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셀프인생2022
작가 : 행복한라니
작품등록일 : 2022.1.12

셀 프 인 생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을 다키운 후에야 내 인생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면. 철 없어서 뭘 몰라서 아무것도 안한채 지나버린 시간들. 성인이 되어서 셀프로 살아가는 빛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꿈은 이룰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7.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
작성일 : 22-01-12 20:42     조회 : 160     추천 : 0     분량 : 1445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아빠가 주신 돈은 1억이었다. 집값이 억 소리가 나기에 얼마나 큰 돈인지 감은 없지만 내가 모을수 없는 돈이라는건 분명했다. 이 돈이면 깨끗하고 시설좋은 풀옵션 원룸 전세는 구할수 있지만 깡통전세가 될 것 같아서.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감당할수 없을 것 같아서 1억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알아 보다 9천만 원에 나온 원룸을 매매 했다. 세금과 수수료를 도배를 하고 나니 400만 원이 남았다. 이돈으로 재봉 학원에 등록 했다. 취직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나의 취미였다. 각자의 넓은 방에서 지내다 원룸에서 영희랑 함께 지내려니 새삼 어색 하고 불편 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할머니 뺑소니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에 영희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 앞에서 영희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그말이 서운 했지만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후 영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나와 집에 가자고 말했다.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답답해서 짜증섞인 말투로 물었다.

  “니가 혼자 가겠다고 해서 혼자 보내긴 했지만. 서운 하다. 그래도 내가 니 보호자고 우린 가족인데……. 갔다 왔으면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냐?”

  “우리가 무슨 가족이야? 가족이라 생각도 안하면서, 그냥 밥만 먹는 식구지.”

  “그게 무슨 말이야? 가족이라 생각 안하다니?”

  “가족이라 말하면서 영미 언니 결혼식엔 나만 빼고 갔었잖아!”

  “그건 우리 가족사가 복잡해서 그래. 괜히 널 소개 했다가 뒷담화로 니가 상처 받는것도 싫고…….”

  “내가 아니라 언니겠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내가 받을 상처를 왜 언니가

 걱정해?”

  “갑자기 왜 그래? 할머니 때문에 힘든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막말 하는 건 아니

 지 않아?”

  “할머니 얘기가 왜 나와? 됐어. 그만 해!”

 원룸이 불편한건 이럴 때 였다. 싸우고 나면 서로 갈곳이 없으니까.

 다음날 영희는 내가 준 통장을 두고 집을 나갔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찾지 말

 라는 메모도 함께. 내가 집을 나가기 전 엄마에게 썼던 메모와 비슷했다. 찾지 말아

 달라니. 기가 막혀서 화도 나지 않았다. 반항이라도 하는 걸까? 갈 곳 없으니 들어

 올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할머니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경찰서를 찾아 갔다. 뺑소니

 범은 피해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구속은 면했다는 말에 영희가 돌아오지 않을거

 라는걸 짐작 했다. 엄마가 전화가 왔다. 전학은 잘 했는지. 영희는 잘 지내는지 안

 부를 묻는 엄마 전화에 영희가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뭐? 왜? 싸웠어? 걔가 갈때가 어딨다고? 경찰에 신고는 했어?”

  “내가 어린애랑 왜 싸워? 돈 있으면 갈 때 많아. 신고 안했어. 납치 당한것도 아니

 고. 자기 발로 나간건데. 우리가 뭐라고 신고를 해? 난 걱정 안하니까 엄마도 걱정

 하지마! 집 나간애는 찾는거 아니야!”

 괜히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고 전화를 끊었다. 배신감에 치가 떨리면서도 한편 으론

 홀가분한 마음도 들었다.

  오전엔 학원에서 재봉 기술을 배우고. 낮엔 집에서 옷을 만들어 보다가. 밤엔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내가 일할곳을 찾아 이력서도 내고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정화 말에 강아지 옷을 만들어 선물 했다. 강아지 옷을 만들어 판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에 대답했다.

  “바람 넣지 말래도. 빼기 힘들다니까. 근데 종일 일하면서 강아지 키울 시간이 있어? 강아지 혼자 두면 불쌍하잖아.”

  “남친이랑 같이 키우고 있어.”

