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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8
작성일 : 19-10-04 11:47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1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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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마동의 몸은 이미 비현실적인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서 트레이닝바지를 입고 있었다. 민소매 러닝셔츠를 입고 허리에 작은 냅색을 찼다. 그 속에 열쇠꾸러미, 약간의 현금을 넣고 휴대전화는 러닝밴드에 넣어서 팔뚝에 찼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현관에서 조깅용 운동화를 신고 신발의 끈을 제. 대. 로. 묶었다. 오늘하루 마동의 의식은 바다위로 떠올라 플로트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선의 참수기관의 한 부분이었지만 운동화의 끈을 묶는 순간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압도적인 소리를 내는 질 좋은 스포츠카로 돌아와 있었다. 아파트를 나서니 밤의 기운이 상쾌했다. 습하고 후텁지근해야 했지만 마동은 열기가 가득한 여름밤의 공기가 유쾌했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저 멀리서는 마른번개가 번쩍거렸다. 한 번씩 번쩍일 때마다 굉장히 밝은 빛을 발했다. 아주 밝은 빛의 번개는 불안한 정감을 불러 일으켰다. 저 마른번개에 맞으면 무엇이든 간에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번개 밑에서 번개를 맞고 번개인간이 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번개인간이 된다면 자기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마동은 번개를 다시 한 번 보았다. 하늘을 가르며 어딘가의 지점에서 밑으로 무섭게 떨어졌다. 세라믹처럼 단단한 물질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고 다이아몬드도 산산이 부셔버릴 것만 같은 번개의 빛이었다. 어제, 오늘 제우스가 어떤 일로 노하고 격분하여 강한 번개를 세계 곳곳에 집어 던지고 있었다. 인간사회의 법률이나 도덕, 윤리 등이 너무나 터무니없고 엉망진창이어서 제우스가 다시 한 번 인간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신이라 해도 인간사회의 여름밤의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고 태양의 발광을 저지시키지는 못했다. 해는 마침내 내일을 위해 충전을 하러 저 먼 산 너머로 꺼져버렸다. 마동은 이미 집으로 왔으므로 회사 근처에 있는 강변의 조깅코스를 달릴 수는 없었다. 오늘은 집 근처의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릴 것이다. 마동은 천천히 그리고 역시 진지하게 몸을 풀었다. 샤워 할 때와 다르게 생각 외로 몸의 반응이 빠르고 날렵했다. 마동은 자신이 마치 들판의 야생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전율이 느껴졌다. 감각의 평행과 현실적인 육체적 상태가 최적화되어 있는 프로그램 같았다. 지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머리를 엄습했고 몸은 뀡의 깃털처럼 가벼웠다. 준비운동을 하는 지금의 육체는 낮의 몸 상태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팔, 다리의 근육이 강하게 텐션을 원하고 있었다. 마동은 근육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근육의 움직임이었다.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몸을 뒤틀어 보았다.

  오른쪽으로 크게 한번, 왼쪽으로 강하게 한번. 온몸의 관절은 될 수 있으면 전부 이리저리 돌리고 풀어주는 것이다. 발목을 잘 틀었고 어깨를 여러 번 돌렸다. 밤 시간의 연속성이 지속될수록 의식의 중심은 이미 바다를 벗어나 하늘위로 떠올라 달에게로 달려갈 기세다. 이런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았다. 이제 마동에게 몸살기운이라는 것은 그저 먼 이야기였다. 마동은 천천히 스타트를 했다. 왼발에 날숨을 쉬고 슉슉 하는 소리를 뿜어냈다. 초반에 스타트를 해서 천천히 달렸지만 조금 더 빠르게 달려주라고 뇌에서 신호를 보냈다. 여전히 마른번개는 아주 밝은 빛으로 저 먼 세계에서 번쩍 거렸다.

  제우스의 화.

  마동은 달렸다. 달리니 기분이 십상했다. 언제나 그것을 느끼며 달렸지만 오늘은 좀 특별히 시원하고 산뜻함이 들었다. 누군가 뇌를 주무르는 기분이 들었다. 손이 새하얗고 깨끗한 어떤 존재가 몸속에 들어와서 더러운 것들을 떼어 버려버리고 지난 것은 쓸어버리는 기분이 노골적으로 들었다. 천천히 달리다가 1킬로미터를 넘어서면 속도를 내는 편인데 오늘은 초반부터 속도를 가했다. 바다의 수평면은 멀리서 뿜어대고 번쩍이는 번개를 반사라도 하는 듯 빛을 퉁겨 내고 있었다. 마동의 근육은 근력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슬림한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마동의 근육은 슬림한 근육들이 살아서 뱀처럼 똬리를 트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난 뱀은 마동의 몸속에서 각각의 꿈틀거림으로 진동했다.

