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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6.미처 알지 못했다.
작성일 : 19-03-05 00:0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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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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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채는 깜깜한 집으로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이 어둠이 너무도 편안했다. 현관 입구의 센서 등이 꺼지고 자신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이 너무도 좋았다. 아마도 어느 누구도 자신을 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그 감정으로 인한 얼굴의 표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영채는 역시나 그 사실 조차도 몰랐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서 모든 게 자연스러운 듯 지나온 그 어색한 순간이 끝났기에... . 그냥 편하다고, 이제 편해졌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집은 영채가 아침 일찍 나갈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태호는 늘 그랬다. 최대한 자신의 흔적이 남지 않게 늘 그렇게 정리를 했다. 그래서 아마 영채는 그 동안 큰 불편을 못 느꼈던 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 섭섭했다.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사실 처음 태호가 집에서 지내게 될 때는 걱정도 했었지만, 태호는 서운할 만큼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태호에게 서운했다. 그것을 모든 게 끝날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영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영채는 태호에게 아무 말도 전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태호는 영채의 마음을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채는 또 고민했다. 분명히 제대로 말해야 했다. 영채의 결심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전처럼 영채는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외롭게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영채는 옷을 갈아입고 씻기 위해 욕실로 갔다. 욕실 조차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영채는 수납장을 열어 머리끈을 찾았다. 무언가 허전했다. 수납장 속에 들어 있던 얼마 안 되는 태호의 물건들이 하나도 안보였다. 영채는 욕실에서 나와 태호의 물건을 넣어두는 수납장을 열었다. 없을 거라는 확신이 문을 열기 전에 생겼다. 문을 열었다. 수납장이 온갖 생필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태호의 물건은 이제 없었다.

 영채는 갑자기 느껴진 섭섭함과 서운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분명히 다행인 일인데, 영채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영채는 수납장 문을 닫고 다시 욕실로 가서 씻었다. 씻으면서 영채는 좀 전에 함께 저녁을 먹던 장면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속에서 태호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그 얼굴은 실제 본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분명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채는 그 순간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 태호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왜 태호는 묻지 않았을까.’

 목 끝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꾹꾹 누른 감정이 목 끝에서 점점 아파오고 있었다. 영채는 알지 못했다. 그 아픔이 무엇인지, 그냥 자꾸만 올라오는 울컥함에 많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영채는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온도가 얼굴의 뜨거움을 사라지게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 차가움에 영채는 자신의 눈에서 나오는 뜨거운 온도를 느껴버렸다. 영채는 울어버렸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았다. 눈 주위가 살짝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영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분명 모든 것이 영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음에도 영채는 마음 한 끝에 남아 있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정신을 빼앗겼다.

 영채는 얼른 자고 싶었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잊고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한동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영채는 스탠드를 켜 자리에 앉았다. 지금껏 태호랑 지내왔던 시간들이 아주 예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분명 좀 전까지 태호에 대한 마음이 확실했었기에 영채는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감정들이 당혹스러웠다. 정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영채는 시원한 물 한잔이 필요했다. 다 지난 일이었기에 깨끗이 보내면 되었다. 그래서 무슨 의식처럼 물 한잔으로 모든 감정을 끝내고 싶었다.

 영채는 냉장고를 연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실패했음을 알았다. 냉장고 속에는 영채가 좋아하는 우유와 주스, 간식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눈물도 냉장고 가득 들어차버렸다. 영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울음에 정말 엉엉 울어버렸다. 태호는 그렇게 영채를 울게 했다.

 태호에 대한 마음을 뭐라고 해야 될지 아직도 몰랐다. 그 모든 감정들이 다 말해주고 있는데도, 영채는 지금 이 순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채는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는 것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왜 이러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몰랐기에 스스로에게 더 좌절을 느꼈다. 영채는 자신이 정해 놓은 결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루어진 것에, 절망했다.

 태호는 왜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가버렸을까. 영채는 이 현실에 서럽게 울었다. 혼자서 끙끙거리며 냈던 결론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게 된 지금, 영채는 눈물의 위로를 구했다.

 영채는 이때는 몰랐다. 이 눈물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걸 알려주었는지를.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영채는 알게 될 것이었다. 이때 자신의 마음이 제일 솔직했다는 것을.

 

 태호는 영채의 문자에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느낌이라는 것은 가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태호는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태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영채의 공간 속에, 영채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지내게 되었지만...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태호는 이곳에서 너무도 좋았다. 비록 밤낮이 바뀐 일이었지만, 머무를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었다. 그리고 영채...

 영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이 즐거웠다. 아니 그것도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랬다. 태호는 영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계속 무시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야 확실해졌다. 그러나 확실만 해졌을 뿐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다. 현실이 바로 태호의 머릿속에 나타나 버렸다. 태호는 살짝 떠오르는 미소를 지우고 고개를 저어야만했다.

 태호는 아무렇지 않게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그게 가능한지 조차도 자신 할 수 없었다. 그냥 영채의 입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상상만 해도 싫었다. 그러면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영채와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모든 순간의 기억이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영채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간절히 바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오늘 영채를 만나고 싶다고.

 태호는 영채에게 촌스럽지 않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영채가 좋아하는 것들과 필요한 것들을 마지막으로 사다 놓기로 했다. 자신의 물건이 들어있던 수납장에는 영채에게 필요한 티슈와 생수 그리고 영채가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냉장고 안에는 영채가 좋아하는 우유와 주스, 간식을 넣어두었다.

 태호는 그렇게라도 표시 안 나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짐작 못했던, 그래서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채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결국 펑펑 울었다는 것을, 그 모든 것들이 그 순간 영채를 얼마나 촌스럽게 만들었는지 태호는 짐작도 못했다. 그 어떤 말보다, 행동보다 영채에게 강력한 장면이었다.

 태호는 영채의 집을 다 확인하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렇게 태호는 혼자서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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