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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4.아직도 기억은 아프다
작성일 : 19-01-22 00:00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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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쌀쌀한 밤공기에 영채는 잔뜩 움츠려서 걸었다. 찬바람이 영채의 얼굴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오피스텔 입구에 카드키를 갖다 댔다. 늦은 시간인데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다들 영채 나이의 직장인들로 보였다. 영채는 그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이들도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영채의 마음에 약간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누군가 택배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영채도 오후 늦게 받은 택배 문자를 기억했다. 그래서 경비실에 들러 택배를 받았다. 영우가 보낸 것이었다. 영채는 그 안에 든 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채는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집안의 공기를 아무렇지 않게 느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켜진 현관의 센서등이 다시 꺼지기 전에 침대 근처 스탠드를 켰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는 공간에서 방 전체를 밝히는 밝은 전등은 살짝 불편했다.

 그리고 라디오를 켰다. 심야에 하는 라디오는 영채가 중학생 때부터 무조건 들어왔기에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늘 켜두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영채였지만, 그래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소리는 영채에게 위안이 되었다.

 들고 온 택배는 한쪽에다가 밀어 두었다. 아직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열어보고 싶은 마음에 순간 갈등도 했지만, 조금만 미루기로 했다. 아마 곧 열게 될 거라는 걸 영채는 알았다.

 괜히 책상위에 놓인 물건의 먼지도 털어보고, 내친김에 방청소도 깨끗이 했다. 구석에 놓인 거울도 깨끗이 닦아보았다.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영채는 한참을 그렇게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눈빛에 마음이 움직였지만, 자신의 고개는 어느 순간 가로젓고 있었다.

 씻고 와서 화장품도 꼼꼼하게 발라보고,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더 높여서 내용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결국 관심은 택배 상자로 갔다.

 준비가 되었다. 이 순간 해야만 하는 마음의 준비였다. 괜히 숨도 크게 한번 들이 마셔봤다. 그리고 눈에 힘도 줬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상자에는 영채가 지금껏 보아왔던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할머니의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영우의 짤막한 메모가 보였다.

 ‘너가 반가워할 것 같긴 한데, 조금만 울어.’

 영채는 그 메모에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무언가를 눌러 삼켰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책과 모자, 늘 영채에게 편지를 써주셨던 할머니가 모아둔 예쁜 편지지와 봉투들 그리고 영채의 졸업식 때 찍은 사진과 영우 군대에서 찍은 사진이 넣어져 있는 액자들이었다.

 그 사진 속의 할머니는 지금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채 곁에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했다. 할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그날들의 기억들이 떠오른 영채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 속에 낡은 노트가 하나 보였다. 지금껏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영채의 기억으로는 그런 것 같았다.

 그 노트를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한참을 보았다. 내용이 읽혀지지가 않았다. 그 글씨를 본 순간 영채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엄마의 글씨. 엄마의 일기장이었다. 영채는 그날 이후 그 일기장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가 영우에게 전해주었던 것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영채는 그 일기장을 덮었다.

 가슴 속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영채의 얼굴을 달궜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영채의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왜 이 일기장이 이 상자에 넣어져 영채에게 왔는지 생각해 보았다.

 영우에게 전해지던 것을 보았으니까 영우가 의도적으로 보냈다는 것인데 아직도 영채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아는 영우가 굳이 지금 이것을 보냈다는 생각에 영채는 섭섭해졌다.

 다시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 그 노트에서 예쁜 편지지가 하나 빠져나왔다. 할머니의 글씨였다. 읽기도 전에 영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영채야, 쉽지 않다는 거 알아. 그래도 언젠가는 너의 엄마를 용서하렴. 내 딸이잖니. 너무 미워하지마. 미안해. 영채에게 그런 상처를 주게 해서. 내가 너의 엄마 만나면 혼내줄게. 사랑하는 나의 영채야. 행복하자...’

 

 영채의 15살 생일은 영채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었다. 영채는 그때 처음으로 행복하면 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채의 아버지는 2년 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영채는 죽는다는 게 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참 많이도 울었다. 그래도 영채는 할머니, 엄마, 영우와 함께 잘 버텨냈다. 아빠와 함께 한 기억들이 영채에게 한없는 아쉬움이었지만,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15살 생일에 영채는 할머니, 엄마, 영우와 함께 참 많이도 웃고 즐거웠던 생일을 보냈다. 아빠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정말 아주 잠깐이었다. 영채가 마지막으로 썼던 그날의 일기장에도 그렇게 적혀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다음날 눈을 뜬 영채는 뭔가 심하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처음엔 울었던 기억. 그 후 최선을 다해 그날의 모든 기억을 지웠다.

