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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4. 거미(5)
작성일 : 19-10-11 17:36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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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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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아침이 될 때까지 새벽에 일어난 참극의 범인이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남은 새벽 내내 긴장된 상태로 있었던 탓인지, 록센 호텔 안에 있는 모두가 피곤해 보였다.

 

 "설마 이런 상태로 24시간 경계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신네 사람들을 더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은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에드먼드는 보다 적극적인 요구를 먼저 해왔다. 하지만 정작 라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 아직 내 동료들에게도 당신의 얘길 다 한 게 아니야. 아무래도 귀족을 끌어들이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할 사람도 있거든. 지금 당신에 대해 아는 건 기껏해야 잭과 베니 밖에?"

 "그래도 당신들 우두머리에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냐?"

 

  에드먼드의 말에 라나는 이상한 소릴 한다는 듯 쳐다봤다. 라나의 그 표정을 보고서, 에드먼드는 자신이 한 말이 어디가 틀렸는지 금방 눈치챘다.

 

 "나 말고 누구?"

 "그렇군. 당신이 자유혁명군의 리더였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이 도시 안에서 그녀만큼 군인이나 전사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에테르 사용자라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자를 수족처럼 부리니, 여태껏 그녀가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한 쪽이 이상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증원이 무리니까 그렇게 알아둬. 무엇보다 상대에 잘은 몰라도 평범한 적은 아니란 건 아니까, 불필요한 희생을 늘리고 싶지도 않아."

 "총알받이로 써먹는 건 톰의 부하로 족하다 이건가."

 "이 경우엔 칼날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런 얘길 대놓고 하면 안 되지, 에디."

 

  본인이 나무랄 입장이냐고 묻고 싶을 에드먼드였지만, 이제는 그녀의 언행에 일일이 트집을 잡기엔 너무 지쳐있었다.

 

 "아무튼 날 믿어.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그래 그것참 아주 믿음직스러워서 죽을 정도로 안심되네."

 

  에드먼드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는지, 별 이유 없이 방안을 빙글빙글 돌며 불만을 내뱉었다. 가뜩이나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에, 자꾸만 연이어서 그를 곤란하게 하는 일들만 벌어졌다. 이런 나날이 계속되다간 분명 그의 정신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라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어떤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하던 그의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었다. 한 눈에도 에드먼드가 정신적으로 많이 깎여있는 게 느껴졌다. 아직 그를 데려온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녀에게 있어서도 곤란한 문제였다.

  그녀의 계획에 있어 암호만이 아니라,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에드먼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목숨이 위협받는 것도 문제지만, 그가 정신적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케어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겨졌다.

 

 "어쨌거나 톰은 널 포함해서 고객들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거야. 어차피 여기서 머릿수 몇 개 더 들린다고 나아질 건 없어. 구체적으로 너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하고, 그 정체 모를 거미를 어떻게 상대할지를 생각해야지 않겠어?"

 "내 안전이라... 이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게 제일 안전한건지 어떨지 모르겠네."

 "생각해보면 앞에 일어난 사건들은 단순히 경고 메시지가 아니라, 겁을 줘서 이 호텔에서 네 발로 빠져나오게 만들기 위한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순 있어. 그렇다면 확실히 이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게 제일 안전할 거야. 장소를 이동하는 도중이 습격당하기 좋다는 건 이미 겪어 봤잖아?"

 "아아. 확실히 그랬지."

 

  라나의 숱한 경험에서도, 에드먼드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그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공격을 받는 입장에선 함부로 거점을 이동하는 것보단, 확실하게 진지를 구축하고 적의 습격에 대비하는 게 중요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대비를 해야 할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단 점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상대가 서두르는 걸 보면, 확실히 그 암호에는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게 분명해. 넌 일단 거미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말고, 암호 해독에 매진해줘."

 "그렇게 말해도 나에게 문서를 전부 준 건 아니잖아."

 "아직 내가 준 것도 다 끝나진 않았잖아? 일단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나머지 문서랑 앞으로의 네 거취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아무래도 적이 에드먼드의 위치를 알고 있고, 그를 죽일 작정이라면 이대로 록센 호텔에 계속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당장의 습격을 어찌 막아낸다 쳐도, 계속해서 공격해온다면 일단은 에드먼드가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라나는 시선의 돌려 방 한쪽 구석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베네딕트를 쳐다봤다. 어제 낮부터 계속 에드먼드의 곁을 지키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 그의 모습이 딱해 보였다.

 

 "그리고 베니! 구석에서 졸고 있지 말고, 넌 일단 들어가서 좀 쉬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베네딕트가 부스스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라나의 한 마디에 곧바로 눈을 뜨는 걸 보면, 피곤해 졸면서도 그렇게 깊이 잠들지도 못했나 싶었다.

 

 "괜찮겠어요?"

 "아마 거미는 밤이 되고 나서야 다시 올 확률이 높을 거야. 넌 그때까지 컨디션 회복이나 하고 있어. 일단 에디는 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을게."

