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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전! 에스퍼 리그
작가 : 은백
작품등록일 : 2016.10.28

수십 억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능력 배틀 스포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소년소녀의 작고 거창한 이야기

 
1부 - 유니온 프릭스(8)
작성일 : 16-10-28 21:01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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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장단은 맞춰주었지만 막상 마음에도 없는 헤일로 비전 연습을 하자니 영 내키지가 않았다. 만약 타이밍만 허락해준다면 오늘 밤 아더가 잠든 새를 노려서 유토피아만 몰래 들고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철저하게 속인답시고 보증금 5천 베르크짜리 월세 집에서까지 빠진 마당이라 최소한 보금자리 정도는 확충해야 안정적인 도주가 가능하다.

  속결이냐, 안전이냐. 어느 쪽을 택하던 간에 아더에게 말한 대로 1년씩이나 신세질 일은 없다. 물론 안정적으로 유토피아를 취하기 전까진 얼마간의 신뢰를 쌓으며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있으므로 섣부른 자극은 자제하기로 했다.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하는 법이래. 내일이면 어떨까? 이왕이면 ‘글로리 에스퍼즈’에서 연습 상대를 구할 수도 있고.”

  “글로리 에스퍼즈? 조만간 예선장으로 쓰일 유료 경기장이잖아. 난 돈 없어.”

  “실전에 대비하는데 있어서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실전과 같이 조성된 환경 아래 연습해서 감을 익히는 거야. 어중간하게 우리 둘이 치고 박으면서 자급자족하는 연습보단 백배 나을 걸. 어차피 실전에선 아더 말마따나 개인 기량보다 팀플레이가 중시될 텐데. 돈은 린다가 내줄 테니까 걱정 마. 까짓것 얼마 한다고.”

 

  린다는 충고하듯이 말했지만 사실 이 구석지고 음침한 곳 주변에서 죽치고 있기보단 그나마 햇살 비추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원해서 던진 한 마디였다. 그런데 그게 아더에겐 상상 이상의 호의로 다가온 모양이다.

 

  “와, 고마워! 나도 드디어 글로리 에스퍼즈 안을 구경할 수 있는 거야? 야호!”

 

  어지간히도 가고 싶었는지 양팔을 번쩍 들고 연신 만세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마이페이스 성향을 감안하면 저렇게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한 기색 없이 마구 써댈 것 같지만 뭐 어때. 80억 베르크를 위해서라면.

 

  일이 여기까지 풀리자 린다도 슬슬 경계가 풀리고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래. 이 녀석을 은근히 경계한 건 그동안 무수한 남자들을 상대하다가 도진 병이 만들어낸 기우였어. 허허실실 전략이 아니라 이놈은 그냥 바보다. 오랜만에 유흥거리가 생겼으니 심심하진 않겠군. 거짓으로나마 젊은 날의 희망차고 두근대는 추억을 선사할 네 목의 유토피아에게 감사해라. 더불어 멍청한 괴짜 원장을 대신해서 세상의 험악함을 몸소 가르쳐줄 이 몸에게도 말이야.

 

  린다는 세상물정에 까막눈인 불꽃머리 소년을 흘기며 속으로 조소했다. 반면 아더의 이마를 다시 감싼 고글형 AR 스캐너, 시그마는 이 와중에도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슬슬 사람들의 일과도 마무리되고 어둑한 기운이 내려앉을 무렵인 오후 8시 35분.

  린다는 비좁은 샤워 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딱딱한 나무 장판에 다소곳이 앉아 리모컨을 잡았다. 볼품없이 작은 TV의 CRT 모니터가 내비치는 흑백 영상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10m도 넘게 떨어진 주인의 손 모션과 시선을 인식하여 시시각각 원하는 영상을 오감 자극과 함께 보여주는 4D 스크린 TV가 상용화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구시대 유물을 쓰는 종자가 있다니. 한 세기를 거슬러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다.

 

  “용케 리모컨은 있네, 그래도?”

  “으흠, 최근에 큰맘 먹고 장만했지.”

