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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Guilty And the Beast
작가 : 레이지 아츠
작품등록일 : 2016.8.26

종족, 신분, 성별...

각기 다른 영웅들의 낙원을 향한 대여정

 
10화:만남
작성일 : 16-10-28 09:45     조회 : 496     추천 : 0     분량 : 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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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간의 말을 할줄 알아?"

 

 그리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았다. 다만 '뭐 어쩌라고'라는 듯한 게슴츠레한 눈에 경악하는 소녀를 물끄러미 담을 뿐.

 

 "'크크큭."

 

 "하아?"

 

 여성스러운 외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웃음을 흘리는 금발 소녀를 어이없이 바라본 그리트는 한숨에 가까운 탄식을 터트리며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희귀종인가 보네. 털 색깔도 그렇고. 원래는 잡자마자 가죽을 벗기려 했는데..."

 

 그리트는 표정을 더욱 굳히며 싱긋 웃는 그녀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작전 변경이야. 좀 힘들겠지만 산채로 잡아볼까?"

 

 그녀는 제 키만한 검을 거꾸로 쥐어 그대로 바닥에 쑤셔박고 허리춤 뒤로 무언가에 손을 대고 조금씩 그리트에게 다가섰다.

 

 "...어이. 너."

 

 "윽"

 

 자신감 넘치던 그녀의 웃음이 부지불식간에 덮친 큼지막한 짐승의 붉은 손에 의해 가려졌다.

 

 그리트는 그녀의 머리를 움켜쥔 채 들어올리고며 으르렁거렸다.

 

 "인간치고는 꽤 한다만 감히 이몸을 우습게 봐? 널 어떻게 해줄까? 앙? 으적으적 씹어먹어줄까?"

 

 그녀의 도발에 자신도 모르게 발끈해서 저지르고 본 그리트는 '이정도면 오줌지릴 정도로 겁좀 먹었겠지'라고 생각하며 티안나게 낄낄거리다가 장난끼가 슬슬 발동했다.

 

 "너 말야. 이런 숲에 여자애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꿀꺽

 

 걱정해주는 말투와 상반되게 '흐흐흐'거리고 웃으며 남는 손 검지로 소녀의 봉긋한 가슴을 콕콕 찌르는 그리트의 얼굴이 짐승답게 변했다.

 

 "..."

 

 트롤 무리를 홀로 잡았다해도 결국에는 여자.

 그녀는 너무 심했나싶을 정도로 짐승에게 붙잡혀 능욕당하게 되자 마치 생을 포기한 듯 축 늘어져버려 급 미안해진 그리트는 허둥지둥 변명하기 시작했다.

 

 "어, 이봐 그러니까 시비도 봐가면서 걸라고. 인간 여자주제에 트롤 몇마리 잡은 실력좀 믿고 까부니까 이렇게 된거 아냐...저기 우는 거 아니지?"

 

 대답을 기다리며 머쓱해진 그리트는 그녀를 땅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머리가 쭈뼛서는 알 수 없는 한기탓에 머리를 잡은 손만은 놓을 수가 없었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알려주듯.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제 머리를 붙잡고 있는 그리트의 엄지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리트는 밀려드는 오한에도 제까짓게 뭘 어쩌겠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머리를 놔주고 툭툭 두들기며 짐짓 위압적으로 허리에 남는 손을 얹고서 설교를 마저 끝낸 후 자리를 뜨기로 했다.

 

 "엉? 다음부터는 착하게 살아 이번만큼은 특별히 봐주..."

 

 우두둑

 

 "아야야아아아!"

 

 믿기지 않는 힘으로 큼지막한 그리트의 엄지손가락을 꺾어버리고 그의 손에서 벗어난 그녀의 얼굴은 그리트의 손에 잡히기전 미소를 거두긴커녕 더 짙어져 섬뜩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한낱 들개가 감히 이몸에 손을 대...?"

 

 "아아악! 이게 진짜 봐주니까!"

 

 그리트는 더는 안되겠다는 듯 발톱을 드러내어 소녀에게 휘둘렀다.

 

 잡은 엄지손가락을 끌어당겨 그리트의 무게 중심을 흐트러트리며 가볍게 피한 소녀는 굽혀진 그리트의 무릎을 발판 삼아 높이 뛰어 어느새 그의 목에 감겨 있는 포박줄을 잡고 돌아 순식간에 그리트의 배후를 점했다.

 

 그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이제야 자유가 된 엄지손가락을 마저 주무를 새도 없이 용케 그리트의 두꺼운 목에 소녀의 가녀려보이기만 하는 팔이 교차하여 잡고있는 포박줄이 개에게 목줄을 채우듯 그리트의 목을 옥죄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뒤로 젖혀진 그리트의 귓가에 여유넘치게 속삭였다.