 평생 독신으로 살거라고 말했던 정화에게 남친이라니. 게다가 같이 강아지를 키운다면 동거중이란 말인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사생활이라 물어보지 않았다. 정화는 기회가 되면 소개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얼마전 이력서를 낸 무역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취직이 되었다. 믿을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자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이력서에 글짓기 한거 아니지?”

  “아니거든.”

  “근데 무역회사에 취직 되었다고? 아무나 다 들어가는 회사구만!”

 아빠는 늘 이런식이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나. 누구나 다 할수 있는 일로 치부 해버렸다. 상을 받아온 날에도 아빠가 ‘이거 다 주는 상 아냐?’ 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가슴속에 상처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도 무시하는 듯한 말에 기분은 상했지만 이내 울리는 문자에 미소가 나왔다.

  -내 딸, 해 낼줄 알았어. 취직 축하해. 월급타면 아빠 내복 사줄꺼지?-

 일부러 나를 무시하려 했던 말이 아니라 칭찬에 인색하고. 표현이 서툰 아빠라 그랬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번엔 진짜다. 진짜 내 모습으로 취직이 된거다.

 직장인이라는 설렘. 열심히 해야지 라는 다짐. 직장이 생기자 이제야 모든게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무역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사장님 개인 비서 같은 일을 했다. 통역을 하고, 전화를 받고 서류를 정리하고 보고 하는 일을 했다. 내용은 모르지만 잘 전달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그렇게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직원이 되었다. 다들 나를 축하해주며 말했다. 원래는 출산 휴가를 간 직원을 대신해서 중국어를 할수 있는 직원을 채용해서 3개월 수습기간이 지나면 해고할 생각이었는데, 내가 생각보다 일을 잘해서 학벌 무시하고 정식 직원으로 채용 했다는 말에 애써 웃고 있었지만 조금은 허탈해졌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렇지 뭐. 어쩌다 얻어 걸린것도 행운일까? 그래도 행복했다. 가족이 있다는 것. 집이 있다는 것. 직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취미가 있다는 것까지. 연애까지 하고싶은건 욕심이겠지.

 

 

 정화가 남친을 소개 시켜 주겠다며 스키장에 가자고 말했다.

  “스키는 무슨, 나 못 타!”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이 어딨어? 곧 폐장이니까 빨리 가야해!”

 커플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지만 새로운것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정화 남자 친구 차를 타고 함께 스키장에 가게 되었다. 정화 눈엔 내가 보이지 않는지 남친이랑 노느라 정신 없었다. 리프트 타고 올라 가는길, 정화가 셀카봉을 들었다. 억지 미소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보다 내리는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급하게 리프트에서 내리려다 미끌어져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지 못하고 바둥 거리자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이젠 스키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정화와 남친이 먼저 내려가고, 리프트에서 내린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는데. 나는 돌아 갈곳이 없는 구석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정화는 저만치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스키를 타려는 사람에게 계속 방해가 되자 어떻게든 내려가야만 했다.

 눈 딱 감고 스키를 타고 내려 가다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정화는 보이지 않고, 나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울고 싶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것 보다 차라리 주저 앉아 있고 싶은데 남자가 말했다.

  “여기 이렇게 계속 앉아 있으면 위험해요. 얼른 일어나세요.”

  “발이 아파서 못 일어 나겠어요.”

 남자는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다며 발이 아프면 스키를 벗어 보라고 말했다. 스키를 벗기조차 힘들어 하자 남자는 스키를 벗겨 주며 말했다.

  “이렇게 꽉 쪼여 신으니까 아프죠. 퉁퉁 부었네. 의무실가서 응급처치 받는게 좋겠어요. 스키는 제가 들어 드릴께요. 계단 내려 갈수 있죠?”

 미안해서. 고마워서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단 밑으로 내려와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쿨하게 돌아서 가는 남자를 보며 심장이 쿵 했지만 다른 상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화를 만나서 나는 콘도에서 쉬는게 좋겠다고 말하자 정화 남자친구가 말했다.

  “스키 못 타면 저기가서 썰매라도 타실래요?”

