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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20.잊기 위해... 잊지 못해...
작성일 : 19-03-19 00:00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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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더위가 한창이었다. 영채는 한여름의 개미처럼 그렇게 열심히 지내고 있었다. 괜찮았다. 생각보다 괜찮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영채의 마음을 흔들어버리기 전에 영채가 지쳐 먼저 골아 떨어지는 일상이었다.

 영채는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업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주은이가 들어왔다. 영채는 예전보다 훨씬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주은이는 그런 영채를 볼 때마다 어색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은이는 자신의 어색함을 영채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은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서 영채가 이 모든 것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정을 한다면 이 모든 상황들이 맞아떨어졌다. 지금껏 모든 날들의 영채의 눈빛과 표정이 다 말해줬던 거였다. 주은이는 그 순간 자신이 한 없이 창피했다. 영채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은연중에 영채를 동정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껏 해온 모든 행동들이 미안해졌다.

 주은이는 오늘 용기를 내야했다. 오늘은 주은이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주은이는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마지막에 영채를 만나고 싶었다.

 “언니, 일찍 왔네요.”

 늘 살짝 피하기만 하던 주은이의 말에 영채는 놀라웠지만,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냥 미소를 띠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어색한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영채는 터득했다. 영채가 늘 그렇듯이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나가려고 했다.

 “언니, 저 오늘 마지막이에요.”

 영채는 주은이의 소식을 들었지만, 그게 오늘인지는 몰랐다.

 “아, 오늘이었어? 미안해. 시간이 좀 남은 줄 알았어.”

 더 이상의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주은이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아쉽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아무 소용이 없는 생각이었다.

 영채의 말 속의 공백을 느낀 주은이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언니, 저 언니한테 할 말이 있어요.”

 주은이의 말에 영채는 주은이를 바라보았다. 망설이는 눈빛이 느껴졌다. 짐작할 수 있었다.

 “언니, 예전에 언니 친구가 우리 매장에 왔을 때요....”

 영채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의 기억은 분명 좋지 않은 것이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제 그런 감정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이 아마 적당한 타이밍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주은아, 나도 그때 들었어...”

 영채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이 모든 것에 감사했다.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아무렇지 않았다.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질 만큼.

 “언니... 미안해요. 아니, 뭐라고 해야 될지.”

 “아니야. 그냥 사실일 뿐이야. 나도 사실은 그 이후로 한동안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럭저럭 괜찮아졌어. 너 고민 많이 했겠다.”

 영채의 말에 주은이는 고개를 숙였다.

 “언니, 혹시 제가 뭔가 언니한테 잘 못했거나, 기분 상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요.”

 영채는 주은이가 자신에게 잘못한 게 한 번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

 ‘나를 불쌍하게 여겼구나...’

 그 사실을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들 그랬다. 영채는 그게 싫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화가 나거나 그러지 않았다. 신기했다.

 “주은아, 고마워. 이렇게 말해줘서.”

 주은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채를 볼 자신이 없었다. 영채는 그런 주은이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주며 얼른 옷 갈아입고 일 열심히 하자고 했다. 마지막을 잘 마무리 하자고.

 영채는 휴게실을 나와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늘 똑같은 매장의 공기가 살짝 가벼워졌다. 영채는 그렇게 업무를 시작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하루하루가 지치게 만드는 더위와 습기로 버겁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민선이가 영채를 불렀다.

 “영채야, 본사에서 추천서류가 하나왔는데, 너를 추천하고 싶어서.”

 영채는 민선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너하고 잘 맞을 것 같은데. 너의 생각도 한번 물어봐야 되고, 사실은 네가 했으면 좋겠어. 경쟁도 있고, 심사도 좀 빡빡할 수도 있는데 한번 시도해보지 않을래?”

 민선이는 영채가 어떤 말로든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까봐 서둘러 내용을 전했다. 그런 민선이의 걱정과 달리, 영채는 민선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겠다고 했다. 민선이는 영채에게 이 제안을 할 때 몇 번의 설득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채의 입에서 하겠다는 말이 바로 나오자 당황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영채야, 웬일이야? 나는 너한테 몇 번 더 말해야 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채는 민선이의 말에 웃었다.

 “언니가 나한테 좋은 길을 알려 줄 거라는 믿음?”

 장난기 가득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진심을 민선이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봐 온 영채가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민선이는 가슴 한구석이 살짝 저려왔다. 영채의 변화가 놀라웠고, 신기했고 그래서 많이 고마웠다. 누군가의 발전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와, 이 언니 이제야 믿어주는 거야?”

 영채는 민선이의 말에 웃었다.

 “언니, 걱정은 되지만... 저도 뭔가 해보고 싶어요. 새롭게, 가능하다면요.”