  엄청난 기분이었다. 물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끓어오를 수 없어서 포인트를 지나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근육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동은 속력을 더 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리에 힘을 주었다. 육상선수가 되어 버렸다. 바람이 볼을 힘 있게 스치고 지나갔다.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가지 않았다. 숨이 차지도 않았다. 마동은 더 세게 달렸다. 바람은 많이 없었지만 달리면서 공기가 얼굴을 할퀴면서 터뷸런스를 만들었다. 비가 오던 어제의 강변과는 달리, 오늘의 해안근처 조깅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마동이 빠른 속력으로 달려 나가니 조깅을 하던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박수를 보냈고 어떤 중년의 배가 나온 남자는 “멋있다”라고 외쳤다. 마라토너 복장을 한 어떤 남자는 마동을 따라서 달려오다가 1분 뒤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멀어지는 마동의 등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모든 풍경이 마동의 옆으로 휙휙 지나쳤다. 그 모습이 망막으로 세세하게 들어왔다. 조깅코스에는 걷는 사람이 많았고 달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마동은 더욱 속력을 내며 달렸다. 장마기간이고 마른번개 때문인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제 강변의 조깅코스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아주 무더운, 본격적인 더위가 세상을 덮어버리는 나날들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 날이 지속되면 마동은 지금 달리는 거리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리게 된다. 조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몸살기운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기로 인한 어떤 증상도 없었고 몸의 반응도 최고조의 상태였다. 삼십분을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달렸는데도 땀이 흐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마동은 잠시 멈춰 서서 팔과 어깨와 가슴을 보았다. 주먹에 힘을 주고 팔을 들어 올렸다. 바위를 때리면 바위도 부셔버릴 착각이 들었다. 팔과 어깨에 땀이 나지 않았다. 여름에 달리면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땀과 비가 섞여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끌어안고 섹스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땀구멍 밖으로 송송 올라와야 할 땀이 미세하게 배어있을 뿐이었다. 그랬던 땀이 조깅을 멈추자 피부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이내 매끈하고 보송한 피부로 돌아왔다. 마치 겨울의 중간에 조깅을 하는 것 같았다. 땀이 식어버리는 겨울처럼 말이다. 마동은 팔뚝을 보면서 경이로움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웠다. 이 놀라움은 이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불안함이 오소소 쌓이기 시작했다.

  땀이 나지 않는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달리면서 이미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꿈의 리모델링 작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클라이언트는 예상보다 일찍 회사를 찾았다. 오너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늘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 회사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후에 뇌파채취 작업에 돌입했다. 고객의 꿈은 시대상을 반영했다. 클라이언트는 74년에 우라륨광석을 플루토늄으로 변환시키는 연구를 하여 핵연료의 일부를 만들어 내는 실험에 몰두했지만 감시가 삼엄했고 당시 대통령은 미국의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다.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연구를 할 당시의 나이가 20대 중반으로 한국에는 몇 없는 천재 물리학자였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에 뜻을 굽히고 그 연구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연구를 혼자서라도 진행하려했다. 그것은 대이변을 가져올 수 있었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재가 심했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없어서 연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꿈을 숨긴 채 살아오다가 이번에 마동이 다니는 회사에 의뢰를 하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 직후 갑작스레 세미나실에 개더룸팀장, 꿈디자인 총괄과장과 법무 팀과 오너가 모이게 되었다. 마동도 그 속에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꿈을 브리핑 받고 그의 뇌파를 채취하는 작업에 마동이 투입이 되었다. 마동은 고민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무기에 관련된 꿈의 리모델링은 정부의 허가가 떨어져야 한다. 정부는 혹시라도 무기제조 연구에 일익을 했던 클라이언트의 연구가 밀서형식으로 해외의 테러집단에게 흘러들어가는 행위를 막아야 했다. 자칫 그렇게 된다면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 군수 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해온 클라이언트는 그곳을 퇴직하고 자신의 꿈을 리모델링해서 누군가에게 되팔려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잃어버린 꿈이 다시 한 번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었다. 그는 정부산하기관에 긴 시간 몸담고 있어서인지 그의 꿈 리모델링을 정부에서도 막지 않았다.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었다.

