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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4. 악당은 언제나 그림자 밑에 있다.
작성일 : 19-11-22 22:19     조회 : 79     추천 : 0     분량 : 8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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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집 -

 

 

 “약초 수량은........ 정확하네. 이제 2차전인가?”

 

 케일과 에노, 아멜은 배달 받은 약초상자들을 하나하나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 케일 방이랑 에노 방 사이이자, 1층에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서 옮기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양이 양인지라 갑작스런 중노동에 에노는 금방 지쳐버리고 말았다.

 

 “후아, 슬슬 배가 고픈데 먹을 걸 준비할게.”

 

 에노는 옮기던 상자를 마저 옮겨 놓고는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집에서 힘이 가장 약한 사람이자, 가장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에노였기 때문이었다.

 

 “난 딸기 쉐이크. 아멜은?”

 

 “음, 저는 저번에 마셨던 레몬 탄산수요!”

 

 “알았어요! 금방 만들어 올게요.”

 

 그는 부엌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접시에 담긴 모둠 과일들과, 순식간에 딸기와 레몬을 갈아서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항상 양은 정확하게 들어가는 신기한 마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설탕을 이만큼 넣고. 아, 설탕이 많이 들어가 버렸네. 탄산수를 더 넣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마법을 이용해서 정확히 정육면체를 이루는 얼음을 탄산수에 넣었다. 그러자 컵에서는 자작자작 시원한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어서 딸기의 과육이 깔끔하게 갈릴 때까지 딸기를 그릇에서 갈고, 우유와 설탕 섞어서.......

 

 “다 됐다!”

 

 그는 능숙하게 넓은 접시에 과일과 음료수를 놓고, 천천히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일을 거의 마친 둘이 잠시 소파에 앉아 쉬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상자는 대략 10개 정도 남은 듯싶었다. 그것도 가장 무거운 약초들로만.

 

 “그래도 아멜이 있어서 좋아. 내 동생은 매번 금방 지쳐버려서 말이지.”

 

 케일은 시원한 쉐이크를 받자마자 단숨에 들이켰다. 입에서 확 단맛이 느껴지는 것에 그녀는 행복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누나, 그래도 요리 잘하는 동생 둔 게 어디야? 평소에 나두면 다 태워 먹으면서.”

 

 “아니거든! 나 그래도 성에.... 아니 공국에 있었을 때, 요리 많이 해서 먹었거든!”

 

 언제나 티격태격 싸우는 남매. 아멜은 그저 웃으며 탄산수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약초 상자 정리하고 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아멜은 이제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고에 가서 책이나 읽을 까?’, 아님 ‘체력이나 더 단련할까?’....... 바로 그때, 케일이 그녀를 보며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너 오후에 나랑 같이 시간 좀 보내줄 수 있겠니?”

 

 “네? 뭐, 저야 상관없지만, 케일씨는 할 일이 있지 않나요?”

 

 “음, 그건 나중에 해도 돼서 말이지. 이제는 그때 그때 만들어야 효과가 있는 것들만 남았으니까. 거기다, 오히려 신선할수록 좋잖아.”

 

 케일은 천천히 다 마신 컵을 내려두었다. 어느새 과일접시도 텅 빈 채로 말이다. 케일은 웃으며 뭉친 팔을 풀어주었다.

 

 “자, 그럼 이거마저 정리하자고!”

 

 

 기운찬 케일의 말을 시작으로 마지막 상자들을 옮기는 세 사람. 마법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아멜의 질문에, 케일은 이런 힘쓰는 일에 마법을 쓰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마법이 뚝딱하고 써지면 좋겠지만, ‘대상을 들어 올리는 것’과 ‘대상을 옮기는 것’, 그리고 ‘대상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하거든.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래서 마력만 많이 잡아먹으니까 그냥 사람 힘으로 옮기는 거지.”

 

 “그럼 신체 강화를 하는 거는요?”

 

 “그것도 오래 유지하려고 하면 힘들어. 뭐, 나야 마력이 넘치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낭비하기 싫거든.”