 나혼자 타라는 말인지, 같이 타자는 말인지, 어느쪽이든 별로라 어색하게 웃으며 사양하며 정화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 혼자 잘 놀수 있으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둘이 데이트 해!”

 혼자 남겨진 나는 스키 강좌를 신청 했다. ‘못타면 배워서 타면 되지. 썰매는 무슨. 내가 스키 반듯이 타고 만다!’ 스키 강습장엔 초등학생들 뿐이었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를 보며 강사가 물었다.

  “스키 처음 인가봐요?”

  “네.”

 고개를 들어 보니 아까 스키를 들어줬던 남자였다. 강습이 끝나자 초등학생들은 우르르 리프트로 달려 가는데 나는 스키복을 벗었다.

  “왜요? 스키 안타요?”

  “타 보려고 했는데. 역시 저는 안될 것 같아요.”

  “‘같아요.’ 보단 일단 타보는게 어때요? 자세는 좋던데 잘 탈것 같은데. 이대로 포기하면 강습비가 아깝지 않아요?”

  “폼으로 스키 타는거 아니라면서요. 다음에요…….”

  “다음에 언제요? 기회가 있을 때 타야죠. 마침 제가 퇴근이라 저랑 한번 타 보는거 어때요?”

 남자는 나를 리프트 쪽으로 이끌었고, 거절의 말을 찾지 못한채 남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가면서 강사가 물었다.

  “혼자 왔어요?”

  “아뇨. 일행이 있는데…….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남자는 내게 스키를 가르쳐 주고 이젠 혼자 타보라며 가버렸다. 강사로서 나에게 친절 했던 것일까? 쿨하게 돌아서 가는 남자를 불렀다.

  “저. 저기요……. 서. 서울 가시는 거예요?”

  “네.”

  “그럼 저도 태워 주시면 안될까요?”

  “네?”

  “초면에 무리한 부탁인거 알지만 제가 집에 가고 싶은데, 차가 없어서 못가거든요. 서울 도착하면 아무데나 저 내려주고 가시면 되는데…….”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주차장 14번으로 오라고 말했다. 정화에게는 먼저 간다는 문자를 남겨 놓고 남자의 차를 탔다.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데다 이제 집으로 갈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따뜻한 차안 공기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지자 눈을 감았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남자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잠이 덜깬 채로 일어나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서 남자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건 기름값이라도…….”

 남자에게 돈을 쥐어 주고 서둘러 내려 가는데 남자가 경적을 울리더니 차에서 내렸다. 나에게 다가와 5만 원을 돌려주며 말했다.

  “나, 택시기사 아닌데.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호의로 갚아야 되는거 아닌가? 차 기름이 아니라 제 배를 채워 줘야 될 거 같은데요.”

  “그. 그러니까요……. 그걸로 기름을 채우시던, 배를 채우시던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같이 밥 먹어요. 먹기 싫다면 저 먹는거 구경 하시던가요. 빛나씨 때문에 휴게소에서 밥도 못 먹고 왔거든요. 너무 곤히 주무셔서…….”

  “네.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아까 스키 강습 신청서에 이름 적었잖아요. 그때부터 관심있게 봤는데……. 눈치가 좀 없는 편인가봐요? 아, 제가 눈치 없는 건가요? 빛나씨는 싫은데 제가 지금 질척 되는거죠?”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아. 아뇨…….먹. 먹어요 밥……. 괜찮으시다면 저희집에 오실래요?”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집? 집이요? 제가 밥을 해 달라는게 아니라…….”

 남자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어색하고 불편한 자세로 서 있자 말했다.

  “편하게 앉으세요. 금방 뭐라도 만들어 볼께요.”

 냉장고를 뒤져서 꺼낸 요리는 김치 볶음밥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아니. 그냥……. 라면 끓여줘도 되는데.”

  “김뽁도 라면 만큼이나 간단해요. 금방 만들잖아요.”

 긴장이 풀어진 남자가 물었다.

  “원래 그렇게 사람이 해맑아요?”

  “네?”

  “모르는 남자 차, 막 타고. 모르는 남자, 집에 막 데리고 오면 안되는 거잖아요.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도 아니고…….”

