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4.현실이었다.
작성일 : 19-02-26 00:0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34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채는 아무렇지 않게 일을 마쳤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오자 무너졌다.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노력해도 멈추지 않는 눈물이었다. 다행이었다. 마치고 나서, 그렇게라도 참아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늘 힘들거나 울고 싶어지면 올라가는 곳이었는데, 영채는 오늘은 정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눈물 때문에 옥상으로 향해야 했다.

 고요하고 따뜻한 느낌의 공기 속에 살짝 차가운 바람이 지나고 있었다. 영채의 우울한 감정들을 깨뜨려줄 그런 바람이었다. 비록 오늘 하루 흐린 구름이 영채를 자꾸만 끌어내려도, 결국에는 이 바람 덕분에 스스로의 감정을 끌어올려 자신의 인생에 수도 없이 반복 되었던 그래프의 오르내리던 곡선을 다시 이어 그리면서 마무리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영채는 더 슬펐다.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던 그때, 영채는 엄마를 이해할 시간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없었다. 그냥 모든 것에 화가 났다.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사실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게 싫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사람들은 영채 가족의 모든 것을 궁금해 했다. 착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의 얘기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군거리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채를 가엾게 여기는 게 느껴졌다. 영채는 그게 너무 싫었다. 그때의 영채는 매 순간 괜찮지는 않아도 가끔 괜찮을 수 있었다. 남들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그들의 관심에 영채는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너무도 미웠다.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의 친구들하고는 소식을 최대한 끊었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모르게 하고 싶었기에, 굳이 밝힐 필요도 없었기에 자신의 사연을 숨겼다. 그래야만 자신을 괴롭히던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자신의 그때를 아는 준희를 만나버렸고, 준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그때처럼 다시 들어버렸고, 그 사실을 주은이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던 눈빛을 주은이한테서도 보고 말았다. 다시 모든 게 시작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도 벗어나려고 했는데, 벗어난 줄 알았는데,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영채는 자신의 능력 밖의 이 현실이 버거웠다. 그 시간들을 견뎌냈던 노력이, 무너지던 자신을 붙잡고 참아냈던 감정들이 이 순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때의 기억들과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서 했던 선택들이 떠올랐다. 결국에는 그대로였다. 눈물이 났다. 영채는 할머니가 지금 너무 그리웠다. 할머니한테라도 가서 울고 하소연하면 좋겠는데 이젠 곁에 안 계신다. 그때의 할머니는 늘 영채를 다독여주셨다.

 “미안해, 영채야... 지금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너의 엄마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영채와 함께 울어주셨다. 자신의 딸을 이해해달라고, 용서하라고 그런 말은 전하지 못했지만. 영채는 나중에야 그 말들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때는 자신의 슬픔만 생각했기에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못했다.

  ‘할머니 미안. 아직도 안 되나봐.’

 영채는 그렇게 검은 밤하늘을 보고 울었다. 그리고 태호가 생각났다. 태호를 만나고 싶었다. 그냥 태호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채는 태호에게 달려갔다.

 태호가 일하는 편의점 주위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경찰차가 앞에 서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순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 가까이 가서 편의점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태호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떤 여자 손님이 화가 난 듯 소리 지르는 얼굴이었고, 팔은 크게 허공에다가 움직이며 태호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경찰들은 태호에게 몇 마디 건네고 있었다. 태호의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상황은 태호가 곤란한 게 분명했다.

 “저 편의점 직원이 뭘 잘못했나봐. 저 여자가 심하게 화를 내는 것 같은데.”

 같이 구경하는 사람들이 편의점 안을 보고 말을 했다.

 “저 직원은 덩치도 큰데, 저 여자한테 꼼짝도 못하는 거봐.”

 “야, 너무 불쌍하다. 표정이 너무 안쓰러운데.”

 영채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태호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 다리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영채는 태호에게 아무것도 바랄수가 없었다. 태호가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태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영채는 멍하니 태호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왜 이렇죠...’

 눈물이 다시 가득해졌다. 일이 마무리가 되었는지 태호를 제외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이게 얼만데, 불쌍하게 됐네.”

