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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0화)
작성일 : 19-10-05 22:33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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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대위는 우선 매복하고 있는 관측병들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 나무토막일지도 모른다.

  “비둘기! 비둘기!! 여기는 독수리장이다. 응답하라. 이상.”

  “독수리! 독수리!...... 큰일 났습니다.”

  관측병의 목소리에 두려움과 다급함이 묻어났다. 군인이라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평상 언어들이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비둘기!!! 내 말 잘 들어라……. 절대 시위대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 알겠나? 이상.”

  “알겠습니다.”

  김 대위는 일단 다급한 지시를 내렸다. 관측병들은 김 대위의 목소리를 듣자 다소 진정이 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관측병들이 안전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다소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정확한 상황 파악이 중요할 것 같았다. 김 대위가 다시 관측병들을 불렀다. 평소에는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지지직거리는 무전기 소음이 지금은 관측병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친근하게 느껴졌다.

  “비둘기! 정확하게 지금의 상황을 보고하라. 이상.”

  “예. 백 미터 전방에 시위대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십 여분쯤이면 시위대와 조우할 것 같습니다. 이상.”

  김 대위와의 교신으로 관측병들이 조금은 침착해진 것 같았다. 부대장이 자신들이 처해져 있는 상황을 알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고, 혼자 낙오가 되었다는 두려움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위대는 몇 명 정도로 보이나. 이상.”

  “대략 삼 십여 명으로 보입니다. 이상.”

  “알았다……. 다시 한 번 지시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위대와 충돌하지 말고, 개인화기나 장비는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된다. 알겠나!!! 이상.”

  “예! 알겠습니다. 이상.”

  김 대위는 일단 관측병과 교신을 끊었다.

  “어떡하죠?”

  관측병 운영을 제안했던 최 중위의 얼굴이 여전히 사색이었다. 김 대위는 그런 최 중위를 쏘아보았다.

  “왜 함부로 보고도 없이 병력을 운용하나! 내가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봐 어제 회의에서도 분명히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사무실 안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부대 내의 장교들과 부사관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김 대위가 1소대장인 김 중위를 바라보았다.

  “김 중위! 지금 즉시 5분대기조 병력을 이끌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정문에는 시위대가 있으니까, 눈에 띄지 않게 탄약고 뒤로 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김 대위의 생각대로 시위대보다 5분대기조가 먼저 관측병들에게 갈 수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흥분된 시위대라 해도 무장한 분대 규모의 병력에게 무력으로 대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힘의 우위를 보여줘 상대를 제압해야할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위대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 시위대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하고…….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 즉시 철수한다.”

  “그럼 관측병들은요?

  김 중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뒤는 내가 해결 할 테니 빨리 이동이나 하도록…….”

  “예!”

  김 중위가 김 대위에게 거수경례를 한 뒤 곧바로 5분대기조에 비상을 걸은 뒤 사무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오후 햇살이 무심하게 사무실 창문을 넘어 길게 그림자를 책상위로 드리웠다. 김 대위는 한 낮의 뜨거움을 잃은 햇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두어 시간 후면 어둠이 내릴 것이다. 그전에 관측병들을 안전하게 부대로 복귀시키지 못한다면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김 대위는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비둘기!!!! 여기는 독수리. 응답하라. 이상.”

  “독수리! 여기는 비둘기. 이상.”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이상.”

  “..........”

  잠시 지글거리는 잡음이 들렸다. 김 대위는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시위대에게 붙잡힌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비둘기!!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이상”

  “지지지직...... 시위대가 전방 오십여...... 접근....... 몽둥이로 무장...... 어떡....... 이상.”

  잡음과 끊김으로 정확한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나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김 대위는 회의 탁자위에 펼쳐 놓은 작전 지도를 살피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무리 김 중위가 5분대기조를 신속하게 인솔하여 움직인다 해도 시위대를 앞지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잘못하면 관측병과 5분대기조 모두 시위대에게 붙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 대위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만 할 상황이란 판단이 들었다. 지도상으로는 현재 관측병이 매복하고 있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 7킬로미터 정도 내려가면 대대규모의 인근 부대가 있었다. 등고선의 모양으로 보아 험준하고 위험한 지형으로 보였다.