 

 "후후. 죽기전에 좋은 꿈이나 꾸렴. 하등 종족."

 

 "흐어."

 

 목 뒤로 손을 뻗을 새도 없이 그리트는 기절해버렸다.

 

 말캉

 

 그나마 마지막으로 뒤통수에 기분 좋은 감촉을 느낀 게 위안이랄까.

 

 

 

 

 

 

 

 

 

 "으으으응. 이러지마."

 

 본인이 해준 말처럼 좋은 꿈을 꾸는지 덩치와 종족에 안어울리게 몸을 베베 꼬며 잠꼬대를 하는 붉은 라이칸을 호기심반 혐오반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던 소녀는 도저히 못참겠는지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남길 정도로 엄청난 발차기를 그리트의 명치를 향해 날렸다.

 

 쾅

 

 "윽."

 

 기침을 쏟아내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리트는 별안간 벌떡 일어서서 찢어질 듯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내 가죽!"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던 그리트는 안심했는지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어 주욱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안심해. 아직 벗기지 않았으니까."

 

 '듣는 이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참 묘한 어휘야'라는 잡념을 떨치며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다시 일으킨 그리트는 자신을 비웃고 있는 건방진 여자를 이쯤에서 봐주고 갈 길이나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뛰

 

 철컹

 

 려고 했으나 손목에 감긴 두꺼운 쇠사슬탓에 실패했다.

 

 고향 경비대에서 쓰는 조잡한 철과는 다른 재질인지 있는 힘껏 당겨도 끊어지지 않았다.

 

 "포기해. 그건 대형 마족을 포박하기 위해 교회의 축복을 받아 특수 제작된 쇠사슬이거든."

 

 '대체 이건 어디서 난거야'라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근처에 쇠사슬의 원래 주인으로 보이는 트롤의 시신을 발견한 그리트는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도대체 왜! 내가 너한테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야?!"

 

 "숙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작 거렸으면 적어도 '가죽이 벗겨질 각오'는 해야지. 안 그래?"

 

 "그건 네가 먼저 덤볐..."

 

 "그건 내가 사과할 게 미안해. 됐지?"

 

 "알면 이거나 풀어줘."

 

 "그건 싫어. 날 함부로 만졌잖아."

 

 "그러니까 네가 먼저 덤볐...!"

 

 "미안해."

 

 "아아아아악!"

 

 그리트는 뭐 이런게 다 있냐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방 냘뛰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나도 본의 아니게 네 젖탱이 콕콕 찔러서 미안했다. 하도 작아서 여자애는 맞는지 확인하느라 그랬어. 됐지? 그럼 어서 풀어 뒤지기 싫..."

 

 쾅

 

 순식간에 제 키만한 대검을 휘둘러 사과하는 척 다시 뻔뻔하게 성희롱을 하는 그리트를 검등으로 응징한 소녀는 콧등을 부여잡고 뒹굴거리는 불쌍한 짐승의 머리를 밟고 입을 열었다.

 

 "그거하고 이건 엄연히 다르지. 가녀린 레이디에게 가한 정신적 충격을 고작 사과 한 마디로 입 싹 닦으려드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소녀는 동의를 구하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제 대답해 보라며 손바닥으로 그리트를 가리켰다. 그와중에 햇빛을 후광삼아 빛나는 소녀의 미모에 저절로 눈이 돌아간 자신을 원망한 그리트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트 본인은 백여마리에 가까운 라이칸들을 단신으로 도살할 정도의 실력자.

 

 고작 잘쳐줘도 십대중반(얼굴만 보아서는)밖에 안되는 여자에게 이정도로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향에서 겨우 치마 들추기로 질질 짜던 약해빠진 여자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소녀.

 

 이제껏 그의 기억에서 가장 강한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였지만 요 며칠간 그 악마와 이 소녀에 의해 순식간에 순위가 내려갔다.

 

 동포에게 배척받는 걸 각오하고 이종족인 자신을 억척스럽게 지켜주고 키워주던 여인.

 

 그녀의 은혜는 아무리 맞아줘도(?) 갚을 수 없는 것이었다지만 이렇게 생판 남에게 정말 아프게 능욕 당하는 건 다른 얘기.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너도 악마냐?"

 

 소녀의 검이 뒤로 젖혀지자 그리트는 반사적으로 눈앞을 두팔로 막으며 움츠러들었는데 다행히도 그 꼴이 우스웠는지 소녀는 때리지 않고 피식 웃었다.

 

 창피함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리트가 이번에는 진짜로 맞을까봐 차마 덤비지는 못하고 길길이 날뛰며 아름드리 나무를 쥐어뜯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자,

 

 "나같이 예쁜 여자애가 악마일리 없잖아? 바보똥개야."