 화를 내던 여자는 밖으로 나오면서 태호를 보고 비웃었다. 영채는 울음을 목 안으로 깊숙이 삼켰다. 그리고 눈을 들었다. 태호가 밖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얼른 뒤돌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태호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태호에게 괜찮다고, 별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해줄 여유가 없었다.

 영채는 태호가 늘 신경 쓰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면 태호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제대로 깨달았다. 영채 자신도 극복하지 못한 과거가 있는데, 누굴 도와주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여유가 어디서 나왔는지 스스로를 비웃고 싶었다.

 영채는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에 희망이하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아주 잠시 그렇게 생각 해봤었다. 방심했었다. 인생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고, 희망이라는 것은 쉽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희망이라는 게 자신에게 틈도 주지 않았는데 영채 혼자 착각했던 거였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냥...현실이었다.

 ‘그럼 그렇지...’

 영채는 한참을 그 늦은 밤을 걸었다. 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줄 사람은 없었다. 영채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였다.

 집에 들어간 영채는 한동안 불도 켜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앉아 있었다. 스스로를 견뎌내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둠 속에서 어느 한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끝도 없이 상처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아픈 부분을 헤집었다. 그러면 그 생각이 어느 순간 멈추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니 잠이 들면서 그 생각은 끝이 났다.

 영채는 정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어색한 상황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이 모든 모습을 보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영채는 마음 깊숙이 넣어둔 조그만 상자를 꺼내 손바닥 위에 두었다. 온갖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그런 상자였다. 영채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그 공간은 이제 실제처럼 볼 수도 있었다. 수도 없이 연습한 결과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감정을 그 공간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아니 확인하기가 두려웠기에 다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그곳에 두어야 했다. 지금껏 그곳이 제일 안전했다. 그것만은 사실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시작 (마지막 이야기) 2019 / 4 / 5 269 0 3305   
24 24.다시 만나다. 2019 / 4 / 2 267 0 2969   
23 23.우연의 절묘함 2019 / 3 / 29 263 0 4303   
22 22.태호의 봄 2019 / 3 / 26 274 0 2712   
21 21.시간은 흘렀다. 2019 / 3 / 22 255 0 5010   
20 20.잊기 위해... 잊지 못해... 2019 / 3 / 19 263 0 5011   
19 19.엄마... 2019 / 3 / 15 246 0 3929   
18 18.인생은 혼자가 아니야... 2019 / 3 / 12 271 0 3330   
17 17.아무것도 아니었다. 2019 / 3 / 8 287 0 2892   
16 16.미처 알지 못했다. 2019 / 3 / 5 274 0 3500   
15 15.웃으며, 자연스럽게 2019 / 2 / 28 291 0 3863   
14 14.현실이었다. 2019 / 2 / 26 286 0 3405   
13 13.예감 2019 / 2 / 22 270 0 3594   
12 12.다시 마주하다. 2019 / 2 / 19 259 0 3378   
11 11.가능하다면... 2019 / 2 / 15 282 0 3553   
10 10.마음이 가는대로 2019 / 2 / 12 305 0 5764   
9 9.함께 울어줘서 고마워요. 2019 / 2 / 8 289 0 3560   
8 8.과거는 지나왔기에 2019 / 2 / 5 261 0 4329   
7 7.그때는 몰랐던, 지금은 알기를 2019 / 2 / 1 260 0 3515   
6 6.완벽한 추억 2019 / 1 / 29 276 0 3207   
5 5.그렇게... 봄이 다가오다. 2019 / 1 / 25 276 0 4290   
4 4.아직도 기억은 아프다 2019 / 1 / 22 318 0 4987   
3 3.다시 시작해보자 2019 / 1 / 18 294 0 4021   
2 2.오늘은 울기 좋은날... 2019 / 1 / 15 274 0 4276   
1 1.희망이라는게 존재한다면 (1) 2019 / 1 / 11 486 1 453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기억합니다.
장선
사랑하는 너에게
장선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