  그러나 더 이상 망설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김 대위는 관측병들을 인근 부대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만이 최선일 것이라 믿고 싶었다. 최소한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은 될 것이라 믿었다.

  선택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일을 결정해야할 당시에는 자기가 선택한 이유에는 어떤 오류나 잘못될 요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결정의 결과가 드러난 뒤에야 그런 결정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비둘기!! 지금 즉시 탱고52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겠나? 이상.”

  관측병들에게서 한참동안 회신이 없었다. 김 대위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다행히 관측병들은 김 대위의 지시를 이해한 것 같았다.

  “지지지직......수신 양호 ……. 즉시 이동...... 이상.”

  교신을 마친 김 대위는 책상위에 펼쳐진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관측병들을 이동하도록 지시는 했지만, 관측병들이 무사히 시위대를 벗어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워낙 시위대와의 거리가 가까워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김 대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민간인들이 대부분인 시위대보다는 훈련으로 단련된 관측병들이 훨씬 산악지대에서 이동이 유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김 대위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어가질 않았다.

  장비를 챙긴 관측병들이 다가오는 시위대를 피해 능선을 돌아 옆 부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관측병들이 능선을 넘어서자 어떻게 된 일인지 시위대가 미리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위대는 불문곡직하고 관측병들이 가지고 있던 관측 장비를 빼앗았다. 장비 중에는 시위대의 활동을 찍은 고성능 카메라도 있었다.

  관측병들을 앞세우고 시위본부로 돌아온 시위대들은 관측병들의 카메라에 자기들의 시위 모습이 찍혀 있는 것을 보고 극도로 격앙되었다. 시위를 하다 사진이 찍힌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연행되고, 갇혀 있는 동안 심하게 두들겨 맞고 재판에 넘겨져 고생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말들을 수도 없이 들어왔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도 잡혀가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에 애꿎은 관측병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시위대 지도부에서는 그런 시위대의 심리상태를 교묘히 이용했다. 관측병들은 명령에 따른 것일 뿐 그런 부당한 명령을 내린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부추겼다.

  시위대들은 붙잡은 관측병들을 마을의 한 창고에 감금을 한 뒤 부대 앞으로 몰려와 부대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주위가 사물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져 더 이상의 시위는 불법으로 간주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과격한 양상으로 변질된 시위대의 폭력 앞에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는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김 대위는 정문 초소 앞에 뒷짐을 지고 서서 시위대를 살폈다. 어디에서도 붙잡힌 관측병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설마하니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막상 관측병들이 보이지 않자 김 대위는 그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당장 뛰어나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하고 싶었지만 붙잡힌 관측병들이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마당에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었다. 오늘따라 김 대위의 양쪽 어깨에 달린 녹색의 견장이 무거웠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견장을 떼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김 대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대대장에게 간략하게 상황 보고를 했다.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대뜸 김 대위를 미친놈이라고 몰아세웠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친놈 같았다. 보고를 마친 김 대위는 부대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을걷이를 끝낸 부대 앞의 텅 빈 들녘에는 어둠만이 짙게 깔려있었다. 그 어둠 가운데 모여 있는 시위대의 모습은 한낮의 모습과는 또 달랐다. 시위대의 등 뒤로 후광처럼 둘러싸고 있는 어두운 산 그림자는 마치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나오는 망령 같아 보였다. 시위대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검은 옷을 입은 망령이 부르는 레퀴엠 같았다.

  그런 시위대의 모습에 김 대위도 엄청난 위협감을 느꼈지만 당당하게 시위대 앞에 나섰다. 이들이 원하는 것을 그냥 내 줄 수는 없다는 오기가 김 대위를 버티게 했다.

  시위대가 마치 병아리를 노리는 솔개처럼 부대를 나서는 김 대위를 에워쌌다. 금방이라도 김 대위를 죽일 것처럼 윽박지르기도 하고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그들의 행동은 혹시라도 경찰에 끌려가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두려움이었다.

  김 대위나 에워싸고 있는 시위대나 똑같이 이 현실이 요구하는 희생양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도 그 때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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