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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84화 십군(十君) 구창.
작성일 : 22-02-18 07:28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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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십군(十君) 구창.

 

 몽과 보옥은 깊은 산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밤하늘에 떠있는 초승달은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간간이 설익은 달빛을 깊은 산속에 뿌렸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속에서 귀뚜라미들은 달빛이 비치면 잠시 울음을 그쳤다가 구름에 사라지면 얼른 달빛을 돌려달라며 애원하듯 울어댔다. 산새 울음소리는 그런 귀뚜라미들의 소란스런 애원을 나무라듯 산속 깊이 울려 퍼졌다.

 

 보옥은 그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홍련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혈랑신교에서 십군(十君)구창과 이름 모를 꼽추의 늙은이를 보내 홍루의 루주 주란을 현혹시켰고, 주란은 그들의 꼬임에 넘어갔던 것이다.

 

 혈랑신교는 천년이 넘게 은거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흑영단에서도 그들의 근거지인 혈산의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 있을 뿐, 더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단체는 돈과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들이 워낙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란으로부터 구창의 거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주란을 잠시 기절시켜놓고, 몽의 몸에 들어가 있던 백강이 몽의 몸에서 나와 주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주란을 깨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본 후, 다시 주란을 기절시키고 백강이 주란의 몸에서 나왔던 것이었다. 백강이 몸에 들어가더라도 그 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었기에, 보옥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고, 백강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주란이 보옥의 물음에 뭔가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생각을 읽었다.

 

 주란의 생각을 읽은 백강은 그녀의 생각에서 무엇을 읽었던 것인지 조금은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몽과 보옥이 이것저것 물어도 백강은 많은 말은 하지 않고 다만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다 있게 마련이다. 이 아이가 깨어나면 벌하지 말고, 돈을 넉넉히 줘서 홍루에서 내보내거라.”

 

 보옥과 몽은 주란의 몸으로 들어간 백강이 도대체 무얼 본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물어볼 수는 없었다. 보옥은 당분간 홍루의 문을 닫고, 얼른 그곳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흑사신회의 제5회를 소집해서 홍루를 단단히 단속하라 이르는 한편, 홍루의 새로운 루주로 홍련을 앉혔다.

 

 그렇게 빠르게 일을 처리해놓고는 백강이 주란의 기억에서 읽은 구창의 거처를 향해 가고 있는 몽과 보옥이었다. 홍련이 흑사신회의 살수 몇 명을 함께 데려가려고 했지만 보옥이 흑사신회의 사람들은 괜히 짐만 된다고 놔두고 가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정말 이 길이 맞긴 한 거예요?”

 

 몽이 백강에게 물었다.

 

 ‘왜? 못 믿겠냐?’

 

 “아니, 이건 산길이 아니라 그냥 숲이잖아요?”

 

 몽의 말처럼 그곳엔 길이 나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거진 덤불숲을 곧장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음... 사람의 생각은 설명을 하듯 계속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서, 내가 주란이라는 그 아이가 조금씩 떠올리는 기억의 편린들만으로 조합을 해본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길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투덜대지 말고 걸어.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그렇게 조금 더 걸어가자 어디선가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쳐왔다. 그 냄새를 맡자마자 몽과 보옥은 흠칫 놀라며 서로를 돌아봤다.

 

 몽과 보옥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간간이 비치는 시리도록 푸른 달빛 아래에 작은 누옥이 나타났다. 아주 작고, 곧 쓰러지기라도 할 것 같이 볼품없는 그런 누옥이었다. 누옥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길은 하나도 없었기에, 일부러 숲을 헤치며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곳에 누옥이 있다는 것을 도저히 알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몽과 보옥은 조심스레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곳을 향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피 냄새가 짙어졌다.

 

 “몽. 잠깐만.”

 

 보옥의 말에 몽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왜 그러세요?”

 

 “저기 누옥 주위로 제법 기(氣)가 강한 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럼 어떻게 하죠?”

 

 “가만히 있어봐!”

 

 보옥은 기감을 한껏 열어서 누옥 주위를 세심하게 살폈다. 누옥 주위에 제법 강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몇 있긴 했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누옥 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조금 껄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곁에 있는 몽의 몸속에는 백매들의 수장인 백강까지 있으니 한결 든든했다.