 

  아더가 보란 듯이 어깨를 펴고 헛기침을 했다. 비꼬듯이 말했지만 저 멍청이는 칭찬으로 알아먹은 모양이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린다는 실소를 날렸다. 집 주인이 옆에 뻔히 있음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리모컨을 독점하고 채널을 바삐 돌리다가,

 

  “잠깐!”

 

  아더의 외마디 저지에 문득 손가락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소 짜증난 표정으로 시선을 흘겼지만 아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고개를 전방으로 불쑥 내밀고는, 온 신경을 화면 속에 집중할 뿐이었다. 대체 뭐기에 이토록 과민반응인지 내심 투덜대며 화면 좌측 하단에 또렷이 비치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확인했다.

  한눈에도 지루하기 짝이 없을 분위기의 다큐멘터리지만 제목 자체가 꽤나 자극적이었다.

 

  ‘몰락해가는 에스퍼 리그.’

 

  ‘이 바보가 넋을 놓은 이유는 대충 알겠군.’

 

  린다는 납득을 하면서도 심기가 영 불편했다. 고저 없이 딱딱한 톤의 내레이션이 세세한 자료화면 여럿을 대동해, 희대의 흑역사로 취급되는 에스퍼 리그의 대사건을 여과 없이 설명하고 있었다. 린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흑백 자료화면에는 까마득한 높이를 자랑하는 폭포를 배경으로 폭탄 머리의 남성과 묘령의 여인이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흑백 화면의 한계 상 생생한 색감까지 재현해내진 못했지만 무릎까지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와 우아한 얼굴이 합작해낸 여인의 청순한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반면에 그녀와 대치하고 있는 남자는 온몸에 피멍이 가득했다. 모히칸 머리에 짙은 선글라스, 번쩍번쩍한 무대 의상 차림이 날렵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줬지만 몸 상태는 대조적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호흡은 거칠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 둘의 성별과 체격 차이를 감안하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치하고 선 두 사람의 한가운데에는 압도적인 위력의 물살이 매우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그 끝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잘못 휘말렸다간 단숨에 추락사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헤일로 비전의 원리를 감안하면 증강현실이 구현해낸 확대 정보에 지나지 않겠지만,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철저히 구성된 만큼 그 아찔함은 자연의 그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아르카디아력 3099년, 제38회 에스퍼 리그의 우승팀 노아즈 아크가 치룬 승자연전 방식의 8번째 챔피언 방어전. 당시 마스터즈 플랜은 선봉 선수로 패러독스를 출전시켜, 채 10분도 안 돼 2킬을 하는 맹활약을 펼쳤으나 노아즈 아크에서 대장으로 출전한 그래비트에게 참패. 그리고 마스터즈 플랜은 전 지구에서 주목받던 여류 선수 마야를 차봉으로 내세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가녀린 처녀 선수가 에스퍼 리그를 통째로 뒤흔들 흑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무미건조한 내레이터의 설명에 이어,

 

  『후후, 어때? 이걸로 마무리야.』

  『오 마이 갓……. 공식 데이터를 대조하면 절대 질 수가 없는 스펙인데, 잇 네버 캔 비!』

  『아저씨, 세상에는 데이터만으로 도출해낼 수 없는 결과도 엄존하는 법이랍니다.』

 

  마야는 쯧쯧 혀를 차면서 오른 손바닥을 정면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단면에서 거대한 스파크가 발생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심판의 시간까지 앞으로 겨우 몇 초.

 

  『가라, 일렉트로 캐논(Electro-Cannon)!』

  『잠깐!』

 

  그때 외부인의 외마디 저지가 들리고, 뒤이어 마야가 만들어낸 파동과 사방에 조성된 가짜 환경도 폴리곤이 산산이 흩어지자 가루가 되어 사멸했다. 그러자 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관중이 꽉 들어찬 관람석과 두 선수를 떠받치고 있던 세트장은 무미건조한 회색의 사각 링의 형태로 드러났다.

 

  링을 오르는 계단 밑에서 깔끔한 정장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대머리 남성이 홀로 우뚝 서서, 정중하지만 엄격한 어조로 지시했다.

