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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7)
작성일 : 19-11-29 01:28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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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무모했어.”

  “뭐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 작전에 대한 녹스의 총평이었다. 에밀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항변했다.

 

  “다 잘됐잖아요. 인사 검증도 끝냈고, 프라이스 남작이 곧 무도회를 연다는 사실까지 알아냈고. 그럼 앞으로 그치한테 접근하는 거야 껌이죠. 백작님이 받을 초대장을 훔치면 그만이니.”

  “뭘 또 훔치게?”

  “정정할게요. 버린 거 줍는 걸로.”

  “…….”

  “어차피 크리스토퍼 백작님은 그런 거 관심 없단 말이에요.”

 

  한없이 당당한 에밀리를 보며 녹스는 또 다시 골이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훔치고 깨부수고 다니는 건지. 반쯤은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직설적인 물음을 툭 던졌다.

 

  “너 돈 있어?”

 

  깽값 있냐는 거였다. 진지하게 묻는 녹스였지만 사실 그 정도 돈쯤은 그에게 차고 넘쳤다. 눈앞의 미성숙한 소녀가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면 도움 줄 의향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사고치는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가.

 

  “있긴 뭐가 있겠어요?”

 

  역시나.

 

  “그치만 변상 안 해도 될 자신은 있었어요.”

 

  ‘무슨 수로?’라고 묻는 녹스의 눈빛에 에밀리는 그저 미소로 답했다. 뭣도 없는데 그냥 있는 척하고 싶을 때 짓는 미소였다. 녹스도 이제 그쯤은 간파할 수 있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나 진짜 테일러 같지 않았어요?”

  “…제법 비슷하긴 했지.”

  “맞죠? 다 책에서 읽은 얘기 지껄인 건데.”

 

  시침 놓는 방법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다 책에서 얻은 풍월을 아무렇게나 쏟아낸 것이었다. 에밀리는 그간 19금 연애소설이 질릴 때마다 다른 책을 빌려 읽은 보람을 이런 식으로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은 하지 마. 꼬리 길면 밟혀.”

 

  녹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지만.

 

  “그럴까요?”

  “우리의 일로 네가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나 걱정하나보네요?”

  “…….”

 

  한쪽은 잔소리하고 한쪽은 귀를 틀어막으며 누가 보면 퍽이나 사이좋게 투닥이다가 두 사람은 금세 붉은나무 저택에 도착했다.

 

 ***

 

  “외출을 나갔다고? 경호원은 여기 있는데 대체 누구랑?”

 

  돌아오자마자 찾은 비비안의 행방은 ‘없다’였다. 한나가 이 소식을 전해줬다. 에밀리가 황당해서 되물었고, 녹스는 옆에서 안색이 굳어졌다. 그런 두 사람에게 한나는 불안한 듯 다리를 달달 떨면서 이어 말했다.

 

  “크리스토퍼 백작님이랑 나갔어. 한참 전에.”

 

  에밀리와 녹스의 표정이 서로 상반되게 변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져 경악하는 에밀리와, 경호원 대체인력을 대동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녹스. 처음으로 에밀리가 녹스보다 먼저 이마를 짚었다.

 

  “이건 정말 안 돼요….”

  “왜 그… 럽니까?”

 

  녹스가 한나를 의식하고 말을 높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밀리는 절망스럽게 중얼거렸다.

 

  “팔푼이 후보로 백작님은 안 된단 말이에요.”

 

  녹스는 에밀리의 말뜻을 이해해보려 애썼다. 일단 비비안은 본인이 그렇게나 강조하는 ‘가출의 목표’를 위해 데이트라도 하러 갔을 확률이 높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크리스토퍼 백작은 비비안이 원하는 조건 대부분을 충족시키는 꽤 적당한 후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가 이토록 강력하게 안 된다는 건…

 

  ‘좋아하나? …백작을?’

 

  꽤 그럴 듯한 헛다리였다. 문제는 녹스가 이미 그런 고마운 오해를 해줬다는 사실을 에밀리가 모른다는 것.

