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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내림 TV
작가 : Cordzero
작품등록일 : 2020.8.14

더 나은 다른 삶을 위해 이번 삶을 투자한다?!

 
3화. 불의 환생자(1)
작성일 : 20-08-28 21:22     조회 : 248     추천 : 1     분량 : 8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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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199cm의 키에 주짓수로 단련된 탄탄한 몸. 9명을 잔혹하게 죽인 질 나쁜 심성. 거기에 덧붙여진 사형수라는 타이틀과 그 타이틀에 함께 따라온 가슴팍의 빨간색 표찰에 적힌 1143이라는 숫자는 다른 수감자들은 물론, 교도관들에게까지 공포의 숫자였다.

 그가 공포의 대상인 이유는 그가 저지른 흉악한 범죄가 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교도소 안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폭력적인 행동과 타인을 쉽게 짓밟는 태도 때문이었다.

 그런 그를 멈출 수 없는 이유도 확실했다. 일단, 수감자 중에서는 그를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체구와 기술까지 겸비한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다수가 필요했다. 문제는 몇 명이서 덤비든 한 두 명은 다칠 확률이 높았다. 1143은 상대를 죽이는 것에 거리낌 없었지만, 다른 수감자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사회에서의 지위나 권력도 먹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나갈 일 없는 그에게 나가서 보자는 협박이나, 내가 누군지 아냐는 말은 한 대 맞을 일을 두 대로 늘리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에 교도소 측에서도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그는 밖에서 통용되는 ‘강한민’이라는 이름으로 큰 사회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 관심의 첫 번째 이유는 살인 방식이 모두 다르고, 잔인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피해자는 남성으로 키는 178cm의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사인은 출혈과다였다. 발목이 그어진 상태로 천장에 걸어둬 천천히 사망하게 만들었으며, 발목이 그어지기 전에는 손발톱을 뽑고, 줄톱으로 온 몸 곳곳을 그어 고문한 흔적이 있었다.

 두 번째 피해자는 여성으로 키는 159cm에 보통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로 목을 찔렸으며, 그로 인해 기도가 뚫리고 호흡곤란과 피가 폐로 흘러가는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 몸에는 성폭행의 흔적이 있었으며, 몸에는 얇고 예리한 도구로 맞은 흔적이 가득했다.

 세 번째 피해자는 남자 고등학생으로 키는 180cm였지만, 비교적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한민의 살해 방식 중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꼽히고 있었다. 몸에는 직접적인 불이나 인두로 지져진 흔적이 가득했고, 깔때기로 입 안으로 뜨거운 물을 아주 조금씩 부어 넣어 사망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피해자까지는 모두 시신이 냉동 창고에 저장되어 있어 한민이 저지른 고문 방식과 살해 방식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나, 네 번째 피해자부터 아홉 번째 피해자까지는 시체가 모두 토막 나거나, 약품으로 녹여져 명확한 방식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민의 매우 솔직한 진술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모두가 참혹하게 살해된 것만은 분명했다.

 그가 관심 받은 두 번째 이유는 치밀한 계획성 때문이었다. 그는 사건을 벌이기 1년 전, 비교적 CCTV가 적은 동네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피해자를 물색했다. 최소 6개월, 길게는 10개월 이상을 지켜보면서 피해자들의 고정 동선을 파악하고 CCTV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을 노려 그들을 기절시키고, 완벽하게 자신의 살해 장소까지 운송할 방법까지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피해자를 고르는 방식에 특별한 공통점이 없다는 것도 시선을 끌었다. 아홉 명의 피해자 중 남성은 3명, 여성은 6명이었다. 여섯 번째 피해자인 20대 남성은 그와 비슷한 체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를 피해자로 선택했고,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켰다. 후에 왜 그 사람을 피해자로 골랐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죽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죽일 수 있었으니까.”

 다른 피해자의 선정 이유에서도 그는 같은 답을 내놓았다.

 그가 주목 받은 세 번째 이유는 급격한 변화 때문이었다. 그가 사건을 저지르기 전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어쩌면 좋은 사람에 가까웠으니까.

