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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4회 - 이상한 면접
작성일 : 19-11-05 15:55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3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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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면접 ]

 

 

 오늘따라 아이 라인이 잘 그려지지 않고 애를 먹이고 있었다.

 

 화장은 어쩌면 위장스킬이다......

 

 십수년된 낡은 A P T 도 외벽에 도색만 새로하고 나면

 신축빌딩으로 변신하듯이,

 여자에게 있어 화장은 또하나의 자신감과 생명을 불어넣는

 심오하고도 거룩한(?) 작업이랄 수 있지만

 아침마다 이렇게 새로 화장을 하고 또 틈틈이 화장을 고치고

 밤에 자기 전에는 다시 지워야만 하는 피곤한 작업들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영은 펜슬을 고쳐잡고서 다시 한번 거울을 응시해보았다.

 평소에 자신의 눈이 좀 작은게 무슨 컴플렉스처럼 마음에 걸려서

 메이크업을 할때면 언제나 아이섀도우와 아이라인쪽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는데

 지금 끝마무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넌 그 샛별같은 눈망울이 젤 섹시해.'

 

 칭찬인지 동정인지 모를 말마디를 던지던 수범의 환한 얼굴이

 화장 거울속으로 겹쳐지자 지영은 씨익 눈웃음을 지으며

 오늘따라 자신의 신경이 좀 날카로와져 있음을 인정했다.

 

 면접이 있어서 그런가.. 아님 그 날 땜에?

 

 하필 생리 기간에 입사 면접이 잡히는 바람에 지영은

 일말의 긴장 비슷한 감정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간만에 생긴 일자리의 찬스를 포기할수도 없는것이고...

 

  "뻑꾹 뻑꾹..."

 

 거울 위에 어슬프게 걸려있는 갈색 뻐꾸기 시계가

 벌써 아홉시를 울리고 있었다.

 

 10시에 제품세미나, 1시에는 창신동 이모집에 화장품 전달,

 2시30분 면접......

 6시 고등학교 계모임, 8시에는 센터에서 다시 정규세미나

 하루 일정이 좀 빡빡한 날이다. 좀 더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항상 월요일이면 시간의 압박을 더 많이 느끼곤 했는데

 오늘은 면접까지 겹치다보니

 급한 마음만 겹쳐져서 초조감까지 느껴져 왔다.

 

 마지막으로 다시 그려본 라인이 썩 마음에 와 닫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지체할수는 없는 것이다.

 

 ***

 

  "그럼 다음으로 이 제품의 비밀 - 그 숨겨진 특징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짙은 베이지색 정장에 화려한 메이크업을 차림한 젊은 여강사가

 9시 뉴스에나 나오는여자 아나운서 뺨칠 정도의 또박또박한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끌어가자, 스물댓명 남짓 의자에

 따분히 앉아있던 회원들 - 거의가 여성회원들인 청중들의

 시선에 자못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영이 알기로도 저 강사는 결혼도 했고 애까지 둘 낳아서

 기르고 있는 서른 한살의 명한 아줌마인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산 화장품의 특수효과 덕분인지

 아니면 그녀 나름대로의 피부미용비법이라도 있는 것인지,

 지영과 같은 또래의 어린나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싱싱한 기운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나름대로 성공한 여성사업가라 할까

 세련된 캐리어 우먼의 세련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지라

 화장품 분야 교육은 저 여자가 거의 도맡아서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만 흠이라고 할 수 있다면

 

 좀 새침떼기틱한 약간의 거만함이 엿보이는 점이 언제나

 지영의 눈에 걸리곤 해서

 그녀는 저 여자를 별로 우호적으로 상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지영의 현재 심리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혜림' 이라는 여강사는 잠시 지영쪽을 뜯어보듯

 시선을 고정시키는가 하더니,

 이번에 새로 출시된 화장품에 대해서 열변을 풀어대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제품강의는

 초보 사업자를 위한 기존 제품교육 + 신제품 안내라는

 커리큘럼으로 매번 진행되다보니

 지영처럼 이런 사업에 뛰어든지 6 개월 이상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식상함마저 느껴지리 만치 지루하고 피곤함 그 자체였다.

 게다가 월요일 아침이라는 시간적 스트레스마저 겹쳐지니......

