. 그 탓에 안에 있던 내용물이 나왔다. 그제야 환기는 자신의 직감이 들어맞았음을 확신했다.

 

 스윽.

 

 환기는 바닥에서 강일호의 안경을 주웠다.

 

 “억측이 아니었어. 내 추리가 맞다면 이건 다 강일호의 짓이야.”

 

 톡. 톡.

 

 환기만 홀로 있는 사장실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유리 소리?'

 

 누가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환기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밖으로는 마루시의 야경이 보였다.

 

 "뭐야. 그냥 바람이었구나."

 

 환기는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기 위해 깊은 숨을 들이켰다.

 

 "그럼 지금 백민관 사장님 행세를 하고 있는 게 강일호인 건가?"

 

 믿기 힘들었지만 그가 사장실에서 발견한 증거들은 그 추측을 뒷받침했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이람.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거지?"

 

 환기는 마루의 야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톡. 톡.

 

 "어, 또 유리소리?"

 

 환기는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환기는 창밖의 두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동자 밑으로는 총구가 보였다.

 

 피슝!

 

 한발의 총성. 환기는 자리에 쓰러졌다.

 

 

 ***

 

 

 아나운서는 오프닝 멘트를 마치고 오늘 일어난 사건을 전달했다.

 

 "바로 다음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뉴스에선 명장제약회사의 건물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명장제약이 뉴스에 나온 것은 새해 첫날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메라가 단 한 곳, 30층 사장실만을 비추었다. 사장실에서는 불길이 높게 치솟고 있었다. 한밤중에 발생한 불꽃이었기에 더욱 시선을 끌었다. 마치 붉은 용이 건물을 뚫고 탈출하는 듯했다. 그 불길이 너무 강렬해서 채널을 돌리던 이들도 리모컨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영상이었다. 아나운서는 침착하게 소식을 전달했다.

 

 "어젯밤 명장제약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진화에 나섰는데요. 불은 건물 30층의 사장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은 사장실을 진화하던 도중 불에 탄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시신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화재의 정확한 원인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경찰은 CCTV 판독 결과 건물에 침입한 괴한이 사장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어젯밤 9시 30분경에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현재 이 사람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CCTV화면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회사 울타리 벽을 타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벽을 넘어 회사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아쉽게도 카메라와 거리가 있어서 뚜렷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이 괴한을 추적하고 있으며, 과학수사대는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명장제약의 사장실이 불타고, 그 안에서 발견된 시체라면 누구나 한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마루에서 가장 추앙받고 있는 사람, 백민관이었다. 현재 이 뉴스를 보고 있는 마루시민이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방대의 발빠른 출동으로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지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0층을 비롯하여 백민관 씨의 자택이 있는 꼭대기 층까지 불이 옮겨 붙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방대는 현재 다른 피해자가 있는 지 계속해서 수색 중입니다."

 

 이어서 화면에는 줄지어있는 소방차들과 거센 불꽃을 소화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불이 날 이유가 없는 장소에서 화재가 나고 그 장소에는 시신까지 누워있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는 건 지나가는 꼬마아이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화재 현장에는 경찰들도 대거 투입됐다.

 

 "제길."

 

 경찰들의 출동을 지시한 오성한은 임시 청장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또 명장제약이라니!"

 

 마루시의 중심이자 모두가 우러러보는 회사였다. 그런 명장제약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경찰입장에서는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해지면 오성한이 공식 석상으로 나서야할 수도 있었다.

 

 똑. 똑.

 

 문이 열리고 길태석이 들어왔다.

 

 "현장 다녀왔습니다."

 "어, 길 형사. 마침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이제 돌아왔나?"

 "네, 현장 상태를 확인하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오성한은 현장에 다녀온 태석을 청장실로 부른 것이었다. 성한이 태석을 명장제약에 보낸 것도 이번 일이 아무래도 흑사단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태석이 의자에 앉기 무섭게 성한은 단도직입했다.

 

 "백 사장님이 돌아가신 건가?"

 "아닙니다. 과학수사대에 연락해봤더니 사망자와 백 사장님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보고 받은 내용인데 백 사장님은 방금 전에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합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으시고?"

