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6. 유배가 끝났다
작성일 : 19-09-16 16:19     조회 : 23     추천 : 1     분량 : 486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 유배가 끝났다

 

 샤워를 막 끝내고 나온 이현민이 핸드폰을 켰다. 호텔로 오는 길에 새로 만든 핸드폰이다. 이현민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영준아 나야. 응. 지금 막. 일산. 전에 거기. 응. ”

 

 이현민은 커튼을 젖혔다. 세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먹구름 때문인지 밖은 벌써 어둑해져있다.

 

 “박변은 어딨어? 그래? 니들이 이리로 와. 생각없어. 대충 시켜먹을게. 응”

 

 이현민은 행여 그룹이나 집안사람들 눈에 띨까 호텔을 일산 쪽에 잡았다. 그곳은 과거 세 사람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지금쯤 집안에도 자신의 귀국소식이 알려졌을 것이다.

 

 이현민은 성진그룹 이필만의 셋째 아들이다.

 한때 게임으로 수백억 청년재벌이 되었다가 주가조작사건에 휘말려 폭삭 망한 후 잠적하는가 싶더니 증권가 찌라시에 재벌 2세 운운하는 기사가 돌때마다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의 친구인 안영준이 이현민과 투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보물선 인양’

 

 아이 때는 아이대로, 어른이 되면 어른대로 누구나 보물선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현민은 그것이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닌 어딘가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안영준이 이현민의 사업장인 사이판리조트까지 가져온 사업계획서는 너무나도 명확해서 되려 믿기 힘들었다.

 

 "보물선이 있다 치자. 근데 그건 그냥 사람들 마음속에 남겨둬. 꿈좀 꾸고 살게."

 “꿈이 아니라니까! 보물선은 있어. 1787년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가던 상선이 증도 인근에서 침몰했다는 문헌도 확인했고 침몰한 위치도 잠수정이 다 확인했다.”

 “아하~ 그러셨습니까?”

 “우린 그걸 인양하는데 필요한 투자를 받는거야.”

 “누가 해준대?”

 “물론 인양 후 수익배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과 계약서를 쓸거고. 인양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기술부족으로 실패했다 설명하면 게임 끝.”

 “그건 니 생각이고.”

 “우리 주머니에 들어오는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100% 남는 장사지.”

 

 안영준은 이현민의 시니컬한 말투와 한심한 듯 바라보는 표정은 무시하고 브리핑하듯 할 말만 읊었다.

 

 “어떠냐? 장난 아니지?”

 “사업 참 쉽네.”

 “나니까.”

 “역시 안영준! 썰 푸는거 하난 귀신이다.”

 

  안영준은 이현민과 고등학교동창으로 틈만 나면 친구들 불러 앉혀놓고 소설을 읊어대고 잡다한 분야에 덕후기질이 다분했던 천재였다. 졸업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난건 이현민이 이제 막 게임회사를 세우던 스물 세 살 무렵이었다. 창립기념으로 게임시나리오 공모전을 내걸었는데 거기서 안영준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두 사람은 개발자와 운영자로써 상생의 요건을 고루 갖춘 최고의 동료였고 비록 몇 년 못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파란을 겪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뭉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거기에 또 한명의 동창이자 아버지 회사의 고문변호사인 박상일 까지 가세하니 사기꾼 썰푸는 소리 같던 보물선 인양사업이 점점 가시화되어갔다.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호텔에 나타난 안영준이 헬맷을 벗으며 방으로 들어섰을 때 이현민과 박상일변호사가 심각한 얼굴로 뭔가 논의중이었다.

 

 “뭐 이렇게 진지해? 이대표, 어디보자, 유배생활 끝났는데 건배부터 해야지!”

 “아직 안 끝났다. 비행기표 간신히 구했어.”

 

 이현민이 안영준 앞에 위스키 한잔을 따랐다.

 

 “넌 아직도 오토바이냐? 삼복에 가죽점퍼는 또 뭐고.”

 “그래, 날이 습하니 덥긴 덥다.”

 

 안영준이 점퍼 안에 입었던 티셔츠까지 벗어던지고 술잔 속의 얼음하나를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오늘은 양반이네, 안영준 요새 옷 입고 다니는거 보면 이대표 너 이 사업에서 손뗀다 그럴걸? 40넘어 힙합이 가당키나 해?”