  마동이 생각하기에 그 이면에 정부는 클라이언트의 완성된 리모델링의 꿈이 국가의 이익에 끼워지리라는 계획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했다. 그리하여 클라이언트의 리모델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정부쪽에서도 까다로운 절차 없이 회사에서 일을 진행하게 해 주었다. 지금의 정부는 평화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것은 후피동물의 객혈 같은 것이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정부의 단면이었다. 정부는 평화를 위해서 평화를 깨트렸다. 경찰국가의 모습을 보이며 억압을 동원해서 다른 곳의 평화를 밟음으로써 정부가 원하는 평화의 틀에 그것을 끼워 맞췄었다. 그런 자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정부다. 정부는 개개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믿고 있지만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빅브라더 같은 독재자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 다른 이름과 다른 얼굴을 지닐 뿐이다. 언제나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어느 순간 빅브라더는 정부라는 이름과 모습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헤테로피아를 꿈꾸며 정부에 반하는 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라진 천연기념물 또는 풀벌레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없어진 이들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가족들은 없어진 사람의 행방에 대해서 소수문했지만 그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부재가 되었다. 연좌제가 폐지된 지금도 관련된 사람들은 기록이 말소되거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는 않지만 거역할 수 없고 무서운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어이, 이것 봐. 너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유토피아야. 자유를 줬고 그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면 돼. 헤테로피아 따위는 만들려 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그런 것은 애초에 없어]

  정부는 사회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달콤한 척, 강압을 보이며 그들을 잠식했다. 사람들이 이성에 확실하게 근접하여 믿고 있는 ‘확신’이라는 개념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지식과 객관의 여러 면을 정부는 개개인에게 확립시켜 주었다. 개인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대체로 정부는 평화를 지향하려면 폭력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악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었고 이익이 된다면 악의 축과도 손을 잡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의 리모델링 공문이 부처로 들어갔고 정부는 정확히 오후 3시에 정부쪽 사람을 회사로 보냈다. 그들은 뇌파를 채집하는 개더룸에 동승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은 두 명이었다. 그들은 주름하나 없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둘 다 머리는 포마드로 잘 빗어 넘긴 올백을 하고 한 사람은 숱이 많지 않았고 한 사람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둘 다 자외선 차단을 250% 할 것 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안경 너머의 눈빛을 볼 수는 없었다. 두 사람 다 키가 178센티미터는 넘어 보였다. 맨인블랙의 두 주인공 또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보이는 복장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며 두 사람은 표정 없이 마동과 직원들에게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만 했다. 머리숱이 많이 남자가 들고 온 가방에서 서류를 오너에게 보여주었고 마동과 함께 뇌파채집실에 동승했다. 겉으로 감도는 분위기는 맨인블랙의 케이처럼 옷을 입었지만 얼굴의 표정은 매트릭스의 스미스요원처럼 돌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우울했다. 정부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시침질로 얼굴에 박은 채 뇌파채집실로 마동과 같이 들어갔다. 비교적 움직임이 민첩했다. 구두의 밑이 바닥에 닿는 면적과 소리가 일정했고 보폭도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며 걸었다. 여러 가지로 훈련이 잘 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마동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뇌파채집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실력을 잘 알고 있던 오너는 기본시간을 초과하자 조금은 긴장을 했다. 하지만 오너는 마동을 믿고 있었다. 마동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선글라스의 두 사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으니 뇌파채취가 더 어려웠다.

  정부의 저들은 어째서 저토록 눈에 띄는 복장에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면서 다닐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개더룸에서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뇌파를 채취할 때는 모든 신경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 엉뚱한 뇌파를 건져 올리면 낭패에 낭패인 것이다. 시냅스 사이에 물질을 넣어서 잘 통과시켜야 한다. 다른 신호의 뇌파를 건드리면 큰일이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집중을 해야 한다.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수월하게 뇌파채취의 자격을 거머쥐었다고들 하지만 마동자신은 어렵게 암약하며 습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시선은 꽤 거슬렸다. 마네킹처럼 전혀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서 있어서 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더욱 우울했다. 마동은 힘겹게 클라이언트의 뇌파 채집을 끝냈고 정부의 두 사람은 마동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고 채집이 끝난 파일을 받아서 자신들의 가방에서 뇌파를 읽는 부스터를 꺼내 파일을 꽂아서 채취가 끝난 꿈의 뇌파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체크에 들어갔다.

