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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심장이 가출했다
작가 : 미애202
작품등록일 : 2019.10.2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주로 날라온 한서준은 도착한 그날 미친여자 빙의도 서슴치 않는 똘끼 충만한 유하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지지않고 따박따박 대꾸하는 계집애가 자꾸 생각이 난다. 또 시건방 제대로 장착한 놈이 자꾸 시비를 걸어대는 통에 미워 죽겠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야구의 이응도 모르는 여자와 한평생 야구만 하며 살아온 야구선수가 제대로 붙었다!! (lollolaemi@naver.com)

 
견제구
작성일 : 19-10-29 09:5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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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잘 지냈어?!”

 

 잭슨의 갑작스런 행동에 눈이 커진 하을과 담장 앞에 서있던 서준의 눈이 마주쳤다. 하을을 꼭 안고 있는 잭슨의 뒤통수를 달갑지 않게 쳐다보던 서준은 좀체 둘이 떨어지지 않는 통에 잭슨의 옷자락에 달려있는 후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잡아 당겼다. 그럼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자 서준은 다시 한번 힘을 실어 당기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하을에게서 떨어진 잭슨은 이번엔 하을의 얼굴 앞에다 얼굴을 들이밀고 하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와, 이 얼굴 보고 싶어 죽을 뻔 했어.”

 

 네가 왜...?.....

 

 서준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잭슨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나두 보고 싶었어.”

 

 어쭈. 요것들 봐라.

 

 하을은 못마땅한 얼굴로 서있는 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애써 그 시선을 돌리며 다시 잭슨을 쳐다봤다.

 

 “어떻게 왔어?”

 “누나 보고 싶어서 왔지.”

 

 하을의 말에 잭슨은 앙탈부리듯 애교가득 실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이지. 누나 보고 싶어서 방학 시작하자말자 바로 날라 왔어.”

 “와....대박! 숙소는 어디야?”

 

 하을은 반가운 얼굴 끝에 궁금한 표정을 하고서 물었다.

 

 “숙소? 나 안 재워 줄 거야? 나 누나 집에서 잘 건데.”

 “뭐, 우리 집에서?”

 “그 표정은 뭐야? 나 안재워 줄거 아니지?”

 

 잭슨이 이 곳에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듯한 하을의 표정에 잭슨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당연히 재...”

 “우리 집에서 지내.”

 

 활짝 웃는 하을의 말을 자르며 홀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서준이 툭 내뱉었다. 화기애애하던 잭슨과 하을이 동시에 서준을 쳐다봤다.

 

 “얘, 수술해서 다리도 불편하고.”

 

 딴청을 피우는 서준의 말에 잭슨은 놀라며 하을의 다리를 내려 봤다.

 

 “그래, 누나 다리가 왜?”

 

 겉으론 멀쩡한 다리를 잭슨이 이리저리 살폈다.

 

 “사고가 나서 수술했어.”

 “어쩌다가?!”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여전히 하을의 다리를 이리 저리 살피며 잭슨은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서준은 그 모습이 영 탐탁치가 않았다.

 

 “이젠 괜찮아?”

 “응. 괜찮아. 그냥 우리집에서 지내.”

 

 내가 그 꼴은 또 못 보지.

 

 “그냥 내 집에서 지내.”

 

 옆에서 망신살 어깨에 한짐 싣고 떨어져 있던 서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형 집에서요?”

 “그래.”

 “아깐 집 앞까지 찾아 오냐며 투덜거려놓곤.”

 

 잭슨이 아쉬운 듯 오히려 제가 더 투덜거렸다.

 

 “난 누나 집에서 지내려고 왔는데.”

 

 다시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잭슨을 서준은 후드를 다시 잡아당겼다.

 

 “이리와.”

 “아 놔요. 누나랑 얘기 좀 하다가요.”

 “일단 짐부터 가져다 놓고. 따라와.”

 “하참! 누나! 바로 갈게. 기다려.”

 

 잭슨은 계속 투덜대며 서준에게 잡힌 채 뒷걸음질 쳤다.

 

 

 * * *

 

 

 “넌 유하을 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집안으로 들어온 서준은 뭣이 급했는지 다짜고짜 잭슨을 붙잡고는 물었다. 잭슨이 집안을 둘러볼 새도 없이.

 

 “그러는 형은 옆집 살면서 통성명도 하는 사이에요?”

 “나는 쟤랑 여러모로 얽힌 게 많아.”

 

 정색하며 묻는 잭슨의 시선을 외면하며 서준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 아~~형! 지훈이형이 코치로 있는 구단에 있죠!”

 “뭐? 지훈이 혀엉?”

 

 서준은 코치님을 나이도 한참어린 놈이 형이라고 부르는 통에 귀를 의심했다.

 

 “아이, 하을 누나 오빠 말이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성가시단 듯 잭슨이 덧붙였다.

