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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2회 - 남자
작성일 : 19-11-05 14:45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3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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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자 ]

 

 

 악몽을 꾼 듯 머리가 좀 무거웠다.

 

 이마를 툭툭 두드리며 덮고있던 이불을 들척이자

 매케한 냄새들이 콧속을 파고 들었다.

 

 마치도 변두리 골목 싸구려 여인숙의 골방 같은

 이상한 이 냄새...

 몇 년동안이나 이 방 안에서 살아왔건만

 수범은 아직까지도 이 기분나쁜 냄새에 적응이 되지 않고 있었다.

 

 후각이 예민해서 그런가...

 

 수범은 조금 독톡한 특기 같은것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동물에 가까운 후각 능력....

 

 상대방의 체취를 쉽게 탐색하고 또 기억하여서

 조금만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이 점심 메뉴로 갈비탕을 먹었는지,

 매운 맛 나는 된장찌게를 먹었는지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런 특기를 살려서 진출할만한 곳이 없었다.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살인적인 불황경기 속에서는

 4 년제 대학 졸업장도 몇 개씩이나 되는 국가기술자격증들도

 모두 쓰레기 같은 존재일 뿐이었던 것이다.

 

 "수범아 , 아직 자냐? 어여 일어나 ! 짐 시간이 몇신지나 알어?"

 

 칠순이 가까와오는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리나 싶더니 방문이 삐죽 열렸다.

 

  "아고, 무슨 젊은 놈이 맨날 잠 뿐이냐? 밤새도록 잠안자고

 그러더니 허구한날 해가 중천을 넘어서야 일어나니.

 그것도 깨베야 일어나구, 어여 일어나 밥 먹어..."

 

 수범은 일부러 눈을 감았다.

 

 미안함...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집......

 아파트 경비를 하는 아버지 혼자 벌이로서는 3 남매의 막내인

 자기까지 대학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늦둥이처럼 얻은 아들이라 그런지 엄마의 사랑은

 남다르게 깊었었고

 아버지와 몇날 며칠을 싸우다시피 하더니

 결국에는 대학입학까지 시켜주신...

 말로 이루 다 할 수 없이 고맙기만한 엄마였다.

 

 일일 파출부에 가위 만들기 , 양산 살 꿰기 ...

 셀 수도 없이 많은 부업들을

 이것저것하면서 자식들의 비싼 교육비를 맞추면서

 살아오신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수범의 처지는 너무나 황량했다.

 

 졸업만 하면 일확천금을 벌어드리겠다고,

 두 번 다시 울 엄마를 저렇게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맘속으로 수도 없이 다짐을 해왔건만,

 막상 현실과 부닥치자

 이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캠퍼스 안의 순결한 이상도, 드라마에 흔히 보이는

 화려한 야망 같은 것들도

 집 대문 앞을 나서면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현실은 정말 비정한 현실 그 자체였다.

 삼류 대학 경제학과 출신인 그로서는

 대기업이나 국영기업체 공채에 몇번이나 응시했다 탈락하고,

 졸업한지 3 달만에 겨우 구했던 중소기업체 일자리도

 반년이 채 안되서 그만두고 나와버렸던 것이다.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에서는 내근직원에게도 영업활동을 강요했었고,

 수범은 회식자리에서 그 문제로 부장과 한 판 말싸움을

 붙고나서는 그 다음날로 사표를 던져버렸던 것이다.

 

 물론 다음에 무얼 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수범은 어느정도의 자신감과 패기,

 그리고 한여름 소나기 같이 시원스런 용기같은

 사치스런 감정들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택배회사, 겜방 알바, 중국집배달원,

 패스트푸드... 그런 잡다한 임시직들을 두루두루

 섭렵하다보니 어느새 1 년이라는 시간이 훌딱 지나가 버렸던

 것이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맘먹고 준비해볼까 하다가,

 작년 고교 망년회 술자리에서 같은 반에서 1등을 놓치지않던

 그 수재가 9 급시험에 2 번 연속으로 낙방했다는

 얘기를 듣는순간, 원래부터 공부에 취미가 없었던 수범으로서는

 팔자에 없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꿈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머리에 칠한 샴푸를 헹구려고 더운 물을 틀었지만 계속해서

 찬물만 나오고 있었다.

 

 "엄마. 보일러 또 고장 났어? 찬물만 자꾸 나오는데,

 어떻게 좀 해봐.."

