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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5.그렇게... 봄이 다가오다.
작성일 : 19-01-25 00:00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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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게 확실했다. 아침 저녁으로는 공기가 아직 차가웠지만, 낮의 바람에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반짝이는 봄의 햇볕과 따뜻한 공기 속 살짝 차가운 봄바람이 곁을 스칠 때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속을 간지럽혔다.

 영채도 자신의 살짝 들뜬 것 같은 기분을 짐작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봄의 힘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불안함도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송영채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축하 쿠폰이 발급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문자 메시지에 영채는 그 불안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정말 친절하게도 매년 잊고 싶어하는 생일을 영채가 남긴 생년월일을 알고 있는 곳들에서 축하를 해줬다. 그럴 때마다 영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영채의 사정을 모르는 친절한 그들을 탓하는 게 더 웃긴 일이었다.

 오늘은 영채가 그렇게도 잊고 싶어 하는 생일이었다. 영채 주위의 대부분 사람들은 얼마 전에 지난 명절을 영채의 생일로 알기에 다들 오늘인 영채의 진짜 생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영채는 이 좋은 봄에 자신의 생일이 있다는 게 늘 불만이었다. 아니 예전에는 그렇게 불만사항이 아니었다. 그때는 봄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영채도 점점 예쁜 꽃이 눈에 들어왔고, 그로 인해 즐거웠다. 그러다가 딱 이날쯤 되면 영채가 즐거워하는 것을 방해라도 하듯 불안감이 영채 앞에 나타났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얼굴 위로 전해지는 기분 좋은 바람과 환한 햇볕은 영채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정말 아무것도 생각안하고 이 자체로의 모든 것을 즐기고만 싶었다. 그럴 수 없는 영채에게 봄의 이 순간은 잔인했다. 그 사실을 잊고 싶어서 더 열심히 걸었고, 최선을 다해 바람을 스쳐지나갔다.

 너무 집중해서 걸었던지 살짝 더웠다. 그런 영채의 뒤에서 민선이가 불렀다.

 “영채야, 안 늦었으니까 좀 천천히 가. 너 따라 가느라 너무 힘들어.”

 영채는 그제서야 걸음을 늦추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노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 언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운동 좀 하고 싶었어요.”

 어색한 변명이었다. 그러나 그런 영채의 어색함을 민선이는 눈치 채지 못했다.

 “언니, 결혼 준비 잘 되어가요? 많이 바쁘겠어요.”

 영채의 말에 민선이는 자신의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힘들어.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왜 이렇게 할 게 많은지...”

 민선이의 말에 영채는 민선의 팔을 잡고 살짝 앞으로 끌어줬다. 모든 것을 공감한다는 얼굴로 영채는 민선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영채는 진심으로 자신이 민선이의 마음을 알아주는지 그래서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하는지 알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는, 아니 하고 싶지 않게 된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정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민선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진심이었다.

 “언니, 그래도 좋은 계절에 결혼하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요.”

 그렇게 영채는 민선이를 달래주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몇 번의 생일 축하 인사와 쿠폰을 문자로 받았다는 것을 영채는 일이 다 마무리 된 후에야 확인했다. 정말 이런 상황에 있는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안 되기도 했다. 영채는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해주는 축하를 받은 것으로 자신의 생일이 무사히 지났다고 생각했다.

 ‘27살 생일이 드디어 지나갔다.’

 영채는 퇴근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발길을 위로 향했다. 그냥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뭔가 또 다시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봐 살짝 두려워졌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강하게 마음 먹을 수 있는, 무언가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영채는 다른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과 건물 아래 길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의 적막함을 더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가끔 혼자라는 느낌을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느끼고 싶은 순간 여기가 최고의 장소였다.

 밤에 느끼는 바람은 낮보다 많이 차가웠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정신이 깨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래서 강한 의지 같은 게 생겨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영채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순간 영채의 등 뒤가 서늘해졌다. 머리끝이 쭈뼛 거렸다. 그리고 기억났다. 이런 기분을 전에 느껴보았다는 것을.

