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퇴원하는 유진
유진이 퇴원을 하는 날이었다. 유진이 부모님은 유진이와 함께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희연이가 노크를 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왔니?”
강 여사가 반가워 하며 말했다.
희연은 유진이 부모님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우리 부모님하고 나연이는 일이 있어서 못 왔어. 미안해.”
“이 녀석이 뭐 대단한 인간이라고 너희 가족이 다 오냐? 너만 오면 됐지.”
박 회장이 말했다.
퇴원준비를 다 마친 후 네 사람은 병실을 나왔다.
“아버님, 차 가지고 오셨어요?”
“아니.”
“그럼 제 차 타고 가세요. 저 차 가져 왔으니까.”
“차 가져 왔어?”
“예. 지하 주차장에 세워 뒀어요.”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 곳에는 검은색 그랜저인 희연이의 차가 있었다. 유진이 부모님은 뒷좌석에 앉았고, 유진은 조수석에, 희연은 운전석에 앉았다. 희연이 차를 운전하며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희연아, 고맙다.”
박 회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예?”
“너 때문에 이 녀석이 살았어.”
“아버님도. 전 한 거 아무 것도 없어요.”
“니가 한 게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강 여사가 남편의 말에 동조를 했다.
“너 아니었으면 이 녀석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려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 나서 입원해 있을 때도 니가 옆에서 계속 간호해 주었잖니? 이 녀석이 너한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나한테 다 말하렴. 내가 가만 안 놔 둘테니까.”
“어머님도. 유진이가 저한테 잘못을 하다뇨? 저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요.”
“넌 정말 희연이한테 잘 해야 돼. 알았어, 이 녀석아.”
강 여사는 핀잔을 주듯 말했다.
“네. 잘 해 줘야죠.”
유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희연은 유진이의 집 앞에 도착했다.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정부인 소민이 이미 강 여사한테 연락을 받아서 점심상을 차려 놓은 후였다. 네 사람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은 여러 가지 음식들로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네 사람은 테이블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너 좋아하는 걸로 하라고 했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구나.”
강 여사는 희연을 보며 말했다.
“어머님도. 제가 퇴원했나요. 유진이가 퇴원했지.”
“너한테 고마워서 그러는 거야. 먹자.”
“예.”
희연은 금십자가 목걸이를 손에 쥐고 기도를 했다. 박 회장과 강 여사도 기도를 한 후 수저를 들었다. 기도를 하지 않은 사람은 유진이 뿐이었다. 박 회장은 그런 유진이를 조금 못 마땅한 눈으로 보았으나 뭐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식사를 다 마친 후 희연은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좀 더 있다 가지 그러냐?”
강 여사가 아쉬운 듯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님. 점심 정말 맛있어요. 저, 그럼 들어갈게요.”
희연은 유진이 부모님한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