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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5colors, 날 반 미치게 하는너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7.11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우주대스타 오색조(五色鳥)

[미친, 팔색조도 아니고 오색조는 뭐냐? 설마 다섯 명이라고 오색조는 아니지?]
[아무리 아이돌 전성시대라지만, 살다살다 새 컨샙은 처음 보네요. 설마 비둘기도 있나요?]

이름부터 병맛미 넘치는 그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쏟아지는 반응은 처참했다. 그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여자들에게 농익은 남자의 매력을 선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긴 시절을 조류돌이라 불리며 가요계의 놀림을 받던 그들은, 어느새 OSJ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아이돌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찬란한 빛에 이끌린 돈 겁나 많은 빠순이, 박순희와 그녀의 친구 정신과 의사 정시나가 우연히 우주대스타 오색조와 엮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이메일: pusin21@naver.com

 
first love
작성일 : 20-08-30 22:58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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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등굣길. 오늘도 어김없이 낯선 이가 시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긋지긋하다고나 할까. 시선도 주지 않고 그저 성큼성큼 계속해서 가던 길을 걸어가자, 한 발짝 뒤에서 저를 부르던 남학생은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뛰듯이 쫒아오기 시작했다.

 

 “저, 저기요!”

 

 남학생의 손이 시나의 어깨에 닿으려는 찰나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회색 교복 위로 삐죽 튀어나온 하얀 손이 그 팔을 낚아채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 뱉었다.

 

 “시발 너 뭐야.”

 

 팔이 잡힌 남학생은 갑작스러워 두 눈을 꿈뻑이며 멀어져 가는 시나를 한 번, 제 팔을 엄청난 악력으로 붙잡고 있는 이를 한번 쳐다보았다.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까,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작은 얼굴과 그에 어울리는 작은 체구를 가진 아이였다. 뼈대도 가늘었고 얼굴엔 핏기 하나 없다. 골리앗에게 덤비는 다윗 같다고나 할까. 남학생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하. 야. 너야 말로 뭐냐? 이게 어디 선배한테. 확!”

 

 그러면서 호기롭게 제 팔을 붙잡고 있는 그 작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남학생의 팔을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을 뿐이다. 민망해진 남학생은 다시금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여전히 강한 완력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었다.

 

 “확 뭐 새끼야.”

 “악!”

 

 덩치에 맞지 않는 엄청난 악력이 남학생의 팔을 비틀었고, 그는 그저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팔을 부서질 것만 같은 통증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혹여라도 시나가 볼까 싶어, 남학생의 눈은 사라져가는 시나를 찾았다.

 

 “아직도 정시나를 보네? 주제파악도 못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뒤 이은 퍽하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안면으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코로 왈칵 피가 솟는 느낌이 들었다.

 

 “정시나 내 꺼니까, 다신 쳐다보지 마. 정말 다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코피를 쏟으며 주저앉은 남학생을 뒤로 한 채, 느긋한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시나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표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얼굴로, 그 눈은 한 순간도 시나에게서 벗어나지 않은 채. 저 속도라면, 옆의 지름길로 돌아가면 정시나와 마주칠 수 있을 터였다. 세한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옆 골목길로 돌렸다.

 

 

 “야 정시나”

 

 10분 뒤, 눈앞을 막아선 세한을 보고 시나는 잠시 얼굴을 구기고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냈다.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시익 올리며 세한이 웃었다. 시나는 저 웃음이 너무나 싫었다.

 

 “너 내가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지. 쪼그만 게 누나한테 야야 거리고 이름을 붙여?”

 “너, 다 듣고 있었네?”

 “이게 누나라고 하라니까!”

 “다 들렸으면, 내가 매번 너 귀찮게 하는 놈들 처리해주는 것도 알고 있었겠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아이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시나는 더욱 자신에게 구애하는 애들에게 눈길조차 줄 수 없었다. 이 삐뚤어진 아이 때문에 신경 써야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게, 벌써 몇 년 째인지 몰랐다.

 

 “난 네가 제일 귀찮은데. 너 자신부터 어떻게 처리해 볼래?”

 

 시나는 세한을 한 팔로 밀어내고는 양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럴 거면 그냥 부모님이 태워주시는 차를 탈 걸 그랬다 싶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시간이 아니면, 그 사람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다.

 

 요즘 시나는 한 작곡가, 아니 피아니스트의 노래에 푹 빠져있었다. 그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선율은 바람을 담은 것 같기도, 차가운 가을 하늘을 유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때론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건반 하나하나에서 은빛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바다를 연상시켰다.

 

 권태롭기 짝이 없는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에 운율이 깃들었다. 입시에 관한 스트레스도,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리고 등굣길 30분은 그 혹은 그녀가 노래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 올라온 신곡을 듣고 있자니 몽글몽글 부풀어 오른 우유 거품이 입안에 맴도는 기분이다. 박세한으로 인해 한껏 차올랐던 짜증이 부드럽게 가라앉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순간 가벼운 통증과 함께 이어폰이 뜯겨져 나갔다. 그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고 돌아보니 세한이 서있다. 절로 이가 악 물어졌다.

 

 “아놔. 야. 너 죽을래?”

 “그러게 누가 자꾸 사람 무시하래?”

 “하…. 비켜 이 볼품없는 중딩 꼬마야.”

 시나가 세한을 거칠게 옆으로 밀치자, 옆으로 밀려난 세한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 왜 자꾸 나 무시하는 건데?”

 “귀찮으니까 저리가라.”

 “아니! 이유를 말해보라고. 날 무시하는 이유!”

