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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심장이 가출했다
작가 : 미애202
작품등록일 : 2019.10.2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주로 날라온 한서준은 도착한 그날 미친여자 빙의도 서슴치 않는 똘끼 충만한 유하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지지않고 따박따박 대꾸하는 계집애가 자꾸 생각이 난다. 또 시건방 제대로 장착한 놈이 자꾸 시비를 걸어대는 통에 미워 죽겠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야구의 이응도 모르는 여자와 한평생 야구만 하며 살아온 야구선수가 제대로 붙었다!! (lollolaemi@naver.com)

 
소름끼치는 사실
작성일 : 19-10-10 09:38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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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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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가 걱정되서 그러지.”

 

 하을이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생글생글 웃는 통에 혜지는 쟤가 왜 저러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끊어라.>

 

 유후. 걸려들었다.

 

 “그럼, 여기 있는 이 아귀찜은 혼자 다 먹어도 되지?”

 

 하을은 서준의 예상했던 반응에 선심 쓰듯 한번더 붙잡아줬다.

 

 <갑자기 웬 챙김 모드?>

 “그야 이모님이니까.”

 

 이모 나쁘지 않은데?

 

 님자에 힘까지 줘가며 하을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보이지도 않는데 어쩜 저리 뻔뻔하게 말하는 지 혜지는 초딩이랑 무지 각별한 사이가 됐나보다 라며.

 

 나이가 뭐가 중요해. 서로 힘들면 토닥여주고 하면서 친구도 되는 거지.

 

 초딩이긴 했지만 병원 안에 저대신 말동무라도 생겼다는 것에 혜지는 안도했다.

 

 뚜.

 뚜.

 뚜.

 

 하을의 마지막말을 끝으로 전화가 뚝 끊겼다. 하을은 계획대로 진행된 것에 만족하며 수화기를 든 채 미소 지었다.

 

 “그런데 너 초딩이랑 대화가 아주 자연스럽구나.”

 

 미소를 짓고 앉아있는 하을에게 혜지가 놀리듯 말했다.

 

 

 씩씩대며 전화를 끊은 서준은 잔뜩 골이 났다.

 

 이모님이니까. 이모님이니까.

 

 저 말이 귓가에 맴돌아 울려 퍼졌다.

 

 내가 안갈줄 알고?!

 

 이를 부득부득 갈던 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있다간 자다가 이불 킥을 몇 번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옆방으로 향했다.

 

 병실 문이 벌컥 열리는 통에 혜지와 하을이 동시에 문으로 쳐다봤다.

 

 “어? 오빠?”

 

 씩씩거리며 걸어 들어오는 서준을 혜지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제야 혜지는 머릿속에 상황이 정리가 됐다.

 

 그런데 초딩은 뭐고 짝대기는 뭐지.

 

 어쨌든 초딩 짝대기는 서준오빠였다.

 

 “어? 그 우리 상민이 여자친구?”

 

 서준은 낯익은 얼굴의 혜지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씩씩거리던 것도 잊은 채 활짝 웃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 상민과 함께 만났던 혜지였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

 

 혜지는 저 미친 진달래의 절친 이였다.

 

 “네, 혜지에요.”

 “그래. 혜지!”

 

 서준이 침대로 다가오자 혜지는 걸터앉은 침대에서 재빨리 일어섰다.

 

 “여기 앉으세요.”

 “아....”

 

 한쪽 가슴을 부여잡은 채 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 앉았다.

 

 “오빠 왜요? 어디 아파요?”

 “감동.”

 

 감동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서준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혜지를 향해 웃자 하을은 잘들 논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오빠 팔꿈치 수술했다더니 이 병원에 계셨구나.”

 

 혜지는 눈을 반짝이며 서준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혜지의 부킹강의에서 서준은 인물값에 속하기도 하고 인물값 잘하는 것에도 속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잘생김 장착 제대로 한 인물이었다. 혜지는 서준을 마치 연예인을 보듯 동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오빠. 이거.”

 

 혜지가 나무젓가락을 잘라 서준에게 내밀었다.

 

 “나 환자대우 해주는 건 이 병실에 혜지 너밖에 없네.”

 

 다시 촉촉한 눈빛으로 서준이 감동한 듯 울먹였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우였다. 어깨에 올라탄 망신살이 하산하는 듯 했다. 어디를 가든 인기순위는 물론이고 여자들이 줄줄 따랐었는데 제주로 오고부터 아니 정확히 만나면 저 진달래를 만난 후부터 망신살이 제대로 왔다. 그렇게 촉촉한 눈으로 생각에 잠긴 서준에게 날린 하을의 한마디.

