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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5. 열한번 자살한 남자
작성일 : 19-09-15 12:28     조회 : 23     추천 : 1     분량 : 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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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열한 번 자살한 남자

 

 쿠르릉.

 

 먹구름에 사방이 어둑해지더니 이내 천둥번개에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천상우가 탄 경찰차가 먼저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양형사가 무심코 담배를 꺼내 무는데 김형사가 툭 치며 눈짓을 했다. 금연구역이었다.

 

 “곽노수 나온거 진짜 몰랐어요?”

 “응.”

 “그럴 만도 해. 요새 형님한테 일이 한 두개 터졌어야지. 하다하다 도사견한테 물려 주사까지 맞으러 다녔으니.”

 “비 더 쏟아지기 전에 가자.”

 "잠깐, 형님, 저기 이현민 아닌가?”

 

  김형사가 가리키는 곳에 택시를 기다리는 40대 남자가 보였다. 선글라스에 후드티를 입고 배낭을 매고 있으나 한눈에도 이현민이라는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네. 이회장한테 입국금지 당했다던데.”

 “아오~ 저걸 그냥!”

 

 양형사가 얼른 김형사의 팔을 잡아끌었다.

 

 “왜요!”

 “그만해. 불기소처분으로 다 끝난 일이야.”

 “내가 저 자식한테 물먹고 개망신당한걸 생각하면 진짜.”

 “잠깐만.”

 “왜요, 뭐요, 또?”

 “이현민이가 안영준하고 친구지?”

 “안영준? 누구지? 듣던 이름인데.”

 “거 왜 혜성신약 주가조작하다 걸린 놈. 한국당 공천받았다 떨어진 애.”

 “아아. 맞다, 걔들이 게임회사 만들어서 대박쳤었잖아요.”

 “응, 안영준이가 요새 보물선 인양한다고 설치고 다닌다던데.”

 “그래서 저 자식도 그리 붙으려고 들어왔다?”

 “쯧, 아님 말고. 내가 지금 저깟 놈한테 정신 팔 때가 아니다.”

 

 양형사는 차있는 곳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지만 김형사는 이현민이 탄 택시가 멀어지는 것을 아쉬운 듯 지켜보고 있었다.

 

 *****

 

 서문경찰서 203호 지능수사팀.

 

 “선배님들, 경장진급 기념으로 막내 경수가 피자를 쏩니다! 맛있게들 드십시오!”

 

 자리마다 피자를 돌리던 이경수가 양형사 앞에도 피자 한판을 내밀었지만 양형사는 책상에 내려놓으라는 손짓만 하고는 통화를 계속했다.

 

 “좋아요. 곽노수 보면 꼭 연락해줘야 해. 심화백 아니면 나 옷 벗어야 한다 진짜.”

 

 엄살피우는게 못마땅한지 김형사가 양형사 입에 피자를 구겨 넣어주자 양형사는 마지못해 피자를 씹으며 통화를 계속했다.

 

 “언제 한번 들러요. 당신 콩나물밥 좋아하잖아. 내가 끝장나는데 하나 수배해놨거든. 그럼 그럼. 참, 청송 고선생 전화번호 바뀌었나? 없는 번호라고 나오네? 죽었어요? 언제? 아...이런. 연락 좀 하지. 쯧. 알았어요. 건강하시고. 예.”

 

 양형사가 목이 메이는 듯 콜라를 마셨다.

 

 “그깟 것들한테 뭐 맨날 존대말이에요? 선생에 화백에...예술가 납셨어”

 

 양형사가 수첩에 주욱 적힌 연락처를 김형사 코밑에 들이댔다.

 

 “이 사람들 무시하지마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옆에 꼭 붙잡아 놔야해. 이 사람들 덕 볼 날이 꼭 온다. 내말 명심해.”

 

 김형사가 수첩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양형사가 한발 빨랐다. 양형사는 수첩을 넘기며 피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고선생이라면 인사동 경매장에서 물건 빼돌리다 걸린 그 인간 맞죠?”

 “응. 곽노수하고 같은 사수아래서 일 배웠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고 때려쳤지.”

