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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3. 일요일 오후 갤러리모텔
작성일 : 19-09-13 17:35     조회 : 26     추천 : 1     분량 : 3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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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필만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건 갤러리모텔 도우미 오수경이었다.

 당연히 체크아웃 했을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침대에 사람이 있었다.

 흰색 폴로티셔츠에 하늘색 바지.

 TV홈쇼핑에서 시도 때도 없이 팔아대는 골프웨어 딱 그 복장이었다.

 

 “손님, 손님!”

 

 몇 번이나 불렀지만 잠든 사람은 미동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낯익은 얼굴 같기도 하다.

 머리가 허얘서 그렇지 자세히 보니 60대중반쯤 됐을 것 같은데 운동도 많이 하고 잘 가꾼 몸이라는게 느껴진다.

 왼손 바닥에 큼직한 화상자국이 있긴 했지만 홍안의 매끄러운 피부며 손질 잘된 머리카락을 보니 먹고살 걱정 없이 퇴직 후 혼자 여행다니며 소일하는 사람이거나 근처 골프장에 놀러왔던 사업가쯤 될 것 같다.

 

 탁자위에는 반쯤 벌어진 지갑이 놓여있었다.

 이럴 때 현장에 있는 물건에 함부로 손댔다가는 경찰서 오라 가라 귀찮아질 일이 생긴다.

 수경은 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휙 넘겨봤다.

 아무것도 없다.

 신분증도 명함도.

 그냥 텅 빈 지갑이다.

 

 지난달 길 건너 모텔에서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고 동반자살한 사람들이 있다더니 이 노인도 계획적으로 여기 들어온걸까?

 오수경은 장갑을 벗고 노인의 코에 손을 대봤지만 옅은 바람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노인이 죽었건, 기절했건, 약에 취해 널브러진 것이건 오수경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다못해 지갑 안에 만원짜리라도 몇 장 들어있었더라면 좋았으련만 이 늙은이는 모텔 사장 골머리 썩게 만들 위인밖에 안 된다.

 오수경은 내친 김에 옷걸이에 걸려있는 점퍼를 뒤적여본다.

 은은한 향수냄새가 풍기지만 역시 아무 흔적이 없다. 그런데.

 

 뭐지? 방안에 이 서늘한 기운은...

 

 순간 식은땀이 주룩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에 사장한테서 긴급 호출을 받을 때 부터 썩 내키지 않는 출근이었다.

 수당을 더블로 올려 부르고 간신히 세수만하고 나온 자린데 어째 뭔가 자꾸 뒷덜미를 당기는 느낌이다.

 

 사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별별 꼴을 다 보게 된다.

 자살한지 이틀 만에 발견된 손님도 있었고 모텔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새벽 출근길에 발견한 것도 그였다.

 덕분에 이젠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다. 오늘도 꺄악!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신원미상의 남자와 한방에 있다.

 드라마나 영화판에 수사물이 판치는 시절이다 보니 중학생인 아들조차도 현장보존이니 시반이니 하는 말을 주절대며 형사흉내를 내는 마당에 눈앞의 광경도 드라마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다.

 

 오수경은 애써 진정시키며 사방을 살폈다.

 그때 자주색 카페트에 다리미로 눌러놓은 듯 시커멓게 손바닥만한 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는게 보였다.

 방에는 다리미나 커피포트가 없는데 뜨거운 물이라도 쏟은걸까?

 오수경은 탐정같은 눈빛으로 검은 자국에 손을 대려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 열기가 남아있었다.

 

 “아씨, 뭐야? 뭔 짓을 한거야.”

 

 오수경은 혹시나 누가 손목이라도 그은게 아닌가 해서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열었다.

 

 휴우,,,

 

 다행히 안은 무사했다.

 선반에는 손님이 쓴 수건과 칫솔, 그리고 그 옆에 분홍색 신분증 케이스가 보였다.

 

 ‘진영 여자고등학교 2학년 4반 송지은’

 

 학생증이었다.

 

 “미친 새끼.”

 

 오수경은 한손에 학생증을 들고 노인을 노려봤다.

 

 “돈쓸 데가 없어서 어디서 이런 어린 애하고....”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화장기하나 없는 앳된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새벽 출근길에 모텔 문 앞을 스쳐간 그 여자 같다.

 검은 마스크를 한 모습이 아이돌이 아닌가 의심할만한 미모였는데...

 하기사 요즘 애들이 어디 애들이던가.

 무슨 만남 앱으로 만나서 놀고 돈도 버는 애들도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더 열이 받았다.