  마동은 작업이 끝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낮에 마동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힘이 들어 채집 연구실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스미스요원을 닮은 사내가 “잠시 계셔주시오. 오너에게는 이미 전달했소”라며 마동을 그 자리에 앉아있게 했다. 케이요원처럼 생긴 사내는 스미스요원의 사내가 뇌파의 파일을 점검하는 동안 가방을 들고 마동을 감시하듯 꼿꼿하게 앞에 서 있었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가방을 들고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정부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잘 다듬어진 폭력단 조직의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저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조직폭력배의 말단 직원들처럼 주먹구구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분명 아니었다.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문민정부라는 슬로건아래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겉으로는 평화를 지향하고 벽을 허문다는 정치를 내세워 정부의 허물을 벗어던졌고 국민들에게 정부부서의 견학을 허락했다. 반면에 정부 역시 중견기업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사람들은 하나의 절차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록 그것이 허울뿐이고 수박겉핥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합법적인 사업채에 이런 강압적인 복장으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동은 하지만 기운이 없고 몸이 좋지 않아 그대로 의자에 등을 파묻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두 사내가 하는, 채취한 뇌파의 재검사 역시 꽤 시간을 할애해서 이루어졌다. 대략 3, 40분 정도가 지났다. 마동은 여전히 약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손을 이마에 대고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라는 스미스요원의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톤이 이미 정부의 사람이었다. 마동은 그래도 눈을 바로 뜨지 않았다.

  “조금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해를 바랍니다. 윗선에서 직접 전달을 맡은 우리로서는 그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임의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스미스요원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케이요원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가방을 들고 버드나무처럼 서 있었다. 마동은 눈을 뜨고 스미스요원을 바라보았다. 눈썹이 짙었고 선글라스를 벗으니 처진 눈매덕분에 얼굴이 선하게 보였다. 대략 50전후의 나이로 보였지만 40대로도 60대로도 보이는 묘한 얼굴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표정을 읽혀서는 안 됩니다. 행동하기 전에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합니다. 불필요한 행동은 아주 좋지 못한다고 입사하면서부터 교육을 받아왔소. 당신들이 하는 일은 비록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꽤 위험을 동반하는 작업입니다. 정부에서는 아주 유심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저보다는 저희 오너와 이야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마동은 말했지만 스미스요원은 마동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부는 이쪽방면의 부서를 따로 설립하여 감시체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용과 남용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소. 정부를 거대한 멍청이로 보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에는 꽤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똘똘 뭉쳐있는 곳이 정부입니다. 정부에서는 무능한 식충이보다 유능한 능력자를 확보해야 그 이후의 일들이 착착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곧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어디서든 그 법칙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스미스요원은 마동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국회에서는 당분파가 일어나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 진정 그들의 우발적인 행동일 것 같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바보들이 아니오. 모든 상황은 원칙과 규칙, 계획에 의해서 짜 맞추어져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미디어를 통해서 흘려보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오. 그러는 동안 정부는 다른 곳에 눈을 돌려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스미스요원은 케이요원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어떻게 보이십니까?” 스미스요원은 손바닥으로 케이요원을 가리키며 마동에게 물었다. 하지만 마동의 대답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스미스요원은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마동은 이제 대답 따위는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혀.

  “견고한 벽 같지 않습니까. 바늘도 들어가지 못할 모습처럼 말입니다. 이런 모습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가까이 다가오지 않죠. 반대로 이쪽에서 다가가면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슬금슬금 피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청바지를 입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곳에 왔다고 해 봅시다. 본인이(마동을 가리키며) 지금 우리를 보며 가졌던 생각은 들지 않겠지요. 아 저들은 정부부처 사람들치곤 인간적이군. 꽤 인상이 좋아. 하는 생각을 가지겠죠. 인간은 그런 생각을 가지면 지금처럼 질문에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서로서로 시간을 오래 끌게 되오. 급기야는 인간적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기어 올라오죠.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은 일반인들이 추구하는 세계에 부합되는 역할을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난 아니야, 난 달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인간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스미스요원은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 이로써 케이요원보다 한층 풀어진 모습처럼 보이려는 찰나 다시 넥타이를 타이트하게 올렸다.

  “정부는 미디어라는 꽤 정통한 눈을 가지고 있지. 이 미디어로 구석구석 모든 부분을 봅니다. 꾸준하게 체크하고 간섭하고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합니다. 로비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스토커’가 있소. 극중에서 시모펠리스로 나오지. 그는 아주 순박해. 착한 사람의 전형이야. 25년 된 대형마트의 사진현상소에서 20년이 넘도록 착실하게 일하는 아주 정직한 직원이오. 하지만 그는 리나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소. 리나의 습관, 행동, 동선, 그녀의 집 내부의 가구배치까지 말이오. 정부는 시모펠리스처럼 모든 걸 보고 있소. 정직하게 말하면 시모펠리스는 법을 어기고 있지만 진실은 리나를 보호하고 싶은 거지. 이미 다른 곳의 당신 회사와 비슷한 사업채가 사라지고 나면 대부분 어두운 곳에서 불법적인 뇌파의 채취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소. 아시겠지만.”