 

 “음...... 괜찮을 것 같은데? 그냥 저기로 걸어 가보자.”

 

 “네? 모습을 드러내자고요?”

 

 “그래. 주란의 생각을 읽고 왔지만,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기습을 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저들의 수는 그리 많지가 않아.”

 

 보옥은 말을 마치더니 앞장서서 덤불숲에서 나와 누옥을 향해 걸어갔다. 몽은 그런 보옥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레 주위를 살폈다. 그렇게 몇 발자국 걸어가자 갑자기 어둠속에서 불쑥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누구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누군가 날카롭게 보옥과 몽을 쏘아보며 외쳤다. 어둠속에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총 여덟 명. 그들은 모두 핏빛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서는 피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혈랑십군의 십군 구창을 만나러 왔습니다.”

 

 구창이라는 말에 그들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계집? 너는 누구며, 여긴 어떻게 왔지?”

 

 “저는 흑영단의 소단주 황보옥이라 합니다.”

 

 혈랑신교는 외부와 천년 가까이 단절된 생활을 했기에 바깥세상의 일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사마혼이 혈랑으로 즉위한 이후 조금씩 중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힘을 키우는 동안 여러 정보들을 접하게 되었고, 특히 흑영단과 같은 거대 집단과 여러 문파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수집 중이었다. 보옥의 말에 일순간 핏빛장포를 걸친 사내들은 긴장하는 듯했다. 그들이 긴장하자 주란에게서 났던 것처럼 그들의 몸에서도 피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겼다.

 

 “흑영단의 소단주?”

 

 “그래요. 그러니 어서 구창에게 전해주세요!”

 

 사내들 중 한명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보옥을 향해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다 쓰러져가는 듯한 누옥의 문이 삐거덕거리고 열리며 한 사내가 나오면서 보옥을 향해 외쳤다.

 

 “나를 찾고 있느냐!”

 

 어둠속에서 푸른 달빛을 받으며 누옥을 나서는 그는 걸걸한 목소리를 지닌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 역시 핏빛 장포를 두르고 있었는데, 냉기가 서린 그의 눈빛은 마치 이리의 그것처럼 날카로웠다.

 

 ‘저자다!’

 

 백강이 주란의 기억에서 읽었던 구창의 모습을 떠올리며 보옥에게 전음을 보냈다. 보옥은 백강의 전음을 듣고는 구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 혈랑신교의 구창이신가요?”

 

 “그렇다!”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왜 저희 흑영단의 기루인 홍루에 마수(魔手)를 뻗친 거죠?”

 

 “크하하하핫!! 마수? 마수라고?”

 

 “아닌가요?”

 

 “클클클......웃기는 군. 도대체 내가 어떤 마수를 썼다는 거지?”

 

 “취마라는 독심술을 써서 홍루의 기녀들을 홀리지 않으셨나요?”

 

 “아~ 아. 공룽이 했던 일을 말하는 거로군.”

 

 “공룽이라면 함께 왔다던 꼽추노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 친구를 말하는 거지. 음...... 그래, 네 말처럼 공룽이 취마라는 독심술을 써서 기녀들을 홀리긴 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란이라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주란이라는 아이도 처음부터 너무 매몰차게 우리와의 만남을 거부하기에 잠시라도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서 공룽이 잠시 취마를 썼던 것뿐이다.”

 

 “잠시요? 잠시 썼는데, 지금껏 취마에 빠져있는 건 뭐죠?”

 

 “킬킬킬...... 네가 소문대로 무공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인 모양이로구나! 그래, 네가 보기에는 주란이 아직도 취마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더냐?”

 

 “그럼...”

 

 “취마라는 것을 너의 말처럼 계속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취마에서 깨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곁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만 하지. 계속해서 곁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행동을 했다는 건 그 아이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옛날 소진이 합종을 할 때에도 6국의 왕들이 진나라를 견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주란이 흑영단을 배신할 마음이 있었단 말인가요?”

 

 “당연하다! 그 아이는 스스로 지니고 있는 아픔이 많은 아이였지. 그런 아이들은 이용하기가 아주 수월해. 그것을 공룽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접근을 한 것뿐이다. 우리가 딱히 너희 흑영단을 어떻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 아이가 흑영단의 일부였을 뿐이야!”