 “넌 충분히 잘해낼 거야, 걱정 하지마.”

 영채는 그렇게 바랐다. 더 이상 과거 속에서 자신을 방황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움이라는 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 영채에게 간절히 필요한 게 그 새로움이었다.

 

 태호는 눈을 떴다. 어두운 방안은 쳐 놓은 두꺼운 커튼 틈새로 들어온 새벽 빛이 그어 놓은 한 줄의 빛만으로도 충분했다. 방안은 조용했다. 태호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아무 소리도 없었다.

 태호는 순간 안도했다. 다시 시작 되는 고통의 시간일까봐 두려웠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시간이 꿈일까봐 가끔 무서웠다. 그리고 태호는 그 고통의 시간에서 겪었던,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래서 더 가슴 저리는 그때의 장면이 가끔 아니 자주 다시 떠올랐다. 지금의 자신을 버티게 해준 그때의 장면들이 떠오를 때면 태호는 다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말할 걸 그랬나...’

 태호는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이 시간의 공기를 좋아했다. 세상의 움직임은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이미 살짝 더운 바람이 부는 시간상으로 이른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이 아침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것도 최근에야 다시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태호에게 지난 몇 달 간의 시간은 태호조차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운동에 대해 다시 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절도 느꼈다. 자신이 지금껏 받은 사랑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생기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답답함도 알게 되었다.

 벗어났던 생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갑자기 떠올랐고, 잊을려고 하면 떠올랐고, 그래서 생각하려하면 슬펐다. 이제 모든 게 끝이었다. 다 지나간 일이었다. 사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지금을 보내야 했다.

 태호는 공이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태호의 정신이 그 소리에 긴장했다. 지금껏 지내온 시간에 대한 습관인지, 태호의 본능인지 태호는 그 소리가 좋았다. 그래서 태호는 살짝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태호는 성민이의 도움과 지금껏 태호를 봐왔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태호가 늘 봐왔던 장면들이었지만, 이제 태호의 위치는 달랐다. 그래서 태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잘 해보고 싶었다. 태호는 다른 것을 느껴본 전직 선수였다. 태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뜨거운 여름, 새로운 도전이 지금 태호에게 제일 큰 위안이었다. 처음엔 태호 스스로도 어색했고, 태호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도 어색해했지만, 태호는 그걸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할 수 있었다. 태호는 아무도 더 이상 자신의 어색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에게도 그걸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태호는 더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다. 매순간 긴장했고, 그래서 매일 피곤에 행복해하며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어서 좋았다.

 태호는 눈을 떴다. 아직 적응이 안 되었나보다. 가끔 터무니없는 시간에 깨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가끔 그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래서 태호는 순간 막막했다. 얼른 잠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바람은 태호의 욕심일 뿐이었다.

 깜깜한 새벽, 눈이 그 방의 어둠에 적응해서 멀뚱멀뚱 방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태호는 떠올리고 말았다. 처음 영채의 집에서 있게 된 그 날의 방안이 떠올랐다. 그때 태호는 아팠지만, 모든 게 신기할 정도로 자세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슬펐지만, 다행이었다. 진심으로.

 태호는 영채와 아무렇지 않게 인사한 게 늘 마음에 남았다. 마지막 인사를 했었어야 했나 후회도 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영채의 연락을 혹시나 하고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의 느낌이 맞았다. 그때가 결국 마지막이었다.

 태호가 본 영채의 마지막 모습은 태호의 일정이 변경되어 마지막으로 출근하던, 영채네 집에서 나온 이틀 후였다. 영채는 아무 표정도 없이 그 길을 지나갔었다. 한번만 이쪽을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태호는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영채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이제 울지 말고 잘 지내요. 정말 고마웠어요.’

 태호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편의점 밖을 바라보고 있자, 지훈이가 말했다.

 “형이 저 문으로 들어왔던 게 정말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지훈이는 태호와의 시간을 아쉬워했다. 태호는 그런 지훈이를 보며 웃었다.

 “너 덕분에 나 잘 지냈다. 진짜 고마워.”

 “형, 다시 운동하는 거 진짜 축하해요. 바쁠 거지만, 가끔 연락해요. 알았죠?”

 영채도 이렇게 말해 줬을 거다. 축하한다고. 자신의 소식을 전했다면 영채는 분명 그렇게 말해줬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아직은 아니라고, 그리고 어쩌면 할 필요가 없다고... 태호가 스스로를 막았다. 아직은, 아니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태호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지훈이를 향해 웃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태호는 초록 잎으로 바뀐, 태호의 완벽한 추억이 있는 그 길 위에 섰다. 봄이 끝났다. 태호의 봄도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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