  “그러는 그쪽은요. 모르는 여자 막 태워주고, 모르는 여자 집에 들어와서 밥 까지 먹고 있잖아요.”

 할말이 없어진 남자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호의는 호의로 갚는거라면서요. 이름이 뭐예요? 그쪽도 제 이름 아니까 저도 이름 정도는 물어 봐도 되죠?”

  “최서준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셋. 직업은 제빵사. 여친은 없어요. 밥 너무 맛있어요. 립서비스 아니고 진심. 식당이라면 단골 하고 싶을 만큼 맛있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조심히 가세요.”

 뭐가 이렇게 자연스럽고. 아쉬운건지. 처음본 남자인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안한 이 느낌이 낯설었다.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밥상을 치우다 명함을 발견 했다. ‘빵순돌이 제과점’ 명함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먼저 연락할 용기는 없지만. 보고싶은 마음에 우연인 듯 서준의 빵집을 찾아갔다. 서준이 다른 일로 나를 보지 못하자 나도 모르게 등돌아 빵을 담으며 생각했다. 계산 하면서 인사를 해야 하나? 지금 알은체를 할까? 무슨말부터 꺼내야 할지. 뭐가 맛있냐고 물어볼까? 커피 한잔 하자고 할까? 두근 거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빵을 이렇게 많이 담아요? 이거 다 드실수 있어요?”

 깜짝 놀란 표정 그대로. 당황한 얼굴 그대로 말해 버렸다.

  “안. 안녕하세요. 빵집 한다기에 빵 사러 왔는데. 무슨 빵이 맛있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먹어 볼까 해서……. 혹시 할인 되나요? 아. 아니 그냥 계산 할께요. 커피랑 먹고 가도 되죠? 아, 커피는 없구나……. 그럼 제가 사갖고 와서……. 아, 테이블도 없네요. 그럼 빵만 계산 할께요.”

 당황해서 횡설수설 내 뱉는 말에 남자는 귀엽다는 듯 빵 터진 웃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안녕은 못하는데, 빛나씨 보니까 반갑네요. 빵은 할인 안되는데. 빵이 먹고 싶은거예요? 저랑 커피가 먹고 싶은 거예요?”

  “둘다요.”

 

  서준과 썸을 타던 어느날, 서준이 사귀자고 말했다. 오늘부터 1일이라는 말에 사춘기 소녀처럼 볼이 빨개졌다. 고개를 끄덕이자 서준이 내 손을 잡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 나도 모르게 유치한 질문을 해버렸다.

  “이젠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뽀뽀하고 막 안아도 되는 사이인거죠?”

 서준은 대답대신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1초 2초 3초…….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이 느낌 뭐지. 키스 처음 하는것도 아닌데 기분이 묘했다. 예전엔 키스를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그냥 침 맛이었다. 어째든 사귀는 사이라 싫어도 스킨쉽을 받아 줘야 한다는 느낌으로 대 주는 느낌이었다면 지금 이 키스의 맛은 뭐랄까. 말랑말랑하면서도 달콤한 부드럽게 당기는 맛에 빨려 들것 같은. 피부의 속살을 느끼면 느낄수록 기분이 좋은.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고 느끼고 있는데 서준이 입술을 뗐다. 눈이 마주치자 물었다.

  “뭐야? 내 입술이 그렇게 맛있어? 키스 안해본 사람처럼 호기심이 많아?”

  “응 맛있어. 자기 입술은 처음이라서.”

 

 평일은 출근을 하고, 주말엔 서준의 빵가게에서 시간을 보냈다. 서준은 가게 일을 도와 주는건 좋지만 부담 된다며 쉬라고 말렸지만 나는 같이 있고 싶다는 핑계로 빵집 문 여는 시간에 출근 했다. 작고 아담한 가게에서 알콜달콩 소꿉놀이 하듯 서준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서준이 새벽부터 만든 빵을 정리하고. 판매를 했다.

 작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빵굽는 기계들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작은 방 하나가 있었다.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걸 보아 창고 같아 보였는데 여기서 생활 한다는 서준의 말에 물었다.

  “뭐? 왜? 원룸에 산다고 하지 않았어?”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여기서 지내. 출퇴근 안해도 되니까 좋아.”