 

 결국 마력도 자원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 물론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그런 것을 염두 해두고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그녀의 말로는 마력을 늘리는 훈련이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훈련 같은 것도 본 적이 없었기에 마법사들의 수준은 그녀가 살던 곳에서 한참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대신 검술이나 체술이 많이 발달 되어있는 것은, 아무래도 전쟁을 많이 겪다보니 생긴 것으로 보고 있었다. 거기다 몇몇 인간은 마법을 힘으로 격파하는 경지에 올랐으니, 케일도 그 점에서 많이 당황하기도 했었다.

 

 “진짜 이옌은 괴물이야. 내 마법을 오직 손에 있는 힘으로만 부쉈으니 말이야. 그녀의 오라를 뚫으려면, 적어도 수호자의 검이나 그녀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있어야 할 걸.”

 

 “그럼 이옌이라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음? 아마 내 기억으로는 도시연합을 떠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을 거야. 걔는 항상 한자리에 있는 걸 싫어했거든.”

 

 용병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서 인지, 아니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녀는 특이하게 어느 한곳에 2년 이상을 머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의 밑에는 하나 뿐인 딸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녀는 딸이 15세가 넘어가자, 독립할 것인지 같이 다닐 것인지 선택하라며 딸에게 말을 했고, 그 딸은 지금 도시연합의 호수도시에 정착해 있다고 했다.

 

 “우와, 자식을 두고 다닌다고요? 그런 부모가 어디 있어요?”

 

 “근데, 딸자식도 엄청나게 세서 말이지. 괜히 그 엄마의 그 딸이 아니라니까. 뭐, 너랑 비슷한 또래이니까,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럴 일이 있을까요?”

 

 “음, 글쎄.......... 앗! 하나 있겠다!”

 

 마침 좋은 생각이 난 그녀는 갑자기 서고로 뛰어갔다. 그러다니 종이 하나를 들고 나오며 말을 이었다.

 

 “마침 대륙 투사 대회라는 게 있거든? 너도 한번 참여 해볼래?”

 

 “투사 대회요?”

 

 아멜은 그녀가 준 종이를 받아들고 보기 시작했다. 대륙 투사 대회는 2년에 한 번, 대륙의 모든 검사들이 모여서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도시연합에서 도시들이 돌아가며 대회를 개최한다고 적혀있었다.

 

 검과 창, 활, 도끼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도 되고, 맨손으로 출전해도 된다는 것이 있지만, 대신 모두가 동등해야하기에, 대회장에서 주는 공용 연습용 무기들로 싸워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또 상대를 죽여도 된다는 무시무시한 조항이 있지만 여태껏 대회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것.

 

 “네 실력이면 아마 이옌이나 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겠네. 물론 그 아이도 만만치 않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물론 다음 대회는 내년에 있을 예정이니 내년에야 만나겠지만 말이다.

 

 

 상자 정리가 다 끝나고, 잠시 뒤뜰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연습용 검을 잡고 있었다. 케일이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대련이었다.

 

 “자, 한번 내 친구의 제자 실력을 한번 봐 볼까?”

 

 케일은 검을 낮게 잡으며 아멜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멜은 왜인지 모르게 예전과 같은 상황인 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넵. 한번 가보도록 할게요.”

 

 아멜은 검을 고쳐 잡고, 검을 빠르게 내질렀다. 하단과 중단을 3번 연속해서 교대로 찌르는 것을 케일은 움직이지 않고 모두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멜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확실히 그 녀석이랑 움직임이 비슷하네.”

 

 흘리면서와 들어오는 공격. 케일의 움직임은 초보자라고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격투술을 어느 정도 한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검을 잘 쓸 줄은 몰랐다. 아멜은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흘리며 반격해 오는 케일의 모습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검은 내질러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으로 꺾이며, 그녀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움직임. 하지만 케일은 그녀의 공격에 피식 웃으며,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빨리 움직이며 검을 피했다.