  “그런데 이런 불법사업체를 우리가 어떻게 찾아내서 단속을 했을 것 같소? 지금 합법적이지 못한 작업이 전깃줄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쯤 정부는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전부 단속을 하지 않을까요.”

  잠시 틈을 두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하지. 그들이 하는 불법적인부분은 아주 미세한 부분들입니다. 만에 하나 그 중, 수많은 전깃줄 같은 곳에서 하나라도 위험한부분에 대해 작업을 하여 어딘가로 빼돌리려는 낌새가 보인다거나 냄새를 풍기면 우리는 어김없이 출동을 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충돌을 몹시 두려워합니다. 소리 없이 다가가서 하루아침에 누락시키고 맙니다.”

  “누락?”

  마동은 누락이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서 말했다.

  “그렇소. 누락됩니다.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누락이 되어서 다시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 합니다.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오너가 가끔씩 뒷거래를 하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지.”

  마동은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가 파도처럼 밀려갔다.

  “히틀러의 독재가 어떻게 가능했을 것 같소?” 역시나 마동의 대답을 듣기 전에 스미스요원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히틀러는 우로 요제프 괴벨스라는 선동 질을 하여 히틀러의 정권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장군과 좌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살인 처리기계를 두었다. 괴벨스는 그랬지. 선동에는 한 문장이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선동을 반발하려면 많은 문장과 연구논문이 필요하다고 말이오. 반발하려는 그 준비를 한다는 자체가 이미 선동되었다는 말이지. 그들은 기계처럼 움직였지. 그런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히틀러에게는 꽤 있었소. 독일식 단체주의에 입각한 충성에 맹목적인 개 같은 사람들 말이오. 그렇지만 그들이 히틀러의 독재에 전부라고는 할 수 없소. 히틀러는 당시에 언론을 장악하고 금융을 먹어버렸어. 좀비처럼 말이오. 언론을 제압하면 정부는 조금 수월해집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소.”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오. 정부는 모든 걸 다 알면서 사건사고를 미연에 예방하지 못하는 거지? 라고 말이오. 그건 말이지 흐름이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잘 나타납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어떤 무리의 동물은 죽어야 그 무리는 살아나지. 물소인 누우 한 마리가 하이에나 무리의 밥이 되어야 다른 누우 들이 살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이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도 다를 게 없소. 지금 과포화상태에 있지. 그에 따른 고질적인 문제를 껴안고 있다는 말이오.” 스미스요원은 숨을 한 번 멈추었다.

  “오늘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군, 내가 하는 말은 윗선에서는 전부 보고 듣고 있소. 나도 이 이상의 말을 해서는 안 되오. 너무 겁은 먹지 마시오. 뭘 어쩌려고 우리가 이러는 것은 아니오. 단지 우리는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것이지. 우리가 고마동 씨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한 작업에 대해서는 함구하라는 것이오. 이 작업은 정부에게나 당신들에게나 아주 중요한 부분이오. 이 작업이 끝났을 때 리모델링한 꿈이 다른 곳으로 새어나간다거나 불순한 의도로 사용하는 집단에게 들어간다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말이지. 그땐 당신뿐만 아니라 회사도 그렇고 물론 나도 어찌될지 모른다오. 곧 우리 모두는 누. 락. 될 수 있다는 말이오.”

  “나는 집에 예쁜 두 딸도 있는데 말이지.” 케이요원은 긴 시간동안 미동도 없이 가방을 옆에 들고 미지의 표정으로 스미스요원 옆에 죽 서 있었다. 스미스요원은 선글라스를 쓰고 케이요원을 앞세워 고요하게 회사를 빠져나갔다. 불필요한 행동 없이 아주 조용하게 나갔다.