 조금 불편 하긴 하지만 월세도 아끼고. 빵 만드는 일에만 집중 할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불쑥 말했다.

  “나랑 같이 사는건 어때?”

 평소에도 자주 놀러 왔었기에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서준이 당황하자 말 실수라도 한 것처럼 변명 하듯 말을 돌렸다.

  “아니 내말은 가끔 우리집에서 자고 갔었잖아. 그래서 편하게 지내도 될 것 같아서. 가게에서 씻는건 불편하니까. 나도 자기랑 있으면 더 좋고!”

 서준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월세는 주겠다는 말에 대답했다.

  “마음을 주면 그냥 받아. 돈으로 계산 하려고 하지말고. 자기가 그랬잖아. 마음은 마음으로 갚는거라고! 앞으로 나 한테 잘하면 되잖아.”

 서준은 내 집을 자기집처럼 편하게 지냈고. 나는 서준의 가게를 내 가게처럼 들락날락 거렸다. 특별히 일이 없을땐 늦게 출근 할수 있어서 빵집으로 출근 했다.

 새벽부터 서준이 만든 빵을 종류별로 다 잘라서 접시에 담자 서준이 물었다.

  “설마, 그거 다 먹으려고?”

  “응. 일한만큼 여기에 있는 빵은 내 마음대로 먹기로 했잖아!”

 미소를 짓는 나를 보며 서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작은 컵에 우유를 담아 빵과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식해보라며 권했다. 사람들은 모두 먹고 갈뿐 빵을 사갖고 가는 사람이 없자 서준은 그만 하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해? 다 먹튀 하는데. 그렇게 빵을 나눠 주면 어떡해?”

  “아침엔 바쁘니까 그렇지. 퇴근하고 집에 가는길에 사러 올거야! 자고로 먹는 장사는 베푸는게 많아야 된다고 했어. 이게 다 밑밥을 까는 거니까 기다려봐. 먹튀 하는 물고기 보다 미끼에 걸려드는 물고기가 많을걸!”

  “다 먹튀 하면?”

  “그럼 미끼를 바꿔야지. 근데 빵은 맛있단 말야! 그럼 사러오지. 안오겠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엔 시식만 하고 지나 가던 사람들도 퇴근하면서 빵을 사가기도 하고, 아침에 빵을 먹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젠 시식을 권하지 않아도 손님이 들어와 빵 맛을 보며 사갔다. 그렇게 매출이 오르자 서준은 고마워 하며 인센티브라며 목걸이를 선물 하며 내가 늦게 출근 하는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볼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대답했다.

  “출근이 늦는 만큼 퇴근도 늦는거 몰라? 사장놈이 맨날 늦게 출근 하니까 내가 아침에 할 일이 없는거지. 거래처 사람들이랑은 늘 저녁에 만나니까……. 오늘도 중요한 미팅 있어. 아마 술 한잔 하면서 일할 것 같은데. 무슨 계약을 술집에서 하는지 모르겠어. 접대를 해야 계약을 따낼수 있는게 너무 이상해.”

 서준은 ‘접대’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살짝 화를 내며 말했다.

  “접대라니? 니가 무슨 접대를 해? 비위 맞춰가며 굽신거리면서 일하는거면 당장 그만두고 나랑 같이 일하자. 내가 너 월급 받는 만큼 다 챙겨 줄테니까!”

  “오바하지마. 내가 무슨 접대를 하겠어? 통역을 하지.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난 나가고. 술은 지들끼리 여자 불러서 먹으니까 걱정마!”

 그동안 빵집 일까지 하면서 무리한 탓인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퇴근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퇴근하고 들어온 서준이 감기약을 내밀며 말했다.

  “감기는 초기에 잡아야 돼. 약 먹고 푹 쉬어.”

 왠만해선 잘 먹지 않는 약이지만 서준의 마음이 느껴져서 먹으려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가만. 오늘이 며칠이지?’ 생리가 1주일 째 없었다. 30일 주기로 늘 찾아오던 그날이 이렇게 미뤄진적이 없었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 테스트를 했다. 선명한 두줄이 나타나자 눈물먼저 터져 나왔다.