 한민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 키워지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밝고 씩씩하게 잘 자랐으나, 19살에 할머니까지 돌아가시는 불행을 겪고 만다. 그로 인해 그는 일탈을 저지르고 엇나갈 뻔 했으나, 할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취업에 성공한 이후, 한 달에 두 번은 요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고, 매달 10만원이라는 금액을 어린 아이들을 위한 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사치도, 유흥도 즐기지 않으며 많지 않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저축했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던 그가 갑자기 27살에 변한 것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저축한 돈을 바탕으로 집을 구하고, ‘살인’이라는 참혹한 행위의 피해자를 찾기 위해 타인을 관찰하는 시간으로 일상을 투자하고, 마침내 계획을 실행하자 한 달 만에 무려 9명을 끔찍하게 살해했다. 너무나도 느닷없고 갑작스러운, 그러면서도 철저한 변화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민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대중에게 노출되었다. 자극적이면서도 묘한 스토리에 TV 프로그램에서도 계속해서 다뤘고, 썰을 풀기 좋아하는 개인 방송에서도 계속 노출되었다.

 이런 관심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하는 인권단체에게 좋은 기회거리가 되었고, 그들이 교도소를 계속 관찰하고, 여론전을 펼치는 바람에 교도소 측에서도 한민에게 적극적인 방법을 쓸 수 없었고, 덕분에 한민의 위험성은 날이 가면 갈수록 증가했다.

 교소도 측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징벌방이 아닌, 편의를 줄 수 있는 독방을 주고, 다른 사람들과 활동 시간을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 교도소 측의 배려로 다른 수감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았고, 한민은 심심함을 얻었다.

 “심심해! 심심하다고! 젠장!”

 한민은 푸쉬업을 반복하며 허공에 외쳤다. 그의 몸은 긴장감과 쾌락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인간의 한계에 가깝게 단련되어 있었지만, 강한 철창과 철문을 뚫을 수 없었고,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에는 수갑과 강한 무장을 한 교도관들이 있었으니 쉽게 일을 저지를 수 없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그들 중 하나를 죽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죽어서는 곤란했다. 이따위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죽음이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죽음이 두려워서 일지도 몰랐다. 애매한 이야기였지만, 죽음 자체가 두렵기 보다, 죽음으로써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은 확실했으니까.

 ‘설마 이번엔 안 오는 거 아니야?’

 한민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에 그는 푸쉬업 속도를 높였다. 불안감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 노동이나 운동을 하거나, 다른 것에 집중해야 했다.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한 그는 푸쉬업을 멈추고 그대로 벌떡 일어서 팔벌려뛰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마지막 살인을 떠올렸다.

 

 한적한 주택가였다. 워낙 오래되고 낙후된 곳이라 여러 차례의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각종 다툼을 때문에 미뤄지고, 미뤄지다 이제야 정식 조합이 설립된 동네였다.

 동네 한 가운데 10시면 닫는 조그마한 슈퍼가 하나 있을 뿐, 별다른 상가도 없고 편의점조차도 인근 아파트까지 가야 하는 불편한 동네는 빈집이 많았다. 돈이 많은 집주인들은 편한 동네로 나가 살면서 이곳의 재개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집을 비워두는 것보단 어떻게든 굴리는 것이 이득이었으니 수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저렴한 월세를 제시했다. 그래서 이 동네에는 셋 중 하나의 사람만이 남았다. 다른 곳으로 이주할 돈이 없는 집주인, 그리고 이곳보다 더 싼 곳을 찾지 못해 최대한 이곳에 붙어 있는 세입자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아 고향인 이곳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노인이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이 동네에 거주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다.

 

 구름은 가득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보름달이라 달은 밝았지만, 하늘에 가득한 구름 때문에 이따금 얼굴을 보여줄 뿐이었다. 드문드문 서 있는 오래된 가로등은 곳곳에 잘 보이지 않는 사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좌우로 서로 마주보지 않게 나 있는 골목은 비어있는 집과 겹쳐 좋은 은신처를 만들어주었다.