 

  베네딕트는 약간 못마땅한 눈치였다. 라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밤사이 제대로 쉬지 못했으면서, 자기만 가서 쉬라는 말이 달갑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네딕트는 반항기인 아들도 아니었다. 결국 평소처럼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 페니한테는 엄마가 집에 못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네가 말 좀 잘 전해줘. 그럼 부탁할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정말이지 모자 사이 같다고 느껴졌다. 물론 둘의 외형 어디를 봐도 공통점도 없고, 두 사람의 나이를 생각해도 진짜 모자 사이라고 하기엔 힘들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렇게 반항하지 않는 자식도 보기 드물었다.

 

 "그럼 난 씻고 옷도 갈아입을 테니 당신도 좀 나가 있지?"

 

  그렇게 말하며 에드먼드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에 들어갔다. 라나는 문득 방 한쪽에 쌓여있는 입은 옷들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는 복도로 나온 베네딕트를 급히 불러 세웠다.

 

 "아 참, 베니! 에디 빨랫감도 좀 챙겨가!"

 

  에드먼드의 빨랫감을 챙겨가라는 말에는, 잠시나마 반항기를 보일뻔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못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에드먼드가 입었던 옷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럼 이것도 부탁해."

 

  살짝 열린 욕실 문 사이로, 방금까지 에드먼드가 입고 있던 옷이 던져졌다. 바닥에 던져진 옷을 보는 베네딕트의 시선에서, 무언의 욕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래 라나의 남편인 스콧 중사의 유품인 옷을 그냥 방바닥에 나뒹굴게 놔둘 수도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바닥의 옷도 챙기며, 애꿎은 욕실 문도 한 번 걷어차고는 라나와 함께 방을 빠져나왔다.

  그 후 베네딕트가 돌아온 건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이었다. 그가 돌아온 뒤에 라나는 잠깐만 나갔다 오더니, 그 이후론 계속 에드먼드의 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따금 벽에 기대어 선 채로 잠깐씩 눈을 붙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컨디션은 크게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여간 독종이 아니란 사실이 확실히 와닿았다. 역시 과거 수년간 가장 힘든 전장에서 뛰어다녔던 그 명성은 거짓이 아니란 게 느껴졌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무작정 거미 녀석이 오길 기다리는 게 당신 작전이야?"

 "왜? 함정 같은 거라도 파놓고 기다리자고?"

 "아니, 뭐 굳이 함정이 아니더라도, 뭔가 구체적인 작전이라도 세운다던가..."

 

 -똑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에드먼드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며 방문을 쳐다봤다. 그와는 반대로 라나는 대수롭지 않게 방문을 열어, 밖에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옷차림이나 덩치를 봐도 금방 그가 톰의 부하 중 한 명인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귓속말로 라나에게 뭔가를 얘기했다. 그것을 듣던 라나는 뭔가 눈빛이 변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에디. 잠시만 어디 다녀올게. 그럼 그를 잘 부탁해 베니."

 

  베네딕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리고 라나는 톰의 부하와 함께 금방 사라져버렸다.

  에드먼드는 한숨을 쉬며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문서의 사진들에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통 집중이 되지 않아, 암호 해독 작업이 더뎌지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떨칠 수 없는 생각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차라리 그 거미라는 작자가 자신을 죽이러 오는 게 아니라, 라나들의 손에서 구출하는 게 목적이 아닐까, 밑도 끝도 없는 긍정적 사고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래컴 주교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행동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그가 공작과 공모하는 사이라고 해도, 일단 추기경 살인범으로 결론이 난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그를 괴롭히는 생각은, 과연 공작이 지금 주교가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였다. 그가 왕가와 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인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인즉 공작이 에드먼드 죽도록 내버려 둔다는 의미는, 그를 이미 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할 말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누구보다 가장 모범적인 귀족의 표본이 되기 위해 살아온 그였다. 귀족 중의 귀족. 엘리트 중의 엘리트. 그가 자라오면서 들어온 말들이었다.

  누구보다 우수했고, 귀족이란 지위는 그저 물려받는 게 아니라 자격 있는 자가 얻는 것이라 증명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프라이드에 걸맞게 그 모든 걸 증명해왔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금은 모두 무너져버렸고, 지금 자신은 귀족 사회에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쾅!

 

  에드먼드는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베네딕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시끄러워."

 "너나 그냥 평소처럼 입 다물고 있어, 베니."

 "어린애 같이 굴긴."

 

  단 한마디 한 걸 가지고, 에드먼드는 굉장히 날 선 태도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어린애 같다는 그의 말엔, 조금이지만 동감을 했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차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 사실을 자각하지 조금은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에드먼드는 짧게 심호흡하며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직 공작이 지금 이 사태에 대해 알고 있단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어디까지나 주교의 독단적 행동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공작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힘겹게 붙들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 또한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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