 엄마는 그렇게 아빠가 떠난 뒤 잘 견디는 듯 했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인생을 끝냈다.

 영채는 할머니랑 영우가 엄마가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영채를 위로 할 때 화가 났다.

 “그럼 우리는 뭐야? 그건 사랑 아니야.”

 사랑이 그런 거라면, 사랑이 고작 그 정도라면 그런 사랑은 무시하기로 했다. 한창 예민하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가진 영채는 사랑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설득해야했다. 잔인한 현실에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그 후 할머니랑 영우는 영채에게 엄마를 이해시키지 않았다. 영채가 받아들일 수 있을 언젠가를 기다리며 그렇게 지냈다. 그때가 영채의 인생이 제일 힘든 때였다. 영채는 그렇게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

 영채는 그럭저럭 학창시절을 보내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잘 버티던 영채의 삶에 할머니가 또 떠났다.

 영채는 할머니의 마지막을 준비할 때 한번은 엄마에 대해 물어봐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자신만큼 할머니도 힘들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때 다들 그랬다. 자식을 보낸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냐고...

 그 후로 영채는 생일을 보내지 않았다. 따라오는 연관된 기억들로 힘들었다. 할머니와 영우에게도 생일을 떠올리기 싫다고, 그러니까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영우는 영채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 대신 다른 방법으로 늘 영채의 생일을 챙겨주었다.

 할머니는 며칠 간 더 맛있는 반찬을 생일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해주셨고, 영우는 영채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과 그 가수가 나온 잡지책과 영채가 좋아하는 빵을 며칠간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사다주었다.

 처음에는 화를 낼까 싶었지만, 좋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고 그래서 화를 내는 게 맞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게 영채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지내왔다.

 스무 살이 되고 학교 핑계로 집에서 나와 살게 된 후 영채는 더욱 생일을 잊었다. 자신의 생일을 물어보는 친구들에게는 명절과 겹친다고 거짓말로 생일을 말하곤 했다. 그러면 다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영채를 위로해 주었다. 그게 영채에게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면서는 숨길 수 없는 주민등록 번호가 지금껏 영채의 노력을 헛되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영채는 또 농담처럼 출생신고 날짜가 잘못되어서 그날은 생일 아니라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위로 받고는 했다. 정말 생일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의식되는 그런 날이어서 힘들었다.

 영채는 엄마가 떠난 후 영우에게 용기를 내어 물어 본적이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묻지 못했지만 영우는 자신과 같은 상황이니까 물어보고 싶었다. 오빠는 엄마가 용서가 되냐고... 그때 영우는 영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워하면서 대답했다.

 “영채야.. 용서는 글쎄, 그건 너도 좀 더 지나서 알게 될 거야. 그냥 뭐랄까... 나는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영채는 영우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과는 다른 생각에 서운했다.

  그 후로 영채는 영우에게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배신감이었고, 그 후에는 각자 살아가야 되는 삶 때문에 못했다. 영우는 둘 사이에 놓인 안 보이는 벽을 안타까워했고, 영채는 어색해했다.

 영우가 결혼하면서 영채는 더욱 다가가지 못했다. 영우가 많이 행복하길 바라는 영채의 마음이 그렇게 영채를 영우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영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늘 영채를 기다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영우는 영채가 걱정되었고, 영채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영채는 그렇게 다시 할머니의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서 한쪽에 놓아두었다. 예전 생각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흐른 눈물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눈물을 닦고 영채는 누웠다.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그러다가 영채는 휴대전화를 들어 영우에게 문자를 했다.

 ‘택배 받았어. 잘 받았다고 확인해줘야 될 것 같아서. 오빠, 잘 자.’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영채는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영우에게서 무슨 말이든 듣고 싶었다. 얼마 후 문자메시지 소리가 났다. 확인 하려고 하니 괜히 손끝이 긴장되었다.

 ‘영채야. 너한테 물어보고 보낼까 하다가 당연히 너가 원할 것 같아서 보냈어. 그리고 그 안에 노트는 할머니가 너한테 전해 달라고 하셔서... 언젠가 너가 보길 원하시는 것 같았어. 아직까지 힘들 거 아는데... 감기조심하고 잘 자.’

 영우는 역시 영채를 알았다. 그래서 영채는 더 슬펐다. 영우랑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오늘 따라 서글펐다. 오빠한테 일상적인 하소연도 하고 싶고, 할머니가 없는 현실을 같이 공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이 밤 할머니가 너무도 그리웠다. 더 잘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고, 더 이상 할머니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고, 지금 이 순간 세상에 자신 혼자인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왔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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