 “바람피우다 개털 되신 박상일 변호사님은 좀 빠지세요.”

 “야, 안영준!”

 “바람? 박변이?”

 

 이현민이 의외라는 듯 볼펜까지 내던지며 키득거렸다.

 

 “아냐, 그런거.”

 “아니긴, 제수씨한테 딱 걸려서.”

 “아니라니까!!!”

 

 이현민이 박변의 어깨를 툭 쳤다.

 

 “뭐 어떠냐, 것도 다 한때고 능력이다.”

 “그니까, 난 박변 부러워서 그러는걸 저건 꼭 제 발 저려서 버럭질이나 하고.”

 

 참다못한 박변이 헬맷을 던지는 시늉을 하자 안영준이 화들짝 놀랐다.

 

 “야야야, 이게 얼마짜린데...”

 

 안영준이 헬맷을 꼭 껴안고 쓰다듬었다.

 

 “그만하고 시작하자. 나 새벽에 떠야 해.”

 

  친구사이에 비즈니스 관계가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이들의 경우는 ‘있다’였다. 前국회의장의 아들 안영준, 국내 최대로펌 변호사 박상일, 재벌 2세 이현민의 만남이 이십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진한 우정보다는 필요에 의해서였다. 고교동창이라는 공통분모가 뿌리가 돼주었지만 사실 이들은 각자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달릴 때 페이스메이커가 돼주는 일종의 해결사들이다. 그것이 돈이건, 명예건, 여자건, 어쩌면 삶을 마감하고 싶을 때도 안식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이. 세 사람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굳건한 트라이앵글을 만들었고 이현민은 그 틀을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보물선 인양사업은 세 사람의 마지막 동업이 될지 모른다.

 그 계획을 처음 공개하기 위해 안영준이 사이판에 다녀간 날, 이필만에게서 전화가 왔다.

 

 *****

 

 “영준이 만나고 다닌다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린거냐?”

 “걱정마십시오.”

 “영준이가 하려는 일, 나도 알아봤다. 손 떼.”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럼 더 잘 됐고. 내 말 명심해라, 그 일로 니 이름이 한번이라도 내 귀에 들려오면 리조트고 뭐고 이제 끝이다.”

 

 따르르릉...

 찌지지지직...

 

  이현민은 지금 막 들어오고 있는 팩스가 한국에서 이필만이 보낸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현민이 리조트외의 다른 사업에 손을 댈 경우 리조트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그의 아들, 딸에게 증여한 유산과 성진그룹 가족의 권한을 모두 박탈한다는 유언장 사본이었다.

 

 유언장을 확인한 이현민이 숨을 고르고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된다는거 잘 아실텐데요.”

 “아, 저번에 밀반출건 얘기하는거냐? 그거라면 그동안 니가 싸지른 똥치우느라 들어간 돈이며 인력으로 다 탕감이 됐을텐데.”

 “주작도는요?”

 “.....”

 

 이필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못 본걸로 해라.”

 “이제부터 그게 아버지 소장품중 최고가 되는겁니까?”

 “그만하라니까!”

 “그럼 이 유언장 없었던걸로 하겠습니다.”

 “난 밑지는 장사 안한다. 너 다시 수사받게 해주랴? 나? 그깟 검찰수사 피해 가는건 난 일도 아니다. 그건 너도 잘 알텐데.”

 “아버지!”

 “주작도? 그걸로 내 발목을 잡아보겠다고?"

 "지금 그 말씀은 주작도가 아버지 손에 있는게 뭔가 잘못됐다는걸 시인하시는거네요."

 "관둬라. 널 위해서야.”

 “아버지를 위해서시겠죠. 세상 하나뿐인 영험한 보물을 얻으셨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뚝.

 

 이후 이필만에게서는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

 

  안영준과 박상일이 그간 모아온 자료와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동안 이현민은 술로 시간을 때웠다. 이 얼마만의 자유인가. 얼굴이 불콰해진 이현민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노인네가 나 풀어준 게 아들 불쌍해서 그런지 아냐?”

 “아니, 까놓고 말해서 회장님이 그런 자애로운 분은 아니지.”

 

 안영준이 비아냥거리자 박변호사가 눈을 흘겼다.