 

 “어이쿠!”

 

 마치 그 모습은 인간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허리를 틀면서 공중으로 날아든 그녀는 바로 검을 내질러 아멜의 이마를 노렸다.

 

 “합!”

 

 이마로 들어오는 검을, 예상치 못하게 검집을 들어서 쳐낸 그녀는 다음 수를 이어가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섰다. 검집을 이용한다는 생각을 못한 케일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왓, 이건 몰랐는데?”

 

 “제 나름의 연구죠 뭐.”

 

 아멜은 검집과 검을 교차해가며 케일을 공략해 나갔다. 마치 두 개의 검 같아 보이면서도, 작은 방패처럼 운용하는 그녀의 기술에 케일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케일은 하는 수 없이 팔찌를 살짝 돌렸다.

 

 “응? 고양이 귀? 어랏!”

 

 아멜은 그녀의 머리에 난 고양이를 보며 당황하는 사이에, 케일은 아까의 속도보다 두 배의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인간의 시력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여서 에노의 눈에는 그녀들의 잔상만이 비춰질 뿐이었다.

 

 “우왓! 흐음!”

 

 “핫! 하압!”

 

 두 개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만이 보이고, 그녀들은 뒤뜰에서 격렬하게 움직여댔었다. 순식간에 뒤뜰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에노는 미리 마법을 걸어놔서 밖이나 집에 피해가 안 가도록 조치를 취해놓았기에 다른 곳들은 멀쩡했다.

 

 

 1시간이 넘게 검을 맞대면서 생각 외로 지치지 않는 아멜과 달리 케일은 살짝 숨을 고르고 있었다. 뭐, 그래도 검을 계속해서 맞대고 있었으니, 아멜 역시 다리와 팔이 조금 저려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무 격렬했던 탓인가, 검들 역시 날이 무뎌져 버리다 못해 깨져버리고 말았다.

 

 “흐음. 정말이지. 녀석이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 냈는데?”

 

 케일이 들고 있던 검이 툭하며 부러져 땅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다시 팔찌를 돌리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케일은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확하게 무기를 깨부수다니. 그것도 마력으로 강화시킨 검인데 말이야.”

 

 “마력으로 강화 시킨 검이라고요? 그래서 왜인지 둔기랑 싸우는 느낌이 들었었구나.”

 

 그녀가 검을 맞대고 있을 때, 마치 폴암이나 도끼가 내리찍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 충격을 흘려서 보내기는 했지만, 누적된 힘이 팔과 다리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어떻게 정확히 마력 심만 골라서 때린 거지?”

 

 “마력 심이요? 그건 뭔가요?”

 

 “음, 마력의 흐름을 이어주는 장치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나가 흐르기 시작하는 시작점? 뭐, 어쨌든 그걸 파괴하면 마법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지만.”

 

 그녀는 정확히 검에 다섯 개의 마법을 걸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멜은 그 다섯 개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계속해서 두들겼고, 그 결과 마법이 모두 파괴되어 검이 부러져 버린 것이었다.

 

 “뭐, 예상은 하긴 했지만. 마법을 못 쓰니 이걸 가르친 건가?”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아멜이 이쪽 세계로 넘어갈 것을 대비해, 마법을 부수는 검술을 가르친 아델의 얼굴이 떠오른 그녀였다. 그녀를 향해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케일과 아멜이 검을 막 내려뒀을 때, 에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작은 지팡이를 들면서 말을 했다.

 

 “자자, 그럼 화단 정리해야하니까. 두 분은 씻으러 가시죠?”

 

 그러고 보니 그녀들의 연습대련으로, 뒤뜰의 화단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잡초만 무성했던 곳이긴 했지만, 흙이 파인 곳과 이곳저곳 흩어진 풀뿌리와 돌들이, 마치 태풍이 몰아친 것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들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땀과 흙에 얼룩진 옷들과 먼지를 듬뿍 뒤집어쓴 머리카락, 시커멓게 칠해진 얼굴에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하하하하. 아멜! 같이 씻자!”