 ‘멘탈붕괴’는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대로 얼어 버렸다. 제일 먼저 부모님 생각이 났고, 서준에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 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준을 보며 불쑥 물었다.

  “자기는 결혼 언제쯤 하고 싶어?”

  “결혼? 생각 안해봤는데…….”

  “한번쯤 생각 해 봤을거 아냐. ‘한다. 안한다. 할거면 언제쯤 해야 겠다.’ 라는 그게 내가 아니더라도 결혼 생각은 했을거 아냐!”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묻자 서준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생각한다고 결혼 할 수 있는게 아닌데 생각해서 뭐해? 일단 자리부터 잡고. 집이라도 있어야 생각 이라는걸 하지. 준비도 없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결혼 계획이 없다는 서준을 보며 눈물이 쏟아졌다. 내 눈물에 당황한 서준이 왜 그러냐고 묻자 임신 했다고 말했다. 임신이라는 말에 서준도 놀라 재차 물었다.

  “정말?”

 서준은 일단 병원부터 가자고 말했다. 임신 6주차, 닥터는 묻지도 않은 예정일을 알려줬다. 2013년 8월 15일.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결혼은 꿈꾼적 있어도 아이는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잘 키울수 없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중절 수술을 생각하자 아기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 더 크게 맴 돌았다. ‘배아 일뿐이야. 아직 사람이 아니라고. 내 몸에 혹이 자라는 것 뿐이야. 그래, 가벼운 종양 같은거야.’ 그렇게 합리화를 시키려고 해도 아기라는 생명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서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거야? 낳을거야?”

  “어떻게 하고 싶어?”

  “…….”

 한참동안 정적이 흐르고. 서준은 내 선택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낳을거야?’라는 말이 ‘낳지 말자!’로 들려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어떡해 아이한테 미안해서…….’ 혼잣말 하듯 울어 버리자 서준이 말했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수술은 불법이지만. 니 몸이 불법은 아니잖아.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는 내게 있는 거잖아.”

  “난 그래서 미안한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엄마라는게 미안해서…….”

 중절 수술을 생각 했지만, 아이 심장 소리에 서준이 원하지 않아도 나는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았다. 끝까지 지켜줄 자신은 없지만 낳아도, 낳지 않아도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라 울면서 서준을 보며 말했다.

  “아이 입장에선 태어날 권리도 있는 거잖아!”

 서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래. 태어날 권리가 있지. 피임을 못해서 생긴 아이는 우리가 책임 져야지. 난 자기가 딴 생각 하는줄 알고, 낳을 생각이라면 우리 둘이 잘 키우면 되지. 무슨 걱정이라고 이렇게 울어? 우리가 자식 죽이고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니 몸이지만 아이는 우리 아이거든! 낳아서 잘 키우면 되지 울긴 왜 울어? 내일 월차 낼수 있어? 나도 가게 문 닫고 우리 제주도 갈까?”

  “뭐? 제주도? 지금 우리가 한가하게 제주도 갈때야?”

  “누가 여행가재?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빨리 결혼 해야지!”

  “무슨 프로포즈를 이렇게 뜬금없이 갑자기 해? 자기는 뭐가 그렇게 간단하고 쉬워?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야?”

  “그럼. 복잡 할건 또 뭐야? 우리 사랑하는 사이고. 사랑하니까 아이도 생긴거고. 아이는 낳아야 하고. 순서가 바뀌긴 해도 중요한게 아니잖아. 부모님이 반대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건 없잖아. 결혼은 우리가 하는 거니까. 다만, 내가 염치가 없어서 결혼 하자는 말은 못하겠어. 혼인신고만 하다 살다가…….”

 서준을 와락 껴 안았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고. 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책임감으로 하는 결혼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 한다는 말이 좋았다. 서준은 아이 때문에 결혼이 빨라 졌으니 태명을 ‘부스트’라고 짓자고 말했다.

  “부스트? 누가 게임 마니아 아니라고 할까봐!”

 

 서준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서준이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 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나를 위아래로 스캔하듯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못마땅한 얼굴을 그대로 내 비치며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서준이 무슨 말 이라도 해 달란 말에 마뜩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니들이 결혼 한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 니들 마음대로 해! 난 몰라.”

