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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3화)
작성일 : 19-10-09 21:52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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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3

 

  민 반장이 오 십 미터 정도 위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철제로 된 중앙분리대 대신 도로 중앙에 녹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 잡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녹지는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었지만 발목이 잠길 정도로 풀들이 무성했다. 말을 마친 민 반장이 갑자기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자동차들이 갑자기 나타난 민 반장을 보고 급제동을 걸거나 급하게 핸들을 돌려 차선을 바꿔 지나갔다. 그 바람에 날카로운 자동차 타이어의 마찰음과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민 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 배지를 쥔 손을 높이 들고 잰걸음으로 도로를 건넜다. 박 형사가 당황해하며 민 반장의 뒤를 따라 차량들 사이로 뛰어갔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박 형사가 뒤따라 녹지 안으로 들어왔을 때 민 반장이 허리를 숙이고 주변의 수풀사이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박 형사가 다가가자 민 반장이 손으로 제지했다.

  “조심 해! 오토바이 바퀴 자국 밟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리와 봐! 이것 분명히 오토바이 바퀴 자국이지?”

  정말 희미하지만 녹지를 가로지른 오토바이 바퀴 자국이 보였다. 바퀴 자국에 풀들이 짓밟힌 흔적도 보였다. 녹지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초록 이끼가 마치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고, 축축할 정도로 습해 오토바이 바퀴 자국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한 대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두 대야……. 자세히 봐. 타이어 무늬가 두 종류야.”

  범인은 적어도 두 명 이상이란 이야기였다. 그래서 포수단이라고 했구나. 민 반장이 허리를 펴고 오토바이 바퀴 자국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도로 갓길에서 바퀴 자국은 사라졌다. 갓길 너머로 시민공원으로 내려가는 진입 도로가 보였다.

  민 반장은 절로 한 숨이 나왔다. 초동수사 때 조금만 더 유심히 살폈더라면 수사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민 반장은 범인이 CCTV에 잡히지 않은 것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어리석게도 범인들이 자동차를 이용했을 것이란 생각만 했던 것이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좋은 방법은 사실은 간단했다. 끈기를 가지고 끄트머리부터 찬찬히 실마리를 푸는 방법 밖에 없다. 급하다고 대강해서는 오히려 더 꼬이기 십상이다. 그런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놓친 것 같아 민 반장은 입 안이 썼다. 이제 자기도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범인은 현장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까지 온 다음에, 진입로를 타고 공원으로 내려가 저 토끼굴로 유유히 사라진 거지…….”

  “와! 반장님 대단하십니다.”

  박 형사의 호들갑에 민 반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지. 우리가 사건 현장을 조금만 더 세밀히 조사했다면 바로 발견할 수도 있었던 단서를 놓친 거지."

  범인들은 경찰의 수사 방향을 정확하게 예상했던 것이다. 경찰은 그런 범인들의 의도대로 따라 갔던 것이다.

 

  박 형사가 차에서 석고가루를 가지고 와서 오토바이 바퀴 자국의 모형을 떴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국과수에 보내 바퀴 자국에 대한 분석을 요청한 뒤 두 사람은 바퀴 자국을 따라 도로를 건너 시민공원 진입로로 향했다. 그러나 도로를 건너자 바퀴 자국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시민공원으로 내려 온 민 반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민공원 안에는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유독 진입로와 지하통로 주변에는 한 곳도 없었다. 시민공원 안에 있는 많은 CCTV도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민공원에 설치된 CCTV카메라는 전부 공원 안쪽을 향해 설치되어 있어 범행의 단서를 찾을만한 곳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분통이 터졌다. 그 수많은 CCTV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CCTV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도대체 어떤 멍청한 공무원이 이 공원의 CCTV를 배치한 거야!

  이제 남은 곳은 한강변에 있는 편의점뿐이었다. 커다란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편의점 외벽에 두 대의 CCTV카메라가 보였다. 다행히 그중 한 대는 진입로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마지막 기대를 갖고 민 반장은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중년의 남자가 계산대 뒤의 진열장에 담배를 진열하고 있었다. 민 반장은 경찰 배지를 보여준 뒤 협조를 구했다.

  “혹시 편의점 밖에 설치된 CCTV카메라 녹화 테이프를 볼 수 있을까요?”

  남자가 다소 꺼리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무슨 문제라도…….”

  민 반장이 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단속 차 나온 것이 아니라 사건 수사를 하다가 확인할 것이 좀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 녹화 테이프 좀 볼 수 있을까요? 중요한 일입니다.”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민 반장을 계산대 옆의 작은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좁은 공간에는 모니터 한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모니터에는 화면이 5개로 분할되어 각각의 CCTV카메라에서 촬영한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메라가 5대인가 보죠?”