 

 “네! 그러죠.”

 

 케일과 아멜이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에노는 작은 지팡이를 땅에 두 번 두들긴 뒤, 작은 시계를 던졌다. 그러자 뒤뜰은 마치 그녀들이 싸우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로하니아 지하수로 어딘가? -

 

 

 칙칙한 어둠. 가끔씩 쥐와 도마뱀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 왜에는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수로 끝에도 항상 비밀스러운 공간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검은 로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공간. 특이하게도 책상과 의자, 가끔씩 채워두는 것 같은 식료품 선반이 있었고, 그들은 그 냄새나는 곳에서 느긋하게 과자를 먹고 있었다.

 

 “하아. 이곳은 언제 들어와도 끔찍한 곳이야. 왜 이런데 지부를 만든 거지?”

 

 앉아 있는 다른 검은 로브들과 달리,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앳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검은 로브 중 머리가 삐죽 나온 남자가 툴툴 거리며 말을 했다.

 

 “뭐? 불만 있으면 나가든가. 내 집을 빌려 쓰는 녀석들이 불만은 참 많단 말이야?”

 

 키 큰 로브의 남자는 멀뚱멀뚱 계속 과자만 씹고 있었다. 그 사이에 가면을 쓴 남자가 웃으며 말을 했다.

 

 “킥킥. 뭐, 솔직히 그녀의 말이 틀린 게 아니잖아. 지상으로 집을 올리자고. 냄새나는 하수도 말고.”

 

 “야! 그럼 너 지금까지 먹은 과자 다 뱉으라고! 털리고 왔으면서 말은 많아. 참.”

 

 “싫어! 맛있는 걸 어떻게 뱉으라고!”

 

 “다들 그만들 싸워. 공주님 투덜거린다.”

 

 키 큰 로브의 남자가 모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얀 로브의 여자는 뒤에서 쿡쿡 웃고만 있었다.

 

 “알았다 알았어. 그 놈의 ‘백색마녀’님이니까 말이야. 안 그래? 플로토르?”

 

 “놈이 아니라 년 아니고 킥킥킥.”

 

 “스트리커, 네 입을 찢기 전에 그만 웃어줬으면 하는데?”

 

 “해봐! 아모가니움. 너는 항상 말 밖에 할 줄 모르잖아?”

 

 둘은 서로를 노려보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열이 받은 키 큰 로브의 남자가 탁자를 세게 팔로 쳤다.

 

 “그만! 그만 하라고 했잖아! 이 떨거지들아!”

 

 그냥 일반 탁자도 아니고, 돌로 만들어진 탁자가 그의 내리침에 한 번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의 눈에서는 불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보였다.

 

 “알았습니다. 알았어. 플로토르, 것보다 이 멍청이가 한 얘기 믿을 거야?”

 

 한발 물러선 스트리커는 아모가니움을 가리키며 말을 했었다. 그러자 플로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물론. 우리의 이 완벽한 계획을 망가뜨릴 정도의 실력자들은 대륙에 딱 셋뿐이지. 근데, 중간에 또 희한한 변수가 하나 생겼단 말이지.”

 

 그는 소매에서 초상화 하나를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하얀 정장을 입고 있는 푸른 머리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왜, 공국의 푸른 공작이 여기 있는 거냔 말이다! 아모가니움. 진짜 푸른 공작이었나?”

 

 “푸른 공작이었어. 망할 푸른 마녀가 여기 있다고.”

 

 “오호, 내 정보망에 없었는데? 이거 참 난감하군.”

 

 스트리커는 짜증을 내며 과자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 과자를 백색 로브의 여자가 뺏어들며 말을 했다.

 

 “하하하. 언니 정보망이 당신 정보망보다 크니까 당연하지. 오히려 우리가 추적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럼 태평하게 있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 쥐새끼를 죽여 놨어. 아무가니움, 화내지는 말아줘.”