 

 형....이라니.....나한텐 코치님이고 삼촌인데.

 

 “그. 그래.”

 “하긴 이 마을에 집도 세채밖에 없던데 서로 도움주고 살아야지. 나 여기 찾느라 식겁했잖아요.”

 

 발음도 어눌한 애의 입에서 식겁이라니. 내가 식겁하겠다.

 

 그래도 둘사이 궁금함은 알아야겠기에 서준은 벙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넌 쟤 어떻게 알아?”

 

 이미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서준이 마치 옆에 있는 듯 옆집을 향해 턱을 들어 가리켰다.

 

 “하을 누나가 미쿡서 있을 때 그때 절친 했죠. 나랑.”

 “미.쿡?”

 

 미쿡. 미쿡이라니. 쟤가 미국물 먹은 애였나.

 

 서준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잭슨으로부터 하을이 미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나, 미국 지훈이 형네서 1년 동안 있었잖아요.”

 “유코치님 와이프랑 하민이 하현이 사는 집에?”

 

 웬지 저 놈에게 묻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알건 알아야겠기에 서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제가 그 옆 집 살거든요! 하민이 하현이랑도 친하고!”

 

 서준의 물음에 잭슨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말했다.

 

 옆 집. 이 옆 집놈이.

 

 서준의 미간에 내천자가 그려지며 눈썹이 휘어졌다.

 

 이 자식한테 뭔가 지는 것 같이 영 찜찜한 기분은 뭐지?

 

 미간을 좁히고 있던 서준이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며칠 있다가 숙소 구해지는 데로 나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내보내야 맘이 편할 것 같았다.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왜 그렇게 쪼잔해요?

 “쪼잔?”

 

 유치도 아니고 쪼잔?

 

 잭슨의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쪼잔 이란 단어에 서준은 기가 막혀왔다.

 

 얘는 한국말을 누구한테 배운거야?

 

 “아까는 계속 재워줄듯이 얘기하더니.”

 “계속 재워준단 그런 말은 안 했다아!”

 “와, 진짜 쪼잔하네.”

 

 쪼잔. 들을 수록 기가 찼다. 저를 쪼잔하게 본다는 사실보다 저 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것에 기가 찼다.

 

 관심을 꺼버려야지.

 

 버터발음으로 투덜거리는 잭슨을 본 척 만 척하며 서준은 티브이의 전원을 켰다.

 

 “아니, 가난한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요?”

 “그르게. 가난한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까지 그 먼 길을 왔냐?”

 

 채널을 돌리며 서준은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며 말했다.

 

 “왜긴요. 누나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죠.”

 

 요 놈 봐라.

 

 서준은 채널을 돌리다 말고 잭슨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 빨리 구해서 나가.”

 

 서준의 얼굴은 표정이 없다 못해 살벌했다. 그러던지 말던지 잭슨은.

 

 “형! 여기 제주에 땅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숙소비도 만만치 않아요.”

 “그건 네 사정이고.”

 

 다시 티브이로 시선을 돌리며 서준이 툭 내뱉었다. 잭슨은 그제야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누나네요! 할 얘기가 우린 많거든요.”

 

 마치 약 올리듯 잭슨이 서준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한 시간 안에 안 오면 문 안 열어준다!”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소파등받이에 기대며 서준이 협박하듯 으름장을 놨다.

 

 “그럼 나야 좋지. 거기서 자고 와야겠네.”

 

 그 말이 등받이에 기대있던 서준의 귀에 거슬렸다. 서준이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잭슨이 몸을 움찔했다.

 

 “같이 가!”

 

 서준이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다른 한 손으로 티브이 전원을 껐다.

 

 “형은 왜요?”

 “나도 할 얘기가 많아.”

 

 

 * * *

 

 

 “너 그때 나한테 들켜가지고 막 얼굴 발개지고 그랬잖아.”

 

 하을의 집, 식탁 위엔 찌그러진 맥주 캔이 널려있었고 하을은 하얀 얼굴로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아 보이던지 서준이 못마땅한듯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봤다.

 

 “에이 또 누난 술만 마시면 그 얘기한다!”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잭슨은 귀욤 가득한 표정을 한 뒤 눈을 흘겼다. 옆에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는 서준은 입에 대지도 못하는 술 탓에 연신 물 잔만 들이키고 있었다.

 

 너무나도 친하고 다정해 보이는 둘 사이에서 소외 아닌 소외를 받는 기분이 그 뭐랄까......

 

 “이제 그만 마셔. 너 취했다!”

 

 보다 못한 서준은 쭉 봉하고 있던 입을 열었다.

 

 “에이. 형! 우리 하을 누나가 술이 얼마나 쎈데! 취하기는...”

 

 어눌한 한국말을 꼬부라진 혀로 겨우 말한 잭슨은 풀린 눈을 억지로 떴다.