 “하이고, 적성도 가지가지다.”

 “단순절도로 연명하다가 나중에 곽노수 하청받고 움직였어. 인사동 경매장은 단독이고”

 “심화백 믿어도 돼요? 꼴에 한패라고 싸고 도는거 아냐?”

 “그 바닥에 곽노수 편들어 줄 사람 누가 있냐? 칼 들고 쫓아오지만 않아도 다행이지.”

 “하긴, 지가 이필만 오른팔이랍시고 어깨 힘주고 다녔으니 얼마나 눈꼴시었겠어?”

 “구력으로 보면 어깨 힘주고 다닐만 하지.”

 “뭐야, 지금 곽노수 편드는거예요?”

 “이런 미친! 사실을 말하는거다, 사실을”

 

 양형사가 피자 묻은 손을 닦자 이경수가 아이스커피를 건넸다.

 

 “오~ 풀코스로 쏘는거야? 경수~ 진급 축하해”

 “감사합니다. 그런데 양형사님, 곽노수 말입니다. 아는 사람입니까?”

 

 김형사가 커피를 마시다 켁켁 거리고는 이경사를 걷어찼다.

 양형사는 뒤통수가 뜨끈했다.

 

 “야, 이경사야. 밥풀떼기 하나 더 달았으면 눈치도 좀 업그레이드 해라.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아까 낮에 곽노수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었는데요.”

 

 양형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김형사가 양형사의 눈치를 살폈다.

 

 “아까 출동 나가셨을 때 왔었습니다. 저도 종로서에 다녀오느라 책상에 메모 남겨놨는데 못 보셨습니까?”

 

 양형사는 너저분한 책상 위를 뒤져 노란 포스트잇을 찾아냈다.

 

 ‘곽노수씨 전화왔었음’

 

 “이게 다야? 다른 말 안 해?”

 

 양형사가 다급하게 캐물었다.

 

 “양형사님 전화번호 가르쳐 달라길래 개인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다고 하니까 그냥 그렇게만 전해달라고.”

 

 어이없어서 주저앉은 양형사 대신 김형사가 이경수를 구석으로 몰고 갔다.

 

 “야, 공부 좀 해, 공부 좀. 곽노수란 놈이 어떤 작잔지, 양형사님하고 어떤 연이 있는지 알았으면 니 얼굴이 지금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전 문화재 쪽이 아니라..”

 “하이고, 이걸 그냥...”

 

 김형사가 이경수에게 꺼지라는 눈빛을 쏘며 양형사 곁에서 머뭇거렸다.

 

 “발신지 조회해볼까요?”

 “놔둬. 다시 연락오겠지”

 

 *****

 

 양형사와 곽노수가 처음 만난건 1987년 여름이었다.

 경찰옷을 입은 지 반년쯤 되어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이라 선배들한테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을 낸게 화근이었다. 곽노수와 일행이 천안역 쪽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대를 뒤지던 양형사는 곽노수를 발견하고 추격전이 벌어졌고 두 사람은 모두 달리는 기차에 뛰어올랐다. 완행열차의 입석인파를 뚫고 간신히 곽노수를 붙잡았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던 보자기 안에서 발견된 건 탱화와 작은 불상뿐이었고 선웅사에서 도난당했다는 현무도는 보이지 않았다.

 

 “야, 현무도 어쨌어?”

 “현무도라니?”

 “선웅사 현무도!”

 “거기 있겠지.”

 

  순식간에 양형사의 주먹이 날아갔고 곽노수는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사실 실수는 양형사에게 있었다. 양형사가 곽노수를 뒤쫓던 중 그는 이미 천안역 부근에서 공범에게 현무도를 넘겼고 자신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추격전을 벌인 것이었다. 그 사이 물건을 건네받은 공범은 서울로 도망쳤는데 불심검문에 걸리는 바람에 잡혔다. 그런데 그의 손에 현무도가 없었다. 지하철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출입문 옆에 세워놨었어요. 분명히요. 근데 내릴 때 보니까 없어요. 그게요.”

 “너 잤냐?”

 “아마 좀..아니에요. 그래도 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디로 빼돌렸어?”