 

  『마야 선수. 시합 전 채취한 혈액에서 초능력 각성 효능이 인정된 불법 능력 강화제 ‘데스페라도’의 화학 반응이 검출됐습니다. 시합을 중지하고 잠시 동행하시죠.』

  『이런, 들켰나~』

 

  마야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어안이 벙벙해하는 상대 선수와 관중들을 뒤로 한 채 그 남자의 뒤를 따라 퇴장했다. 자칫하면 선수 생활이 끝장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고도 그녀는 그저 태연하게 웃을 뿐이었다.

 

  차분하지만 은연중에 분노가 서려있는 내레이터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야는 곧바로 데스페라도의 복용을 인정했고, 후일 이루어진 운영진의 정밀검사 결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이 드러났다. 당연히 마스터즈 플랜은 실격패. 다만 이 심각한 사태는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기는커녕, 자신 외에도 데스페라도를 복용하는 선수가 굉장히 많다는 폭탄 발언이 나오면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왔다. 차후 대대적으로 행해진 정밀검사에서 태반에 이르는 선수들의 혈액과 소변에서 데스페라도의 반응이 검출됐고, 그동안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에스퍼 리그는 39번째 리그를 개막하기도 전에 막을 내릴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헤일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통합 정부의 엄중한 벌금과 제명 조치로 일단락됐지만, 그 뒤로 에스퍼 리그의 인기는 죽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이 사건의 진정한 흑막이 머지않아 밝혀졌다. 암면 속의 범죄 조직, ‘안티 룰.’ 불법 약물 데스페라도를 대량 유통하여 에스퍼 리그의 침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데스페라도의 검출법이 밝혀진 뒤에도 다른 경로로 에스퍼 리그를 더럽히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의 본래 목적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린다, 저 여자 어떻게 생각해?”

  “으, 응?!”

 

  투덜거린 건 새까맣게 잊고 다큐에 푹 빠져있던 린다는 갑작스런 아더의 부름에 화들짝 놀랐다.

 

  “저 마야라는 여자 말이야. 좀 이상하지?”

  “이상하다니 뭐가?”

  “선수 생활이 결딴날 위기에 처했는데도 오히려 웃고 있었어. 마치 걸릴 것을 노렸다는 듯이 말이야.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그리고 저 여자를 뺀 데스페라도 복용 선수들은 그동안 정체를 잘 숨기고 있었잖아.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속임수가 있었을 텐데 저 여자만 유독 대비가 허술한 것 같지 않아?”

  “……그, 그랬나? 린다는 잘 모르겠는걸.”

 

  린다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아더는 손마디를 꺾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이를 갈기 시작했다. 눈가에 시퍼런 불길이 이는 듯했다.

 

  “난 현장에서 봤거든. 엄청 괘씸한 여자야. 37회 대회에서는 엘피스가 선수 생활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로, 현역의 타이틀을 걸고 마지막으로 대회에 출전했었거든. 그런데 저 여자를 만나서 분패했어. 둘 다 응원하는 팀이라서 시합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이기라는 생각으로 응원했는데, 저렇게 더러운 수작을 부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더불어 13지구의 희망인 마스터즈 플랜의 이름에 먹칠까지!”

  “……엘피스? 그 원장, 선수로도 출전했었어?”

 

  린다는 긴가민가하여 에스퍼 리그의 일류 선수 명단을 기억 속에서 더듬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아마도 가끔 서브 카드로나 기용되는 무명 선수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용서 못해. 에스퍼 리그를 감히 저딴 식으로 더럽히다니. 안 그래도 제38회 결승전의 뒷거래 건 때문에 한번 휘청했는데 바로 한 시즌 만에 또……. 이러다가 정말 망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그 음모론은 몇 번에 걸친 수사 끝에 거짓이라고 밝혀졌잖니? 물증도 없다던데. 괜찮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잘 될 거야.”

  “뭐?!”

 

  린다는 그래도 제 딴에 위로한답시고 한 대답이었지만 도리어 노기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아더가 어울리지 않게 목청을 드높였다. 마냥 예쁜 줄로만 알았던 루비색 눈 속에서 격분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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