 

  “녹스, 잘 들어요. 백작님은…”

 

  그녀는 녹스와 비비안을 단념시키기 위해 자신이 아는 가장 강력한 수를 두기로 했다.

 

  “…아파요.”

  “곧 죽습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그럼 아가씨는 더 잘됐다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오래오래 살 거예요.”

  “음…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근데 신체적인 기능 하나가 떨어진단 말이에요.”

 

  녹스는 크리스토퍼 백작의 외양을 떠올렸다. 안색은 파리해도 사지는 멀쩡해 보였는데. 에밀리는 그런 녹스의 옷깃을 단단히 잡아 끌어당겼다. 한나에겐 안 들릴 목소리로 그녀는 은밀히 속삭였다.

 

  “진짜 중요한 기능이요.”

  “…….”

  “모르겠다면 떠올려 봐요. 항상 우수에 찬 우리 백작님 눈빛… 뭔가를 잃은 남자의, 그런…”

  “…….”

  “같은 남자로서 느껴지는 게 있지 않나요?”

  “…!”

 

  녹스의 입이 깨달음으로 살짝 벌어지자 에밀리는 확인사살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저택 안에서 하녀가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하는 거죠. 다만 이번엔 급한 상황이니까….”

 

  남을 속일 때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을 하는 에밀리였기에, 녹스는 그녀의 말을 믿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백작의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귀 끝이 빨개진 채 녹스는 들은 말을 되짚느라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에밀리가 말을 보탰다.

 

  “혹시 물정 모르는 아가씨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죠?”

  “…….”

  “맞구나?”

  “아니…”

  “아니긴요. 방금 얼굴에 써있었는데.”

  “…….”

  “녹스, 맛있는 남잘 앞에 두고 플라토닉을 꿈꾸는 여자 따위는 없어요. 당연히 나와 아가씨를 포함해서.”

 

  단어 한끝 차이로 뭔가 엄한 발언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지만 녹스는 이미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침착하지 못했다. 그는 일단 너무 가까이 다가온 에밀리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느라 바빴고, 또 이런 종류의 대화에 내성이 강하지도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진지하게 끙끙대는 그의 반응에 에밀리는 자신이 꽤 괜찮은 방법을 골랐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쐐기를 박았다.

 

  “백작님은 제외하기로 약속해요. 모두의 슬기로운 성생활을 위해.”

 

  그렇게 또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졌다. 비비안에게 변변찮은 결혼상대를 찾아다주되, 남자로서 가장 변변찮은 크리스토퍼 백작은 제외할 것.

 

  큰일을 해낸 에밀리는 영문 모르는 한나를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네 애인의 명예를 팔아 목숨을 부지했단다’라는 속뜻을 읽지 못한 채 한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토퍼 백작과 비비안 공녀는 그로부터 반시간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이제는 자선 규모가 크게 줄었습니다. 과거에 주요 인사들이 드나들었던 클럽도 여러 모로 쇠락했고요.”

  “아까 돌아봤던 그곳 말인가요? 매각을 고민할 법 하네요. 그런데 전 부인께서는… 음.”

 

  진지하게 이어지던 대화는 마중 나온 하녀들이 가까이 다가서자 뚝 끊겼다. 그 내용을 누구와도 공유할 생각이 일절 없다는 듯이.

 

  한나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오늘 내내 두 사람 사이에 자선사업에 관한 사무적인 이야기만이 오갔음을 알지 못하는 그녀의 눈에 그들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비쳐 보였다.

 

  비비안의 외투를 받아들며 손에 힘을 꽉 쥐던 그녀는 크리스토퍼 백작이 보내는 눈인사를 끝내 무시해버렸다.

 

 ***

 

  같은 시각에 프라이스 남작은 막 귀가한 참이었다. 저택의 가장 바깥문에서부터 현관에 도달할 때까지 마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며 그는 지나치는 식솔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했다.

 

  “안녕, 엔델라.”