 

 “골동품 닳을까봐 그런다.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어디 금이라도 가는 줄 알고 창고에 꼭꼭 숨겨두는 사람이야. 그런데 텔레비전마다 가짜냐 진짜나 따지고, 보는 사람마다 백자가 어떠니, 그림이 어떠니 무개념이니 매국노니 떠들어대니까 그거 듣기 싫어서 수 쓴거라구.”

 “너도 그 덕 봤잖아. 그때 한류행사 때.”

 “글치. 그래서 나도 더 입도 뻥끗 못하고 유배생활 하잖어, 지은 죄가 있어서.”

 

 박변호사가 이현민의 술잔을 뺏으며 말했다.

 

 “그럼 입닫고 가만있어.”

 “야, 변호사님이 판결 내리셨다. 그만 징징거려.”

 “니들 눈엔 내가 징징거리는 걸로 보이지? 근데 이게 팩트다, 성진그룹 이필만회장의 실체, 팩트!”

 "얘 목소리 커지는거보니 접어야할 시간인가보다."

 

 박상일이 펼쳐놓았던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영준이 사업계획표를 이현민 코앞에 들이밀며 밑줄을 그어보였다.

 

 “일단 이대표는 이 자금마련부터 해. 니 손으로 1억은 만들 수 있지?”

 “1억? 야, 보물선 가치가 100억이라고 해도 거기서 10% 발굴보증금 내야해. 그럼 10억이야.”

 “어쭈 술취한줄 알았더니.."

 "안취했어 마!"

 "그러니까 투자자를 모아야지. 우린 진행비, 사무실 유지비만 마련해놓고서. 딱 1억이면 된다.”

 “그래, 사업 참 쉽지, 흥하기도 쉽고 망하기는 더 쉽고. 좋아, 한번 해보자! 보물선을 끌어올리든 보물섬을 찾아가든 한번 해보자, 안영준, 박상일! 해보자구!”

 

 띠리리리~

 

 그때 박변호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이대표 누님이신데?”

 

 박변호사가 긴장한 눈으로 이현민을 봤다.

 

 “뭐야, 나 한국온거 벌써 들통난건가? 받지 마.”

 “누님이 직접 전화하시는 일은 없는데.”

 

 이현민이 배터리를 빼버리고 냉장고쪽으로 가자 두 사람은 괜히 서로 눈치를 봤다.

 이현민이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베어 물고 다가왔다.

 

 “니들 주작도라고 아냐?”

 

 박상일이 핸드폰 배터리를 끼우다가 멈칫했다.

 안영준이 티셔츠를 입으며 말했다.

 

 “사신도.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얼마전에 청룡도 소장자가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박변.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0원 나와서 대박났었지. 근데 주작도는 왜....

  설마 주작도가 회장님한테?”

 

 이현민은 대답없이 창가로 다가섰다.

 

 띠링~

 

 박변호사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누님이신데.”

 

 긴장한채 문자를 확인하던 박변호사의 얼굴이 굳어지자 안영준이 황급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문잔데?”

 “현민아. 이거좀 봐라.”

 “왜? 뭔데?”

 “회장님이 돌아가셨대.”

 

 이현민이 얼른 핸드폰을 채갔다.

 

 ‘회장님 돌아가셨음. 현민이에게 연락요망.’

 

 “하하하하!"

 

 이현민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두 사람이 당황해서 바라봤다.

 

 "야, 이현민, 너 왜그래? 지금 웃음이 나와?"

 "이 양반 또 날 엿 먹이는거 봐라.”

 

 박상일이 비틀거리는 이현민을 부축했다.

 이현민이 들고 있던 사과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외쳤다

 

 "만세! 나 유배가 끝났어! 나 이현민! 이제 자유라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7. 주작도 2019 / 9 / 17 27 1 4020   
6 6. 유배가 끝났다 2019 / 9 / 16 24 1 4863   
5 5. 열한번 자살한 남자 2019 / 9 / 15 24 1 4611   
4 4. 곽노수의 환영을 보다 2019 / 9 / 14 26 1 4109   
3 3. 일요일 오후 갤러리모텔 2019 / 9 / 13 26 1 3660   
2 2. 백호도의 저주 2019 / 9 / 11 34 1 4173   
1 1. 사신도 2019 / 9 / 10 239 1 368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