  “예. 편의점 안에 3대, 밖에 2대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어느 화면에서도 진입로나 지하통로가 보이지는 않았다. 하긴 편의점에서 굳이 백 여미터나 멀리 떨어진 진입로를 촬영할 이유가 없었다. 애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맥이 빠졌다.

  “근데……. 무슨 사고라도 났습니까?”

  민 반장의 표정을 살피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예……. 혹시 얼마 전에 저 위쪽 올림픽도로에서 발생한 피살사건 기억나시나요?”

  민 반장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남자에게 대답을 했다. 남자가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 얼굴 표정이 씁쓸한 것으로 보아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 그럼요. 기억하고 말구요……. 국회의장했다던 양반이 총에 맞은 사건 말이죠? 죽은 양반에게 야박할진 모르지만...... 그 사건 때문에 우리 가게 매상이 뚝 떨어졌다는 것 아닙니까.”

  “아니? 왜요?”

  남자가 민 반장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 형사님들 같으면 살인 사건이 났는데 어디 무서워서 밤에 이 공원에 오겠습니까? 한동안은 훤한 대낮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는걸요. 솔직히 여기는 야간에 장사가 더 잘됐었는데…….”

  남자가 아쉽다는 듯이 끌탕을 했다.

  “근데 범인은 잡았습니까? 아 참...... 못잡았으니까 이렇게 고생들 하시는거구나.”

  민 반장은 그런 남자를 보면서 참 세상사에 무심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에게는 살인 사건보다 자기의 매상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자기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몇날 며칠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살인 사건조차도 관심이 없는 현대인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입 안이 썼다.

  하긴 자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옆집에서 누가 죽어나가든 자연 재해로 많은 사람이 죽든 한 건너 불구경인 것이 요즘 세태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시민들의 제보가 별로 많지 않은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예. 맞습니다. 아직 수사 중인데...... 시민들께서 도와주시는데 곧 잡히겠죠. 혹시 사장님께서 그날도 근무하셨습까?”

  민 반장이 그래도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편의점 주인에게 물었다.

  “아니요. 야간에는 알바하는 학생이 따로 있는데…….”

  “아. 그래요? 그럼 그 학생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남자가 다소 미적거렸다. 아마도 귀찮은 일에 연루되 혹시라도 아르바이트 학생이 그만 두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민 반장은 강하게 남자를 밀어붙였다.

  “수사에 협조 좀 부탁합니다.”

  “그래도……. 아무리 알바지만 본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하긴 아무리 수사와 관련한 사안이라 해도 무조건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을 말했다. 잠시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상대방이 승낙했는지 민 반장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강남경찰서 강력반장입니다. 쉬는데 미안합니다.”

  민 반장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미안해하자 학생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자고 있었는지 목소리 끝이 갈라져 있었다.

  “혹시…… 정 의장 피살 사건이 나던 날 근무하셨다고 하는데. 기억나는 일은 없습니까? 좀 이상하다거나 특별하다거나.”

  “아니요…….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는데요.”

  학생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자고 있는 것을 깨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목소리에 열의가 없었다.

  “그럼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무슨 소리를 들은 기억은 없습니까? 예를 들어 총소리 같은…….”

  “그 시간이면 배송차가 와서 물건을 받고 정리를 하는 바쁜 시간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런 소리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요.”

  “그럼 혹시 오토바이 탄 사람을 보진 못했나요?”

  “오토바이요?”

  잠시 학생이 기억을 더듬는 것 같더니 역시 오토바이를 본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통화를 끝내고 편의점을 나선 민 반장의 뒤로 강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상쾌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것처럼…….

 

  “아! 젠장. 뭔가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박 형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힘이 빠진 발걸음으로 지하통로를 향해 걸었다. 지하통로의 양쪽 입구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역시 단 한 대의 CCTV카메라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흔하디흔한 CCTV카메라가 막상 필요한 곳에는 한 대도 없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민 반장은 올림픽 대로에서 공원으로 내려오는 진입로를 바라보았다.

  ‘범인은 범행 전이나 범행 후에도 이 진입도로를 이용한 것일까? 그래서 CCTV에 잡히지 않은 것일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민 반장은 진입로를 따라 올림픽 대로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나 진입로에서 사건 현장으로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진입로를 따라 올림픽대로로 올라서면 현장까지는 역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역방향으로 달려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는 복잡한 방법을 취하기에는 너무 논리적인 비약이었다.

  민 반장은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중앙 녹지대로 들어가 세심하게 오토바이 바퀴 자국을 살펴보았다. 역시 바퀴 자국은 전부 시민공원으로 갔다는 것을 보여주듯 한쪽 방향으로만 나있었다.

  범인은 이 진입로를 이용해서 사건 현장으로 건너간 것은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범인은 CCTV에도 잡히지 않고 어떻게 사건 현장으로 진입한 것일까…….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또 무엇을 놓친 것일까?’ 아무리 현장을 다각도에서 살펴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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