 

 “이모도 있다.”

 

 아 저. 저걸. 그냥.

 

 “그런데 서준오빠가 왜 초딩이야?”

 

 감동에 눈가가 촉촉한 서준을 다독이며 혜지가 하을을 향해 물었다.

 

 “뭐? 또 초딩이랬냐?”

 

 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혜지에게 물었다.

 

 “하는 짓이 딱 초딩이야!”

 

 하을은 음식을 입에 넣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아오. 진짜.”

 “그럼 짝대기로 하자.”

 

 서준이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말하자 하을은 음식을 씹으며 표정 없이 말했다.

 

 “짝대기?”

 

 아까부터 궁금해 했던 그 단어가 하을의 입에서 툭 튀어나오자 혜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하을을 쳐다봤다.

 

 “그럼 요수…….”

 “그만해라. 그냥 짝대기로 해라.”

 

 하을의 말을 잽싸게 자르며 서준은 해탈한 듯 영혼 털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되게 신기해!”

 

 의자를 끌어다 앉은 혜지가 침대에 앉아 식탁을 마주보고 앉은 서준과 하을을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젓가락을 놓지 않고 먹던 서준과 하을이 혜지의 말에 먹던 손을 멈추고 혜지를 쳐다봤다.

 

 “아니 둘~”

 

 서준과 하을이 무언의 표정을 짓자 혜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되게 운명적인 것 같아.”

 “뭐? 운명?”

 

 혜지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서준과 하을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래 운명! 둘 나이트에서 만났지. 그리고 그 전에 길바닥에서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같은 병원 서로 나란히 입원해서 옆방을 쓰고 있고 무엇보다 하을이 오빠가 서준오빠 타격코치라는 것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혜지가 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까?”

 “뭔데요?”

 

 입맛을 다신 서준이 뜸을 들이며 묻자 혜지의 눈이 다시금 반짝 빛이 났다.

 

 “우리 외삼촌이 나의 타격코치님인 얘네 오빠랑 절친 이라는 거.”

 “와, 대박!”

 

 눈을 크게 뜬 서준이 혜지에게 속삭이듯 말하자 혜지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더 소름끼치는 사실을 알려줄까?”

 “뭔데?”

 

 하을이 눈을 치켜뜨며 혜지에게 낮게 말하자 혜지는 양손바닥을 마주 잡았다.

 

 “심지어 우리가 어릴 때 만난 적도 있었대.”

 “와 소오름~!”

 

 황당한 표정으로 하을이 말하자 양손바닥을 맞잡은 혜지가 소리를 내질렀다. 온몸에 닭살이 돋는 지 팔을 손바닥으로 마구 비벼댔다.

 

 “정말 소름끼치지 않냐?”

 

 하을은 정말 소름끼친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둘 운명인가 봐.”

 

 그 뜻과는 다르게 혜지의 눈이 커지며 서준과 하을을 번갈아봤다.

 

 “운명은 개뿔. 그냥 소름이야 소름!”

 

 운명이라는 혜지의 시답지 않은 말에 하을은 몸서리쳤다.

 

 “그런데 넌 왜 서준오빠한테 반말이야?”

 

 혜지의 커진 눈이 가늘게 변했다.

 

 “초딩한테 존칭하랴?”

 

 학년이 같기도 했다. 빠른 생이라 한 살 적긴하지만 서준과 하을은 같은 학년이었다.

 

 “다들 나이 한살이라도 낮추려고 난린데!”

 “언니라고 부르게 하기 전에 입 다물어.”

 

 하을이 정색한 표정으로 혜지의 입을 쏘아봤다.

 

 “그리고 얘한테 오빠라고 부르는 건 더더욱 소름끼쳐. 상상만으로도!”

 

 소름끼친다는 표정으로 하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 내팔 에도 철심 있는 거 잊지 마라.”

 

 잠자코 듣고 있던 서준은 이를 앙다물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다리에도 있거든!”

 

 눈을 가늘게 뜬 하을도 치아를 붙인 채 입을 열었다.

 

 “내 팔엔 3개나 박혀있어!”

 

 서준은 깁스가 되어있는 자신의 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와, 병원에서 싹튼 사랑은 대화가 이런 수준이야?”

 “뭐?” “사랑?”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혜지가 웃으며 말하자 서준과 하을이 동시에 외쳤다.

 

 “철심 없는 난 무서워서 그만 갈게.”

 

 서준과 하을의 썩은 표정에 혜지가 주섬주섬 일어섰다.