 한민은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외투, 검은색 바지로 자신을 어둠에 숨기고 타겟을 기다렸다. 목요일 9시 40분에서 55분 사이, 그녀는 이곳을 지나갔다. 지난 관찰 시간 동안 예외는 단 두 번뿐이었다. 그녀가 왜 평소와 달리 목요일만 늦게 지나가는지는 한민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 두 번뿐이던 예외 상황이 오늘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한민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밝기를 낮춰놓은 핸드폰은 옅은 빛과 함께 시간을 알려주었다. 9시 37분. 그는 빠르게 핸드폰을 꺼버리고, 다시 골목길에 집중했다.

 고요한 골목길에 옅은 발자국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민은 숨을 죽였다. 자신이 노리는 그 발소리가 확실했다. 이제는 뒤따르는 발소리가 있는지를 살펴야 했다. 그는 눈까지 감고 청력에만 집중했다.

 없었다.

 한민은 씨익 웃었다.

 그는 몸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딱 한 집만 빼고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그 집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혜영은 눈을 떴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일순간에 느껴졌다. 입은 무언가로 강하게 막혀 있었고, 손과 발이 벌려져 대자의 형태로 어딘가에 묶여 있었다. 등과 엉덩이에 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날카롭게 찌르는 것 같은 차가운 감촉은 자신이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강조하듯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느끼기 무섭게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혼자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시야가 흐려져 주변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 칠뿐이었다. 하지만 막혀 있는 입은 그녀의 소리를 그저 방안에 가두었고, 강하게 묶여 있는 손과 발은 그녀의 버둥거림을 아무런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알아서 그만할래? 아니면 그만하게 만들어줄까?”

 혜영은 자신에게 날아든 목소리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그녀는 슬그머니 움직임을 멈췄다. 말을 잘 들으면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그녀의 마음에 살짝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크게, 그 기대를 믿고 싶다는 바람이 그녀를 휘감았다.

 “현명한 판단이야.”

 혜영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아직 눈에 고인 눈물로 인해 상대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혜영은 커다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고통은 그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커다란 몸은 우악스럽게 그녀를 성폭행했고, 그 뒤로 고통스러운 고문이 이어졌다. 머리카락과 눈썹을 제외한 온몸의 털이 청테이프로 뽑히고, 날카로운 칼이 그녀의 약한 살만을 집요하게 긁어왔다. 그 때마다 그녀는 악을 썼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전해지지 않았다. 지독한 고통과 처절하게 상실되는 인간성에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민이 비릿한 웃음과 함께 그녀에게 물어왔다.

 “죽여줄까? 아니면 나랑 조금 더 즐길래?”

 혜영은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굳게 틀어 막힌 입으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혜영을 보며 한민은 빙긋 웃었다.

 “아직 나랑 더 놀고 싶구나. 알겠어. 더 즐겁게 해줄게.”

 혜영은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아니라는 자신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 당했다. 두 시간이나 더 이어진 고통에 혜영은 거의 정신을 놓았다.

 “지금 생각은 어때? 죽여주길 바래?”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상황의 끝은 죽음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죽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더 고통 없이 죽고 싶었다.

 “좋아. 그 바람을 들어주지.”

 한민은 혜영의 발을 묶고 있던 족쇄를 풀었다. 혜영은 순간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발로 땅을 딛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을 주려고 아무리 노력 해봐도 후들거리는 게 전부였다.

 뒤이어 그녀의 손도 풀렸다. 저 악마 같은 놈을 누군가가 잡아주길,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그리고 저 놈도 엄청난 고통을 겪길 바라며 뭐라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저 악마 같은 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키가 크다는 것. 덩치가 좋다는 것뿐이었다. 그럼 공격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얼굴이든, 어디든 사소하더라도 상처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 놈이 살인자라는 것을 표시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민은 혜영의 발을 끌고 욕실로 향했다. 그녀의 입은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몸을 움직여 반항이든, 공격이든, 도주든 하고 싶지만 그녀의 몸은 그저 부들거릴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억울함과 분함, 끝이라는 것이 주는 허탈함과 슬픔으로 그녀의 눈은 마르지 않고 눈물을 쏟아냈다.