 

  마동은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리면서 고객에게 받은 꿈의 전반적인 레이어를 여러 개 쫙 펼친 후 그것을 다시 재정비 한 것을 머릿속에서 실전처럼 가상 레이어를 만들어냈다. 머릿속에서 꿈의 리모델링을 하는 작업역시 난생처음 겪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동의 뇌는 마치 컴퓨터 홀리그램처럼 정확하게 프로그램을 나타내주었으며 마동이 생각하는 대로 레이어는 움직여 주었다. 낮에 모니터 상으로 잠깐 봤던 꿈의 모듈이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해도 홀리그램처럼 나타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레이어 순차배열이 끝나면 미려하게 머지 시켰다. 이 모든 것이 달리면서 머릿속에서만 행해졌다. 기억이 만들어낸 프로그램형식을 바탕으로 모럴이 형성이 되었다. 집에 가서 그대로 컴퓨터에 적용만 시키면 리모델링 작업의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고 세세하게 기억이 나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떠 올리는, 낮에 본 기억이 정확한 것일까. 마동의 무의식에서 기억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고등학교 때 사고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것일까.

  마동은 세밀하고 정밀하게 세공된 공예품의 하나하나까지 기억이 난다는 것이 못내 미덥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군데군데 구멍 난 기억과 고등학교 시절의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마동이 하는 기억을 잘 믿지 못하는 편이었다. 마동은 사람들이 말하는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늘 필기하고 메모하고 스케치를 하는 것을 습관을 들였다. 기억은 자신의 입지에 맞게 구부러져있어서 어느 순간 구부러진 촉을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돌리기가 어려웠다. 이미 한 번 구부러진 기억은 철사의 단단함을 지니고 있어서 손으로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억이란,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 그 한부분이 없어져버리거나 제 몸에 맞지 않는 나사가 들어가서 삐걱대는 모양이 되기도 하고 멀쩡한 도로의 가장자리에 싱크 홀이 뚫려 버려서 검은 안개가 되기 십상 인 것이 개념적인 부분에서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서 작업하는 꿈의 리모델링 작업의 기억이라는 것은 대단히 생생했고 정확하게 홀리그램화되어 나타났다. 나타난 레이어를 눈앞에서 모듈화 시키고 홀리그램으로 움직여 1차적인 작업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마동의 뇌는 작업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정확하게 머릿속에서 스케치를 했다. 보통 마동이 평소에 떠오르는 작업내용이나 아이디어의 대략적인 시안은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활자화 시켜 놓거나 간단하게 휴대전화의 스케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스케치를 해 놓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 휴대전화는 조깅을 하면서도 가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꺼내서 꿈의 리모델링 디자인 작업을 옮겨 놓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얼마나 달렸을까.

  마동은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다가 잠시 멈추니 그제야 약간의 땀이 나는 듯했다. 땀이 물처럼 흘러내려야 했지만 몸이 조금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고 땀은 미세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약간의 땀마저도 이내 사라졌다. 피부는 다시 보송한 상태로 되돌아왔다. 마동은 잠시 서서 팔뚝을 내려다 봤고 숨이 차지 않아서 곧바로 달려 나가도 될 것 같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레이어의 배열작업의 기억을 휴대전화에 옮겨 놓지 않고 머릿속에 하나의 모럴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 안에 집어넣고 또 다른 레이어의 작업을 머릿속에서 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 머릿속의 카테고리를 열어서 작업한 기억을 꺼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이미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작업을 머릿속에서 했고 이미 기억할 수 없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기억이 났다. 마동은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안의 작업한 내용을 꺼내 보았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놓은 카테고리가 열리며 그 안에서 작업한 내용이 물결처럼 차르르 흘러나와서 눈앞에 펼쳐졌다. 정말 처음 맛보는 경험이었다. 이번 작업은 꽤 힘들고 견고한 건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흘리거나 새어나가서 삐거덕거리게 된다면 심각하게 비틀어지고 만다. 마동은 어쩌면 정부의 감시 속에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고 안도감까지 들었다.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지만 머릿속은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며 남녀가 만나는 것까지 참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굴에 와 닿은 바다의 바람은 분명 후텁지근한 바람이지만 시원했다. 바다의 저편 밤하늘에 마른번개는 여전히 밝은 빛을 발하며 하늘의 한 지점에서 떨어져 내렸다. 마른번개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불안해할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설마’로 바뀌게 되며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본다면 영화에서처럼 초능력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경우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어떤 무엇에 의해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초능력을 사용하겠지만 사람들은 그럼에도 초능력자를 무서워하고 부조리한 존재로 여기며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만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능력을, 나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두려운 존재로 낙인찍고 만다. 반드시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불안해한다.