 

 그녀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사람 시체들을 꺼내들었다. 꽁꽁 얼어붙은 시체는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남자들의 모습에 아무가니움은 말없이 그걸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 이것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우리 사랑스러운 아무가니움의 부하들 아니야?”

 

 스트리커는 그 얼음덩어리를 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플로토르는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호오, 고차원 술식이 적용된 마법인가. 우리 위치도 노출 되었을 것 같은데?”

 

 “어차피 이 지부는 당분간 폐쇄할거니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 과자는 오늘로 마지막인거야? 여기 과자 되게 맛있던데.”

 

 “스트리커, 너는 좀 닥치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잇! 알겠습니다. 빅파프!”

 

 회의가 끝나고 스트리커는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었다. 아무가니움은 말없이 시체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그걸 보는 플로토르는 잠시 여자와 단둘이 수로를 걷기로 했다.

 

 “이봐, 백색마녀. 근데 그 푸른 공작이 네 언니라고?”

 

 “음, 정확히는 사촌 언니지.”

 

 “그거나, 그거나 잖아. 어쨌든 그런 너를 왜 내가 신뢰해야 하는 거지?”

 

 “글쎄다? 너희들 왕한테 물어보렴. 난 너희들 왕이랑 계약을 맺은 사람이니까 그 녀석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플로토르는 처음 그녀를 만났었을 때가 떠올랐다. 어린 여자아이가 다짜고짜 와서는 자신이 상위 12계급 간부라고 얘기하는 것에 깜짝 놀랐었다. 자신은 교단에 10년이나 몸을 받쳐서 겨우 12계급에 들어왔었는데, 무슨 갑자기 나타나서 12계급의 서열 5위라니.

 

 서열이 힘에 의존하기 때문에 차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왜 그분이 그녀를 받아줬었는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대우와 그녀의 대우를 다르게 해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게 짜증이 났었다.

 

 “나는 너보다 서열이 낮기는 하지만, 허튼 수작을 부리면 가만히 안 둘 거야.”

 

 “그러시든가. 근데, 그럴 각오는 되어 있는 거지?”

 

 갑자기 그녀 주변에서 거대한 살기와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백색 눈이 하얗게 빛나며, 수로의 벽면을 얼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지금은 그렇지 않겠다는 거고. 내 임무가 배신자 처벌인 건 알고 있잖아?”

 

 보통 사람이면 5분이면 얼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는 태연하게 서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도 그냥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었다. 그의 능력인 재생과 부분 석화를 뚫고, 한기가 몸속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으니.

 

 ‘세포 하나하나 잘려 나가는 게 복구되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건가?’

 

 “흥! 재미없어.”

 

 그녀의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얼어붙었던 벽면이 다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흥미를 잃었는지, 아니면 수로의 냄새가 고약해서 인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 이제 그만 나갈게. 그리고 너희들, 내 모습이 이렇다고 나이가 어린 건 아니거든? 너희들의 왕들과 꽤나 알고 지내던 사이니까.”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만 흔든 채로 천천히 지하수로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녀의 등 뒤를 그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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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4. 악당은 언제나 그림자 밑에 있다. 2019 / 11 / 22 80 0 8533   
25 23. 소란스러운 방문객 2019 / 11 / 21 66 0 8335   
24 22. 저주받은 자들 2019 / 11 / 15 75 0 8584   
23 21. 아멜과 에노 2019 / 11 / 14 77 0 8685   
22 20. 마법사와 마술사 2019 / 11 / 8 73 0 9378   
21 19. 스토커 2019 / 11 / 7 73 0 8057   
20 18. 세 사람의 휴일 2019 / 11 / 1 75 0 8012   
19 17. 마법사와 수호자들 2019 / 10 / 31 72 0 7784   
18 12.5(막간) - 만남, 그날 이후의 일들 2019 / 10 / 31 70 0 4312   
17 16. 오랜 친구 2019 / 10 / 25 80 0 8214   
16 15. 새 식구입니다. 잘 부탁해요. 2019 / 10 / 24 81 0 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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