  “엔젤라예요, 주인님.”

  “조지아도.”

  “조슈아입니다만.”

 

  대체로 이런 식이었지만 다들 어쨌든 즐거워했다. 일반적으로 400명이 넘는 아랫것들의 이름을 이렇게나마 기억하고 불러주는 집주인은 드물었으므로. 쉽게쉽게 바뀌는 말단 하녀들의 이름까지도 그는 ㅡ한 글자 틀리게나마ㅡ 입에 담았다.

 

  “말리는 또 제인한테 혼나고 있는 거냐?”

  “제인이 아니라 준입니다. 어째서 말리 이름만 똑바로 기억하시나요?”

  “내 앞에서 스프를 세 번 엎었는데 아무렴 기억을 못할까.”

 

  지적당한 말리는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몰랐지만 프라이스 남작은 그리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는 아랫것들의 자잘한 실수에도 늘 관대했다. 에밀리에게 증명했던 것처럼. 하녀들은 그의 매혹적인 외모보다도 오히려 이런 점이 가장 귀족적인 면모라고 칭송했다.

 

  한마디로 프라이스 남작은 사랑받는 주인이었다.

 

  “다들 열심히 제 몫을 하고 있으니 보기 좋구나.”

 

  그가 자신의 고용인들을 사랑하는 만큼.

 

  이상적인 관계였다. 이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하녀들은 미모의 남작에게 연정을 품더라도 감히 표출하려 들진 않았다. 마치 암묵적인 룰처럼. 대신에 그녀들은 자신보단 신분적으로 남작의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한 여인을 입을 모아 부러워했다.

 

  “러빙 양은 복 받았네!”

 

  엘레나 러빙.

 

  국립 고아원 출신. 지금쯤 20대 초반. 그녀는 저택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는 남작의 피후견인이었다.

 

  제 영역 밖으로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그녀의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하녀도 있지만, 그녀라는 존재가 프라이스 남작의 총애를 받는다는 사실쯤은 대부분 알았다.

 

  남작의 은혜 덕분에 엘레나 러빙은 여자들이 받기 힘든 교육을 실컷 받았다.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가끔 가다 마주치는, 은빛 생머리가 아름다운 그녀를 보며, 하녀들은 그녀가 프라이스 남작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상상했고, 키다리 아저씨 같은 로맨스를 떠올렸다.

 

  “정말 완벽한 한 쌍이야.”

  “두 분, 분명히 서로 마음이 있으시겠지?”

  “당연하지. 난 봤는걸. 남작님이 러빙 양을 보는 눈빛을…”

  “어머! 얘 봐. 어땠는데?”

 

  대답을 주기 전에 다른 하녀들의 기대 어린 눈빛을 즐기며 단발머리 하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했지. 마치 뱀 같았어.”

 

 ***

 

  창 없는 방에 두 개의 인영이 서있었다.

 

  “네가 잘못한 게 뭔 줄은 아느냐?”

  “…….”

  “대답이 없군. 누가 네 혀를 자르기라도 했더냐?”

  “죄, 죄송…”

 

  짜악! 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어린 하녀가 비명도 못 지르고 뺨을 감싸 쥐었다. 저 멀리 문밖에서는 주인을 맞이하는 하녀들의 경쾌한 인사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질문에 대답을 하려무나. 앵무새처럼 죄송하다고만 지껄이지 말고.”

  “페, 페니 부인. 저는, 그러니까….”

 

  말문이 막힌 하녀로부터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자, 페니 부인의 손이 다시금 높게 쳐들렸다.

 

  “보, 보석함에 손을 댔습니다!”

  “…….”

  “고의는, 결코, 처음부터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접때 한 알을 잃어버렸는데 꾸짖지 않으시기에, 제가 감히, 은혜를 모르고….”

 

  하녀는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 죄를 고백했다. 페니 부인의 싸늘한 시선 아래서 그녀는 어떻게든 덜 흐느끼려고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주인님께서 네 실수를 수도 없이 봐주셨지?”