  마동은 그동안 인간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허다하게 봐왔다.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니 접어두더라도 사람들은 현실에서 불안에 종종 떨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가져오는 두려움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런 암울한 미래를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내리치는 번개가 이틀 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되니 인간은 불안해 할 것이다. 혹시 번개가? 하는 마음이 반사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소리에 한없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 인간이지만 타인에게는 권력을 잔뜩 지닌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사람들은 함구하고 있었다. 아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의 날씨는 마른번개를 제외한 일기예보만 내보내고 있다. 지역뉴스와 지역일기예보를 봐도 그랬다. 저렇게 큰 번개를 보며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와서 마른번개에 대해서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해야 했지만 어떤 누구도 마른번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마른번개를 무시하고 있었다. 마른번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저기 번개가 보이지 않으세요? 마동은 누굴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해안에 모여든 사람들,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그 누구하나 저 먼 하늘에 내리치는 마른번개를 바라보지 않았다. 번개를 보며 조급해 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몹시 이상했다. 사람들의 시야에 마른번개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분명 저렇게 번쩍 하며 내리치는 번개를 본다면 불안해 할 것이 틀림없었다.

  불안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

  마동은 달리면서 타인에 대해서 그간 안 하던 생각을 했다. 마동은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왜 그럴까.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마동의 눈에는 너무나 뚜렷하게 들어왔다. 마른번개는 어쩌면 마동에게 무엇인가 전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른번개가 나에게 어떠한 관념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마른번개는 어째서 어제부터 지치지 않고 계속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날씨 연구가들은 마른번개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기나 한 것일까.

  저 멀리서 한 번씩 내리치는 마른번개가 마치 인간들에게는 선전포고를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마른번개에는 어떤 친절함도 배어있지 않았다. 소리도 없었다. 냉혹한 악의를 지니고 그저 빠지직 하는 거대한 한 줄기의 빛이 바다의 한 곳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곡 무슨 일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전조처럼 보였다. 평소 해변의 조깅코스를 달리면 회사근처의 강변 조깅코스를 달릴 때와는 다른 공상에 젖어들곤 했다. 조깅을 하면서 공상 속에서 한 시간정도 날아다닌다. 공상 속이니 마음대로 해도 되고 그곳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공상은 때때로 노래가사를 듣다가 나타나기도 했고 달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그건 아마도 달리는 내내 바다가 눈에 보이기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다는 고요하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와 흡사했다. 바다는 언제나 암묵적이기만 했다. 늘 이렇게 잔잔하고 평온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늘처럼 잔잔한 바다라면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면 시원함에 머리통이 놀라기도 한다. 자연이란 참 좋구나,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갈매기가 된다. 갈매기가 된다면 참 좋겠지. 하늘 높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있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말이야. 갈매기는 오를 때 날갯짓을 해. 다리를 몸통에 바짝 붙여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에 비해서 굉장히 날렵해 보이지. 활공을 할 때는 날개를 쭉 펴서 바다 위를 날아다녀. 시간이 된다면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일거야. 갈매기는 물과 인접해서 서식하는 다른 새들과 조금은 달라, 황량한 바다를 제외하고 우리는 대부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경우가 없지. 항상 내려앉은 내 자리에 다른 갈매기가 앉아있으면 쫓아내야하는데 서열이 높은 놈이 앉아있으면 쫓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빙빙 돌며 비행을 할 수밖에 없어. 그것이 갈매기의 운명이라고 할까.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지? 새끼를 바다에 빼앗긴 갈매기의 울부짖음이 꼭 여귀의 울음소리와 같아. 왜 갈매기들이 바다에 내려앉아서 둥둥 떠 있지 않을까. 우리들은, 갈매기들은 바다의 무서움을 조금은 안다는 거야. 새 주제에 말이지. 네가 좋아하는 바다는 지엽적이야. 네가 좋아하는 바다는 늘 인간 가까이 있는 바다일 뿐이야. 네가 평온하게 보이도록 인간이 잘 가꿔놓은 바다지. 테트라포드를 설치하고 거센 조류를 인간의 생활궤적에서 최소화 시켜 놓은 거야. 산과 마찬가지야. 인간 가까이 잘 가꿔놓은 산과 깊고 깊은 산의 차이를 알아?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잡초와 수풀 속에서 아마 한 시간도 있지 못할 거야. 그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음에도 어느새 너의 팔뚝에 날카로운 상처를 내지. 너의 목에서 마른 비명을 자아내게 해. 바람이 불어와 인간세계에서 들을 수 없는 흉포한 소리를 내지. 자연의 평온함이란 두려움이야. 바다도 그래. 고작 1킬로미터만 나가보면 네가 늘 좋아하는 바다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바닥이 보이지 않아, 바다의 색은 온통 검푸른 색이지. 멍이 들면 나타는 색이지. 심하게 멍이 들면 나타는 색이라구. 무서운 색이지. 탁하고 아주 짙어. 거센 조류와 물살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파도가 생체기라도 내면 그 파동에 배가 심한 롤링을 하지. 넌 그러면 주위의 무엇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갈 거야.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어. 우리는 그것을 알아. 그래서 바다에 빠진 이들을 건져내지 못하는 거야. 바다는 일단 꿀꺽 삼키고 나면 다시 묘하게도 평온한 얼굴을 할 뿐이야. 바다 속에는 목이 없는 인간들이 살고 있어. 아주 많지. 몹시 많단 말이야. 수천? 아니 수만은 될 거야. 그들의 몸속에는 사념만이 가득해서 바다가 얼굴을 바꾸고 나면 목 없는 인간들이 바다위로 몰려나오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마동은 달리다가 사념이 가득한 목 없는 사람들이 불쑥 나타는 바람에 이어폰을 빼고 멈춰서 숨을 쉬었다. 이어폰에서 스타 쉽의 ‘낫띵스 고나 스탑 어스 나우’가 마동의 마음과는 다르게 신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동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바다가 제공하는 정취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다시 달렸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벗어나 꿈 리모델링 레이어 작업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말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하루였는데 머리의 회전이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그리고 역시 불안했다. 다시 팔뚝을 보니 땀이 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살갗이 뽀송했다.