 "네. 천만다행히도 사장실이 아닌 자택에 계셨다고 합니다. 밑층에서 올라온 연기 탓에 질식해서 쓰러지실 뻔했지만 소방대원이 곧바로 구조했다고 합니다."

 "상태는 괜찮으신가?"

 "네.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십니다. 다만 사장실과 집이 화재를 입어서 당분간 병원에 계실 것으로 여겨집니다."

 

 "불행 중 다행이군. 그럼 병력 좀 보내서 병원을 지키라고 해."

 "네. 안 그래도 그렇게 말하실 줄 알고 경찰 병력을 충분히 보냈습니다."

 "그러면 그 시신의 주인은 누구지?"

 "아직 조사 중이긴 합니다만, 너무 많이 타서 형태도 알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도 목격담은 나왔습니다. 어제 밤 사장실을 지키던 경호원들의 말로는 한환기라는 사원이 사장실에 홀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다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못 봤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그 사람의 시체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한환기?"

 "명장제약 연구팀장이라고 합니다. 어제 화재가 있기 전에 그 사람이 급한 용무로 사장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백 사장님은 그때 사장실에 있으셨나?"

 "아니요. 퇴근하신 상태였답니다."

 "그럼 한환기 씨만 들어간 거야? 아무도 없는 사장실에?"

 "한환기 씨가 명장제약에서 워낙 오래 일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팀장이기 때문에 짬도 많은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경호원들도 의심 없이 들여보내줬답니다. 한환기 씨가 사장실로 들어가 1시간 가까이 나오질 않아서 경호원들이 사장실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사장실로 가까이 가니까 타는 냄새와 함께 문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려갔더니 사장실 내부는 이미 불길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신고도 그때 한 거고요."

 "그렇다면, 자살의 가능성은 없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아까 말씀을 못 드렸는데, 과학수사대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자살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답니다. 화상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총알이 이마를 정통으로 뚫었다고 합니다."

 "뭐? 총알이?"

 "네. 누군가 권총으로 한환기를 죽이고 사장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총기는 발견했나?"

 "발견 못 했습니다. 범인이 들고 달아난 것 같습니다."

 "그 범인의 대한 단서는 찾았나?"

 "그게... 말입니다. 일차적으로는 범인이 사장실을 불질러놨고요. 이차적으로는 소방관들이 불을 끈다고 물을 뿌리는 바람에, 단서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 그 범인이 불을 질렀단 말이지. 그렇다면 혹시 흑사단의 흔적은 있었나?"

 "정말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현장이 전혀 보존되지 않아 발자국이나 지문을 확인하는데 애를 먹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사라진 귀중품도 없고 중요한 문서를 훔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사장실에 있던 그 누군가의 목숨만이 괴한이 훔쳐간 전부였습니다. 제 생각엔 이번 범행은 돈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노린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럼 도둑이 아니라 암살자였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것 말고는 이번 사건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한환기 씨를 노린 건가? 아니면 백민관 사장을 겨냥한 건데 목표를 착각해서 한환기 씨를 죽인 건가?"

 "그게 어느 쪽인지도 분명하진 않습니다. 일단 과학수사대의 분석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체가 한환기 씨라는 결과가 나오면 그의 원한관계부터 조사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만약에 한환기를 죽일 뚜렷한 동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청장님의 말씀하셨던 후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살인과 방화. 특정 집단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에 불을 지르는 건 전형적인 흑사단의 방식이야."

 "맞습니다. 처리방식으로 보면 딱 흑사단의 짓인데,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게 의아합니다."

 "저번에 장관들의 집을 쳐들어갔던 적도 있지 않나? 그때도 돈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청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흑사단도 그런 전적이 있네요. 그러면 정말 흑사단의 소행이 맞겠는데요?"

 

 성한은 팔짱을 꼈다.

 

 "근데 말이야. 어떻게 들어오고 나간 거지?"

 "네?"

 "저녁 이후로는 마루와 달구 사이의 다리를 통제하지 않았나? 엄청난 병력까지 투입해가면서."

 "네. 했습니다. 제한된 차량을 제외하고는 다리를 절대 건널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깐 말이야. 명장제약에 침입한 킬러를 흑사단이라고 친다면, 아니, 흑사단이 아닌 도적단이라고 여겨봐도 이상해. 그 사람은 어떻게 마루 한복판까지 방해 없이 들어온 거지?"