 한민은 혜영의 양손을 뒤로 묶었다. 그리고 그녀를 욕실 천장에 거꾸로 매달았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과 손목, 복부에 칼로 긴 상처를 만들어 피가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혜영은 상처가 주는 고통과 튀어나오는 쿨럭거림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이제 끝인가?”

 한민은 욕실을 빠져나가 거실에 벌러덩 누웠다. 조금 전까지 혜영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그 곳이었다. 바닥에는 혜영이 남긴 피와 땀, 그리고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 시대는 꽤 힘들군. 적당한 장소가 너무 없어. 처리 방법도 까다롭고. 그래도 그 만큼 꽤 재미있긴 해.”

 한민은 낮은 목소리로 큭큭거리며 웃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욕구 충족에서 오는 짜릿함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9건.”

 처음에는 자신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겪어보니 적당했다. 더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면 삐걱거리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는 빠르게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을 리 없었다.

 “나는 완벽하게 성공했을 거야. 지금처럼.”

 그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목표가 있었다면, 분명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 성공했을 것이었다.

 그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편안하게. 만족스럽게.

 잠에서 깬 한민은 피가 빠져나간 혜연의 시신의 옆에서 샤워를 했다. 벌거벗은 상태로 혜연의 시신을 따라 토막 내고, 욕조에 담갔다.

 그는 힘든 과정을 마치고 다시 몸을 씻어냈다. 욕조에 살을 녹여내기 위한 약품을 붓고, 욕실을 나섰다. 그는 욕실의 외부 창문은 닫고, 거실로 향하는 문은 열어두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은 한민은 미리 가져다 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혜영의 핸드폰을 챙겨 현장을 나섰다.

 어스름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현장을 나선 그는 사는 곳과 꽤 떨어진 지하철을 목적지로 정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탄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켜 그가 거주하는 동네 이름과 실종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검색을 했다. 기사는 뜨지 않았다.

 ‘너무 사소해서 뜨지 않는 걸까? 아직까지 신고한 사람이 없는 걸까?’

 한 사람에게 다양한 사람이 복잡하게 엮여 있는 세상에서 사라진 지 20일이 넘은 사람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뜨지 않는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혜영의 핸드폰을 끄고, 사람들 틈에 숨어 혜영의 핸드폰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로부터 3일 뒤, 한민은 경찰에 자수했고, 자신이 벌인 9건의 살인을 모두 꾸밈없이 진술했다.

 

 “오랜만입니다.”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한민은 팔벌려 뛰기를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 곳에는 검은색 슈트를 잘 갖춰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한민에 비해 왜소해 보이긴 했으나, 실제 그는 183cm의 큰 키에 탄탄한 몸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는 안 오는 줄 알고 긴장했잖아.”

 한민은 얼굴 가득 행복감이 담긴 미소로 남자를 맞이했다.

 “저희는 신뢰를 기본으로 합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 아시다시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희에게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무작정 와서 모시고 갈 순 없잖습니까. 다음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모시고 가야죠.”

 “그 말은 다음 미션이 바로 시작된다는 이야기?”

 “네. 바로 시작하셔도 좋고, 천천히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어쨌든, 미션만 완수해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러면 지금 바로 떠나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여기에서 더 있어봤자 뭐하겠어.”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조금 고통스러우실겁니다.”

 “어우. 저번에 해봤는데 조금이 아니던데?”

 한민의 말에 악 3순위인 베이그는 빙긋 웃어 보이고 말을 이었다.

 “그 이후에 이어질 즐거움에 비하면 조금이지 않을까요?”

 “그건 그러네.”

 한민은 고개를 끄덕이곤 즐겁다는 듯 웃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악마양반.”

 “마는 빼주시죠. 그냥 악. 입니다.”

 “그래. 악 양반.”

 

 [엽기 살인마 강한민. 교도소에서 심장마비 사망]

 [9명을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하고, 시체까지 엽기적인 방식으로 처리한 살인마 강한민이 교도소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교도소 측은 다른 외부 요인 없는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강한민의 표정은 분명 고통스러워하는 듯 했으나 묘하게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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