  “예, 예.”

  “네가 다른 곳에서 똑같은 짓을 저질렀어도 이 정도로 넘어갔을까? 너처럼 쓸모없는 계집을 두고 볼 일이 뭐 있다고.”

  “…….”

  “또 대답이 없구나.”

  “아뇨! 모두 주인님께서 자비로우신 덕분이란 걸, 아, 알…”

 

  하녀가 말끝을 흐리다 못해 벌벌 떨었다. 문간에 서있는 프라이스 남작과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조아리고, 페니 부인이 ‘오셨습니까.’ 하며 알은체 하는 사이, 프라이스 남작은 긴 다리를 뻗어 저벅저벅 하녀에게로 걸어왔다.

 

  “네가 로렌?”

 

  프라이스 남작은 그녀의 이름을 똑바로 기억했다. 대답 대신 잔떨림 섞인 끄덕임이 돌아오자 남작은 낮게 웃었다.

 

  “혼나니까 속상하지?”

 

  뜻밖의 다정한 질문에 로렌은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고개를 강하게 내저으며 그녀는 흐느낌으로 어깨를 떨었다. 프라이스 남작은 그녀를 한동안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흐느낌이 잦아들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로렌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프라이스 남작은 한 손으로 페이퍼 나이프의 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다 그쳤으면 이리 와볼까.”

 

  날선 칼과 느릿한 손짓.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으나, 로렌은 제 주인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페니 부인은 한 걸음 물러서서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로렌이 슬금슬금 다가서면서도 못내 주춤거리자 프라이스 남작은 그녀의 손목을 휙 잡아끌었다.

 

  “주, 주인님, 제가 잘못…”

  “그런 말 듣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냐, 로렌.”

 

  프라이스 남작이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말을 막았다.

 

  “죗값 이상으로 벌을 받을까봐, 주인으로서 염려되어 찾아왔지.”

 

  그리 말하며 프라이스 남작은 상냥하게 웃었다. 페니 부인은 저를 은근히 타박하는 말을 듣고도 미동조차 없었다.

 

  “내 용서가 없다면 넌 소개장도 못 받고 쫓겨나 생계를 잃을 테지. 난 그런 것 원치 않아. 그건 네 연약한 삶에 너무 치명적인 형벌이야….”

  “…….”

  “잘못한 만큼만 벌 받는 게 마땅하잖니. 나는 딱 그렇게만 하고 이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해.”

  “…네.”

  “그럼 볼까… 이 손으로 그 못된 짓을 벌였지?”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순식간이었다. 남작은 하녀의 손을 그었다. 제 손에 쥔 페이퍼 나이프로. 검붉은 피가 순식간에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로렌은 아까 뺨을 맞았을 때처럼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경악스런 꺽꺽거림이 목 언저리에서만 울렸다.

 

  프라이스 남작은 특유의 그 무심한 얼굴로 로렌의 손을 주물렀다. 그럴수록 당연하게도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 프라이스 남작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계속해서 손을 주무르다가, 그는 뒤돌아 장식장에서 평소에 쓰지도 않던 잔을 하나 꺼냈다.

 

  큰 충격으로 정신을 잃기 직전인 로렌은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칼로 그인 손바닥에서 피가 철철 흘렀고, 남작은 그것을 잔에 받고 있었다. 그러다 로렌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또 눈을 곱게 접었다.

 

  “그깟 실수 따위는 네 쓸모를 결정하지 않아.”

 

  이어 그는 덧붙였다. 잔에 입술을 댄 채.

 

  “저택을 떠나지 말렴. 정말로 쓸모없어지기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마지막까지 로렌은 알 수 없었다. 눈앞이 아득해졌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 말
 

 1)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챕터가 이번 편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로렌의 이름은 잊으셔도 됩니다.. 엑스트라입니다.

 2) 불규칙적인 연재 사과드립니다ㅠ.ㅠ 작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저번에 언급했듯이 제목은 꼭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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