 

 “주란이 도대체 어떤 아픔이 있었기에 흑영단을 배신하려고 했다는 거죠?”

 

 “글쎄....... 그런 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하나?”

 

 “흑영단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저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싫다면?”

 

 보옥은 주란의 일로 마음이 많이 심란해 있었는데, 주란이 지니고 있는 어떤 아픔을 구창이 이용한 거라 생각하자 가슴속에서 분노가 불같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말을 하게 만들어드리죠.”

 

 보옥의 말에 구창 주위에 있던 사내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나섰다.

 

 “이런, 미친!”

 

 사내들이 나서자 구창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사내들을 멈추게 한 구창은 보옥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 과연 나의 입을 열게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는지 한번 보자!”

 

 구창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옥의 하얀 비단옷이 펄럭였다.

 

 ‘조심하거라. 저자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이 평범하지가 않아.’

 

 백강이 구창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보고서 보옥에게 전음을 보냈다. 구창의 몸에서는 고수의 몸에서 흐르는 거대한 공력도 아니고, 귀신에게서 흐르는 귀기도 아닌 그 둘을 섞어놓은 듯 보이는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보옥은 백강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공력을 힘껏 끌어올렸다. 보옥의 몸 주위로 옥빛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자 혈랑신교의 사내들은 놀란 눈빛으로 보옥을 바라보았고, 구창은 보옥의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제법이군. 아직 어린나이에 그 정도의 공력을 지니고 있다니...... 누가 진기라도 물려줬나?”

 

 보옥은 구창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손끝에 기를 모으더니 매섭게 공격을 했다.

 

 “춘옥화풍!!”

 

 보옥의 외침과 함께 푸른 옥빛의 강기가 구창을 빠르게 덮쳐갔다. 구창을 향해 섬광처럼 날아간 강기가 구창을 덮치려는 찰나, 구창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갑자기 보옥의 등 뒤에 불쑥 나타났다. 구창은 새가 발톱을 오므리듯 손을 오므려서 보옥의 등을 향해 쑥 찔러 넣었다. 보옥은 자신의 등 뒤로 나타난 구창의 몸에서 풍기는 짙은 피 냄새와 강렬한 기를 느끼고는 얼른 뒤로돌아 손바닥을 쫙 펴서 명옥신공을 펼쳐 옥빛이 감도는 손바닥으로 구창의 손을 막았다.

 

 - 콰아앙!!

 

 구창과 보옥의 양손이 맞부딪치자 거대한 옥빛의 바람과 함께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구창과 보옥은 둘 다 몇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구창의 손을 막은 보옥의 손에는 시릴 정도로 강한 냉기(冷氣)가 느껴졌고, 보옥의 손바닥에 공격이 막힌 구창은 손이 저릴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크흐흐. 정말 놀랍군! 내 공격을 피하는 것도 모자라 그 짧은 순간에 이정도의 강한 공력을 실어 막아내다니! 도대체 너는 어떻게 그 정도의 공력을 쌓을 수 있었던 거지?”

 

 구창은 보옥이 공청석유를 한사발이나 들이킨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그녀의 웅혼한 공력이 놀랍기만 할 뿐이었다.

 

 “저야말로 놀랍군요! 어떻게 순식간에 저의 등 뒤로 나타날 수가 있는 거죠? 그건 빠르게 움직인 거라고 하기 보다는 축지법 같은데요?”

 

 보옥은 몽의 축지법을 봐왔었기 때문에 구창의 움직임을 보고서 축지법이라 짐작을 하고 말을 했다.

 

 “크하하핫! 그래. 축지법은 아는 구나!”

 

 ‘역시......’

 

 “그런데, 도대체 그 지독한 피 냄새는 뭔가요? 주란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글쎄....... 마교놈들이 마기를 풀풀 흘리고 다니는 것과 같은 거라고 말하면 이해가 되려나?”