 그러면서 나를 보며 꼭 결혼을 해야 겠냐며 물었다.

  “아가씨는 우리 아들이 뭐가 좋아서 결혼 하려는 거예요? 아이 가진건 알겠는데, 요즘 세상에 아이 때문에 결혼한다는게……. 그래서 하는 결혼이 행복하겠어? 쥐뿔도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얼마나 살 것 같아? 애 낳고 도망가지 말고 지금 정리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님이 뭘 걱정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런거라면 걱정 마세요. 그런일 없게 서준씨랑 잘 살께요.”

  “결혼은 다짐으로 하는게 아니야! 나는 그렇다 치고, 아가씨 엄마는 이 결혼 찬성한데? 쥐뿔도 없는 집에 시집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딨다고……. 일단 아가씨 부모 허락부터 받아와요.”

 서준과 함께 부산 집으로 내려갔다. 서준을 남자친구 정도로 알고, 반갑게 맞이 해주며 편하게 대하더니 결혼을 하겠다는 말에 엄마는 불편한 질문을 해댔다. 집은 있는지. 무슨일 하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묻자 내가 대답했다.

  “뭘 그런걸 물어? 내가 좋다는데. 결혼해도 내가 사는 원룸에 살 거고, 혼수나 예물 이런건 다 생략 할거야.”

 엄마는 웃는 얼굴로 결혼을 반대했다. 연애는 반대 하지 않는다며 좀 더 연애를 하라는 말에 임신 사실을 말했더니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 표정으로 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말했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원룸 단 칸방에서 아이랑 같이 살겠다고? 빵만 먹고 살거야? 니들한테 중요한건 마음이겠지만, 결혼이란게 둘만 하는것도 아니고. 부모 입장에서 따질건 조건 밖에 없는데. 둘이 사랑할땐 밥 안먹어도 배 부르지만. 그것도 잠깐이야. 돈 없이 결혼 생활이 유지 될거 같애?”

 엄마는 현실을 말하면서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아이 때문에 결혼을 허락할수 없다고 말했다. 엄마의 엄마도 그러 했듯이. 엄마도 어쩔수 없다며 내 뱃속에 아이 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는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살길 바래? 내 아이도 나처럼 만들어? 엄마가 말하는 괜찮은 남자는 많겠지. 이 사람보다 돈 도 많겠지. 그런 남자랑 살면 내가 행복해? 내 조건을 따지면 난 뭐가 잘났는데. 둘이 벌어 내 새끼 하나 못 키울까봐?”

 엄마의 아픈 가슴을 찔러 버렸다. 엄마도 이성을 잃은 듯 말했다.

  “그래. 좋아! 부모 도움 없이 니들끼리 좋아서 살겠다면 어디 한번 마음대로 살아봐. 아빠가 준 돈 돌려 달라고 말하면 당장 어디서 살건데? 반지하 방에서 애 키우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두고 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엄마도 반 포기 상태로 결혼을 허락했다. 환영받는 결혼은 아니었지만. 서준과 나는 서둘러 결혼 날짜를 잡았다.

 2주뒤, 10월 21일 일요일로 정했다. 결혼식장은 무료로 빌릴수 있는 야외 공원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만 초대해서 식사는 피크닉 음식을 준비 했다. 폐백은 생략하고, 신부입장과 주례사는 10분 내로 끝내고, 서준과 내가 결혼식 참석 해주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이 가을, 단풍을 보며 피크닉을 즐기다 돌아가라는 인사로 결혼식을 마무리 했다. 20분 만에 끝난 결혼식. 의자와 테이블도 없이 돗자리에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며 타인처럼 결혼식 구경이라니……. 엄마는 지인들 보기 챙피하고 부끄럽다며 돈이 필요하면 차라리 말을 하지 그랬냐며. 이딴 결혼식을 하고 축의금을 어떻게 받냐며. 챙피해서 살수가 없다며.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결국 할말은 다 하고 돌아갔다. 탐탁지 않은건 서준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지만 별 말은 하지 않으셨다. 친구들 반응도 쇼킹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런 황당한 결혼식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서준과 나의 앞날을 축하 해주며 기대 하지 않는다는 듯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여수 밤바다 보러 가려고……. 임신중이라 비행기를 못 타거든!”