 "어이구 이 눔아. 일케 날씨가 좋은데 아직 더운물 타령이냐?

  지금이 춘삼월이여 춘삼월 !"

 

 물론 알고 있지 꽃피고 새 지저귀는 봄이라는걸,

 

 하지만 아직 마음속은 시베리아 얼음 벌판인것을....

 

 남자에게 있어 특히 대학물이라도 먹은 수범과 같은 남자에게

 있어서는 실직자라는 낙인이 비참한 그 자체일뿐이었다.

 

 어느새 폼새나는 새 정장상의에 대기업뺏지를 보란듯이

 달고 나타나서는 여유있게 이빨을 드러내는 친구들을 볼때면

 질투심 + 모멸감 + 좌절 같은 기분 나쁜 감정들이

 엉클어져서 수범의 힘없는 어깨위를 마구 짓눌러대는 것이다.

 

 스물 여덟살의 청춘이 그렇게 비참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서너권의 게임잡지와 스포츠신문들이 제멋대로 나뒹구는

 책상 한구석으로 철지난 로또복권 몇장이 시선속으로 파고들자

 오늘따라 짜증이 양 미간에 저절로 덮여왔다.

 

 옷장을 들춰서 노란색 점퍼를 꺼내입은 수범은 주방으로 나와서

 냉장고를 열어서 휙 둘러보고는 1000 ml 우유팩을 꺼내서는

 컵에도 따르지 않고 그대로 입에 대고 들이켰다.

 

 엄마는 거실에서 라디오를 켜놓고서 예전의 그 부업거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옷 집게를 맞추는 건데 1 포대를 맞추어야 2000 원인가 받는다는....

 그런 엄마의 궁상스런 옆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보노라니

 머리속이 더 아파오는 것 같아서

 수범은 서둘러 신발을 꺼내 신었다.

 

 식탁에 차린 밥을 먹고 가라는 엄마의 짜증 섞인 성화를

 못들은체 뒤로 하고는

 마치라도 동물 우리속을 빠져나오듯 종종 걸음으로

 대문밖을 나섰다.

 

 요즘들어 신경성인지 속이 좋지 않아서 식욕도

 많이 떨어졌지만, 우선에 실직자인 자기가 늙은 모친이

 차려주는 밥을 받아 먹는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불편했던 것이다.

 

  3 남매 중 맨 위에 누나는 오래전에 시집을 갔었고

 중간에 형은 포항에 내려가서 속셈학원인가

 뭔가 하고 있어서 엄마는 지금의 나이까지도

 직접 밥이랑 설겆이 빨래 같은 수고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수범은 할수만 있다면 맘 착한 색시를 얼른 만나서

 저렇게 고생만 하시는 엄마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었었다.

 

 얼마전에 그런 얘기를 불알친구인 정우에게 한 번 털어 놓았더니,

 

  - 임마 그러면 결혼을 하지말고

 

  차라리 파출부를 구해라 하고 -

 

 다소 궤변섞인 농담으로 핀잔을 주던 기억이 나서

 수범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떠올랐다.

 

  '........'

 

  3 월 하순이지만 꽃샘 추위 탓인지 아직도 좀 쌀쌀한 기운이

 거리를 휘감고 있었다.

 

 저만치 괴물처럼 흉물스럽게 버티고 서 있는 전주 옆에는

 쓰레기 봉지들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신호등의 불이 파란색으로 바뀌기 무섭게 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총총이 건너가자

 수범도 터벅걸음으로 신발을 껄다시피 횡단보도를 가로질러서는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지금 수범은 면접을 보러가는 것이다.

 재벌 기업같은 곳에 들어가기 위한 그런 거창스런 면접은

 아니다.

 

 종로 4가에 있는 PC 방에서 야간 알바를 구한다고해서

 찾아가는 중이었다.

 

 아무리 실직자라고는 하지만,

 자기 핸드폰비와 담배값 같은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 수범이 가지고 있는 어슬픈 지론같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담배도 끊어야 한다는..

 

 구내에 벨소리가 삐리리 울리나 싶더니 저 앞에서

 지하철 한대가 노란 헤드라이트를 번득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수범은 오른쪽 바지주머니안에서 지하철 티켓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풀어서는 주먹을 힘껏 쥐어 보았다.

 

 '그래 분명히 나한테도 좋은 날이 오고 말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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