  조깅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대형 전자마트 앞으로 갔다. 대형 전자마트는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더 큰 초대형마트와 가전마트도 같이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전자마트 안의 티브이 속에서 나오는 일기예보는 이번 주가 지나면 본격적인 무더워가 시작 될 거라는 예보를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볕더위가 닥쳐오면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 냉방기기를 구입한다. 냉방기기를 구입하기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냉방기기는 엄청나게 팔려나가서 각 가정에서 하루 종일, 여름 내내 돌아간다. 여름은 더 더워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당장 시원해야 여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전자마트 티브이 속에서 일기예보가 나왔지만 마른번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마른번개에 대한 이여기는 공중파 방송 3사 어디에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동은 다시 해안의 조깅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조깅코스의 중간중간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근력운동을 하기도 했다. 쇠로 만들어진 운동기구를 손으로 꽉 잡는 순간 어제내린 비 비린내와 쇠 비린내가 뒤섞여 묘한 냄새를 풍겼다. 한데 섞인 비린내는 지배적이었다. 그건 마치 앞으로 일어날 학살의 냄새였다. 마동의 머리를 짓뭉개는 압도적인 냄새였다. 어제 이전에는 도저히 맡아보지 못했던 강력한 냄새가 코로 힘 있게 들어와서 머리를 강타했다.

  웅웅. 우우우웅.

  이명이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그 소리는 혼선된 전화소리처럼 마구잡이로 혼재되어서 정제되지 않은 소음으로 귀 안에 있는 달팽이관을 비록해서 소리를 감지하는 여러 기관을 세차게 흔들었다. 순간 머리가 아팠고 조여왔다. 마동은 해안가의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잠시 멈춰 섰다. 유리벽에 쇠가 갈리는 이명 소리 때문에 조여 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허리를 굽히고 이명이 주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통은 5분 동안 마동을 어마어마하게 무섭게 만들었다. 5분여 동안 강도 높은 지진 같은 이명은 왔을 때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잠시 왔다 가버린 고통이 있고나서 마동은 천천히 일어나서 몸을 푼 다음 다시 달렸다. 해안의 조깅코스 끝은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어졌다.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서 묘한 감정의 눈빛을 보이는 개 한 마리가 보였다. 그 개는 대형 그레이트데인 견으로 마동을 바라보는 눈빛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고 눈빛 속에는 그리움이 잔뜩 깔려있었다. 마치 전쟁에 참여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눈빛 같았다. 보통의 개라는 존재가 지니는 눈빛과는 달랐다. 마법사가 저주를 걸어 놓은 개처럼 보였다. 마법사는 동물의 외형만 바꿀 수 있었지, 눈빛은 바꾸지 못했다. 대형견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옛날의 그리운 전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마동은 그런 내용의 이야기가 앉아있는 대형 그레이트데인의 눈빛을 보고 떠올렸다. 대형 그레이트데인 견을 지나쳐 등대 속으로 들어갔다. 등대 속으로 달려가는 머리 위 하늘에서 마른번개가 한 줄기 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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