 친구들은 아이는 핑계 일뿐, 형편을 알 것 같다는 듯 말을 아끼는 듯 했다. 여수로 가는 차 안에서 서준은 미안하다고 했다. 근사한 결혼식은 커녕. 보통의 결혼식도 못하는 무능함을 자책하며 보통의 결혼식도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에 대답했다.

  “뭐가 미안해?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줘서 난 오늘 최고로 기분 좋은걸.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예의상 참석한 하객일 뿐이야.”

 영미도 손님 대접을 이 따위로 하냐며 정말 최악이라고 말했지만 결혼식 분위기는 좋았다고 말했다. 따분한 결혼식을 오래 지켜 보지 않아도 되고. 공원 나온겸 경치를 즐기면서 무엇보다 김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결혼하면서 100만 원도 쓰지 않았다. 메이크업과 올림머리는 셀프로 하고, 드레스 대여료, 주례사비, 사진촬영알바, 식비가 전부였다. 일당 10만 원에 찍어준 알바가 찍어준 사진이지만 그럴듯하게 나왔다. 이중에 잘나온 사진을 현상해서 액자를 만들어 걸어 두었다.

 

 회사에 임신 소식을 알리자 일을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다. 임신해도 만삭 전까지는 일할수 있다 했지만 달가워 하지 않았다. 회사는 출산 휴가를 주면서 나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신이 죄는 아니지 않냐며. 억울해 하자 동료가 말했다.

  “10년 다녀도 임신 했다 하면 사표 쓰게끔 하는 곳이 바로 여기야. 너무 억울해 하지마. 한 직원도 그랬어.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유산했거든. 애는 못 버티는 거지. 일하고 싶으면 아이를 포기해.”

 그렇게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수록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뱃속에 부스트를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 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빠. 엄마의 화도 누그러졌는지 언제 한번 서준과 함께 부산 집으로 오라는 말에 곧장 달려갔다. 서 서방이라 부르며 잘해주려는 우리 부모님과 달리 서준의 부모님은 여전히 냉랭 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셨고, 시댁을 찾아 가도 올 필요 없다는 말로 문전박대만 당했다. 서준은 애써 나를 위로 하며 말했다.

  “내가 미워서 그런거지. 자기가 미워서 그런건 아닐 거야.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 마음도 풀릴거야. 그때까지 힘들어도 우리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난 괜찮아. 시어머니 사랑까지 받으려는건 욕심이지. 시간 지나면 좋아지겠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고.”

 정말 괜찮았다. 시어머니 마음을 풀어 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쾌심해서 이러는 건지도 몰라도, 나 싫다는 사람에게 굳이 잘 보이려 애 쓰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이 말하는 시월드가 없는 것이 편했다.

 

  서준과 빵집 일을 같이 하면서. 봉제 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아기 옷을 만들면서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빵 사진도 블로그에 올리면서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배가 불러 올수록 좀 더 넓은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서준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서 이사를 가자고 말했다. 구옥이지만 쓰리룸으로 이사 해서 깨끗하게 도배를 하고 씽크대와 욕실을 깨끗이 닦아 내고, 엄마가 선물해준 냉장고. 세탁기를 집 크게 맞게 들여 놓았더니 이제야 신혼 분위기가 나는 듯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10.나로 살겠다. 2022 / 1 / 12 172 0 21295   
10 9. 바람이 분다. 2022 / 1 / 12 175 0 4287   
9 8. 여자아닌 엄마로 사는 삶 2022 / 1 / 12 189 0 12065   
8 7.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 2022 / 1 / 12 161 0 14457   
7 6. 미운오리는 백조였다. 2022 / 1 / 12 165 0 16977   
6 5. 리플리 증후군 2022 / 1 / 12 170 0 11866   
5 4. 식구 2022 / 1 / 12 167 0 12790   
4 3. 열정페이 -2 2022 / 1 / 12 166 0 18128   
3 3. 열정페이 -1 2022 / 1 / 12 175 0 16485   
2 2. 사춘기 2022 / 1 / 12 163 0 22901   
1 1.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건 2022 / 1 / 12 254 0 236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