 

 너말이야.....너......

 

 “그만 가자. 나중엔 업고 가야 될지도 모르니.”

 

 

 * * *

 

 

 베란다난간에 배를 기대고 마지막으로 한 모금 내뱉었다. 곧이어 몸을 숙인 하을은 베란다 바닥에 놓여 진 빈 병 안에 서투르게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고 난후 천천히 일어나 절뚝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너 담배 피냐?”

 

 담장끼리 붙어있는 바로 옆 서준의 집 불과 몇 미터 떨어진 2층 베란다에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서준의 목소리에 하을이 걸음을 멈추었다.

 

 “가끔이면 피지 마. 몸에 해로우니까.”

 

 나지막하지만 서준의 말은 단호했다. 그러자 하을은 눈을 희미하게 뜨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거 오지랖이다.”

 “뭐 어때? 넌데.”

 

 문을 열려던 하을은 서준의 말에 멈칫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자 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제 신경 쓰인다고 말했잖아.”

 “..........”

 “그 말 빈말 아니다.”

 

 서준이 말을 끝내자 잠시 동안의 침묵 끝에 하을이 입을 열었다.

 

 “넌.”

 

 하을이 뜸을 들이며 어두컴컴한 먼 산을 바라봤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있어?”

 “.....?.....”

 

 서준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건너편 베란다에 서있는 하을을 보았다.

 

 “난 있거든.”

 

 하을의 표정이 웬지 슬퍼보였다.

 

 “그런데 기억이 한번 씩 떠오를 때면 내가 내뱉은 연기와 함께 이상하게 사라지는 느낌이야.”

 “그건 네 바램이겠지. 그러니까 합리와하려고 괜히 피지마.”

 

 하을의 슬픈 표정을 보며 서준이 툭 내뱉었다. 대체 무슨일인지 몰라도 너무 슬퍼보였다. 그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그 기억이 떠올랐다는 거야?”

 “그만 들어갈게.”

 

 말없이 잠시 주춤하더니 하을은 짧은 말을 건네고 문쪽으로 걸어갔다. 서준은 잠자코 건너편에 하을을 쳐다봤다. 그렇게 하을이 문을 열려는데.

 

 "잠깐.“

 

 표정없이 돌아본 하을을 향해 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냐? 그 기억이란게.”

 “.........”

 “말해봐. 듣고 싶다.”

 

 먼 발치서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하을을 향해 서준은 무심한 듯 툭 내뱉었다. 그러자 하을의 한 쪽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곧바로 반대편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지자 하을은 냉큼 고개를 돌렸다.

 

 “그만 자자.”

 

 하을이 짧은 말을 끝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하을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준은 긴 숨을 들이쉬곤 밤하늘 유난히 빛나는 별을 올려다봤다.

 

 

 * * *

 

 잠시 뒤 집 안으로 들어온 서준은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왔다. 거실 한 쪽 소파엔 술에 취한 잭슨이 엎드려 있었다. 방에서 담요를 가지고 나온 서준은 잠들어 있는 잭슨의 등에 덮어 주곤 옆에 서서 한심스럽게 내려 봤다.

 

 “휴.”

 

 방 안으로 들어온 서준은 어두운 침대 위에 양 팔을 베고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고 누웠다. 집 안으로 사라진 하을의 마지막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한 쪽 눈에서 무심코 툭하고 흘러 내린 눈물도.

 

 밤새 뒤척이던 서준은 동이 틀 때쯤 그렇게 잠이 들었다.

 

 밝은 햇볕이 2층 방 한 가운데까지 스며들어와 있었다. 그레이 빛 블라인드가 창문을 반쯤 가리고 있었고 그 아래로 강렬한 빛이 들어와 있었다.

 

 그 햇살에 서준은 부신 눈을 겨우 떴다. 11시 ... 시간을 확인한 서준은 밤새 뒤척인 탓에 다시 잠이 몰려오자 그대로 눈을 감았다.

 

 잠시 뒤 서준은 문득 집안이 고요한 것을 깨닫고 다시 눈을 떴다. 정황상 어제 잭슨을 본 바로는 이렇게 조용히 있을 놈이 아니였다.

 

 아랫층으로 내려온 서준은 다시 한번 집안이 고요함을 느꼈다. 잭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숙소를 구해서 나간건가....

 

 그렇게 두리번 거리던 서준의 시야에 거실한켠에 놓인 28인치 캐리어가 들어왔다. 눈알을 굴리던 서준은 기지개를 하며 현관문을 열고 햇살 가득한 테라스로 나왔다.

 

 “형! 일어났어요?”

 

 소리난 곳을 따라 시선을 돌린 서준은 자신의 집안 마당이 아닌 하을의 집 마당에서 해맑게 웃는 잭슨을 발견했다. 순간 서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넌.... 왜 거기에 있냐?”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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