 

 한쪽손을 허리춤에 얹고 머리칼을 쓸어 허공에 금발을 흩날리며 자기보다 훨씬 큰 그리트를 내려다 보겠다는 듯 콧구멍이 다 보이게 얼굴을 들어 오만하게 쳐다보는 소녀의 모습에 기가 찬 그리트의 눈에는 적어도 전에 마주쳤던 악마라고 불린 여자보다 더 악마같았지만 그는 속으로 꾸욱 삼킨 채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화를 식혔다.

 

 한참 후에 진정이 됐는지 안그래도 길죽한 주둥이 삐죽 앞으로 더 튀어나온 그리트가 툴툴대며 물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금발 소녀는 갑작스런 질문에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그 가죽이 정말 탐나긴 하는데 인간말을 할 줄 아는 놈이라 죽이긴 아깝고...혹시나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너희는 가죽을 벗겨내면 바로 죽나?"

 

 "그럼 살겠냐!? 이게 무슨 입었다 벗었다 하는 옷인줄 알아?! 말이 되는 소릴해 이 싸이코야!"

 

 "역시 하등한 종족이라 농담을 모르는군."

 

 기침하듯 살짝 쥔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리며 웃는 금발 소녀를 바라보는 그리트는 작전을 바꾸기로 하고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뗐다.

 

 "제발 놔줘. 지체할 시간이 없다구. 난 복수를 하러 가야 돼."

 

 눈을 가늘게 뜨고 봉긋한 가슴을 받치는 꼴로 감싸듯 팔짱을 낀 채 한번 들어나 봐주겠다는 듯 건방지게 턱짓을 하는 금발 소녀의 모습에 그리트는 잠시 고개를 숙여 화를 삭힌 후 자신의 사정을 최대한 동정이 가게 끔 설명해 일말이라도 남아 있는지도 모를 소녀의 연민에 호소했다.

 

 이야기를 마친 후 그리트는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소녀의 눈치를 살금살금 살폈다.

 

 "인간의 손에 컸다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 그런데 검은 후드라고?"

 

 자신의 기구한 사연에 눈물을 보이긴커녕 다른데 관심을 두는 소녀가 야속했지만 그리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녀석인가?"

 

 뭔가 알고있는 듯한 소녀의 말에 그리트는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진지한 모습으로 소녀의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너 그 자식을 알아?"

 

 "...죽고싶지않다면 이거 놓으시지? 들개."

 

 "...부탁한다. 아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줘."

 

 머쓱해져 손을 내린 그리트를 냉기가 흐르는 눈으로 쏘아보며 어깨를 돌리는 소녀는 그래도 계속되는 그리트의 질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 대륙 인간들의 공인 종교가 여신교인 건 알지? 그 대척점에 있는 사악한 이단이 바로 마교야. 여신교가 여신을 필두로 그녀 밑의 4천사장을 기린다면 마교는 반대로 마족들에게 동조하며 마왕과 6대 악마 군주를 섬기는 쓰레기들이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인간들은 다 여신을 믿지 않던가?

 

 "마교?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금발 소녀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지 막막해 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인간들은 다들 여신교 신도야. 믿지 않는 불신자들은 불이익이 기다리니 믿지 않아도 믿는 척하는 게 대부분이지. 뭐 안믿어서 지옥에 가는거야 자기들 마음이지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달콤한 말로 구슬려서 지하에서 암약하는 교단의 골칫거리들이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답답한지 그리트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딴 거 관심없고. 딱 잘라 그 거적데기 눌러쓴 놈이 그 마교인가 마귀인가 관련있다는 거 아냐?"

 

 "...짐승치고 말귀는 밝네. 그래. 내 예상이 맞다면 녀석은 내가 조사중인 마교에서 한가닥 하는 놈일거야. 네가 놈을 여기까지 몰았다고?"

 

 그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녀석의 냄새가 이 부근에서 강하게 풍기긴 해도 찾을 수가 없어."

 

 "그렇다는 건... 결계를 쓴건가?"

 

 금발 소녀는 그리트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보통 라이칸과 다르단 건 알겠는데 어떻게 마교 사령술사의 정신제어가 통하지 않았지? 스펠 시간만 주어진다면 성녀도 요녀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지독한 놈들인데..."

 

 "몰라. 당장 눈앞에서 가족이 그렇게 되어 눈이 뒤집혔을 뿐이야."

 

 그리트는 처음으로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소녀를 별안간 큼지막한 손으로 잡아눌렀다.

 

 "너 이게 무슨 짓...?!"

 

 "조용히."

 

 귀를 쫑긋세우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그리트의 모습에 찰나나마 귀엽다는 생각이 스친 금발 소녀의 표정도 이내 진지해졌다.

 

 "찾았다! 붉은 라이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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