 개중에는 먹먹한 사연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데나 드나들며 늙은이 노리개로 살다가 뭐가 될 것인지 애 둘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혀를 끌끌 찰 노릇이다.

 

 아니다, 지금 남의 딸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이 마흔에 아들놈 쌈박질 보상금이나 해줘야할 자신의 인생도 구정물 통인데 누굴 안타깝다 할 것인가.

 

 ‘딩동댕동~’

 

 낭랑한 실로폰 소리가 들려왔다.

 텔레비전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은 일요일 12시가 넘은 시각이라는 뜻이지만 사망시간과는 무관한 정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수경은 이 시각을 잊지 않기로 한다.

 

 그래. 일단 신고부터 해야 방을 치우든지 할거 아닌가.

 

 오수경이 막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들어왔다.

 

 “연락받고 오셨어요?”

 

  오수경이 대뜸 내뱉은 말에 놀란건 오히려 사내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내들은 오수경의 물음엔 관심 없는 듯, 아니 이 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한사람은 노인을 부축하듯 일으켜 세웠다. 사내의 팔에 안긴 노인은 누워있을 때 보다 더 체격이 좋아 보였다.

 노인을 안은 남자와 수경의 눈이 마주쳤다.

 수경이 아무렇지 않은 듯 청소도구를 꺼냈다.

 그 사이 다른 사내는 욕실과 방안에 남아있는 노인의 흔적을 비닐봉투에 쓸어 담더니 수경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오수경이 그 주머니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 뒤로 멈칫 물러서는데 사내가 허연 종이를 꺼내보였다.

 

 “아!”

 

  얼마 만에 보는 수표인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감탄이 부끄러울 새도 없이 오수경은 수표에 찍힌 0을 재빨리 훑었다. 6개다. 그것도 석장이나.

 

 “아줌마가 들어 왔을 때 이방 손님은 이미 체크아웃 했습니다.”

 “예? 아...예. 그렇지요.”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위에 수표를 던지고 주위를 휘둘러보며 나갔다.

 오수경은 얼른 침대 위 수표를 챙겼다.

 이 돈이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다.

 찜찜한 돈이긴 해도 저쪽도 뭔가 켕기는게 있어 보이니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경찰이라도 나타난다면 무서워서 받았다고 둘러대면 그만일 것이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검은 승용차의 뒷문이 막 닫히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오수경은 그제야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순간 오수경은 경악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뚜렷이 눌려있던 카펫의 털들이 하나하나 일어서기 시작하더니 복원되기 시작한다.

 검게 눌린 자국도 원래의 자주 빛으로 돌아와 있다.

 

 "엄마야. 어어어어!"

 

 뭐지? 분명히 아까는...내가 헛걸 봤나?

 

 기억에 손바닥만한 자국이 대여섯 개는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혹시 눌린 자리를 착각했나 다시 살펴보는 찰나 침대 모서리에 박혀있는 몰래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걸 확인해봐야겠다.

 

 사장이 침대 기둥에 나사 대신 cctv를 박아 넣고 틈틈이 구경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게 두 달 전.

 

 “별거 아냐. 그냥 영화삼아 보는건데 뭐.”

 “영활 볼거면 극장엘 가야죠! 이런거 한번 걸리면 아작 나는거 몰라요?”

 “그런건 괜히 영상 돌리고 협박하고 그런 놈들이나 걸리는거고, 난 조용히 방구석에서 혼자 보고 말 것인데. 일로와, 오여사도 한번 봐봐.”

 “됐고요! 나한테 한번만 더 걸리면 진짜 경찰부를거예요. 당장 떼요!”

 

  코웃음 치는 사장에게 주먹을 내보이기까지 했지만 사실 그 인사가 그런걸 어디다 올리거나 팔아버릴 깜냥도 못 된다는걸 안다. 거기에 찍힌 년 놈이나 찍는 새끼나 똑같이 벼락맞을 것들이라고 침 한번 뱉고 말았는데 저 나사못 대가리만한 카메라를 열어보면 수경이 헛것을 본건지, 꿈을 꾼건지, 마술쇼인지 판가름해줄 것이다.

 

 그리고 학생증에서 웃고 있는 소녀.

 

 그 아이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도 저기 다 녹화되어있을 것이며 그게 수경에게 효자노릇을 해줄지도 모른다.

 

 사장이 오려면 아직 두 시간은 여유있다. 수경은 서둘러 청소도구를 챙겨 사무실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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