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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2.다시 마주하다.
작성일 : 19-02-19 00:0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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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잔뜩 흐린 날씨에 기분마저 살짝 가라앉았다.

 최근 화창한 날씨에 온몸의 세포들이 온갖 긍정의 느낌들을 영채에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과 비슷한 색을 가진 어두컴컴한 날씨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영채에게도 오늘의 이 흐림은 뭔지 모를 아쉬움이었다.

 언제부턴가 영채는 화창한 날을 반기지 않았다. 자신은 늘 힘들었고 우울했는데, 자신을 제외한 세상은 밝고 희망차 보이는 게 싫었다. 유독 자신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서 심통이 났다. 그래서 그런 날일수록 더 일을 하며 바쁘길 원했고, 아니면 집에서 나가지를 않았다.

 지금껏 그래왔던 영채에게는 오늘은 분명 괜찮은 날이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의 날씨는 영채에게 한동안 잊었던 자신의 색을 기억하게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익숙한 감정에 영채는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무너졌다. 영채에게만 보이는 절망의 늪이 자꾸만 영채를 그 속에다가 밀어 넣고 있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나 영채는 자신을 구해야 했다. 그렇게 오늘도 버티면 된다고 영채는 자신을 붙잡았다.

 영채는 그런 감정들을 누르며 출근을 했다. 불쑥 찾아오는 흔들림에 힘들었지만, 누구보다도 참는 건, 견디는 건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아무 일 없이 그렇게 다시 지나가기를.

 날씨는 흐렸지만, 영채는 힘들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따뜻해진 날씨와 길어진 낮의 길이를 즐기고 있었고, 그래서 밤 시간도 그렇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듯 보였다.

 다행히 영채는 바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채가 무거운 접시들을 들고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혹시, 송영채?”

 영채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느낌은 많이 달랐지만, 얼굴은 기억에 있었다.

 “어, 준희?”

 영채는 자신의 기억에서 나온 이름에 자신도 놀랐다. 순간 반가웠지만, 그래서 신기했지만 바로 이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영채는 뭐라 할 수 없는 찜찜함에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본다. 너 소식 궁금했는데...”

 살짝 굳어진 영채의 표정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준희도 어색해지고 있었다.

 “이 근처에 살아?”

 대화가 이어졌다. 영채는 후회했다. 묻지 말걸.

 “아니, 남편 회사가 이 근처라서 저녁 먹으러 왔어.”

 어색한 웃음과 어느 순간 끊어진 대화에 준희는 반가웠다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영채는 자신도 반가웠다며, 그렇게 말해버렸다.

 가능하면 준희가 앉은 쪽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지나 다녀야 했고, 준희의 모습을 봐야만 했다. 행복해 보였다. 남편과 이제 걷기 시작하는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보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보였다.

 준희와는 중학교를 같이 다녔지만,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를 다녀 소식을 몰랐다.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지내왔기에 소식을 알려고 한다면 전해들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영채는 가능하면 그 때의 누구와도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올라갈 즈음 할머니에게 이사를 가자고 부탁을 했었다. 자신의 가정을 보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마 할머니도 그랬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영채의 바람을 할머니도 바로 받아들여 주셨다. 그렇게 영채는 할 수 있는 한 예전의 것들을 끊어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서 영채는 지금 준희가 더 불편했다. 그때의 자신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영채는 얼른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늘은 영채가 버티기에 좀 많이 힘든 날이었다.

 약간 한산한 시간이 되어 영채가 화장실로 향했다. 주은이가 영채 뒤로 따랐다.

 “언니, 이제야 좀 여유가 생긴다 그죠?”

 주은이의 투정에 영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손님이 들어왔고, 두고 간 우산을 찾았다. 영채는 자신이 하겠다고 주은이를 보냈고, 손님에게 우산을 전했다.

 “비가 올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잔뜩 흐리기만 하네요.”

 민망한 듯 손님은 영채에게 말을 건네고 다시 나갔다.

 영채는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그리고 들려왔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가...

 “응, 여기서 영채를 만날 줄이야. 정말 놀랐잖아.”

 영채는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화장실 안이 워낙 조용해서 그 전화 내용이 들렸다. 준희가 화장실에 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나가고 싶었다. 뒤돌아 나가는 순간이었다.

 “응, 그때 걔 엄마가 자살하고, 그 뒤로 소식 못 들었지.”

 영채는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귓속이 윙윙거렸다. 서서히 눈에서는 눈물이 차올랐다. 울면 안 되었다. 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참았다. 꾹꾹 온 힘을 다해 삼켰다.

 조용히 뒤돌아 나왔다. 생각보다 더 잘나왔다. 다시 정리할 필요 없는 입구 쪽을 정리했다. 괜히 놓여 있는 잡지책을 다시 꽂았다. 잊어야 했다. 좀 전에 들었던 내용들을 지금 잊어야 했다.

 준희가 나와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영채가 지금 하는 노력이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자신의 그림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자신만 그 긴 시간을 피해오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에 영채는 슬펐다. 그렇게 도망쳤는데,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

 주은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잊고 있었다. 주은이가 그 순간 화장실에 있었다는 것을. 주은이는 영채와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어색했다. 영채는 그렇게 느껴졌다. 분명히 그랬다.

 “언니, 아직 화장실 안 간 거죠?”

 질문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영채는 주은이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주은이도 영채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영채의 비밀을 알게 되었기에 눈빛이, 표정이 어색해졌다. 조절하려 해도, 멈추려고 해도 좀 전에 들은 내용이 자꾸만 떠올랐다.

 “응, 이제 가려고.”

 영채는 겨우겨우 웃음을 유지한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주은이의 표정을 떠올린 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울면 안 되는 거였다. 여기서 울면 더 이상해지는 거였다. 그런데 너무 울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설명 할 수 없는 이 순간의 모든 일들이 끔찍하게 싫었다.

 참아보자. 눈물을 집어넣었다. 쉽지 않았지만, 예전에 해봤기에... 가능했다.

 준희가 남편과 아이와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일부러 더 바쁘게 움직였다. 더 웃었고, 더 열심히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했다. 무너지는 마음을 계속 끝까지 잡고 있었다. 절대 준희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을 바라보던 주은이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웃으며 눈길을 돌리는 주은이를 봐버렸다. 기억났다. 영채가 그렇게도 도망가고 싶었던 그때의 눈빛들이 주은이를 본 순간 떠올랐다. 영채는 뒤돌아섰다. 눈가에 자신의 눈물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바쁘게 걸었다. 얼른 이 시간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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