 

 분에 가득 찼는지 그 말을 내뱉는 눈에 살짝 흰자위가 비쳤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저딴 표정따위 지을 수 없겠지. 그저 이 아이는 반짝 반짝 빛나는 정시나를 갖고 싶을 뿐이었다.

 

 “누나한테 야야 너너 해대는 건 무시하는 거 아니고?”

 

 부잣집 아들에, 머리까지 좋아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에 저렇게 자라버린 걸지도 몰랐다. 뭐든 제가 원하는 대로 해야만 성에 차고, 그렇지 않으면 폭력으로 굴복시키려 들었다. 그럴수록 시나는 이 아이에게 좌절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뭐?”

 

 반문하며 헛웃음을 터트리는 저 모습이 너무 싫다.

 

 “그럼 누가 누나 취향인데.”

 “음…. 쟤~?”

 

 미친놈. 지가 왕 인줄 아나. 너 따위가 평생 될 수 없는 정 반대의 남자를 꼽아주마. 하고 시나는 마침 지나가던 나이에 맞지 않게 키가 솟은 새까만 피부의 남자아이를 가리켰다.

 

 “너 나랑 결혼할거라 그랬지? 참고로, 너 쟤 괴롭히면, 나 다신 너 안 봐. 그땐 너한테 그 어떤 마지막 기회도 없어. 난 네 그 폭력적 성향도 정말 꼴 보기 싫으니까 어디 진심을 다해 노력해봐. 혹시 알아? 그럼 내 마지막 종착지가 네가 될지?”

 

 

 **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그린라이트가 그 옆의 붉은 조명과 뒤섞여 왠지 모를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안녕하세요 무희열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모셨는데요. 세계적인 스타죠. 그러면서도 싱어송라이터로 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오색조의 강찬입니다”

 

 소개가 끝나자마자 팬들의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처음엔 귀가 아파죽을 지경이었지만, 이제는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다. 다만 너무 귀가 아파 매번 얼굴이 굳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분위기에 녹아들어야 하나가 되어 소리라도 지를 텐데, 그렇지 않은 시나에겐 이 함성은 그저 그나마 견딜 수 있게 된 소음일 뿐이었다.

 

 함성과 엄청난 조명 아래로 마치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뿜어내며 한 존재가 뚜벅뚜벅 걸어들어 왔다. 옆에서 까마귀 빙의라도 된 듯 깍깍 거리는 저 박순희 덕분에 일주일에 한번 꼴로 보게 되는 오색조의 강찬이었다.

 

 매번 같은 노래, 그저 옷만 달라지고, 춤 동작만 달라지는 데 다들 왜 이렇게까지 환장하고 달라 드는 걸까. 그래 그게 참 사랑인 거겠지. 그러하지만, 지겨웠다. 왜? 자신은 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

 

 오색조의 노래들이 훅이 중독적인 건 인정하고, 저 남자의 얼굴이 보통 미모가 아닌 것도, 저 얼굴에 어찌 저리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살랑살랑 거리는지도 다 알겠는데, 이상하게도 다 가짜인 것만 같다.

 

 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저 아이는 잠도 줄이고 먹을 것도 맘껏 먹지 못하고 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까 자신의 떡볶이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던 그 아이돌처럼. 그러다가 실신했을 것이고. 사랑받기 위한 이들의 노력과 몸부림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이들은 아이돌이고 싶은 걸까.

 

 어떤 결핍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꿈이라고 하기엔 감수해야할 게 너무나 많으니. 화려한 조명아래서 노래하고 있는 그를 보는 게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혹여라도 또 쓰러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세 번째 곡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전자 피아노를 갖고 들어왔다.

 

 “강찬씨가 피아노도 잘 치신 다기에 준비해 보았습니다. 오늘 특별한 곡을 준비해왔다고 하던데.”

 “네. 중학교 때 처음으로 만들어 본 곡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서 준비해왔습니다.”

 “오? 그럼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했어요?”

 “음. 피아노로 제 머리 속에 있는 음들을 끄집어낸 건 더 어려서부터였는데,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낸 건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아 그럼, 콘서트 이럴 때에도 많이 들려주고 했었겠네요?”

 “아니요. 이 곡을 떠올리면, 안 좋은 기억들도 함께 떠올라서 추억 속에만 묻어두었습니다.”

 “아~ 그럼 이젠 그 기억들을 극복해 냈나보네요.”

 “완전히 이겨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젠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어서 들어보고 싶네요. 강찬 씨의 첫 자작곡이 드디어 세상에 나올 때가 되었네요.”

 “네. 제목은 First love.입니다.”

 

 피아노 앞에 얹혀진 강찬의 손이 작은 경련이 이는 듯했다. 곱게 감은 눈 위로 긴 속눈썹도 떨려왔다. 도대체 어떤 기억이기에 저러는 건지. 이윽고 강찬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되자,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굳어 있던 시나의 눈이 조금씩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너무 좋아. 미친.”

 

 옆에 서 있던 순희가 입을 틀어막고 중얼거렸다. 그래. 십년도 더 된 어느 날, 자신도 처음 이 노래를 듣고 그렇게 반응 했었다. 등굣길 내내 자신과 함께 했던 그 곡이 강찬의 손끝에서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놀라움 뒤로 반가움이 쫓아왔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 하하. 하.”

 

 너였어? 때론 가슴이 저며지는 노래로 날 눈물짓게 하고, 때론 모든 걸 잊고 자유를 느끼게 해준 그 노래들을 만든 사람이,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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