 

 이 회사에서 직접 생산하는 제품에서 O E M 방식으로

 위탁 출시하는 제품까지 해서

 모두 300 여가지에 달하는 item 들은 이미 그동안의 반복되는

 교육들을 통해

 이제는 꿈속에서도 달달 외울 수 있으리만치

 특징,가격, 주의 사항 등의 항목들이 머리속에 세세히

 각인되어 있었다.

 

 '한맥 유통' - 지금 지영이 몸담고 있는 이 회사는 애당초

 정수기 회사로 시작했다가

 다단계방식의 유통회사로 전환한지가 불과 4 년째인데도

 매년 매출액 300 % 성장이라는 기적 같은 실적을 보이면서

 업계 1,2 위를 다투리만치 눈부시게 성장해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들 다단계, 피라미드하고 경시하듯이

 불러대고 있지만

 다가오는 디지탈 시대의 '네트워크 마케팅' 이라는

 새로운 유통 흐름이라고 교육받아 왔었다.

 

 그러한 다단계 회사안에서 지영은 아직은 초보딱지조차

 채 떼지도 못하고 있는 어슬픈 여성 사업가인것이다.

 

 잠시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려보았다.

 물론 창문에는 하얀 창호지가 덮여 있어서 밖의 경치를

 호사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몇달전 이 자리에 초등학교 단짝 친구인 성민의 언니를

 처음 따라 온게 이 사업에 몸 담게된 인연이 되었다.

 

 다단계회사라는 말에 몇 번이나 거절을 하고

 그 언니의 전화조차 피해보기도 했지만,

 어린시절부터 성민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친언니처럼 따라 왔었던지라 미안함과

 한편으로는 그 언니에 대한 신뢰감에 이끌려

 어색한 발걸음을 처음 디뎠던게

 올해 2 월... 설 연휴 직후였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러 온 것이다.

 

 1 : 1 대인 방문 판매 실적은 그럭저럭 나아지고 있었으나

 이런 분야 마케팅의 특징상 자신과 함께 사업할 파트너를

 구해서 독립된 사업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당초 생각과는 달리 그게 쉽지가 않은 것이었다.

 

 어슬픈 기대는 우리들을 언제나 매몰차게 배신하고 비웃는다.

 

 하긴 이 사업이 마음먹은 만큼 잘 풀려나간다면

 성격급한 한민족의 특성상 벌써 열병처럼 삽시간에

 불붙듯이 번졌을것이고

 뒤늦게 뛰어든 자신과 같은 후발주자들이 발디딜 수 있는 틈도

 없었을 지 모른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에 라인 업된 '클라쎄' 제품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세계유수의 최고급 화장품임을 소비자들에게 특히

  강조를 해야할 것입니다"

 

 강사는 좀 가라앉은 분위기를 애써 돋우어 보려고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로 지시하듯이

 강의를 풀어가고 있었다.

 

 한맥유통 최고 C E O 의 집요한 노력 때문인지

 이번 '클라쎄' 와의 매칭은 실로

 대박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브로드웨이, 파리 등지에서

 수위를 다투며 서구쪽 젊은 여성들을 주요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클라쎄' 화장품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던 유명한 브랜드였던 것이다.

 

 칠판에 적힌 깨알같은 내용들을 거의 기계적으로 노트하고

 있던 지영은 잠시 펜놀림을 멈추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배가 아파오고 있었다......

 

 평소 멘스에 대한 반응도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닌 그녀였지만,

 오늘같이 중요한 스케쥴을

 앞에 두고 있는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져서 생리통 수준의

 아픔까지 곧잘 느끼곤 했었다.

 

 한달 수습기간만 거치고 나면 매달 급여가 250만원...

 식사는 물론 별도로 회사에서 제공되고

 상여금까지 해서 연봉으로 계산하면 3000 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4대보험은 순급여와 별도로 회사에서 전부 부담을 해주고

 그것도 I T 업체에서 ....

 

 지영은 핸드폰을 살그머니 열어서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11시 42 분.....

 

 강의가 다 끝나갈 시간이지만, 오늘 따라서 유난히도 지루함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면서

 지영은 그만 피식 웃음을 띄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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