 "저도 사실 그 부분부터 조사해보려고 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목격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목격자? 무슨 목격자말이야?"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배 한 척이 학목강을 왕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제보가 있으면 빨리 알려줬어야지! 뭐한 건가?"

 "저도 확실하지 않은 내용이라서 정확히 확인하고 보고하려 했습니다."

 "목격자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학목강 인근 주민이라는데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장난 제보도 아니었고요."

 "그래? 목격자가 말하는 배는 어떤 종류의 배였지?"

 "배 자체는 대략 전장 100m, 전폭 30m 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전함까지는 아니고 일반 여객선처럼 생겼다고는 하는데 목격한 시간이 저녁이고 멀리서 본 거라 확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쿵!

 

 성한은 태석의 말을 듣다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랬구나! 흑사 녀석, 다리를 막으니까 배를 만든 거야.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닐 테니 이동수단에 투자할 돈도 있었겠지. 내가 너무 안일했어. 다른 일을 계획하느라 흑사단이 한동안 조용했던 거야. 대통령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가만히 있지 않으시겠어."

 

 현재 달구에서 불법으로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직은 흑사단 뿐이었다. 배의 규모도 생각보다 거대했다. 목격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흑사단이 배를 조선하는 동안 전혀 견제하지 않은 셈이었다. 오성한은 자신이 방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길 형사, 그거 아는가? 달구시의 도적단들이 죄다 흑사단으로 합병되고 있다더군. 게다가 달구시민들도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죄다 모여들고 있나봐. 달구시 전체가 흑사단의 도시가 되고 있다고 해."

 "그게 사실입니까? 도적단은 그렇다고 쳐도 시민들은 왜 흑사단에 들어가는 겁니까?"

 "흑사단에서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를 미끼로 단원들을 모집한다고 하더군. 입단한 사람에게만 치료제를 지원해준다고 하니 살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는 거지."

 

 태석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 겁니까?"

 "그래. 자네 덕분에 믿을만한 사람을 보냈어. 이력도 화려한 엘리트이기도 하고, 조건도 전부 부합하는 사람이더군."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역할을 수행하나 보네요. 대단한 친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직은 이렇다 할 중요한 정보는 없어. 그 친구가 조금만 더 내부로 들어가서 핵심 정보만 빼내 와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조금만 일찍 투입했으면 흑사단이 배를 만드는 불상사도 없었을 텐데! 그랬으면 어제 밤 사건도 없었을 테고."

 

 태석도 성한의 말에 동의했다.

 

 "앞으로 그 친구의 역할이 크겠네요."

 "그래. 그 친구가 흑사단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네. 그렇게만 되면 흑사단의 빈틈이 어디인지, 흑사를 어떤 방식으로 노려야하는지, 더 나아가 달구시의 모든 도적들을 소탕할 방법까지도 알 수 있을 거야.“

 

 

 ***

 

 

 청사는 식당 입구로 들어섰다. 식탁의 가장 안쪽 상석에 흑사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편에는 리브가 있었다. 오랜만에 독대를 할 거라고 예상했던 청사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청사는 자신을 호위하던 미네민을 향해 돌아봤다.

 

 "이런 자리라면 굳이 네가 밖에서 기다릴 필요 없겠어."

 

 청사는 흑사에게 미네민도 식당으로 들어와도 되는 지 물었다.

 

 "괜찮지. 다만 요리를 3인분만 했으니 식사는 하지 못할 거야."

 "괜찮습니다. 그냥 따뜻한 공간에 머물 수 있으면 됩니다."

 

 청사는 미네민이 밖에서 홀로 기다리기 외로울 것 같아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했다. 흑사도 이전과는 달리 미네민에 대한 의심이 줄어든 듯했다. 미네민은 못이긴 척 식당으로 들어섰다. 청사는 상심한 마음을 숨기며 흑사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리브 씨도 계셨네요?"

 "리브는 내가 불렀어."

 

 흑사는 청사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굳게 끄덕였다. 청사도 곧바로 끄덕였다. 어젯밤 거사를 감행한 청사에게 건네는 무언의 대화였다. 흑사는 리브의 앞이라서 함부로 어제 일을 입 밖에 내지 않는 듯했다.

 

 "그래. 청사, 오느라 수고했어. 어서 앉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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