 

 “오자말자 어딜 가?”

 

 서준과 둘만 남겨질 생각에 하을은 당황하며 일어선 혜지를 올려봤다.

 

 “우리 상민오빠 부산으로 원정 갔다가 이제 막 돌아오는 길이야. 공항에 마중가야지.”

 “이게 친구를 버려? 남친 때문에?”

 “뭐, 내가 없어도 되겠네! 서준오빠도 있고…….”

 

 눈을 찡긋한 혜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둘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넌 먹는 게 왜 그 모냥이냐?”

 

 혜지가 떠나고 난 후 한참 먹던 하을은 갑갑한 표정으로 서준을 쳐다봤다.

 

 “먹는 게 왜?”

 

 서준은 잘 먹다말고 얼굴을 들어 하을을 쳐다봤다.

 

 “뭐가 그리 어설퍼?”

 “넌 내가 유명한 야구선수라고 하면 검색정도는 한번 해보는 게 예의지 않냐?”

 

 하을이 서준을 보며 답답한 표정을 짓자 서준은 어색한 손동작으로 음식을 집어 올려 입으로 넣었다.

 

 “내가 왜?”

 “왜에?”

 

 하을 역시 음식을 입에 넣으며 표정 없이 말하자 서준은 음식을 씹다말고 하을을 쳐다봤다.

 

 “너한테 쓰는 데이터도 아까워.”

 

 입안으로 넣은 음식을 씹으며 하을은 눈을 내리깔았다.

 

 “웬만하면 요즘 싸던데 무제한으로 좀 바꿔라. 야.”

 

 서준은 먹다말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핀잔을 줬다.

 

 “무제한이야. 그렇지만 너한텐 무제한 데이터도 아까워.”

 

 하을이 다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으며 중얼거렸다.

 

 “아진짜 이걸.”

 

 음식을 씹다말고 서준은 혼잣말로 투덜댔다.

 

 “왜 철심 3개 박힌 팔로 한번 쳐보려고?”

 

 서준을 올려보며 하을이 퉁명스레 묻자 서준은 긴 숨을 들이마셨다.

 

 “그거 살인미수다 너!”

 

 그런 서준을 보며 하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나 왼손타자야.”

 “왼. 손?”

 

 서준의 말에 하을은 낮게 답하며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이 스쳐갔다.

 

 

 * * *

 

 

 "오빠 얘가 자꾸 자리를 안 비켜줘."

 

 초딩 1학년. 하을은 화장실을 다녀온 지훈에게 투정을 부렸다.

 

 “왜? 서준아 좀 비켜줘.”

 

 지훈은 서준을 보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싫어요. 삼촌. 나 이 자리가 좋아요.”

 

 초등학교 1학년인 서준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야 나 왼손잡이라 왼쪽에 사람 있으면 불편하고 신경 쓰여서 밥 못 먹어. 너가 비켜.”

 “나도 왼손이라 이 벽 쪽이 좋단 말이야.”

 

 하을과 서준이 실랑이할 때 화장실을 다녀온 승범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삼촌! 이 처음 본 여자애가 자꾸 나더러 비키래.”

 

 서준 역시 투정을 부리며 승범에게 일렀다. 지훈은 그런 서준이 귀여운 듯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서준이 너! 남자가 여자한테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승범이 서준의 머리에 꿀밤을 놓으며 하을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아이 삼촌! 처음 본 여자애한테 내가 왜?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서준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하을의 머릿속에 그날의 기억이 희미하게 스쳐갔다. 그리고 서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구나.

 

 하을은 서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게 너구나.”

 “뭐?”

 “아아니 아니야.”

 

 말을 더듬으며 하을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다시 하을은 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서준은 뚫어지게 저를 쳐다보는 하을 때문에 괜스레 민망해져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 자신도 모르게 저를 쳐다보는 듯했다. 표정이 벙진 표정이였으까.

 

 그 사이 서준도 하을을 힐긋 쳐다봤다. 여우같이 따박따박 지지 않고 말하는 통에 잔망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쌍커플진 길고 큰 눈매와 살짝 솟아 오른 코, 약간 두터운 듯 긴 입매. 화장기없는 하을의 얼굴이 가만보니 여우상이 아니라 고양이상이였다. 어딘가 낯이 익는 듯한 얼굴이였다.

 

 사뭇 진지한 하을의 표정에 서준이 긴장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정신을 차린 하을이 입을 열었다.

 

 “왜긴, 네 얼굴에 고추장 묻었어.”

 

 하을의 퉁명스런 말에 긴장한 서준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난 또.”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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