 

 마교의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마기를 풍기는 것처럼 혈랑신교에서 행하는 피를 이용한 주술로 신체를 강화한 자들은 모두 피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 도태자가 죽었을 때 전혀 외상을 입지 않았는데 피 냄새가 났던 것도, 흑영단의 흑사신회에서 핏자국도 없는데, 피 냄새를 맡았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클클클...... 네년에 대한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란 것만은 잘 알겠다. 그럼 어디한번 제대로 붙어볼까?”

 

 말을 마친 구창의 눈빛이 서서히 붉게 변하자 흘러나오는 피비린내가 더욱 짙어졌다.

 

 “욱!”

 

 어찌나 피 비린내가 강한지 보옥은 역겨운 냄새에 구토가 나오려는 것을 기(氣)로 다스려 억지로 눌렀다.

 

 그런 보옥의 모습을 보며 구창이 씨익 웃더니 또 신형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강렬한 피 냄새가 공기 중에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 구창이 이곳에서 보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어디지?’

 

 보옥은 긴장된 마음으로 구창의 기운을 찾았으나 피 냄새만 진동을 할 뿐 어디에서도 구창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건 또 무슨 조화야?’

 

 그때 갑자기 보옥의 등 뒤에서 사람의 기운과 함께 강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

 

 ‘또 등 뒤?’

 

 보옥은 얼른 뒤로 돌며 옥빛으로 변한 오른손을 찔렀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돌아선 그녀의 등 뒤에서 피 냄새가 풍겼다.

 

 ‘이건 허(虛)?’

 

 보옥은 얼른 다시 뒤로 돌아서려는데, 조금 전 허공에 찔렀던 오른손의 손목에 핏빛 연기가 서리더니, 그것이 보옥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이익!”

 

 보옥이 그것을 빼려고 했지만 도무지 빠지지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못하고 옆으로 서서 왼손만으로 피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곳에도 아무도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왼손의 손목에도 핏빛 연기가 서리더니 보옥의 손목을 꽉 잡았다.

 

 “크흐흐흐.......”

 

 허공에서 귀를 간질이며 들려오는 징그러운 웃음소리에 보옥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보옥의 발에도 어느새 핏빛연기가 서려서 발목을 꼭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아직 어리구나. 네가 성장해서 얼마나 괴물이 될지도 궁금하긴 하다만, 여기서 얼른 끝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 네 피는 내가 아주 소중하게 써주마. 크하하핫!”

 

 보옥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오는 허공을 바라보자 머리위에서 구창이 자신의 머리를 쪼개버릴 듯 거센 기운으로, 새의 발톱처럼 웅크린 오른손을 치켜들고서 떨어지고 있었다.

 

 ‘아....안 돼!’

 

 보옥은 순간적으로 위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너무나 다급한 마음에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허..허억!”

 

 보옥이 숨소리를 토해내는 찰나, 누군가 보옥을 끌어안으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동시에 거대한 굉음을 울리며 구창이 내지르는 손과 격돌했다.

 

 - 쿠아아아앙!!

 

 구창은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아 불안한 자세로 주춤거리며 땅에 내려서더니, 내질렀던 오른쪽 손목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쥐고는 경악에 가득한 표정으로 보옥과 보옥을 안고 있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보옥을 안고 있는 그 사내는 다름 아닌 몽이었다. 보옥을 품에 안은 몽이 땅으로 내려서며 보옥을 향해 그윽한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소단주님. 잠시 쉬세요. 이런 방술(方術)을 쓰는 사람은 그냥 저한테 맡기세요.”

 

 몽의 품에 안겨 듣는 몽의 말이 보옥은 한없이 듬직하게 느껴졌지만, 너무나 부끄러워 몽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뭐..... 백강님이 도와주신 거지.....네가 구창의 그 일장을 어떻게 막아낼 수......”

 

 말을 하던 보옥은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말을 멈췄다. 조금 전 구창의 일장을 몽이 허공에서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으로 막았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너.....너 혹시........”

 

 몽이 빙긋 웃었다. 보옥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지금 자신을 안고 있는 손이 왼손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몽의 품에서 벗어나며 소리를 꽥 질렀다.

 

 “꺄아악!! 백강님!!!”

 

 멀리서 지켜보는 일월신교의 사내들은 갑자기 비명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구해준 사내의 왼쪽 팔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보옥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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