 “미치겠네 진짜, 정말 아니에요. 정말 잃어버렸어요. 눈앞에서 사라졌다고요.”

 

 공범이 발을 동동 굴러가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양형사와 동료들은 믿지 않았다.

 

 그날,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곽노수가 화장실에서 런닝셔츠로 목을 맨채 발견되었다.

 곽노수를 감시하던 순경이 옷을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곽노수가 눈을 번쩍 떴다.

 

 “으아악!”

 

 뒤늦게 쫓아온 경찰들에 의해 곽노수는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담당 순경은 곽노수가 분명히 죽어있었다며 반쯤 미쳐있었다.

 

 의무실에 도착한 곽노수는 놀랍게도 모든게 정상이었다.

 곽노수의 자살미수가 마음에 걸렸던 양형사는 그날 밤 의무실로 찾아갔다.

 

 “이상하네요. 3분이상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면 산소공급이 안 돼서 살기 힘든데...”

 

 담당의가 어이없다는 듯 침대에 누운 곽노수를 내려다봤다.

 

 “왜 그랬어?”

 

 담당의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곽노수가 입을 열었다.

 

 “열 한 번째.”

 “뭐가?”

 “죽었다 살아난거.”

 

 의무실 약병들이 흔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양형사는 지진인가 하고 밖을 내다봤지만 담당의는 텔레비전을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왜 죽으려고 했는데?”

 “살 이유가 없으니까.”

 “현무도가 살아야하는 이유인가?”

 “응.”

 “목표가 있어서 좋네. 어디 또 찾아봐. 아니, 같이 찾아보자고”

 

 양형사는 곽노수를 놀리기라도 하듯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

 

 “정말인가?”

 

 곽노수의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었다. 진심이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뭐, 나도 너 때문에 실적하나 올리고. 텔레비전에 얼굴 나오고 나쁠거 없지.”

 

 곽노수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이내 잠들었다.

 

 곽노수는 1년 8개월 형을 살고 나왔다.

 출소하는 날, 양형사는 교도소문 앞에서 곽노수를 기다렸다.

 꿈에 곽노수를 본 것이다. 수갑을 채울 때 비아냥거리듯 웃던 그 얼굴 그대로.

 초췌한 곽노수가 양형사를 보고 피식 웃었다.

 

 “진짜 올줄 몰랐는데.”

 “생각은 했다는 뜻?”

 “꿈에 보이길래.”

 “말했잖아. 현무도, 같이 찾아보자고.”

 

 하지만 현무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대신 곽노수는 골동품 소장자의 집을 털거나 미술관 박물관을 뚫으려다 몇 차례 더 감옥행이 이어졌고 양형사는 도난 문화재의 행방이나 조직원들의 계보가 막힐 때 곽노수를 찾아갔다.

 형사와 도굴꾼과의 공조.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30년이 지나있었다.

 

 *****

 

 천상우 심문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양형사는 헐레벌떡 뛰어오는 김형사와 마주쳤다.

 

 “양형사님, 빨리 빨리 좀 와 봐요.”

 “곽노수? 전화왔어?”

 

 덩달아 뛰는 양형사를 잡아 세운 곳은 텔레비전 앞이었다. 뉴스에는 이필만회장의 얼굴과 성진그룹 본사 빌딩, 그리고 ‘성진그룹 이필만 사장, 심장마비로 사망.’이라는 자막이 떠있었다.

 

 “성진건설로 시작해서 성진그룹을 국내 20대 기업으로 키워낸 이필만 회장의 죽음으로 경제계가 큰 슬픔에 잠겼으며 빈소가 마련된 강인병원 장례식장에는 벌써 많은 경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형님, 이현민 온게 혹시 저거 때문에..”

 “됐다!”

 “되긴요. 이상하잖아요. 6시경 심장마비라는데 이현민이 온건 점심때. 심장마비 걸릴거 알고 온거라고?”

 “곽노수 찾았다.”

 “에? 예?”

 “저기 가면.”

 

 양형사가 가리킨 곳에는 이필만의 빈소가 마련된 강인병원 장례식장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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