 “아,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왜 또 여기 있는 거야...’

 영채는 뒤돌아보기 직전에 들린 말소리에 혼자 생각했다. 뒤돌아본 영채의 눈앞에는 태호가 서 있었다. 미안해하며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영채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태호가 서 있었다.

 “갑자기 들어 오길래, 저도 순간 너무 놀라서, 그런데 더 놀랄 것 같아서...”

 태호의 말에 영채는 그날의 그 장면이 그려졌다. 그래서 갑자기 웃음이 났다. 두 번째였다.

 영채는 마음이 살짝 고민하는 순간 말해버렸다. 오늘은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혹시, 괜찮다면 여기서 맥주한잔 할래요?”

 영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태호는 그제서야 영채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처음 만난 날의 영채의 얼굴과는 달리 오늘은 뭔가 장난기가 살짝 있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언뜻 비치는 단단한 표정은 오늘도 여전히 보였다. 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채는 자신이 사오겠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태호의 손에서 검은 봉지가 앞쪽으로 나왔다.

 “여기 맥주는 있어요.”

 다른 한손에는 이미 맥주 한 캔이 들려 있었다.

 “맥주 마시고 있었어요? 제가 방해 한거네요.”

 영채는 태호가 전해주는 맥주를 받으며 나름 사연 있는 난간쪽으로 걸어갔다. 태호도 영채 옆에 섰다. 맥주 한 모금 마신 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먼 밤하늘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오늘 아르바이트한지 한 달 되는 날이예요.”

 태호는 지금 보내는 시간들이 많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말했다.

 “그냥 집에 가기 뭐해서, 여기 밖에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올라왔죠.”

 태호는 오늘을 스스로에게 축하하고 싶었다. 잘 견뎠다고 매 순간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잘 마시지 못하지만, 위로에 도움을 줄 맥주 3캔을 들고 옥상에 올라와서 좀 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태호의 말에 영채는 다시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자신도 놀랐다.

 “시간이 그렇게 지난줄 몰랐어요. 축하해요.”

 영채는 태호의 사연을 대충 전해 들었기에 지금 태호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축하라고 말하기에는 태호의 지금이 그냥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날요...”

 태호의 입에서 ‘그날’이 나오자 영채는 살짝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어색한 웃음으로 넘겨야했다.

 “그날... 덕분에... 아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영채는 태호의 의외의 말에 놀랐고, 그래서 궁금했다.

 “그날 사실은 제가 많이 안 좋은 날이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올라와서 무언가를 결판내려고 했었어요. 갑자기 들어오더라구요. 그리고 저보다 더 아프게 울었어요. 그래서 그때 저도 같이 울었어요.”

 그때의 상황이 그려지자 태호는 그날의 감정까지 떠올라 또 살짝 목이 메었다. 태호의 말을 듣고 있던 영채도 그날의 태호가 어땠을지 짐작이 되었고, 그날의 자신을 아프게 했던 그때의 감정들이 다시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또 한동안 말없이 먼 밤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날의 감정에 다시 들어가 본 태호와 영채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버텨내고 그렇게 이겨내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기회가 된다면 말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고맙다구요.”

 영채는 태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태호가 그의 인생에 다시 힘을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힘든 인생을 버텨내고 있는 태호가 이상하게도 고마웠다.

 “사실은 저랑 같이 일하는 동생한테 운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키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날 키가 너무 커서 더 놀랐거든요.”

 영채는 웃었다. 태호도 웃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저는 한태호라고 해요.”

 태호의 말에 영채는 자신도 모르게 태호의 이름을 되뇌었다.

 “저는 송영채예요.”

 영채는 이 순간이 살짝 어색했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했었다는 사실에 금세 마음이 편해졌다.

 태호는 영채에게 고마움을 말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꼭 한번은 말하고 싶었다. 덕분에 이렇게 있다고...비록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이대로 모든 것을 그만두기는 싫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랬다. 이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영채와 태호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봄을 가득 담은 밤바람이 태호와 영채 주위로 지나갔다. 그렇게 이 봄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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